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비밀 창비청소년문학 143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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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소란한 비밀/ 강은지 장편소설/ 창비



"익명의 공간에서 때로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아니, 어쩌면 어느 때보다 더 나 자신이 된다."



누구나 비밀을 품고 살아가지 않을까. 쉽게 털어놓을 수 없으니 비밀인 거다. <소란한 비밀>의 친구들처럼 비밀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온과 친구들은 그 거짓말이 올가미가 되어 스스로를 갉아먹을 줄은 결코 몰랐다.







<소란한 비밀>은 비밀과 거짓말을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진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품게 되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다.


전작 <루시드 드림>에서도 느꼈지만, 강은지 작가는 십 대 청소년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아직은 단단히 여물지 않은 그 속이 어떻게 차오르는지 촘촘하게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부딪쳐 갈등과 문제를 넘어서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에 주변과의 관계 및 거리에 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가이다.




제각기 다른 상황이지만 말 못 할 고민에 속앓이를 하던 친구들에게 찾아온 뜻밖의 초대장은 호기심 반 구원 반 아니었을까. 원래 깊숙이 묻은 속마음은 친밀한 사이가 아닌, 스치는 인연에게 털어놓기가 편하다고 하지 않나.






복숭아, 쿠쿠, 웬디, 장, 캡사이신. 비밀을 내포한 닉네임이지만, 자신의 존재를 모른다는 전제는 아이들에게 부담을 줄어주었다. 말하지 못해 곪은 속은 비밀을 토해내고 나니 편해졌다. 그리고 '거짓말의 무덤'에서는 각자의 비밀을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었다. 무게를 재지 않고 그 힘겨움을 보듬어주었다.






구원의 장 '거짓말의 무덤'은 하나의 사건으로 끔찍한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강은지 작가는 '비밀'과 '거짓말'의 슬픈 공식을 잘 활용했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 다섯 가지의 비밀 중 한 가지가 노출되면서 견고하다고 여겼던 벽이 어떻게 산산조각 나는지를 숨 가쁜 호흡으로 이끈다. 생생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묻은 고통과 분노, 슬픔에 가슴 언저리가 뻐근해졌다. 치부라 생각한 비밀을 들킨 하나의 몸부림은 격렬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처도 만만치 않았다. 비밀을 공유한 친밀한 사이에서 한순간에 '비밀을 미끼로' 협박하는 사이가 되어 커다란 두려움을 선사했다.



<소란한 비밀> 책 제목처럼 소란하게 일들이 벌어졌다.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과 '친구'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다양한 경우의 수로 풀어내면서 하나의 주제로 응집시켰다. 진심으로 대하는 관계,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 관계, 좋은 모습이 아니라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관계… 꾸미지 않고 비밀 없이 편안한 사이를 만들어가는 아이들이 너무나 멋져 보였다.



비밀이라는 건 뭘까.

비밀은 서로를 아주 멀리 떨어트려놓기도 하지만

아주 가깝게 붙여놓기도 한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는 일이라던

유진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서로의 약점을 보살펴 주는 것.

유진이 원했던 게 이런 것이었을까.






"미워요."가 "사랑해요."로 들리는 고백의 시간을 용기 있게 보낸 다섯 친구들은 찬란하게 빛났다. 그 빛을 놓치기 싫어 계속 계속 쳐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웃으면서 울면 어쩐다던데~ <소란한 비밀> 강빛나, 김하나, 남유진, 유다온, 이아율 덕분에 비밀 한 가지가 더 늘어버렸다.



"괜찮아! 네가 제일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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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 -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바꾼 31번의 선택
신병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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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 신병주 저/ 한스미디어



즐겨보던 TV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서 패널로 활약하신 신병주 교수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읽는 내내 진중한 태도로 역사를 논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바꾼 31번의 선택'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 신병주 교수는 역사 속 인물의 선택을 라이벌 구도로 비교 분석하여 미친 영향과 배울 점들을 통찰력 있게 풀어낸다. 생생한 설명에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하다. 개인의 결정이 가져온 미시적 결과를 넘어 나라의, 한반도의 운명을 흔드는 거시적 결과까지 확장하여 사유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다.






