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 - 생활과 생존 사이, 낭만이라고는 없는 현실밀착 독립 일지
빵떡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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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력 0%에서 시작합니다!"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빵떡씨 지음/자음과모음


 

빵떡씨의 독립 일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부모님 덕분에 대학생부터 장장 6년 동안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의 통근을 감당해야 했다. 서울에 취직하게 된 쌍둥이 남동생 덕분에 드디어! 본가에서 나와 독립을 준비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생활을 날것 그대로 기록한 책이 바로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이다.

 

빵떡씨 나이 26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하면서 적어내려간 이 기록은 '첫' 독립이라는 데 그 의의가 크다. 성인이 되어 부모의 우산 아래서 나와 현실에 부딪쳐 스스로 깨달아 나가는 과정은 필요이자 필수이다.

 

「빙 돌아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왜 이렇게 하는 게 좋은지' 자연스럽게 설득되는 경험을 하고 싶다.

이런 과정에서 내 삶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그 모양에 맞게 사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그게 내가 독립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거 장 - 우리 집 규칙 편 - 152쪽)」

 

 

집 → 생활 → 동거 → 정서적 독립 → 가족

 

 

이제껏 생활하던 본가는 부모의 선택에 의한 곳이었다면, 자취 집은 본인의 선택과 결정으로 정해진다. 물론 경제적 요건이 가장 크게 작용하여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게 함정이다. 하지만 빵떡씨와 석구 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선택한 공간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잘 적응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빵떡씨의 집 구하기 프로젝트와 집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지금의 보금자리에 안주하기까지 겪었던 고생과 수난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소음과 곰팡이는 격하게 공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집을 지을 때 지켜야 할 소음의 기준을 몇 가지 딱 정해보겠다.

옆집에서 못질하는 소리는 들릴 수 있지만, 솔로 화장실 타일 닦는 소리는 들리면 안 된다. …

월드컵 환호성은 들려도 되지만 애정 행각 소리는 들리면 안 된다…

이 정도는 지켜져야 분리된 공간과 공간, 생활과 생활, 삶과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 - 너의 집 소리가 들려 편 - 71쪽)」

 

 

주어진 여건 안에서 선택한 자취 집.

처음에는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라며 푸념했지만 지금은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라며 재미를 느끼는 빵떡씨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불편, 불만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조금만 다르게 받아들여도 삶의 질과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애정 하게 된다. 그러면 빵떡씨 말대로 단점이 특색으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자취 집 소재지인 남가좌동과 자취 집 맨션을 자신에게 잘 맞는 공동체로 받아들인 빵떡씨처럼 말이다.

 

 

본격적으로 자취생활과 남동생 석구 씨와 함께 하는 동거 생활이 펼쳐진다. 본가를 나와 각자 독립된 공간이 생기고 출퇴근 시간은 훨씬 더 짧아졌으나 그전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던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각종 공과금과 집세, 관리비 등 생활비를 신경 써야 하고, 요리,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도 직접 해야 한다. 생활인지 생존인지 알 수 없는 경계선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생활력을 키워나가는 일상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누나 - 남동생, 본가 지역, 반려 달팽이 등 우리 집과 겹치는 영역이 많아 더 감정이입하면서 보았다. 사이좋은 남매, 집안일 서툰 누나한테 잔소리하면서도 챙겨주는 남동생, 통금 시간과 외박 금지를 외치는 부모님이 우리 집 판박이다. 특히 요즘 우리 큰 딸이 하는 말이 빵떡씨는 차마 하지 못하고 글로 토해내는 장렬한 외침과 같아 신기하고 재밌었다. 부모로서 하는 염려와 걱정의 크기는 빵떡씨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그리고 빵떡씨와 석구 씨처럼 우리 아이들도 건실하고 사려 깊게 자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차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 …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동거 장 - 개인주의자의  편 - 145쪽)」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을 읽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십 대의 일상과 관념에 공감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사십 대의 내가 이십 대의 빵떡씨와 석구 씨를 이 책만으로 온전히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직선 대로가 아니라 빙 돌아서라도 직접 부딪쳐 경험으로 삶의 의미와 모양을 찾으려는 청년의 패기와 처음 시작하는 서투름을 기꺼이 가족과 공유하고 즐거워하는 인정 그리고 자신에게 기회를 주려는 관용과 아량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계속되는 빵떡씨와 석구 씨의 자취생활 이야기는 피식 웃음이 삐져나오게도 했다가 닮은 꼴 아빠 이야기에 울컥했다가도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깊고 넓은 아량과 눈물에 같이 울게 만든다.

