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어른 - 어쩌다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김자옥 지음 / 북스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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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었다.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는데, 막상 '어른'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 모습에서, 다른 다 큰 어른의 모습에서.

어른이니까,

아니면 어쨌든 어른이니까

궁색한 핑계 말고

어른 다운 어른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런 어른>


저절로는 아니지만, 태어난 이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에게 부여되는 자리와 역할이 있다.

아기 - 유치원생 - 초등학생 - 중학생 - 고등학생 - 대학생 or 사회인 그리고 어른

어느 자리든 힘들다 하겠지만, 어른이라는 단계에 이르면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가정, 직장, 사회 전반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하며 현명하고 지혜롭고 배려심 넘치는 자세로 다른 세대들을 받쳐주고 이끌어주리라는 기대를 받기 때문이다. 적어도 어렸을 때 내가 생각했던 '어른'은 이러했다. 하지만 띠로리로~~  내가 막상 어른이라 불리우는 어른이 되고보니 그건 환상이고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어른으로서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어른이 될 준비가 필요했는데 무심했던지 부족했던지 <그런 어른>이 되지 못했다.

이 책의 묘미는 작가님과의 동질감을 느끼는 데 있다.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고 반응하는 이가 있구나.'라는 감동?이라든지, '생각을 글로 써서 전달하는 작가도 못하네.'라는 위안?이라든지.

'이제 우리 다같이 노력해보아요.' 이런 동지의식으로 <그런 어른>되기에 동참하려 한다. 작가님 말씀대로 어쨌든 어른이 되었으니, 좀더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어보자!


작가님처럼 먼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

-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는 어른

- 헐렁한 게 아니라 여유로운 어른

- 내 몫을 다하는 어른

작가님이 원하는 <그런 어른>에 공감하고 나는 유연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 어른> 김자옥 저/북스고>


숨바꼭질 같은 대화는 서로 지치게 만든다. 지킬 건 지키면서도 충분히 자기표현을 할 수 있어야 진짜 어른이다. 정말 진심이 뭔지 모를 정도로 꽁꽁 숨겨놓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보여주기 싫다면 인정, 하지만 그렇다면 진심을 몰라준다. 말을 해야 아나? 이런 태도를 보이면 안된다. 이해받고 공감받고 싶으면 진심을 드러내면 된다. 말하지 않기로 했다면 상대방을 탓하지 말고 자신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p.21


공감된다. 그리고 너무 자기 입장만 얘기하는 사람도 불편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이제 그만, 반복되는 패턴에 지치게 된다. 너무 많이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몫도 남겨뒀으면 한다. 그래야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사랑이란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것 아닐까. 그저 보고 싶고 생각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바라는 것, 추구하는 것이 뭔지 정도는 알고, 그걸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것까지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감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해야 진짜 사랑이다. p.68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사랑받을려고 한다. 그만큼 사랑하는 일은 힘든 일이다. 나 자신이 원하는 것,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주자. 어느 순간 보면 다 눈에 거슬리는 상대방의 행동, 습관이 서로를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 것처럼, 그런 사람이고 편한 것 뿐이리라.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대화로 풀어보자. 우리는 어른이니까. :)

 


살면서 내가 정한 예상 답안만 줄여나가도 삶이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그럼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p.82


답정녀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뜨끔한 이야기였다. 나는 질문까지 답을 예상하고 물어보는 중증환자이다. "너는 이런 거 안 좋아하지?" 내가 뭔데 남 취향까지 정해주는 거지? 나조차 의아한데 상대방은 얼마나 어이없을 지. 고쳐야 하는 데 생각만 가득하다. 예상 답안을 줄이고 좀더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다.

 

아이를 낳았다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당연히 줘야 하는 사랑인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내가 낳아준 게 아니고 아이가 태어나준 거니까. p.105


'낳음 당했다' 표현에 적잖이 당황했다. 태어났다. 낳아줬다. 세상에 한 인간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표현이지만 의미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이가 태어났다.' 로 정했다.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리 곁에 있을 때 맘껏 사랑해줘야 겠다. 사랑한다, 울 튼튼이, 튼실이 .

