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올리브 (사인인쇄본)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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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태양 아래 올리브/ 김초엽 장편소설/ 자이언트북스




김초엽스런, 김초엽다운, 김초엽 특유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현실과 감정의 세계가 공존하는

감각적인 공간을 창조하였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태양 아래 올리브]는 과학과 종교,

양립할 수 없을 듯 평행선상에 존재하는 두 영역 사이에

가지가 뻗어나가는 이야기로,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고민과 질문을 깊이 있게 탐색한다.

인류의 역사상 오랜 시간 대립하며 뿌리 깊게 유지되어 온

이성과 감정의 영역, 하지만 우리는 결코 과학과 종교 어느 한 가지를

완전히 배제한 채 살아갈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인식하든 안 하든, 뜻하든 안 하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모순 속에서 질문이 태동한다.

김초엽 작가는 과학적인 소재로

존재에 관한 질문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인간은 무엇인가?',

'마음은 무엇인가?',

'영혼은 무엇인가?' 등등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뼈 있는 질문을 던지며 사유를 유도하고 시야를 넓혀준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과학기술의 진화가 가져올

예측 가능한 변화와 그로 인한 충돌과 혼란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선으로 나누어진 세상에 그 선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유의미한 물음을 던지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과학적 이론과 철학적 접근의 분량이 큰

작품을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는데

오열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무조건 항복이다.

사람을 향한 연민과 사랑, 자연과 우주에 바치는 찬사와 경이,

과학에 대한 신뢰와 견제를 아우르는

[태양 아래 올리브]는 우리에게 또다시 묻고 있다.

'인간은 무엇인가?'

책을 읽고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이레와 솔민의 우정이 영감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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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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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소설/ 다산책방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작가가 애틋함 가득한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딸이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서로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아픈 어머니를 브라질에 홀로 두고 먼 이국 땅으로 공부하러 온 딸이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해가는 분투와 엄마와 추억을 떠올리는 그리움 가득한 고민과 걱정이 함께 하는 일상의 기록이다.




엄마와 딸, 그 끈끈한 사이를 평범하게, 담담하게, 진솔하게 그려내어 읽는 내내 눈시울이 촉촉하고 마음이 시큰거렸다. 자신을 어머니로 만들어준 딸의 부재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빈자리에 더해져 엄마의 우울증은 심해졌다. 딸은 영상 속 엄마를 지켜보고 질문에 타국에서의 일상을, 느낌을, 감정을 공유하고자 답한다. 먼 거리를 물리적으로 감각하고 허탈하고 쓸쓸해지기도 하지만 엄마와 딸은 서로를 가까이 느끼고 함께 하기를 소원한다.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며 미국에서 새로운 내일을 꿈꾸는 청춘이자 떠나온 고향과 엄마가 공유한 그들만의 추억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딸. 불안하고 걱정이 많지만 딸의 꿈을 위해 기꺼이 딸의 날갯짓을 응원해 주는 엄마.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많은 부분을 함께 하고픈 가족이면서도 친구이기도 한 이 모녀의 특별한 우정은 진한 감동을 주었다.

우울증, 한부모가정, 유학 등 어찌 보면 평범하고 어찌 보면 범상치 않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풀어나가는 배경에는 작가 본인의 경험이 있었다.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모녀의 깊은 유대는 어머니가 브라질 나타우에서 스물일곱 시간 비행 끝에 딸의 공간 미국 버몬트주로 와서 보낸 일주일의 시간에 최고치에 이른다.

고향을, 엄마를 떠나온 이후 미국 문화에 젖어든 자신을 돌아보며 할머니의 치킨 수프를 엄마와 같이 만들어 먹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대목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둘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충만해서, 사랑이 가득해서 부러울 지경이었다. 엄마이자 딸인 나는 자연스레 나의 어머니를, 나의 딸을 떠올렸다. 이토록 진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나눈 적이 있던가.




다가오는 이별이 아쉬워하는 행동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다. 소울메이트. 이제 모녀는 서로의 일부를 간직하며 두 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진정한 우정과 사랑, 연대를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소소하고 자잘한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지켜보고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다정하고도 단단한 여자들의 이야기에 뜨거운 감정으로 온몸이 가득 찼다. 그리고 무척이나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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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윤채근 지음 / 북레시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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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윤채근 지음/ 북레시피

[고전환담]으로 우리네 역사에 상상력을 더해 맛깔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윤채근 작가가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으로 찾아왔다.



"나의 삶은 놀랍고 훌륭했지만

치욕적이기도 했다."



'페이퍼 체이스'는 종잇조각을 떨어뜨리며 도망가는 자를 술래가 쫓는 게임으로, 숨바꼭질과 비슷하다.

저자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숨 가쁘면서도 치밀한 페이퍼 체이스를 시작한다.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은 특색 있는 캐릭터들로 이야기의 짜임새를 더 견고하게 한다. 

일본인과 조선인, 경찰과 독립운동가.

대립이 명확한 관계들의 갈등과 추적뿐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상황에 따른 모호한 연대가 더해져 시대적 각성, 민족의식, 애국심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공감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독립운동가 김혁은 정확한 정보 없이 떨어진 종이를 주우며 목표에 접근해나가야 하는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자 중경에서 경성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경무국 경부와 헌병대였다. 스무 살 김혁과 정의감 넘치는 무도인 야마시타 경부와의 강렬한 첫 만남 이후 흩어진 정보들을 찾아 조각을 제자리로 배치해가며 큰 그림을 파악해나가는 전개는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전쟁을 둘러싼 이권 싸움에 휘둘린 인물들은 일제에 의해 암흑에 끌려들어간 조선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박제당했다. 페이퍼 체이스에 동참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했다. 팩션이지만 나라 잃은 백성이 겪는 설움에 울컥 가슴에 치미는 뜨거운 무엇을 여러 번 삼켜야 했다. 조선인으로 태어났지만 일본인으로 키워진 다나카 코코 시즈코가 '최혜심'으로 각성해가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독립운동가였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변절한 불곰 박판출, 어린 나이에 부모를 다 잃고 아나키스트가 된 광복대원 김혁, 경찰 조직에서 배제된 우직한 무도가 야마시타 경부, 가난한 조선 민초들을 치료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란뽀 노사…



시대의 격랑에 부딪치며 생존 혹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인물들이 그려낸 오늘은 먹먹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어머니 최혜심의 유서로 시작된 이야기는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돌고 돌아 남북이 분단된 현재로 회귀한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실을 가슴에 묻고 아들 김욱은 살아남았다. "살아남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니까."