역사를 바로 본다는 것은 비단 과거를 아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자신을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시대의 라이벌이 대립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경쟁과 갈등의 순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대처를 참고하여 위기와 긴장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라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더 나아가 리더십을 익힐 수 있다. 위인의 선택을 그 시대적 상황뿐 아니라 오늘날 현실에 적용시켜 사유해 봄으로써 개개인의 신념에 따른 적절한 선택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다. 선택에 따른 역사적 결과도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미리 그려볼 수 있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읽어 내일을 대비하는 메커니즘이 완성되는 것이다.






라이벌 구도의 장점은 재미와 흥미를 들 수 있다. 동일한 상황에서 서로 대립되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를 알아보고 각자의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물을 지켜보면서 호기심, 긴장감 등등을 느끼게 된다. 나라면 어땠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갈등 구조에 빠져들게 된다. 단순히 서사를 쫓기보다 사유하기에 역사를 한층 더 밀도 있게 접할 수 있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의 운명을 가르는 선택지에서 왜 그랬는지, 어떻게 자신의 선택을 관철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유명한 인물들부터 강국 사이에 낀 한반도의 정세까지 체감할 수 있는 [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다.







역사 시간에 배웠던 짤막한 지식에 풍성하고 유용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한강' 지역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던 신라·백제·고구려 삼국시대,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고려 시대, 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명분과 실리를 다툰 조선시대까지 신병주 교수는 흡입력 있게 이끌고 온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고려 vs 몽골, 인조 vs 소현세자, 효종 vs 청나라, 영조 vs 사도세자, 정조 vs 암살자들, 조선 3대 도적 열전, 경복궁 vs 창덕궁 꼭지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에는 위인들을 우러러만 봤는데 지금은 그들 또한 한 명의 인간이라는 시선으로 그들의 일생에 감탄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등 친밀하게 다가가게 된다. 그래서 역사적 인물들의 대립을 현실적으로 감각할 수 있었다. 특히 영화 <남한산성>로 제작된 역사적 사건인 병자호란 당시 인조의 남한산성 피난 상황에서 척화파와 주화파의 갈등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리고 김상헌과 최명길이 심양 감옥에서 재회한 일화는 마음을 먹먹하게 하였다.






역사 속 인물을 다각적으로 살피면서 긴장과 갈등을 풀어나가는 다양한 리더십을 심층적으로 알아갈 수 있었다. 선택과 결과가 쌓이면서 변해가는 정세와 형국을 이해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더없이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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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한 인사말 책이 좋아 3단계
송미경 지음, 양양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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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아주 흔한 인사말/ 송미경 글·양양 그림/ 주니어RHK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주위가 밝아지고 행복해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 도전과 실수 그리고 성취의 경험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일상을 비틀어 색다른 세상을 보여준 송미경 작가의 <아주 흔한 인사말>이 선사한 선물이다.






<아주 흔한 인사말> 속에는 3가지 세계가 있다. 송미경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축된, 우리네 현실과는 다른 특별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가족' 그중 '아이와 부모'간의 이야기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듯 떠올린 생각일 수도, 바람일 수도 있지만 결코 이토록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할 게 분명한 일들이 일어난다. 놀라움에 벌어진 입을 채 다물기 전에 이어지는 장면에 더 큰 충격을 받게 되니 무의식으로 그어놓은 '동화'의 한계를 산산이 무너뜨린다. 어린이문학 경계를 사뿐히 넘어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아주 흔한 인사말>이다.






[아주 흔한 인사말], [귀여웠던 로라는],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 그리고 [아주 흔한 작가의 말]까지 흔한 단어의 조합들로 이루어진 제목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부모-자식이라는 신비로운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는지를 사회문화적인 측면과 개인적인 측면에서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갈등과 문제를 창의적인 발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설이를 받은 의사가 말했다. "놀라지 마세요. 아기가 인사말을 못 합니다." 이 무슨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 건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모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문법에 맞고 예의 바른 인사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설이가 얼마나 낯설고 어려운 존재였을까. 갓 태어난 아이들이 능숙하게 요구사항을 말할 때 설이만 울음으로 모든 것을 알렸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큰 충격이자 난제인 상황에서 부모는 걱정근심이 깊어지고 의사는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고백으로 밝혀지는 비밀들은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아기가 태어나 서서히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행위와 이를 공유하는 부모, 그 시간이 채워주는 순수한 기쁨과 찬탄이 바로 삶의 행복이리라.








