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1등 임수찬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6
박서진 지음, 박종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슈퍼 1등 임수찬/ 박서진 글 박종호 그림/ 청어람주니어



'1등'이라는 것은 '최고'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최고로 잘 한, 빠른 이에게 주는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지만, 말 그대로 1등은 '1명'뿐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1등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1등'의 결과보다는 1등을 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 무게를 두는 게 좋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데 있어 지나친 경쟁은 금물이다. 잘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남들보다 앞서고 싶은 우리 아이들의 경쟁심과 승부욕을 건전하게 이끌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도서출판 청어람에서 출간된 청어람주니어 저학년 문고 26 <슈퍼 1등 임수찬>은 지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들려주기 좋은 이야기다. 








매번 1등이 되고 싶어 하는 수찬이는 모든 일에 열심이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등교도 1등, 독서 수업에서도 1등, 수업할 때 발표도 1등, 그림 그리기도 1등…… 지는 것을 싫어한다. 

항상 이기고 싶어 하는 수찬이는 친구들을 견제하느라 친한 친구가 별로 없다. '슈퍼 1등'이 되고자 노력하는데 정작 친구들은 같은 편이 되기 싫어하고, 째려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 1등을 하고 싶어서 대답도 열심히 하고, 숙제하라고 말하는 걸 왜 싫어하고 나쁘게 생각하는지 당최 모르겠다. 








수찬이가 좋아하는 하영, 제일 친한 지성, 제일 늦게 등교하는 이채, 독서 수업을 같이 듣는 채윤 등 여러 친구들을 수찬이가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보니 다들 강점이 다른 밝고 매력 넘쳤다. 채근하고 바삐 서둘러서 주변을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질주했던 수찬이는 결국 스트레스에 쓰러지게 되는데……








승부욕이 넘쳐흐르는 욕망의 화신, 수찬이가 마냥 밉지 않다. 순수한 마음이기에 그럴 것이다. 자신보다 잘 하는 이를 원망하거나 질투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기기 위해 친구를 다그치기도 하지만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사과하는 친구에게 도리어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수찬이를 보면서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그냥 단순히 '1등'을 목표로 뜀박질하던 수찬이는 고민이 생겼다. 친구와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가족의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으로 힘을 얻은 수찬이의 하루가 변하는 모습을 박서진 작가는 다정하게 그려낸다. 아이와 함께 수찬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서 아이의 경험 혹은 감상을 이끌어내면 좋을 듯싶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음 고민은 '경쟁'에 대한 자세일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지, 이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기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라이벌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혹은 이기는 것보다 도전하고 즐기는 게 중요한지 등등 여러 가지 상황과 선택, 결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슈퍼 1등 임수찬>은 이런 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독후활동지




청어람주니어에서 제공하는 독후 활동지를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어 뜻은 물론 내용을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그 마음을 되짚어볼 수 있다. 상상하고 생각하고 정리해가는 과정을 통해 경쟁과 성취, 과정과 결과, 즐거움을 스스로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그것을 즐기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찬이와 친구들처럼 건전한 경쟁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건강한 마음을 키워나가 보자.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 개발과 손익에 갇힌 아름드리나무 이야기
김양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김양진 글/ 한겨레출판




김양진 기사의 저서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을 읽으면서 먹먹해졌다. 우리 현대인들은 자연의 위대함을 경시하는 인간의 무지함과 뻔뻔함의 결과가 어떤지 하루하루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은 너무나 먼 것 같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야만 식생이 복원될 수 있는가. 인류세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너끈히 천년을 살아가는 나무들이 베어지고 썩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김양진 기자는 여러 사례들을 들어 개발과 이익 앞에서 무너지고 사라져 가는 거인들의 자취를 쫓아가고 있다. 그리고 살리고자 죽이는 형용모순적인 정책들을 비판하고 있다. 인간의 관점에서 비롯한 몰이해가 불러온 비극들로 이 땅에서 수많은 나무들이 사라졌고 이는 식생의 파괴와 오염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생명들의 울음과 비명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오만한 건지 무지한 건지…… 아직도 우리는 여전히 무지몽매하다.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속 나무들은 우리가 엄두도 내지 못할 시간을 묵묵히 살아온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 수명의 1/10도 되지 않는 시간을 살다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혹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김양진 기자가 전하는 전국 곳곳의 노거수와 보호수, 기념수, 천연기념물 등 나무들의 오늘날이 묵직한 울림이 되어 감응을 받았다. 섬에서 육지로 변화해가는 역사를 기억하는 '하제 팽나무', 세계 최초로 이식된 500톤 '안동 은행나무', 국내 유일한 '가어도 산서어나무' 거대 자연 군락지, 쉼터가 되어주는 '수피아여고 낙우송'처럼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절로 경건해졌다. 