윤채근 작가는 우리를 1942년 경성으로 초대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점'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흔적을 쫓아 기록하고 있다.


"모든 건 1942년 가을 운명처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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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의 만남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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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의 만남/ 강인숙 지음/ 열림원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의 신작 [서울과의 만남]이 출간되었다. 전작 [성안집 사람들]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년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 [성안집 사람들]을 이어 [서울과의 만남]은 해방 후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선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오는 1945년 11월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952년 3월까지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짧은 시기에 작은 영토에 발을 딛고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겪게 된다. 한번 선이 그어진 한반도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분단국가이다. 저자 강인숙 관장은 해방 후 혼란기와 6ㆍ25 전쟁이라는 현대사의 풍파가 평범한 가정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담백한 문체로 써내려나간다.

이제 93세의 고령자가 된 그가 80여 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시절을 회상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묵직한 무게감으로 마음을 깊숙이 파고든다. 피란 열차의 꼭대기, 지붕에 올라타 떨어지지 않게 가족 모두 꽁꽁 묶은 채 남으로, 남으로 온갖 매연, 먼지와 함께 힘겹게 서울에 도착하였다. 가진 것을 모두 두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챙겨온 귀중품마저 도난당한 피란민의 눈에 비친 서울은 신기하기만 하였다. 낯선 서울의 환경에 익숙해져가고, 문화를 알아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서울의 문화를 소화해야 하는 게 저자에게는 큰 과제였다.

[서울과의 만남]을 접하면서 현대사의 굴곡을 좀 더 미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념 대립이 전쟁으로까지 번져 수많은 목숨이 전장에서 사라지고 가족끼리 함께 하지 못하고 분리되거나 납북, 실종되는 뼈아픈 고통을 절절하게 감각할 수 있었다. 피란민의 처지라 어쩔 수 없는 사정에 감내해야 했던 포기와 좌절 그리고 남동생의 죽음까지 숨돌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상황들이 야속하기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숨을 고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숙 관장과 가족 그리고 주변 이웃, 친구들의 삶은 먹먹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적이라 여겼던 일본인이지만 평범한 여인의 호의를 베풀었던 시메지마 부인 그리고 적산가옥, 평생 친구가 된 경기여고 동창과 선생님들과의 추억은 비상시를 훈훈하게 데워주는 온기이자 햇살이었다.

그 높은 향학열과 주도적 삶을 향한 열망 그리고 꿈꾸는 열정을 지닌 강인숙 관장의 생애의 불씨였을 소녀기는 '비상기'였다. 함경도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군산으로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어찌 무겁지 않았겠냐만 글로 만나는 지금, 그 두려움과 떨림, 고통, 좌절, 슬픔 모든 감정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서울, 강인숙 관장이 만나고 살아온 그 서울이 그에게 그토록 모진 기억만 주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울스럽게' 늙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전쟁은 많은 것을 부수고 무너뜨렸지만, 인간은 또다시 삶을 이어나간다. 학교를 세우고 땅을 일구고 문화를 보존하고 아이를 양육한다. 비참함 속에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같이 성장해간 평범하고도 위대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서울과의 만남]에서 만났다. (나름) 풍요롭고 평안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반성하고 감사하며 오늘을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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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문학동네 청소년 80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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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최상희 소설/ 문학동네




[B의 세상]으로 약자의 세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최상희 작가가 이번에는 기묘하면서도 몽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내성적인 뱀파이어』소설집은 여섯 개의 특이하지만 호기심이 피어오르는 세계로 이루어졌다.

공통적으로 고양이 혹은 개가 등장하고, 잘 알지 못했던 두 존재가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관계로 발전해나가는, 신비한 여정을 풀어내는 이야기들이다.






기묘한 설정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서서히 마음을 파고들어 고통, 외로움, 상실을 어루만져 준다. 깊숙이 박힌 가시 같은 상처가 아물 수 있게 하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이다. 같이 산책하거나 맛있는 것을 나눠 먹거나 내성적인 먹방을 찍거나 모래 뺏기 놀이를 하거나 곁에서 지켜봐 주거나. 이 평범한 일상을 하루 이틀 공유하며 쌓여가는 감정이, 유대가 닫혔던, 무너졌던 마음을 추스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만들어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로 잔잔한 파도처럼 찰랑찰랑 감겨오는 감정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친구는 숫자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나를 알아주는, 바라봐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내성적인 뱀파이어]에서는 그 존재가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관계의 소중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는 각자에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어떤 것이든 다 괜찮으리라. 그 속에 품은 다정함을 지금 이 순간 나눌 수만 있다면.





최상희 작가가 건네는 기묘한 세계의 초대장, 『내성적인 뱀파이어』으로 이상하지만 따뜻한 소통과 위로의 문을 두드려 보자. 그래야 주문 많은 고양이를, 그림자 개를, 내성적인 뱀파이어를, 고양이 목도리를, 반려묘가 환생한 어느 행성 주민을, 수다쟁이 앵무새를 만나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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