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점수 : 7 / 10

에세이를 빙자한 문예창작개론이다. 신변잡기나 단상을 예상한 나는 당황했다. 제목이 <소설가의 일>이길래 그저 소설가 인생의 만감을 다룰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소설가가 진짜로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플롯, 케릭터, 핍진성 같은 문학의 요소를 소개하고 구상부터 취재하기, 초고쓰기, 다시쓰기, 탈고까지의 과정을 톺아본다. 그것도 쉬운 표현과 섬세한 비유와 적절한 예시를 통해서 말이다. 거기다 그냥 설명하면 너무 딱딱할까봐 문두에 적절한 딴 얘기로 주의를 환기하고 독자의 이목을 집중케하는 센스도 발휘한다. 앞부분만 읽으면 영락없는 에세이인데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소설 쓰기의 기술을 하나씩 배우는 대단히 교훈적인 책이다. 그러니까 <메이플스토리>를 꺼내서 읽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메이플스토리로 배우는 이차함수>였던 것 같은 느낌이다.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의 추천사(‘그을린 이후의 소설가‘)를 쓴 사람이 김연수였다. 그 글이 인상적이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소설가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그토록 절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분명히 좋은 글을 쓰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랬다. 비록 애초에 내가 원했던 전격적인 에세이는 아니지만 삶에 대한 궁구와 소설에 대한 사랑이 돋보이는 멋진 책이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김연수 씨가 좋아하겠지?).
소설의 작법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 설명이 난해하지 않아서 일반인도 무난히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큰 도움을 받을 것이고, 작가 팔자가 아닌 사람이어도 소설과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읽으면 좋을 양서(7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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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메이커 2016-12-2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학 박사를 하고 목수를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