조르주 뒤메질, 인도-유럽 신화의 비교 연구 - 그리스, 스칸디나비아, 인도, 로마의 신화들
김현자 지음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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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조르주 뒤메질의 비교신화학을 연구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뒤메질은 레비스트로스, 엘리아데와 함께 20세기 신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나 두 학자의 저작은 국문으로 번역이 많이 됐고 그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데 비해 뒤메질은 거의 소개가 안됐다. 우리나라 인구의 반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음에도, 종교 자체에 대한 연구가 이리도 미진한건 안타까운 현상이다.

뒤메질은 인도-유럽 신화를 비교신화학적으로 연구했다. 여기서 그의 유명한 도식인 3기능 구조가 나온다. 1기능은 주술•법률적인 지배권, 2기능은 무력, 3기능은 풍요와 부를 말한다. 신화는 이 세 기능의 조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짜여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관한 비판도 있다. 이런 도식이 신화 연구를 단순화 하기에 오히려 분석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도식은 각 신화의 공통점과 상이점을 더욱 명료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뒤메질을 변호해본다.

사실 이 책은 뒤메질의 말보다 신화의 내용 자체를 더 많이 기술한다. 일반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신화를 소개하는 것은 매우 유용한 방법이나, 정작 뒤메질이 신화에 관해 어떤 얘길 했는지가 빠져있어서 책의 기획의도가 모호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차후에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뒤메질 연구서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뒤메질의 저작이 번역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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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 불공정한 시대의 부와 분배에 관하여
이매뉴얼 사에즈.게이브리얼 저크먼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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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피케티를 공저한 이매뉴얼 사에즈의 신간이다. 미국의 조세정책이 얼마나 불평등을 가속화 했는지 분석한 책이다. 원제는 "불평등의 승리"인데, 우리나라에서 역간하며 낸 제목이 훨씬 책 내용에 부합하고 직설적이다.

저자는 단순히 "부자가 빈자를 착취하여 많은 돈을 벌고 있으니 이를 환수하여 재분배 해야한다"는 구시대의 계급투쟁적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대신 경제사를 살피며 가능한 한 많은 통계와 경제지표를 살핀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부자가 빈자보다 세금을 덜 낸다".

예를들어 세율이 평균 30% 정도의 국가라면, 많이 버는 사람이든 덜 버는 사람이든 이에 근접하게 세금을 내는것이 공정하다. 기계적 공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최상위계층이 20% 정도만 내는데 비해, 하위계층은 40% 이상 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주장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최상위계층은 최종소득 대비 자본소득의 비율이 높다. 예를들어 100만달러를 버는 사람은 80만달러는 자본소득으로, 나머지 20만달러만 임금소득으로 받는다. 자본소득에는 세율이 얼마 안 붙으니 이들은 100만달러를 벌어도 20만달러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되는 것이다. 반면 5만달러 이하를 고스란히 임금소득으로 받는 하위계층은 소득전체에 세금이 부과된다. 저자는 이것이 불공정 아니면 뭐겠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모든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건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세율인하 경쟁을 벌이는 세계적 추세를 보면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유토피아적 발상은 아니니 다들 들여다봄으로써 여러 논의와 더불어 더 나은 대안이 나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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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의 금속 - 그린 뉴딜의 심장, 지정학 전쟁의 씨앗 / 희귀 금속은 어떻게 세계를 재편하는가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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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저탄소'라는 세계흐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아니, 관심 없더라도 읽어야 한다. 중국의 급부상과 미국의 견제에 관한 내막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을 피상적으로만 접한 사람이라면(나를 포함), 그 성장동력을 값싼 노동력과 강력한 국가통제력에만 돌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보다 깊숙히 들어가면 희귀 금속과 희토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중국은 노동력과 통제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반 이상의 희귀 금속, 희토류를 수출한다. 이 두 자원은 첨단 기술에서는 석유와도 같은 것이다. 막대한 시장 장악력을 확보한 중국은 수입국의 목을 옥죄기 시작한다. 중동의 석유파동처럼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것이다.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은 선택을 해야한다. 폐업하거나, 중국으로 단지 이전을 하거나. 결국 후자를 택한 선진국은 무상으로 중국에 기술이전을 한 꼴이 되었다. 이것은 작금의 중국이 세계경제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중국의 경제장악 과정을 밀도 있게 분석할 뿐만 아니라, 현대의 친환경 산업이 과연 친환경인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는 MB정권 때 막대한 세수를 부어 자원외교를 했다. 결과는 참패였지만 자원외교 그 자체가 그릇된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자원 확보없이 원전 폐쇄와 저탄소 정책만을 앞세우는 문정권 그린뉴딜의 허와 실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책이 별 5개짜리임에도 4개를 준건, 프랑스의 광물산업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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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심리학 - 제6판
Randy J. Larsen 외 지음, 김근향 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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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심리학 교과서다. 일반적으로 성격심리학은 특성심리학에 국한되지만 이 책은 좀 더 넓은 범위에서 포괄적으로 다룬다. 진화심리학, 건강심리학까지 두루 살핀다.

요즘은 성격심리 분야가 많이 대중화되었다. MBTI, 매슬로의 5단계 욕구이론, 자존감 등에 관한 얘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부분까지 평가하며 장점과 헛점을 논한다. 책이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기 때문에 집중하면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

성격심리학 뿐만 아니라 모든 심리학 분과가 학문적인 도전을 받는다. 과학적으로 실증이 불가하다거나,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거나, 현대 윤리에 맞지 않다는 등의 문제다. 그러나 심리학 또한 이에 맞서 방법론을 개선하고, 현대화된 장비로 측정하며,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통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 한권 읽고 사람의 모든 성격을 통달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나의 이런 특성과 저 사람의 저런 특성은 무엇을 함의하고 어디서 비롯되는지 감은 잡을 수 있으리라. 사람을 알고 싶다면 한번쯤 거쳐야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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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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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의 거장,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린다. "자신과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라는, 자본주의 강령에 그 누구보다도 헌신한 사람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자본주의에 대한 비평과 대안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14개의 파트로 나뉜다. 에필로그에서 언급하다시피 각각의 파트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매우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이미 말한 바, 자유시장은 개인의 탐욕이 아닌 덕성을 갖춘 주체에 의해 완성된다. 코틀러는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자본소득세를 비롯한 고소득층의 소득세 누진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브로커와 대기업 CEO들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덕성이 없다면, 강제해서라도 미국 시장의 70% 떠받드는 평균 수준의 임금노동자에게 소득이 돌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그러나 동시에 법인세는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법인세가 높으면 기업들이 듣도보도 못한 섬에 법인을 내어 편법 탈세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법인이 있는 케이먼제도는 법인세율이 0%다.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 보수정당은 둘 다 낮춰야 한다고, 진보정당은 둘 다 높여야 한다고 떠들어댄다. 이에 반해 코틀러는 제3의길을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가 참고한 문헌들은 우리에게 좋은 레퍼런스이긴 하지만, 그의 경험과 경륜이 좀 더 묻어난 글이면 어땠을지 싶다. 수정주의를 실현하는데 그의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얘기는 별로 하지 않지만, 그의 삶의 궤적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결국 참회록이다. 살만큼 살고 벌만큼 번 분이 이제와서 이런 얘기하는게 좀 웃기기도 하다. 버핏과 게이츠가 겹쳐보인다. 그래도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건 세계에 희망이 있다는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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