 

 

"스스로의 기회를 빼앗지 않으면 좋겠다."

"선택은 그냥 선택이야. 선택 자체에 좋고 나쁜 건 없어.

하지만 선택을 했으면 그땐 최선을 다해야 해.

너의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이제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의 보호자들에게도 마중물이 되어주는 책이다. 독립의 거창함이 아닌 소소한 기쁨과 일상의 행복이 스며있는 기록이다. 빵떡씨가 직접 치러내면서 적은 일지라 눈여겨봐야 할 정보와 주의사항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점이 강점이자 매력이다. 너무 무겁지 않은 처음을 위하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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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같은 아이 책 먹는 고래 34
이준관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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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는 가운데 매서운 바람과 함께 겨울이 성큼 찾아왔습니다. 마음이 허해서인지 유독 더 쌀쌀하게 느껴집니다. 바람이 온기를 빼앗아가버려 한껏 움츠린 몸으로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바로 일곱 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수록된 <풀꽃 같은 아이>입니다.

 

 

풀꽃 같은 아이/이준관 글/어수현 그림/책 먹는 고래 34/고래책빵




큰 숨을 내쉬고 움츠렸던 몸뚱이를 펴 봅니다. <풀꽃 같은 아이> 속 순수하고 어여쁜 동화들이 전해준 따뜻하고 다정한 온기가 서서히 퍼져 나갑니다.

모든 것이 바쁘게 변하고 흘러가는 오늘날, 잠시 멈추고 소중한 것을 떠올려보라고 소곤거리는 동화책입니다. 얇은 책, 짧은 글이지만 천천히 읽어내려가면 글과 글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더 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소외받는 이와 남들을 괴롭히는 마음에 대한 동화가 여러 편 수록되어 있습니다. <풀꽃 같은 아이>, <눈물을 먹고 사는 여우>, <별 등대지기>를 통해 아이들이 소외받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풀꽃 같은 아이>, <별 등대지기> 두 편에서는 엄마가 무당이라서, 떠돌이라서 놀림당하고 괴롭힘을 당하고 억울한 오해를 받는 억울한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두 아이의 대응은 극과 극인데 결말은 두 동화 모두 좋지 않아 더 마음이 무겁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진중한 의미를 담아 그려냈겠지요.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 모두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결말이었어요.

 

 


 

 

<눈물을 먹고 사는 여우>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친구를 괴롭혀 울면 눈물을 모으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자꾸 '여우'처럼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불안이 커져가던 아이는 결국 괴롭히던 친구처럼 울고 맙니다. 눈물이 뚝! 뚝! 과연 그 눈물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이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은서를 볼 수 있겠죠. 저도 덩달아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거지와 왕자>, <마지막 손님>, <눈사람이 있는 골목>은 곁을 돌아볼 수 있는 건강하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살다 보면 힘겨운 시기가 분명 있습니다. 그 상황에 처하면 주위는 보지 못하고 본인의 고통과 상처만 크게 다가옵니다. 그러면 자꾸 불만이 쌓이고 분노를 터뜨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부정한 방법으로 시련을 벗어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만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면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관계없는 이일 수 있지만, 소중한 이일 수 있습니다. 도와주고자, 바로잡고자 애쓰는 마음과 행동으로 세상의 온기를 높여주는 이들의 이야기가 정겨운 그림과 함께 펼쳐집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다리를 절룩거리는 아저씨지만, 세상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생선 장수 아저씨가 들려주는 바다와 고래 이야기는 마음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아저씨가 들려주신 바다가 보고 싶어 용감하게 떠났지만 못 본 아이들이 분명 언젠가는 이 세상의 끝에 있는 바다에 꼭 가볼 것이라고 믿으며 책장을 덮습니다.

 

소중한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주는 어여쁜 동화책입니다.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동화책 <풀꽃 같은 아이>를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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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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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쫓아오는밤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소설추천

 

"도망칠 때에는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프롤로그. 첫 문장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도망쳐야 한다. 그놈보다 더 빨리.

 

 

무언가에 쫓기는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강렬한 시작으로 시작한다. 주황색 표지를 한 장 넘기는 순간부터 이서의 목숨을 건 탈주에 빠져들어 함께 달리게 된다.

 

 

소설Y 대본집 #06 - 폭풍이 쫓아오는 밤 - 최정원 지음 - 창비

 


아빠, 신이서, 신이지. 주인공 이서네 가족 구성원이다.