 


(p.142)나이를 먹어서 책을 안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확실히 표시가 났다. 생각이 좁고, 고집스럽고, 마음이 너그럽지 못했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자.


(p.152)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인정하는 순간 한계를 극복하고 넘기보다는 한계라는 거친 파도를 유연하게 타게 되었다.


(p.159)괜찮은 실패의 맛을 알아가다. 조금씩 실패에 의연해지려고 하지만 아직도 실패가 두렵다.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낙담만 하고 있지않고 실패의 맛을 꼭꼭 씹어가며 느껴본다는 것이다. 실패의 매운 맛이 성공의 단맛을 부를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꽤 괜찮은 실패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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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단편 주 <표제작> 숏컷이 담아내고 있는 주제의식이 눈에 띄네요.

'균형을 맞추는 추로써의 페미니즘'

왜곡되어가고 있는 페미니즘을 청소년 문학에 어떻게 접목시켜 이야기해나갈 지 궁금합니다.

숏컷, 성인들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스타일인데 한창 외모에,타인의 시선에 신경쓸 나이인 십대가 숏컷으로 본인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새롭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환경과 가정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십대들의 분투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https://blog.naver.com/jamo97/22243007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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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 카운터 너머에서 배운 단짠단짠 인생의 맛
봉달호 지음, 유총총 그림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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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봉달호 저/유총총 그림 ⓒ시공사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생긴 지 어느덧 30여 년이 흘렀다.

이제 편의점이 없는 거리가 없을 정도로 익숙해지고 많아졌다. 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정들은 잘 모른다. 이렇게 유쾌한 봉달호 작가님께서 본캐 점주로서의 삶을 풀어내지 않았다면 말이다.

 

부캐 작가로서 편의점에서 펼쳐지는 일상들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얘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모이고 지켜져 단단하고 폭신해지는 관계가 된다는 작가님의 말씀!

여러 글 중 <냉정과 열정 사이>가 기억에 남는다.

편의점 운영 초기에 장담하는 일을 자주 했던 작가님.

손님과의 약속이 몇차례 어긋나고는 사무적으로 변하게 되었단다. 약속을 어겨 손님을 울게 만들기도 하고, 사가겠다는 약속해 준비해놨더니 노쇼를 당하기도 하고, 알바생들과의 불협화음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냉정과 열정 사이,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시월의 오후 2시쯤 되는 그런 온도가 좋은 것 같단다.

편의점 하루에 녹아있는 인생사 얘기를 봉달호 작가님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온도로 풀어내고 있다.

매년 편의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는다. 

 


 

쉿! 우리만 알아요.

편의점 곳곳에 숨은 비밀들을 이렇게 다 말해도 되는 것인가 싶다가도 우리는 "오~~ 아~~ 에고~~ 하하하" 공감하면서 읽으면 되지 싶다.

편의점에는 여행권이 걸린 대회가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 이제 편의점에 들렀을 때 유독 특정 상품이 눈에 띄면 '아, 혹시~~'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

'오롯이 한 생명체의 힘으로' 생산되는 유일한 제품이 있다. 바로 우유!!!

우유를 상품 자체로 마시기도 하지만, 이용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라테, 빙수, 아이스크림 등 여름이 되면 우유 소비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소는 여름이면 힘들어 생산량이 준다. 반대로 겨울이 되면 힘이 넘쳐 생산량이 증가하는 데 우리가 오히려 소비량이 준다. 그래서 젖소들이 힘들다. 인간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 오늘도 젖소들은 힘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젖소야,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진짜인가 가짜인가> 편이 인상적이라 잠깐 쉬어간다. 편의점에는 특이한 상품들이 많다. 이름이나 모양만이 아니라 별의별 걸 다 판다. 반려견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는 본사 안내장에 당황하는 작가님. ㄴ@.@ㄱ

소매업, 외식업, 통신업, 물류업에 이어 금융업까지 진출하다니, 정말 없는 것 없는 편의점 월드이다.

