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 - 시스템이 붕괴된 한국 사회의 아찔함을 읽다
이정국.임지선.이경미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점수 : 7 / 10

<한겨레신문>의 기획 기사 모음집이다.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리고 적절한 글솜씨가 없어서 기고조차 넘볼 수 없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서 취재했다. 일반 대중의 의견을 싣는다는 오피니언 면조차도 소외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성 때문에 시작했단다. 참으로 대견한 일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지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으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과 처지를 이 책은 절절하게 전달해준다. 감정노동자, 정화조 청소 노동자, 고졸자, 학업포기자, 인턴사원, 워킹맘, 직장 왕따, 동성애자, 언론보도 피해자, 자살자 유가족, 지하 거주자, 희귀병 환자, 연탄 난방 가구, 독거노인, 문해교육자, 각방 부부, 결식아동, 저소득층 비만 아동, 비유럽권 출신 유학생, 벽지마을 주민, 보육원 아이들이 그 대상이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명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회는 순환하고 있어서 어느 한 구석의 고통은 돌고돌아서 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든다. 그것을 미연에 예방하려면 사회의 본 모습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불편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3부 후기에 저자가 쓴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여러 분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상이 얼마나 더 많이 남아 있을까 싶어 마음이 무겁다." 읽으면 좋을 양서(7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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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점수 : 7 / 10

작가 조정래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사실은 ˝사십년 자전 에세이˝, ˝나의 자전 소설과 같다˝는 문구에 혹해서 뽑아든 게 컸다. 구성은 의외로 독자의 질문 84개와 각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으로만 조직되어 있다. 그래서 ‘이걸 왜 에세이라고 했지?‘하고 의아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에세이가 맞더라. 독자의 질문을 화두(話頭)로 삼아 저자는 자기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물론 질문에 대한 답은 꼭 하고 넘어간다). 질문은 겹치는 것이 없으나 저자의 답변은 조금씩 겹치고 중첩된다. 앞에 나온 답변과 뒤에 나온 답변의 내용이 이어지고 인생사에 대한 내용과 문학세계에 대한 생각에 겹친다. 80개의 답변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저자의 정신세계가 점점 선명하게 그려지는 모양새다. 각기 다른 질문에서 시작해서 동일한 답변으로 끝나는 그 과정이 여러번 반복되는 것이 저자의 확고한 신념과 관점을 더욱 강조하는 듯하다. 읽고 나서 ‘구성을 참 잘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읽기 전에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 대한 내용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작품을 빼놓고는 조정래를 논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오해와 무례함을 깨달았다. 아무리 대단한 예술작품이더라도 그것이 있기 전에 그것을 만든 작가의 사상과 그 작가가 살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 먼저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것을 염려했는지(아니면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본적 없던지) 대하소설 이야기는 저 뒤편에 몰려 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의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온 저자 자신의 인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태백산맥』은 그 역사와 인생이 향하게 되는 당연한 귀결로서만 의미를 가진다.
민족에 대한 저자의 강력한 신뢰에는 좀처럼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뜻은 충분히 존중한다.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나서 권정생에게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그 생각을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또 이토록 일관적이고 견결한 자세로 주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방향을 떠나서 참 흐뭇한 법이다. 분단시대를 사는 한국인은 한번쯤 읽어봄직한(7점) 좋은 의견이다. 특히나 『태백산맥』은 한 시대를 풍미한 대작이자 베스트셀러로서 그것을 쓴 작가의 배경이야기와 해석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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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점수 : 7 / 10