열일곱 살 언니와 여섯 살 여동생, 11살 나이차 늦둥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지는 엄마가 재혼해서 낳은 동생이다. 엄마는 이서와 차를 같이 타고 가다 음주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로 죽었다. 이서는 그날의 진실을 가슴 깊이 묻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사랑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이서야, 우리 더 행복해지자."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야. 행복하려고 웃는 거지."

 


 

 

엄마, 남수하. 또 다른 주인공 수하네 가족 구성원이다.

열일곱 살 수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구 선수였다. 그 사람한테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행복했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니야. 안 돼. 싫어!"


 

 




 

이 소설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과 쾌락 그리고 '돈'이 응축된 비극이었다. 자신의 위용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탐욕은 어떤 짓이든 서슴지 않게 만들었다. 이 소설의 괴물은, 악마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소설 중반에 등장하는 악마에 관한 서사는 우리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폭풍이 쫓아오는 밤】 에 등장하는 악마는 과연 누구인가? 죄를 지은 자만을 벌한다는 악마의 이야기 앞에서 우리는 떳떳할 수 있는가? 세상에 태어나 못된 마음을 품거나 나쁜 말을 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결백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심술궂게 굴어야지가 아니더라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삶이다. 죄가 있다, 없다는 판단과 진위 여부는 누가 하는가? 그렇기에 악마는 죄인만 벌한다는 말은 사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더 큰 공포와 불안을 야기했고, 그 결말은 처참했다.

이런 이야기를 업은 악마를 탐하는 자와 허영과 돈을 좇아 악마를 돌보는 자가 불러온 재앙은 그 옛날 오지 마을을 집어삼킨 것처럼 이서네 가족이 모처럼 떠난 가족여행 장소인 하늘뫼 수련원을 송두리째 헤집었다.

 


 

신이서 & 남수하

이제 열일곱 살인 이 아이들은 마음에 큰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가족,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울타리가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이지만, 피로 연결된 끈끈함이 풀리지 않는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서와 수하는 사랑하는 가족과 사랑받고픈 가족, 결국 가족 때문에 힘들어한다.

엄마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서는 감정이 흐르지 못하게 동여맨다. 꽉 막힌 마음이 답답하고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워질 때쯤 달린다. 세상의 눈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공격적이고 전투적으로 뛰는 것이다. 뒤쫓아오는 상대를 내팽개치고,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꿰뚫고 나아가는 질주.

우연히 이서의 질주를 보게 된 수하는 이서에게 마음이 쓰인다. 한때 힘차게 필드를 누비던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이서의 팔에 있는 상처 그리고 이서 그 아이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족 여행을 온 이서와 교회 수련회를 온 수하.

둘 다 '하늘뫼 수련원'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어긋나게 하기 싫었다. 그리고 죄를 지은 사람만 벌한다는 괴물을 만났다. 아무렇지도 않게 괴물, 악마의 정체를 떠벌이는 박 사장과 함께 괴물을 잡기로 한다.

벌받아야 되는데 벌 안 받고 있는 그런 사람

 


이서를 괴롭히던 죄책감, 죄의식

수하를 괴롭히던 두려움

괴물을 잡으려는 두 아이는 그 고통과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그 사람처럼 될까 봐 두려웠던 수하는 계속 엄마 뒤에 숨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서와 함께 괴물과 싸우게 되면서 자신을 시험하고자 한다. 눈앞의 누군가에게 분노를 퍼붓기보다, 눈앞의 누군가를 돕는 게 먼저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부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야 한다.

 


지독한 집착, 악의로 이서를 찾는 괴물의 모습에서 자각을 하게 된 이서는 괴물을 똑바로 마주한다. 괴물은 그날 엄마가 기억하는 이서의 마지막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피하지 않았다. 분명 끔찍하고 상처 입었을 텐데 엄마는 이서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서를 마주 보려 했다. 꾹꾹 빗장으로 잠가뒀던 방 속 마음들을 엄마에게 다 쏟아내버리고 고개를 돌려버린 이서를 마주 보려 했었다. 이서는 엄마 대신 괴물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난 그만 달릴 거야."

"다시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거야. 나도 웃을 거야."

"웃고 싶어."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목숨을 건 긴박한 추격전에 덩달아 숨이 가빠지고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괴물 자체보다 그 괴물을 '밥'이라 표현한 회장 같은 인간의 암흑 같은 욕망이 악마라 불러야 할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 속 악마의 유희를 위한 공간에 발을 잘못 디딘 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행복해지고자 괴물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였다.