엄마가 운영하는 쇼핑몰 피팅모델로 활동하기 위해 더 이상 자라지 않기를 강요받는 로라를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로라는 엄마가 아닌 이모, 다른 손님들, 토끼 인형 토순이를 통해 온기를 나눈다. '너는 더 이상 자라지 않겠지. 계속 이렇게 귀엽기만 할 거야.' 엄마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온 신경을 쓰는 로라에게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예쁜 옷을 입고 다리를 오므리던 로라가 바람을 느낄 정도로 힘껏 뛰는 모습에 흐뭇해졌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접한 예제인데, 송미경 작가는 위트 있게 꼬았다.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라니~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허물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쌓아 올린 세상의 이야기들은 또다시 우리에게 그 세계를 뒤흔들기를 원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감각하지 못한, 소중하고 평범한 일상의 가치가 묵직하게 그려진다.

아기가 서서히 살아가는 법을 자신의 속도에 맞춰 배우는 게 새삼 큰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속도에 맞추면서 가정, 학교, 사회에 적응해나가며 즐겁게 성장해나가는 찬란한 하루들이 소복소복 쌓여갔다. 설이와 부모, 의사처럼, 로라와 토순이처럼, 마을 아이들과 이상이와 아저씨처럼 서로 어울려 즐기는 하루가 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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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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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유자는 없어/ 김지현 장편소설/ 돌베개




[우리의 정원], [브로콜리를 좋아해?]의 작가 김지현의 신작 <유자는 없어>가 출간되었다.






거제 바다의 거센 파도가 노오란 유자를 덮치는 찰나를 담은 앞표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찌 보면 파도가 집어삼킬 듯 보이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유자를 멀리 밀어주는 듯 보이기도 했다. 왠지 모르지만 노오란 유자는 꿋꿋이 살아남을 것 같은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책 제목과 연관 지어 보면서 유자의 운명을 가늠하다 뒤표지를 보았다. 앞표지의 진실을 알려주는, 위트 넘치는 그림에 빵 터졌다. 어쩌면 우리가 감각하고 인지하는 정보는 이런 착각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진짜 이야기를 만나러 가볼 시간이다.







<유자는 없어>는 김지현 작가의 고향인 거제도를 배경으로 지방 청소년이라면 할 만한 고민을 담아냈다. 나 또한 지방 출신으로 경기도에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 또한 서울을 동경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 대부분은 서울살이를 동경한다. 소설 <유자는 없어> 속 인물들도 '성인이 되어 고향에 남을지, 새로운 도시로 떠날지'를 고민한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지안과 친구들이 느끼는 성장통은 아무나가 아닌 '나'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 지안과 수영 그리고 해민이의 일상을 함께 보내며 감정의 결에 공명하면서 먹먹하게 읽어나갔다.





김지현 작가는 거제를 '유자의 도시' - '비의 도시' - '고래의 도시'로 그려냈다. 지안이 고향 거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그리고 그 안에서 고민하고 분투하는 시간들이 핍진성 있게 펼쳐진다.


지안은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위축되었다. 공황 증세에 시달릴 정도이다.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떠나는 것은 지금을 부정하는 거라 생각하는 지안은 고등학교 입학 후 고민이 더 깊어져만 간다.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된 절친 수영과의 사이에도 균열이 생긴다. 그 틈이 커져만 가는 듯해서 서운하다.



"그거 알지?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갈수록 말하기 더 힘들어지는 거."



하지만 제 3의 인물들인 해민과 혜현 덕분에 정체되고 닫혀있던 지안의 시각이 트이게 된다. 자신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반응하는 이들을 보면서 지안 또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꼭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이어질 수 있음을, 머물지 않더라도 사랑할 수 있음을, 자신이 자유를 소망하고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수영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더 친밀해진다.






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무른 사람도, 여러 곳을 돌아다닌 사람도, 떠났다 다시 돌아온 사람도 마음이 머무는 곳이 있을 것이다. 지금 거기 서 있는 자신을 이루는 시간들을 지울 수 없는 그들은 각기 다른 눈으로 주위를 바라본다. 무엇이 반짝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익숙하다 생각해서, 오랜 시간 당연하다 생각해서, 제대로 바라보지 않아서, 마주하지 않아서 반짝였던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반짝일 무언가를 놓쳤을 지도 모르겠다.







