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티슬턴의 성경해석학 개론 - 철학적·신학적 해석학의 역사와 의의
앤서니 티슬턴 지음, 김동규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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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티슬턴의 생애 마지막 역작이라 불리는 책이다. 번역서 제목은 '성경해석학 개론'이지만 원제는 'Hermeneutics : An Introduction'이다. 그냥 '해석학 개론'인 것이다. 실제로 책에서는 성경에 관한 얘기 뿐만 아니라, 19세기 이후 소위 일반해석학이라 불리는 여러 비평방식이 소개된다.

물론 책의 기본골조는 성서의 수용사내지 해석사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서구의 문헌 해석은 성서 해석과 궤를 같이 해왔다. 심지어 현대의 포스트모던이라 불리는 흐름도 성서와 서구의 유신론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 정치철학이 맑스를 받아들이든지 까버리든지 둘 중 하나인 것과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며 아쉬운점이 있다면, 중세법과 로마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 하지 않은 것이다. 법학이 신학, 형이상학과 무관하지 않으며 해석학의 주요 주제임에도 말이다. 아마 이것까지 넣으면 분량이 너무 방대해지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본다.

티슬턴은 그야말로 백과사전적인 학자다. 자신만의 고유한 이론을 전개하기보다, 여러 학자들의 글을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을 읽으면 독특함은 없지만, 지금까지 논의되어왔던 사상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것만큼 좋은게 또 있을까.

개론은 대가가 쓰는 것이라는 세간의 격언이 들어맞음을 티슬턴를 통해 느낀다. 해석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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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 불확실성 시대, 미래를 포착하는 예측의 비밀, 개정판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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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의 기량을 분석하고 실적을 예측하는 페코타,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당선을 예측한 것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네이트 실버의 주요 작품이다.

저자의 주요 논지는 대략 이렇다.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정보와 자료가 많다해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신호가 많은 만큼 소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교적 개연성 있는 예측은 가능하다. 소음을 버리고 신호를 취하면 된다. 이는 베이즈주의로 가능하다. 베이즈주의란 사전 확률을 포함해 여러 확률을 총합하여 예측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통계에서 흔히 저지르는 빈도주의, 혹은 데이비드 흄의 회의주의까지도 극복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저자는 매우 합리적이고 유용한 예측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가 드는 실례도 신호와 소음을 분간하는 훈련에 꽤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거기까지다. 이 정도의 통찰력을 얻으려면 어마어마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 책 한권으로 그런 훈련들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우리가 게을러지지 않도록 독려하는 책이지, 세상의 삼라만상을 다 깨우치게 해주는 책이 아니다. 그러므로 더 많은 자료를 읽고, 더 다양한 고민을 해보겠노라 결단한다면 독자는 성공한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신호와 소음을 구분할 줄 아는, 진정한 베이즈주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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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ler의 마케팅 원리 - 제16판
필립 코틀러 외 지음, 안광호 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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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가 쓴 마케팅 교과서다. 물론 그가 쓴 것 중에 이것보다 더 유명한게 있다. '마케팅 관리'라는 책이다. 그러나 마케팅을 학문적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마케팅 원리'가 더 적절할 듯하다.

일단 가장 감명깊었던 점은, 이게 교과서가 맞나 싶을만큼 글이 쉽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대가답게 책을 읽는 독자, 고객의 니즈를 맞췄다. 글이 쉬우면 되려 대중성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오히려 신뢰가 간다.
풍부한 사례도 인상적이다. 월마트, 벤츠 등 전통적인 기업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온라인 시장까지 섭렵한다. 전통을 깨고 혁신에 성공한 기업사례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기까지 한다.
학문성도 뒤쳐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마케팅이 통합적인 분야인 만큼, 학제간 대화도 빼놓지 않는다. 조직행동학, 인구통계학, 특성•사회심리학, 미시•거시경제학이 곳곳에 녹아들어있다.

자유시장은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업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야한다. 마르크스의 노동소외나, 현대의 성상품화 문제는 잠시 제쳐두도록 하자. 마케팅은 곧 먹고사는 문제다. 먹고살기 위해서 우리는 마케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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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서사성 상실 - 18~19세기 유럽의 성경해석학 연구
한스 W.프라이 / 한국장로교출판사(한장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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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성경의 해석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이를 서술하기 앞서, 종교개혁시기까지의 성경해석이 어떠 했는지 먼저 살핀다. 그때까지만해도, 성경의 문자적의미와 비유적의미의 구분은 없었다. 즉, 성경을 문자적-역사적으로 읽었을 때의 의미는 곧 모형론적 의미와 일치했다. 즉 성경은 항상 성경 내적인 서사로 읽혔다.

위 둘 사이의 분화는 요하네스 코게이우스와 요한 알브레이트 벵엘에 의해 이뤄진다. 이는 의아스러운 일이다. 두 학자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보수주의 신봉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보수성이 분화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그들은 성경의 내적인 서사를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역사와 직접 연결했다. 이제 성경해석의 적절성은 성경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의 작업이 결국 역사-비평적인 성경해석의 문을 열어 젖히게 한 것이다. 이후 성경해석은 내적인 서사보다는,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냐 등에 국한되어 버리고 만다.

저자 한스 프라이는 위와 같은 성경해석에 관한 평가를 가급적 삼간다. 그러나 곳곳에 그의 비판이 스며들어 있다. 그가 비판하려는 지점은 대강 이렇다.

"성경해석의 발전은 주석(문자-역사적 의미)와 해설(적용적 의미)을 분리만 시켜놨다. 그리하여 성경의 통합적인 의미를 발견하는데 실패했다".

실로 그렇다. 작금에도 성서학자의 주석과 목회자 (혹은 일반교인)의 설교적 적용 사이에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교파의 교리를 전제로 성경을 읽을수도 없다. 그것은 확증편향적 퇴행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대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게 참 답답할 노릇이다. 그리고 번역자보단 나의 문해력을 탓해야 함에도, 역자가 쓰는 온갖 비문 덕에 이해하기 한층 어려웠던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별하나 뺐다. 솔직히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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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 정신의 체계, 자유와 이성의 날개를 활짝 펼치다 인문고전 깊이읽기 15
김준수 지음 / 한길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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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는 서양철학이 플라톤에 관한 각주라고 말한다. 비슷한 관점으로 근대 이후 철학은 헤겔의 각주로 볼 수 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옹호하든 거부하든 근대 이후의 철학은 헤겔과의 씨름이다.

헤겔은 저서도 방대하고, 그가 다루는 철학의 범위 역시 모든 것을 아우르는 탓에 접근이 쉽지 않다. '헤겔을 공부해볼까?' 하다가 그의 사유의 복잡함에 혀를 내두르며 이내 책을 덮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헤겔을 완벽히 그려내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철학에 한발짝 다가서게끔 하는 약도다.
사실 정신현상학을 처음 읽었을 때, 내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헤겔과 달라서 적잖이 당황했던적이 있다. 무엇보다 그의 사유가 온갖 만연체로 기술된 탓에, 이 게르만인이 도대체 뭘 말하려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넘긴 페이지가 많다. 나에게 다시금 이 약도를 참고하여 그의 사유 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맑스주의에 의해 해석된 고리타분한 헤겔만을 알고 있던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의 철학을 비교적 공정하게 재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 헤겔은 단순히 평가될 수 없다. 그는 근대철학사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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