 

다시 가족을 잃는 것보다는 내가 죽는 게 낫다는 피맺힌 절규 같은 이서의 말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통감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결코 엄마가 원하는 바가 아닐 테다. 수하는 주위의 우려와는 다르게 그 사람과 동류일까 봐 두려워하고 외면하기만 했다. 괴물에게 쫓기는 끔찍한 상황에 처했지만, 이서도 수하도 상처를 딛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서와 수하, 이렇게 둘이 함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주 대신 마법의 힘을 믿기 시작한 이서와 다시 축구를 시작한 수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오늘, 다시 만난 그들의 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한순간에 읽히는 소설, 한편의 영화처럼 오감으로 와닿는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조그마한 의심도 놓치지 않고 균열을 부르는 저주 대신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우리 더 행복해지자."

 

소설Y클럽 5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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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졸졸 따라와 높새바람 53
안점옥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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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방송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여 동영상 플랫폼에 업로드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소비자에 한정되었던 일반인들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로 확장되었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조사시 상위권을 차지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이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과 동영상 촬영, 편집 관련 앱의 보편화 등의 이유로 유튜버 세계에 발을 내딛는 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가 졸졸 따라와/안점옥 지음/높새바람 53/바람의아이들

 


<유튜브가 졸졸 따라와> 동화는 초등학교 6학년 안주찬이 유튜브 채널 '초등 한 끼'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변화와 갈등 그리고 화해와 성장을 담고 있다. 유튜브의 파급 효과와 영향력 그리고 부정적인 면과 우려를 잘 그려내고 있다.

 

 

 

주찬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과제로 '우리 가족의 일요일'이라는 주제로 3분짜리 영상을 찍었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주찬이의 모습을 누나가 찍고 편집해 준 그 영상이 베스트 영상으로 뽑혔다. 이후 부모의 이혼으로 혼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주찬이는 영상을 찍으며 영상 속 자신과 놀기도 하고,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재미로 시작했던 유튜브로 존재감 없던 자신, '안주찬'이라는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좋아해 주니 기쁘고 행복했다. 주찬이가 유튜브에 진심이 되게 된 이유에 울컥했다. 자신을 사랑해 주고 인정해 주는 타인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깨닫는다.

 

주찬이는 요리학원 강사인 엄마와 요리를 좋아하는 아빠의 영향인지 입맛이 예민하고 요리를 잘 한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 주제도 '음식'이다. '초등 맛집 지도', '초등 한 끼', '맛 대 맛', '김밥 맛집 지도' 등 음식 관련 콘텐츠를 주로 제작했다.

살짝 열기가 식었지만 '먹방'에 열광하던 시기가 떠올랐다. 소확행이라 하여 음식, 맛집 정보를 나누는 우리네와 적은 용돈으로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간식을 소개하는 한 끼 유튜버 주찬이와 팬들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점점 높아져가는 관심과 인기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마는 주찬이를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저자는 유튜브에 빠져드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주찬이 담임 선생님이 들려준 어린 시절의 밤 줍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하나에만 빠져 주위를 살피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한 경험으로 풀어냈다.

 

주찬이와 절친 나정 그리고 아역 배우 한결이 모두 주인공이 된 기분에 취해 실수를 하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들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지도해 주고 감싸주는 어른들과 친구 덕분에 잘못을 깨닫고 마음을 무겁게 누르던 죄책감, 후회를 되새기며 성숙해졌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봐 준 와따껌 덕분에 어린 친구들의 눈물은 마르고 웃음소리가 따뜻하게 퍼져나갈 것이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즐겁게 읽으면서 이야기 나누기 좋은 소재와 주제의 책이다. 요즘처럼 1인 방송 시대에 시의적절한 책이라 더 와닿는다. 어린이의 관심과 어른의 우려를 세심하게 살핀 <유튜브가 졸졸 따라와>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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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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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트렌드에 자유로울 수 없다. 개성이 중요시되면서도 개성 또한 타인의 인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인이 중시되는 사회면서도 개인이 실종된 느낌이다. 플랫폼 안에서 끝없이 보여주고 누르고 평가하면서 소비되는 하루가 반복되면서 오프라인 세계의 '나'와 온라인 세계의 '나', 두 인격이 진짜를 가리듯 충돌하기도 한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도우리 지음/한겨레출판



그래서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가 들려줄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허심탄회 인정할 건 인정하며, 놓치거나 가려진 이면을 표면으로 끄집어내고자 하는 청년의 숨을 보았다. 또래들이 내쉬는 숨과 입김을 쫓아 도우리 작가가 선정한 9장의 중독 문화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사회문화를 똑바로 바라보게 된다.

향유하는 듯 하나 실제로는 가지지 못한 가상, 환상 같은 간극에서 오는 허탈 그리고 진정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같이 헛헛하다. 앞이 보이지 않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하던 것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다들 걸어나가니 무리에 휩쓸려나가게 된다.