작가님의 복제품과 돌려 막기 재탕들에 대한 염려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과 대세라면 무조건 쫓고 보는 세태가 당혹스럽고 염려스럽다.

 

젖소, 호빵, 호빵 찜기 등을 의인화해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좀 더 경청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다들 이야기를 잘하는 친구들이다. :D

 



 

코로나19, 어둠의 끝자락은 보일락 말락 아직 희미하지만 가족, 이웃, 친구, 동료가 있어 끝내 이기리란 희망만큼은 또렷하다.

 

<네 전화에 심장이 쿵쾅거려>

코로나19 초창기 때 너울인 줄 알고 늘어나는 개인위생용품 판매량에 좋았던 작가님. '겪어본 일'의 반경 안에 있던, '예상'의 범위 안에 있던 일인 줄 알았는데 해일이고, 지진이고, 끝도 없는 터널이었다.

"올 것이 왔다."

작가님 친구분인 정욱 씨,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을 꼭 전화로 이렇게 알린다.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전화하지 말라는 작가님 말을 뒤로하고 계속 전화를 하는 근성의 사나이다. ♡

"네 맘 이해해. 힘내자."

"이 말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다. 힘내."

 

정말 코로나19로 다 힘들지만, 특히 자영업자들이 다각도로 타격을 받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 힘든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생업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다. 얼른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극복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코로나19로 부서진 일상이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나만이 힘들고 나만이 죽을 것 같다. 그런데 나만이 아니었다.

다 그렇게 힘든 터널을 건너고 있음을 아는 순간, 손을 잡아주고 일으켜 세워주고 어두운 길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리, 모두 힘내요.

 




 

불확실 가운데 나름의 확실을 구하며 느릿느릿 걸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내일을 지킨다.

 

<사라진 이름들>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참 많은 것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편하고 좋고 깨끗하다. 그래서 '편의'점이다. 그럼에도 역시 뭔가 쓸쓸한 공기가 피부를 훑고 지나간다. 누군가의 편의 뒤에 울면서 떠난 이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볼 수 없는 개인 슈퍼마켓, 도매상, 대리점, 영업소 등 중간 상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경제성, 효율성, 편리성 이런 이유로 떠난 이들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을 눈물로 썼다는 작가님 에필로그를 읽고 뜨끔했다. 이 시국에도 잘 버티고 있구나. 유머로 이겨나가고자 힘을 내는구나. 생각했는데, 마음으로 울었다는 글에 마음이 아팠다.

날씨는 이미 열대야인데 왜 상황은 시베리아 벌판인지. 녹지 않는지......

 

내가 살려고 웃었다. 그것까지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것만 같았다.

 

본캐 점주, 부캐 작가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봉달호 작가님, 신발 끈 묶고 자신만의 출발선에 섰다.

자, 달리자.

 

편의점 안에서 변해가는 주위 풍경을 바라보고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가늠하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 평소와 같은 오늘을 이어가는, '지키는 삶'이라 여운이 남는다.

덕분에 특별하지 않더라도 하루를, 오늘을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지키고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코로나19 팬데믹 잘 이겨내고 마스크 벗고 웃고 싶다.

코로나19로 힘든 일상 속에서 즐거운 소재들을 찾고 찾아 웃음과 힘을 북돋아주고, 일상 속에 숨은, 깨닫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소박하지만 소중한 믿음까지 전해준 고마운 책이다.

유쾌한 봉달호 작가님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유총총 일러스트레이터님 조합으로 이런 색감 톡톡 터지는, 상큼한 책이 탄생했다. 울적할 때마다 지칠 때마다 곁을 지키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깜빡할 때마다 펼쳐볼 것이다. ☆


<시공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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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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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호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구부러진 계단>

딘 쿤츠에 의해 탄생한 제인 호크.

