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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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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산문/ 한겨레출판
말간 소설가 김금희 작가가 세상 끝 깨끗한 남극대륙에서 보낸 여름 한 달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왜 그는 남극에 가고 싶었을까?' 작가 본인에게 묻지 못하는 이 질문을 가족에게나마 물어보았다.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자연 속 펭귄을 보고 싶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껴보고 싶어서." 제각각 이유지만, '남극'이 지닌 특별한 의미가 새삼 전해져 왔다.
왜 김금희 작가는 그토록 남극에 가고 싶어 했을까? 읽기 전에는 이 질문이 컸지만, 읽는 중, 읽은 후에는 '남극' 그 자체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에 매료되었다.
취재차 갔던 그의 포지션이 '식생 팀원'으로 세종 기지 팀으로 자연스레 흡수되어가면서 들려주는 일상 하나하나가 새로웠다. 태초의 지구 상태인 남극에서 지구를 위해,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이의 땀들이 김금희 작가의 시선을 통과하여 대한민국 여기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독자인 우리에게 닿았다. 그 귀한 마음이, 순수한 열정이 이어져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종으로서 자연에 대한 경외를 새삼 가슴에 품게 되었다.
정말 아름다운 새해 첫날의 여름이라고.
김금희 작가가 2024년 2월 한겨울에 찾은 남극은 여름이었다. 과학자들과 함께 남극살이를 시작한 작가는 남극과 세종 기지의 이모저모를 이방인이 아닌 팀원으로 녹아들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남극 펭귄, 물개, 바다표범 외 스쿠아, 옆새우, 지의류, 남극 대구, 고래 등 다양한 생물의 생태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위해 남극의 세종 기지에 모여들었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남극의 자연을 채집하고 연구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진심이 전해져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바로 걔가 궁금해!
그런 이유들을 알아서 뭘 할 수 있을까?
목적과 효용성의 잣대를 떠나 순수한 호기심의 답을 찾아가고, 그 연구를 활용한 경제적 활동, 사업을 상상하는 여정 모두 소중하고 귀하게 다가왔다. 제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있고, 그들을 취재하여 널리 알리는 사람이 있어 우리는 남극의 여름을 감각할 수 있었다. 실로 놀라운 연결선상에 존재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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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세종 기지에서 만난 이들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고, 아빠이자 엄마이기도 했다. 가족을 두고 이역만리 떨어진,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공간에서 타인들과 밀도 높은 관계를 이어가는 그들의 개인 서사가 다정하고 애틋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김금희 작가의 아버지 병환 일화가 마음에 얹혔다. 위로해 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응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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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투 펭귄, 턱끈 펭귄, 아델리펭귄, 옆새우, 낫깃털이끼, 세종봉, 백두봉, 맥스웰만, 마리안 소만, 유빙 등 남극의 자연 생태계와 교감하며 국적을 넘어 각별한 협력을 나누는 남극의 기지들을 보면서 지구의 내일을 희망하게 된다. 남극마저 온난화에 조금씩 무너지고 있지만 그래도 어쩌면…….
이 대륙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남극을 다녀온 후 '등산'을 하겠다고 결심한 김금희 작가처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떠나는 이유는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벗어나 남반구 끝 남극으로 간 그가 그곳의 생활을 여행도 취재도 연구도 아니라 '사는 것'이라 회고하는 바를 깊이 공감한다. [나의 폴라 일지]는 그의 표현처럼 관계를 만들고 대화를 나누고 호의, 기쁨, 감동과 경이, 긴장, 때론 불안과 불쾌 같은 순간순간의 감정을 지닌 채 일상을 만들어나가는 하루가 기록된 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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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경외와 종교적 매혹, 두려운 감동이
뒤섞인 누미노제의 경험이 남극에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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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여준 남극의 자연 그리고 사람들이 글과 사진으로 깊이 새겨졌다. 다시는 가지 못할 남극에 대한 그리움과 오롯이 새겨진 기억들이 현실의 땅에서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