 

이 이상하고도 오묘한 중독 문화를 제대로 해부해 보는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재밌으면서도 씁쓸하고, 나를 보는 듯해서 헛웃음을 흘리다가도 아차 싶어 통감하였다.

 

도우리 작가가 선정한 대표 중독 9가지

 

갓생·배민맛·방꾸미기·랜선 사수·중고 거래·사주·안읽씹·데이트앱·좋아요

청년의 시기를 이미 살짝 지나온 나로서는 다행히? 몇 가지 중독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하나에만 빠져도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라 굳이 9가지 중독 모두 경험하지 않더라도 빠져들어 읽게 된다.

 

신조어들을 접할 때마다 참신함에 놀라게 된다. 축약어, 신조어 등 특정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는 차이와 단절을 야기한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있지만, 언어의 역사성을 고려한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다만 언어의 변화가 재미나 멋뿐만이 아니라 본질을 잃지 않도록 사회구성원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신조어들을 접할 수 있다. '갓생', '안읽씹', '배민맛', '스벅맛', '체인지 룸 제너레이션'…… 현상과 세태를 반영하는 언어들을 보면서 모든 것들이 빠른 시대라는 걸 또다시 실감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중독되어 살아가나 보다.

 

 

9장에 걸쳐 살펴본 중독 문화 중 와닿는 주제들이 있다.

1장. 갓생 - 어른 되기 어려워진 시대에 어른 되는 법 -에서는 세계적인 현상인 갓생(god+生)을 분석하고 있다. 신이 살아가는 건데 일찍 일어나고 명상하고 물 한잔 마시는 등 소소한 일련의 일상 실천을 일컫는다. 저자는 이 모순부터 시작해서 갓생은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삶이라 말하고 있다. 씁쓸하지만, 평이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희귀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인지 "갓생 사는 법 공유함 : 다시 태어나."(p.31)라는 표현이 도는 거란다.

 

특정 스테레오타입으로 굳어버린 기준과 갓생의 문은 좁디좁아 청년들이 더 크게 좌절하게 된다. 그래서 과감히 저자는 갓생에 집착하는 것을 그만두고자 한다. 마케팅 산업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갓생에 목매달기를 그만두고 진짜 삶으로 눈을 돌리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3장. 방꾸미기 -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달콤한 말 -에서 독일의 영화평론가 볼프강 M. 슈미트가 <인플루언서>에서 "신자유주의하에서는 스스로를 가꾸고 파는 행위가 허용되고, 안팎과 공사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꾸준히 상품화해야 하는 요즘, 진짜 집은 어디에 존재하는지 아리송하다. 저자의 지적처럼 인테리어가 주거의 일부분일 뿐이다. 예쁜 집만 보여줄 게 아니라 기본적인 시설과 환기, 채광 그리고 치안이 잘 되는 안전한 집을 알고 싶다.

 

 

4장. 랜선 사수 - 그 많던 사수는 누가 옮겼을까 -에서는 '돌봄 노동'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인식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시대에 돌봄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만큼의 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는 더디고 힘겨우니 어찌 된 걸까.

 

 

6장. 안읽씹 - 톡포비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넘어 -에서 주장하는 '대화할 권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전화보다는 톡이 편해진 세상이지만, 개인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업무 관련도 톡으로 진행되면서 '톡포비아'에 대한 호소도 커지고 있다. 저자는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관계를 더욱더 진하게 만들어주는 침묵, 기다림의 공간을 지킬 수 있는 '대화할 권리'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talk, 톡의 사전적 의미로 회귀할 때이다.

 

 

9장. 좋아요 - #외로움 #중독 #사회 - 좋아요가 불러온 사회적 현상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하고 든 생각은 '좋아요'는 권력이자 지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박과 집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저자는 이를 끊기 위해 '괜찮아'를 제안한다. 괜찮아. 그냥, 괜찮으면 뭐 어때.

 

 


 

 

다양한 중독 문화를 읽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다른 주제와 사회 현상으로 시야가 확장되기도 하는 즐거운 집중 시간이었다. 사주에 대한 관심이 '1'도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대안 종교의 치유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만큼 숨 가쁘게 치열하게 인정받고자 자리 잡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이 그려졌다.

여가를 보낼 때 대부분 여기 소개된 9가지 중독에 치중한다면 도우리 작가처럼 비틀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쫓아다니는 삶 말고 만들어가는 삶을, 소비하는 삶 말고 채워가는 삶을 나눌 수 있는 중독을 사랑하고 싶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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