그녀는 유능한 FBI 요원에서 지명수배자 신세로 전락하였다. 남편인 해병대 출신의 닉이 갑작스레 자살을 선택한 이후,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조직을 배신했다는 누명을 쓰고 일급 지명수배자가 되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 닉과 아들 트래비스와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런데 닉이 갑자기 자살을 했다. 결코 그럴 리가 없는 그였기에 조사를 하던 중

테크노 아르카디언

자기들이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살해하고 수십만 명을 나노머신 뇌 임플란트로 노예화하려는 권력집단

마주하게 된다.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제인.

그녀의 세 번째 여정에 동참하게 되었다.

출판사 연재 글을 통해 처음 접했던 <구부러진 계단>은 사이먼 예그에 대한 분노와 작가인 슈클라 쌍둥이 남매를 향한 알 수 없는 추적이 펼쳐져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책을 제공받아 읽게 되면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파악하면서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그 끔찍한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제인 호크의 힘든 발걸음에 마음이 쓰였다.

통제 메커니즘 키워드

나랑 만주놀이 하지 : 만주가 만든 대통령 후보 - 허수아비 지도자(리처드 콘돈 저 1959년작)

아이라 삼촌은 아이라 삼촌이 아니다 : 신체 강탈자의 침입(잭 피니 저. 1955년작)

아우프 비더젠 : 그럼 다음에 보지(독일어)


이 키워드의 조합들을 봐도 이 조직의 검은 속내를 알 수 있다. 어떻게 타인의 의지를 없애고 명령에만 충실한 기계 같은 상태로 만든다는 반인륜적인 사고를 하고 그를 현실화하고 권력화할 수 있는지. 생각만으로도 구역질이 난다.

제인의 남편 닉 또한 그들에 의해 희생된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들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오는 제인에게 그들은 누명을 씌워 지명수배자로 만들었고, 아들의 생명까지 위협했다. 제인은 결국 사랑하는 아들과 ‘아르카디언들에게 영혼을 빼앗긴, 앞으로 빼앗기게 될 수많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제인은 테크노 아르카디언의 핵심 인물인 '부스 헨드릭슨'를 심문해 아르카디언이 시작된 곳으로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극단적인 방법을 단행한다.

"네 어두운 정신세계조차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상상하기 힘들 테니까."

이 일은 평생 제인을 놔주지 않을 쇠사슬이 될 것이다.

사이먼 예그를 심문하는 일부터 부스 헨드릭스와 함께 숨겨진 진실을 찾아 최초 투자자 애너벨 클래리지 소유의 타호 호숫가 주택으로 떠나는 여정 모두가 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과의 이별을 끝내고자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부스 헨드릭스를 잡기 위해 심문한, 사이먼 예그의 잔혹한 일들은 권력과 재력으로 살아가는 이의 재미나 놀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뿌리 깊은 증오가 원인이었다. 사이먼이나 그의 이부형제 부스 또한 어머니 애너벨에 의해 인간성이 파괴된 채 양육되어서 소시오패스로 자라게 된 것이다.

드디어 제인은 그 모든 비밀을 간직한 구부러진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계단은 인생이다.

소년, 인생의 진실, 이 어두운 세상의 진실,

잔혹하고 악랄한 인류의 진실.

통제 메커니즘 앰플에 의해 희대의 살인극을 벌이고 생을 마감하게 되는 안타까운 슈클라 남매 작가 얘기는 경악 그 자체이다. 그들이 햄릿 리스트에 오르게 되는 이유는 어이가 없고, 그들을 추적하면서 동원되는 인력, 자원은 모두 현실적이고 지금도 가능한 여지가 있어서 더 무섭고 끔찍했다.

