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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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때에는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프롤로그. 첫 문장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도망쳐야 한다. 그놈보다 더 빨리.

 

 

무언가에 쫓기는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강렬한 시작으로 시작한다. 주황색 표지를 한 장 넘기는 순간부터 이서의 목숨을 건 탈주에 빠져들어 함께 달리게 된다.

 

 

소설Y 대본집 #06 - 폭풍이 쫓아오는 밤 - 최정원 지음 - 창비

 


아빠, 신이서, 신이지. 주인공 이서네 가족 구성원이다.

열일곱 살 언니와 여섯 살 여동생, 11살 나이차 늦둥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지는 엄마가 재혼해서 낳은 동생이다. 엄마는 이서와 차를 같이 타고 가다 음주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로 죽었다. 이서는 그날의 진실을 가슴 깊이 묻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사랑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이서야, 우리 더 행복해지자."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야. 행복하려고 웃는 거지."

 


 

 

엄마, 남수하. 또 다른 주인공 수하네 가족 구성원이다.

열일곱 살 수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구 선수였다. 그 사람한테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행복했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니야. 안 돼. 싫어!"


 

 




 

이 소설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과 쾌락 그리고 '돈'이 응축된 비극이었다. 자신의 위용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탐욕은 어떤 짓이든 서슴지 않게 만들었다. 이 소설의 괴물은, 악마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소설 중반에 등장하는 악마에 관한 서사는 우리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폭풍이 쫓아오는 밤】 에 등장하는 악마는 과연 누구인가? 죄를 지은 자만을 벌한다는 악마의 이야기 앞에서 우리는 떳떳할 수 있는가? 세상에 태어나 못된 마음을 품거나 나쁜 말을 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결백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심술궂게 굴어야지가 아니더라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삶이다. 죄가 있다, 없다는 판단과 진위 여부는 누가 하는가? 그렇기에 악마는 죄인만 벌한다는 말은 사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더 큰 공포와 불안을 야기했고, 그 결말은 처참했다.

이런 이야기를 업은 악마를 탐하는 자와 허영과 돈을 좇아 악마를 돌보는 자가 불러온 재앙은 그 옛날 오지 마을을 집어삼킨 것처럼 이서네 가족이 모처럼 떠난 가족여행 장소인 하늘뫼 수련원을 송두리째 헤집었다.

 


 

신이서 & 남수하

이제 열일곱 살인 이 아이들은 마음에 큰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가족,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울타리가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이지만, 피로 연결된 끈끈함이 풀리지 않는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서와 수하는 사랑하는 가족과 사랑받고픈 가족, 결국 가족 때문에 힘들어한다.

엄마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서는 감정이 흐르지 못하게 동여맨다. 꽉 막힌 마음이 답답하고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워질 때쯤 달린다. 세상의 눈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공격적이고 전투적으로 뛰는 것이다. 뒤쫓아오는 상대를 내팽개치고,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꿰뚫고 나아가는 질주.

우연히 이서의 질주를 보게 된 수하는 이서에게 마음이 쓰인다. 한때 힘차게 필드를 누비던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이서의 팔에 있는 상처 그리고 이서 그 아이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족 여행을 온 이서와 교회 수련회를 온 수하.

둘 다 '하늘뫼 수련원'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어긋나게 하기 싫었다. 그리고 죄를 지은 사람만 벌한다는 괴물을 만났다. 아무렇지도 않게 괴물, 악마의 정체를 떠벌이는 박 사장과 함께 괴물을 잡기로 한다.

벌받아야 되는데 벌 안 받고 있는 그런 사람

 


이서를 괴롭히던 죄책감, 죄의식

수하를 괴롭히던 두려움

괴물을 잡으려는 두 아이는 그 고통과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그 사람처럼 될까 봐 두려웠던 수하는 계속 엄마 뒤에 숨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서와 함께 괴물과 싸우게 되면서 자신을 시험하고자 한다. 눈앞의 누군가에게 분노를 퍼붓기보다, 눈앞의 누군가를 돕는 게 먼저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부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야 한다.

 


지독한 집착, 악의로 이서를 찾는 괴물의 모습에서 자각을 하게 된 이서는 괴물을 똑바로 마주한다. 괴물은 그날 엄마가 기억하는 이서의 마지막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피하지 않았다. 분명 끔찍하고 상처 입었을 텐데 엄마는 이서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서를 마주 보려 했다. 꾹꾹 빗장으로 잠가뒀던 방 속 마음들을 엄마에게 다 쏟아내버리고 고개를 돌려버린 이서를 마주 보려 했었다. 이서는 엄마 대신 괴물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난 그만 달릴 거야."

"다시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거야. 나도 웃을 거야."

"웃고 싶어."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목숨을 건 긴박한 추격전에 덩달아 숨이 가빠지고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괴물 자체보다 그 괴물을 '밥'이라 표현한 회장 같은 인간의 암흑 같은 욕망이 악마라 불러야 할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 속 악마의 유희를 위한 공간에 발을 잘못 디딘 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행복해지고자 괴물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였다.

 

다시 가족을 잃는 것보다는 내가 죽는 게 낫다는 피맺힌 절규 같은 이서의 말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통감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결코 엄마가 원하는 바가 아닐 테다. 수하는 주위의 우려와는 다르게 그 사람과 동류일까 봐 두려워하고 외면하기만 했다. 괴물에게 쫓기는 끔찍한 상황에 처했지만, 이서도 수하도 상처를 딛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서와 수하, 이렇게 둘이 함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주 대신 마법의 힘을 믿기 시작한 이서와 다시 축구를 시작한 수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오늘, 다시 만난 그들의 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한순간에 읽히는 소설, 한편의 영화처럼 오감으로 와닿는  소설Y 대본집 #06 <폭풍이 쫓아오는 밤> 

조그마한 의심도 놓치지 않고 균열을 부르는 저주 대신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우리 더 행복해지자."

 

소설Y클럽 5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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