지안은 '유자', '전교 1등', '거제 시골 동네 출신'라는 자신을 지칭하는 수식어에서 벗어나 '유지안' 그 자체로 당당하게 서는 법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억눌렀던 공포를 해방으로 전환하였다. 어디에 있든 '유지안'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나라서, 내가 유지안이라서 다행이었다.' 그 문장이 반짝이며 내 가슴에 새겨졌다.






소설 <유자는 없어>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두려워 주저앉은 지안과 새로운 곳으로 떠나 이름을 바꾸고 살아가다 다시 고향 거제로 돌아온 혜현, 그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노력하는 오늘이 마음을 다독여준다. 잘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네가 너여서, 내가 나여서 기쁘다고 위로해 주었다. 자신의 의미, 자신의 가치, 자신의 본질은 자신이 정하는 거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우주 어디든 갈 수 있는 고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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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가해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손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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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친밀한 가해자/ 손현주 장편소설/ 우리학교


[친밀한 가해자] 가제본을 받았다.

<가짜 모범생> 시리즈,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등등 요즘 청소년을 통찰력 있게 그려낸 손현주 작가의 신작이다.

새하얀 표지에 적힌 제목, '친밀한' 가해자가 눈에 박혔다. 결코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두 단어가 만나 이 이야기의 제목이 되었다. 어떤 연유로 '친밀한' 이가 가해자가 되었을까? 책을 펼쳤다.

중학생 준형은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 아이다. 친한 친구 눈에도 뭐든 잘하는, 부족함이 없어 당당하다 못해 때로는 오만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준형이 아랫집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다.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던 준형을 발견한 할머니는 강하게 훈계하고, 담배를 뺏으려다 계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소설은 이 사건보다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다. 준형이네와 준형이 친구 현서를 중심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상황을 밀도 있게 전개하고 있어 몰입도가 높았다.


"그날 일이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 치부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

준형은 처음 알았다. 그 어떤 핑계와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도."



준형의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그늘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살 차이 나는 여동생 채원은 자폐적 발달 장애가 있다. 엄마는 채원에게 신경을 많이 쓰며 준형에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한창 사춘기인 준형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들이 아니라 불만과 분노가 조금씩 쌓여간다. 그러다 벌어진 아랫집 할머니 추락 사고로 준형이와 부모는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

나 또한 부모이기에 준형이 부모가 처한 현실과 고민을 통감하며 그들의 선택을 바라보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빠르게 119 구조 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 아이가 자수하도록 설득했을까? 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형이 부모도, 나도 부모라면 내려야 하는 답을 안다. 두려울지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친밀한 가해자]는 그 힘겨운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동갑내기 준형과 친구 현서를 내세워 살아가는 데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성 있게 이야기한다. 완벽해 보이는 준형이네와 성실하게 살아가는 현서네의 대비는 준형이네의 균열이 심해지면서 더욱더 선명해졌다.

준형은 조여오는 경찰 수사와 협박 편지에 점차 무너져내린다. 극도로 불안하고 초조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손현주 작가는 <데미안>, 만화책 <추락> 등등 여러 도구들로 준형이 스스로 현 상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이끈다. 준형이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이 전해져 가슴이 아렸다. 실수일지라도 참담한 사고를 감당해야 하는 준형이가 거짓말로 만든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준형이 부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친밀한 가해자]는 스스로를 가둔 자신을 뜻하는 말처럼 다가왔다.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 자신의 일탈과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준형도, 자식의 인생을 위해서라며 위독한 타인을 모른 척하고 다른 자식을 이용하려는 비인간적인 선택을 한 부모도 아랫집 할머니뿐 아니라 준형과 자기 자신 모두에게 가해자가 아니었을까.

손현주 작가의 신작 [친밀한 가해자], 읽는 내내 마음이 움찔거리는 이야기였다. 십 대는 물론 부모라면 읽어야 할 성장소설이었다. 책과 함께 고민하고 정답을 찾아가기를 바라며 기꺼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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