CCTV 설치가 안전을 지키는 방법인 동시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 디지털화가 생활의 편리함과 일처리를 빠르게 하는 면이 있지만, 이 또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뚜렷해진다.

테크노 아르카디언들의 일처리 능력을 보면 그 위험성은 매우 커진다. 곳곳에 설치된 CCTV, 자동차와 휴대폰 GPS, 헬리콥터,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할 수 있는 아르카디언 집단은 그 권력으로 제인과 제인 친구들을 사냥개처럼 몰아붙인다. 이런 IT 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편리하게 하지만 악용의 여지가 있어서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슈클라 작가 남매가 앰플을 맞지 않기 위해 끝까지 도망치는 모습과 잡혀서도 치열하게 반항하다가 앰플을 맞고 개조되어가는 과정은 이 아르카디언 집단의 잔혹성과 대비되어 가슴아리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이모에게 사기를 당하고 어렵게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아 좋아하는 일로 자신들의 인생을 채워가고 있는 여린 생명들을 그렇게 잔혹하게 짓밟고도 태연하고 당연하다는 태도에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싶었다. 인간의 형상이라고 다 인간은 아니지 않은가.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하는 아르카디언은 세상을 그들의 입맛대로 설계하고 싶었을 뿐, 권력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그 끔찍한 만행을 시작하고 계획한 애너벨. 다음권에서 과연 제인과 조우할 것인지 궁금하다.

<북로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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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을 권리 - 팬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강우성 옮김 / 엘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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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벌써 2년째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건강에 대한 의식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강한 지금,

역사학자 티모시 스나이더의

<치료받을 권리>

저자의 병상일기를 바탕으로

작금의 상황뿐만 아니라

미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

미국 정치의 무능과 독선,

미국 사회시스템의 부조리로 무대를 확장시켜

강하게 비판하고 분노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인간으로서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논하고 있어

그 사유와 성찰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저자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에 걸쳐

다섯 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12월 3일 복부 통증으로 찾은 독일 병원에서

맹장염이라는 상태를 간과했고,

맹장이 터져 결국 12월 15일 미국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은 간 병변을 발견했음에도

치료도 하지 않고 재검사도 하지 않았고

거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항생제도 제대로 처방받지 못하고

2차 감염에 대한 주의도 듣지 못한 채

생활하다 손발이 욱신거리고 마비 증세가 와서

12월 23일 병원에 다시 입원을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다음날 퇴원을 하게 됩니다.

12월 29일 응급실에서 방치되다가

결국 패혈증 상태까지 가서

간 수술을 받았습니다.

정말 한편의 코미디 같은 일인데,

현실이라고 하니 기가 막히네요.

저자가 그 상황에서도 사유하고 성찰하며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니,

천상 학자인 듯합니다.



우선 지구 최강국 '아메리칸드림'이라

일컬어지는 미국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차 충격이 가시고,

미국의 상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살펴보면 수긍이 갑니다.


대학생 시절 보험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언급하셨던

덴젤 워싱턴 주연의 <존 큐> 영화가 있습니다.

그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팬데믹 상황이고, 아이들이 성장하여

'같이 봐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지난달에 온 가족이 다시 보았습니다.

2002년도 작품인데 의료민영화의 폐해를

평범한 가정의 몰락과 처절한 가장의 분투로 그려낸 수작입니다.

더욱이 그 가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응원해 주는 시민들의 힘으로

아들이 수술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미국은 민영의료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이윤을 목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건강보험제도가 없어서

민간보험으로 개인이 스스로

건강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 안에서 환자는 사람이 아니라,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이들, 준비된 이들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이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건강하려면 어느 누구나

나이, 인종, 지위, 국적 그 온갖 구분을 지우고

적정한 의료를 공평히 똑같이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의 소외층이 의료 분야에서도

당연하게 외면당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 계속되면서

소외층 만이 아니라,

장인이 의사이며,

친구도 의사이고(하물며 동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역사학자인 엘리트층인

저자 또한 어이없는 의료를 경험하게 됩니다.



