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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유감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문유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점수 : 7 / 10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런 거였다. 추상적 논의 말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성찰. 이 책은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답답함을 날려버릴만큼 사실적이고 또 인상적이다. 저자가 법원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일과 느낀 온갖 감정을 술술 풀어내고 있다. 굳이 '세상에 대해서 논하겠다'라면서 거대 담론을 인용하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해줄게'라면서 소박하게 출발하지만 그 속에 세상의 단면을 담고 있는 이런 글을 나는 더 좋아한다.
이 책은 저자의 직업 덕분에 망외의 소득이 있다. 바로 판사라는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나온 부정청탁을 막기 않기 위해 아예 골프를 그만뒀다는 판사, <정의를 부탁해>에 나온 판결문에 치열한 고민을 담는 판사에 이어서 파산 사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판사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비록 저자 본인 뿐 아니라 이 책에 언급되는 다른 동료 판사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강간 사건 판결문'편과 '영업 방해 판사, 호통 판사, 구호 복창 판사'편이 좋았다. 7점(읽으면 좋은 양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