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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점수 : 7 / 10
작가 조정래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사실은 ˝사십년 자전 에세이˝, ˝나의 자전 소설과 같다˝는 문구에 혹해서 뽑아든 게 컸다. 구성은 의외로 독자의 질문 84개와 각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으로만 조직되어 있다. 그래서 ‘이걸 왜 에세이라고 했지?‘하고 의아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에세이가 맞더라. 독자의 질문을 화두(話頭)로 삼아 저자는 자기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물론 질문에 대한 답은 꼭 하고 넘어간다). 질문은 겹치는 것이 없으나 저자의 답변은 조금씩 겹치고 중첩된다. 앞에 나온 답변과 뒤에 나온 답변의 내용이 이어지고 인생사에 대한 내용과 문학세계에 대한 생각에 겹친다. 80개의 답변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저자의 정신세계가 점점 선명하게 그려지는 모양새다. 각기 다른 질문에서 시작해서 동일한 답변으로 끝나는 그 과정이 여러번 반복되는 것이 저자의 확고한 신념과 관점을 더욱 강조하는 듯하다. 읽고 나서 ‘구성을 참 잘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읽기 전에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 대한 내용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작품을 빼놓고는 조정래를 논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오해와 무례함을 깨달았다. 아무리 대단한 예술작품이더라도 그것이 있기 전에 그것을 만든 작가의 사상과 그 작가가 살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 먼저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것을 염려했는지(아니면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본적 없던지) 대하소설 이야기는 저 뒤편에 몰려 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의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온 저자 자신의 인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태백산맥』은 그 역사와 인생이 향하게 되는 당연한 귀결로서만 의미를 가진다.
민족에 대한 저자의 강력한 신뢰에는 좀처럼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뜻은 충분히 존중한다.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나서 권정생에게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그 생각을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또 이토록 일관적이고 견결한 자세로 주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방향을 떠나서 참 흐뭇한 법이다. 분단시대를 사는 한국인은 한번쯤 읽어봄직한(7점) 좋은 의견이다. 특히나 『태백산맥』은 한 시대를 풍미한 대작이자 베스트셀러로서 그것을 쓴 작가의 배경이야기와 해석은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