 나는 옴짝달싹 못 한 채 분노에 찬 나를 느꼈다. (p.13) 

 내 분노는 어떤 것에도 향해 있지 않았다. 

 나는 내가 없는 세계에 분노했다.(p.14)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세대가 느낀 간절한 권리는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책에서 좋은 예로 소개된 우리나라는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체적으로 잘 대응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파른 확진자 상승세로

오늘 4단계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확진자 수가 안정화되면서

경제 보완책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2020년 초, 전 세계를 경악게 한

코로나19 등장한 때로

회귀한 것 같은 무력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다시 일어나야 하기에

<치료받을 권리>의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귀 기울여야 할,

몇 가지 교훈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1. 의료보장은 인권이다. 

- 의료보장을 정치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진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 의료 보장이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특별한 혜택이 되면, 혜택받는 사람들을 비인간적으로 만들고 혜택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개인으로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모두 함께 집단적 고통을 만들어내게 된다. (p.53)

- 모든 인간은 질병에 걸릴 수 있으며 평등하게 치료받을 권리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선의로 가는 노력이다. (p.57)

- 마약성 약물 남용으로 인한 의료시스템이 위기에 처해 있다.(p.75)

토마스 제퍼슨은 건강이 도덕성 다음으로, 좋은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미국 건국시조들이 중히 여겼던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개인이 혜택을 얻는, 연대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2. 소생은 아이들과 더불어 시작된다. 

- 오스트리아에서 첫아이를 출산한 경험과 미국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미국의 상업적 민영의료 시스템을 뼈저리게 체험하게 된다.

- 오스트리아에서는 목적이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복지에 있고, 미국에서는 이윤에 있었다.

- 육아에 대한 정책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다른 미국인에 비해 육아휴직 등 나은 상황이었기에 인식하지 못했던 미국의 육아휴직 표준은 처참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상대적인 만족감 때문에, 전체적인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진창이며 개선의 여지가 많은지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이다. (p.95)

아이를 키우는 일이 한 부모 혹은 한 가족이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는 크다. 공공병원에서 공립 유치원, 실질적 육아휴직, 유급 병가, 공공 돌봄 서비스 등 사람들을 한데 뭉치게 하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게 해줄 연대의 인프라이다.



 3.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질병에 관해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면 억압을 불러오게 된다. 정치가들에게 당신의 몸을 감시하고, 집단 사망에 이르게 하는 감정들로 당신을 조종해달라고 요청하는 꼴이다. (p.125)

- 진실은 노력으로 얻어진다.

-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는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고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진실을 감추는 힘썼다.

- 사실을 만들어내는 방식인 의료 검사와 보도는 트럼프 정부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건강이 앎에 달려 있기에 진실의 죽음은 사람들의 죽음을 초래한다. 진실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죽음 또한 초래한다. (p.149)



 4. 의사들이 권한을 가져야 한다. 

- 상업적 민영의료 시스템 내에서 의사는 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 근본적인 셈법이 돈벌이인 시스템(p.168)

- 코로나 팬데믹에서 민낯이 드러났고, 의사와 간호사들의 자유는 포박당했다.

- 의사들은 가능한 한 많은 환자를 진찰하라는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기계의 부품이라고 느낀다.(p.177)

의사들은 과학뿐만 아니라 치료에 내재된 인본주의 또한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한을 의사들에게 부여한다면 우리 모두는 더 건강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p.183)






전 세계에 걸쳐 의료보장이 인권으로 확립되는 데 기여한

미국에서 의료보장이 인권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시장경제 관점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저자는 꼬집습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존중될 때 더 잘 작동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자유라면,

우리는 인간의 자유를 시장의 독단에 희생시킬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자유를 위해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p.192)



진실이 잔혹하더라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진실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를 위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우리가 인간답게 자유롭게 살기 위해

분노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는 하루입니다.



<엘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디캣책공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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