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
조던 앨런버그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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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8.5 / 10

어느 영역에서나 맞닥뜨리게 되는 슬픈 일이 있다. 학문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다. 식견과 심도가 깊어질수록 얻는 기쁨은 더 커지지만 그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폭은 좁아지는 것이다. 좌절스런 일이다. 문턱을 넘어서면 즐거움이 있으되 그 문턱을 같이 넘는 사람은 적다. 좋은 것을 보면 남에게 알려주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내가 열광하고 또 높게 평가하는 책은 다름 아니라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단순히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턱을 낮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그건 즐거움을 대중화하는 것이다. 기쁨을 널리 알리는 행위다. 그래서 나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쓴 책을 좋아한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는 미학을, 김용규의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은 신학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론을 쉽게 설명한다. 사전지식이 부족해도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거다. 그리고 오늘 그 목록에 책 하나를 추가한다. 수학을 쉽게 설명한 <틀리지 않는 법>.
사실 이 책의 목적은 ‘수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쓰이는 수학적 사고방식을 짚어주는 것‘이다. 수학적 증명과정은 안 나온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통계나 판단 기준의 배후에 있는 수학적 사고방식을 해석한다. 나는 이 편이 훨씬 좋았다. 수학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녹아있는데 막상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은 수학을 모른 채 쓰니까 말이다. 일상용어의 수학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걸 알아야 잘못 사용하는 것을 경계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수학이 아니라 과학을 다룬다. 수학은 추상적 논리의 세계를 확장하고 과학은 논리에 기반한 이론을 가지고 현실을 해석한다. 수학은 과학의 밑거름인 게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수학을 잘못 사용하면 세상에는 거대한 오해가 생겨난다. 저자는 수학자로서 그것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과학자, 특히 통계적 기법을 사용하는 사회과학자들에게는 필수적이겠다. 각종 통계지표를 인용해서 보도하는 기자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다. 수치에 압도되거나 현혹되지 않고 사안을 똑바로 보고 싶은 일반인에게도 권한다. 가능하다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미국인보다 학교에서 수학을 더 많이 배우는 한국인은 좀 더 유리하다. 책에서는 로그(log)가 생소한 사람을 위해서 별도의 설명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도는 다 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책(8점)이다. 그것도 꼭(+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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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메이커 2017-02-1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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