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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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트렌드에 자유로울 수 없다. 개성이 중요시되면서도 개성 또한 타인의 인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인이 중시되는 사회면서도 개인이 실종된 느낌이다. 플랫폼 안에서 끝없이 보여주고 누르고 평가하면서 소비되는 하루가 반복되면서 오프라인 세계의 '나'와 온라인 세계의 '나', 두 인격이 진짜를 가리듯 충돌하기도 한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도우리 지음/한겨레출판



그래서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가 들려줄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허심탄회 인정할 건 인정하며, 놓치거나 가려진 이면을 표면으로 끄집어내고자 하는 청년의 숨을 보았다. 또래들이 내쉬는 숨과 입김을 쫓아 도우리 작가가 선정한 9장의 중독 문화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사회문화를 똑바로 바라보게 된다.

향유하는 듯 하나 실제로는 가지지 못한 가상, 환상 같은 간극에서 오는 허탈 그리고 진정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같이 헛헛하다. 앞이 보이지 않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하던 것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다들 걸어나가니 무리에 휩쓸려나가게 된다.

 

이 이상하고도 오묘한 중독 문화를 제대로 해부해 보는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재밌으면서도 씁쓸하고, 나를 보는 듯해서 헛웃음을 흘리다가도 아차 싶어 통감하였다.

 

도우리 작가가 선정한 대표 중독 9가지

 

갓생·배민맛·방꾸미기·랜선 사수·중고 거래·사주·안읽씹·데이트앱·좋아요

청년의 시기를 이미 살짝 지나온 나로서는 다행히? 몇 가지 중독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하나에만 빠져도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라 굳이 9가지 중독 모두 경험하지 않더라도 빠져들어 읽게 된다.

 

신조어들을 접할 때마다 참신함에 놀라게 된다. 축약어, 신조어 등 특정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는 차이와 단절을 야기한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있지만, 언어의 역사성을 고려한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다만 언어의 변화가 재미나 멋뿐만이 아니라 본질을 잃지 않도록 사회구성원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신조어들을 접할 수 있다. '갓생', '안읽씹', '배민맛', '스벅맛', '체인지 룸 제너레이션'…… 현상과 세태를 반영하는 언어들을 보면서 모든 것들이 빠른 시대라는 걸 또다시 실감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중독되어 살아가나 보다.

 

 

9장에 걸쳐 살펴본 중독 문화 중 와닿는 주제들이 있다.

1장. 갓생 - 어른 되기 어려워진 시대에 어른 되는 법 -에서는 세계적인 현상인 갓생(god+生)을 분석하고 있다. 신이 살아가는 건데 일찍 일어나고 명상하고 물 한잔 마시는 등 소소한 일련의 일상 실천을 일컫는다. 저자는 이 모순부터 시작해서 갓생은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삶이라 말하고 있다. 씁쓸하지만, 평이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희귀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인지 "갓생 사는 법 공유함 : 다시 태어나."(p.31)라는 표현이 도는 거란다.

 

특정 스테레오타입으로 굳어버린 기준과 갓생의 문은 좁디좁아 청년들이 더 크게 좌절하게 된다. 그래서 과감히 저자는 갓생에 집착하는 것을 그만두고자 한다. 마케팅 산업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갓생에 목매달기를 그만두고 진짜 삶으로 눈을 돌리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3장. 방꾸미기 -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다는 달콤한 말 -에서 독일의 영화평론가 볼프강 M. 슈미트가 <인플루언서>에서 "신자유주의하에서는 스스로를 가꾸고 파는 행위가 허용되고, 안팎과 공사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꾸준히 상품화해야 하는 요즘, 진짜 집은 어디에 존재하는지 아리송하다. 저자의 지적처럼 인테리어가 주거의 일부분일 뿐이다. 예쁜 집만 보여줄 게 아니라 기본적인 시설과 환기, 채광 그리고 치안이 잘 되는 안전한 집을 알고 싶다.

 

 

4장. 랜선 사수 - 그 많던 사수는 누가 옮겼을까 -에서는 '돌봄 노동'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인식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시대에 돌봄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만큼의 제도 개선과 인식 변화는 더디고 힘겨우니 어찌 된 걸까.

 

 

6장. 안읽씹 - 톡포비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넘어 -에서 주장하는 '대화할 권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전화보다는 톡이 편해진 세상이지만, 개인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업무 관련도 톡으로 진행되면서 '톡포비아'에 대한 호소도 커지고 있다. 저자는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금지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관계를 더욱더 진하게 만들어주는 침묵, 기다림의 공간을 지킬 수 있는 '대화할 권리'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talk, 톡의 사전적 의미로 회귀할 때이다.

 

 

9장. 좋아요 - #외로움 #중독 #사회 - 좋아요가 불러온 사회적 현상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하고 든 생각은 '좋아요'는 권력이자 지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박과 집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저자는 이를 끊기 위해 '괜찮아'를 제안한다. 괜찮아. 그냥, 괜찮으면 뭐 어때.

 

 


 

 

다양한 중독 문화를 읽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다른 주제와 사회 현상으로 시야가 확장되기도 하는 즐거운 집중 시간이었다. 사주에 대한 관심이 '1'도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대안 종교의 치유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만큼 숨 가쁘게 치열하게 인정받고자 자리 잡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이 그려졌다.

여가를 보낼 때 대부분 여기 소개된 9가지 중독에 치중한다면 도우리 작가처럼 비틀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쫓아다니는 삶 말고 만들어가는 삶을, 소비하는 삶 말고 채워가는 삶을 나눌 수 있는 중독을 사랑하고 싶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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