에세이를 빙자한 문예창작개론이다. 신변잡기나 단상을 예상한 나는 당황했다. 제목이 <소설가의 일>이길래 그저 소설가 인생의 만감을 다룰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소설가가 진짜로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플롯, 케릭터, 핍진성 같은 문학의 요소를 소개하고 구상부터 취재하기, 초고쓰기, 다시쓰기, 탈고까지의 과정을 톺아본다. 그것도 쉬운 표현과 섬세한 비유와 적절한 예시를 통해서 말이다. 거기다 그냥 설명하면 너무 딱딱할까봐 문두에 적절한 딴 얘기로 주의를 환기하고 독자의 이목을 집중케하는 센스도 발휘한다. 앞부분만 읽으면 영락없는 에세이인데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소설 쓰기의 기술을 하나씩 배우는 대단히 교훈적인 책이다. 그러니까 <메이플스토리>를 꺼내서 읽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메이플스토리로 배우는 이차함수>였던 것 같은 느낌이다.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의 추천사(‘그을린 이후의 소설가‘)를 쓴 사람이 김연수였다. 그 글이 인상적이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소설가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그토록 절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분명히 좋은 글을 쓰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랬다. 비록 애초에 내가 원했던 전격적인 에세이는 아니지만 삶에 대한 궁구와 소설에 대한 사랑이 돋보이는 멋진 책이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김연수 씨가 좋아하겠지?).
소설의 작법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 설명이 난해하지 않아서 일반인도 무난히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큰 도움을 받을 것이고, 작가 팔자가 아닌 사람이어도 소설과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읽으면 좋을 양서(7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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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메이커 2016-12-2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학 박사를 하고 목수를 해야합니다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 이제는 알아야 할 지방재정 이야기
김태일.좋은예산센터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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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6.5 / 10

일반인도 금세 이해할 수 있을만큼 지방재정을 쉽게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국가예산 중에서도 주민의 삶에 가장 밀접한 재원이니 중요성도 대단하다. 그러나 세상에 중요한 일은 재미가 없는 법. 대중들이 먼저 찾아서 읽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이런 리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책`이라기 보다는 `지방재정에 막 관심이 생긴 초심자가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입문서` 정도가 적당하다.
연구자,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 지방자치와 투명한 예산에 관심 있는 일반인 그리고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참여하는 주민 등이 읽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초반에는 기본적인 용어와 시스템을 설명하느라 좀 지루한 편이다. 그러나 중반부터는 실제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되면서 훨씬 흥미로워진다. 물론 실제 사례라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기상천외한 예산 낭비 사례라서 웃긴 와중에 씁쓸함이 묻어나와서 문제다. 종반부에서는 나름의 정치적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쉬운 서술에 비해 제법 중요하고도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 진지한 책이다. `도움이 될 교양서적(6점)`인데다가 개인적인 관심영역이라서 0.5점을 가산했다.
대안 제시 단계에서 시·도 교육청을 폐지하고 교육 행정을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통합하자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선거에서 지고 나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자던 보수진영의 주장같은 건줄 알았는데, 행정시스템을 통합하자는 의미였다(물론 직선제 교육감을 없애는 걸 포함한다). 행정학과 재정학 전문가가 다른 제도적인 이유로 같은 주장을 하다니 기분이 묘하다. 심지어 설득력이 있어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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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유감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문유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점수 : 7 / 10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런 거였다. 추상적 논의 말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성찰. 이 책은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답답함을 날려버릴만큼 사실적이고 또 인상적이다. 저자가 법원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일과 느낀 온갖 감정을 술술 풀어내고 있다. 굳이 '세상에 대해서 논하겠다'라면서 거대 담론을 인용하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해줄게'라면서 소박하게 출발하지만 그 속에 세상의 단면을 담고 있는 이런 글을 나는 더 좋아한다.
이 책은 저자의 직업 덕분에 망외의 소득이 있다. 바로 판사라는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나온 부정청탁을 막기 않기 위해 아예 골프를 그만뒀다는 판사, <정의를 부탁해>에 나온 판결문에 치열한 고민을 담는 판사에 이어서 파산 사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판사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비록 저자 본인 뿐 아니라 이 책에 언급되는 다른 동료 판사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강간 사건 판결문'편과 '영업 방해 판사, 호통 판사, 구호 복창 판사'편이 좋았다. 7점(읽으면 좋은 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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