어린 시절 마을 우물 옆에 있던 노거수, 마을 뒷산 입구에 늠름하게 서 있던 아름드리나무가 떠올랐다. 어렸을 때는 그저 신기하고 목 아프게 우러러보던 나무였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나무들의 위대함과 고통을 새삼 곱씹게 되었다. 우물 옆 나무는 '외과수술'을 한 상태였다. 나무의 빈속을 채운 까맣고 단단한 물질이 신기해 친구들이랑 만져보기도 하고 두드려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외과수술'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네 어긋난 관심이 도리어 나무를 힘들게 했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의 기본과 시작은 제대로 아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저자 말대로 '차라리 건드리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길일지도 모르겠다. 







기후 이상으로 자생지에서 사라지고 있는 나무들의 사연은 기막히다. 성별을 바꿔서라도 다음 세대를 기약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나무에게 우리 인간은 떳떳할 수 있는가. 바위 끝에 몰린 향나무가 단순히 나무만의 문제라 바라보는 구경꾼에서 벗어나야 우리 인간도 지속 가능할 것이다.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게 중요한데' 눈앞의 이익과 편의를 쫓는 근시안적, 미시적 관점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진정성 어린 자세로 전하고 있다. 하천 조성, 댐 조성, 신공항 건설, 도로 건설, 인공 숲 등 정책들에 의해 이식되거나 벌채되는 상황 속에서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탄력을 받아 동력이 생기면 좋겠지만, 그 길이 얼마나 힘겹고 더딘지 알기에 그 집념에, 그 끈기에 깊은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 







직접 발로 뛰어 찾고 들고 배우며 만난 나무들의 이야기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은 힘을 얻어 새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쉼터인 거인의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그 넉넉함과 아름다움 아래서 기운을 얻어 나무와 함께 기세 넘치게 뻗어나가는 우리를 꿈꾼다.


한겨레 하니포터 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능 만점 비밀과외
아크미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능만을 위한 공부의 본질은 따로 있다!

수능 만점 비밀과외/ 아크미 지음/ 다산에듀



[수능 만점 비밀과외]의 저자는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불리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전 과목 백분위 만점을 맞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현역 입학한 아크미. 수능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축적된 지식과 정보로 1:1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전국의 정시 파이터들에게 수능 공부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정수를 모아 최단 시간 등급을 올리는 수능 공부 기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강민철 ·강기원 강사가 제자 아크미의 [수능 만점 비밀과외]를 강력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정시 파이터에게 들려주고픈 가장 본질적인 내용으로, 수능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톺아본다. 단순히 내신 결과에 절망해서 수능으로 승부를 걸려는, 다소 무모하고 무계획적인 정시 파이터에게 제대로 한방을 선사한다. 




2부는 과목별 공부 전략을 소개한다. 각 과목별로 특화된 공부법은 아크미 본인이 수험생 시절 실천한 내용이다. 정말 공부에 빠져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은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아크미였다. 정시 파이터의 길은 절대 녹록지 않다. 그 시절 그가 품은 결의가 뜨겁게 전해져 왔다. 




3부는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스킬, 체력, 마음가짐이다. 저자 아크미는 스킬보다 체력과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큰 그림을 제시하고 세세한 팁까지 전수하고 있으니 정시 파이터들에게는 찬란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수능 그날만을 위한 맞춤형 습관을 들여보자.  


4부는 등급별 수능 전략과 정시 파이터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뿐 아니라 수능 당일 준비물까지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시험은 기세다."





읽으면서 공부에 몰입하여 자신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아크미의 뒷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우리 집 수험생에게도 그런 아우라를 기대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무리인 듯싶다. 그래도 이 책을 접하고 나니 좀 더 현실적인 팁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공부는 강의가, 답안지가 해주지 않는다. '문제'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피드백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고마운 책이다. 


[수능 만점 비밀과외]는 노력에 머무르지 않고 몰입하는 학생이 되어 수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길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고 있다. 선배로서, 선생님으로서 아낌없이 준 공부 비법이 많은 수험생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으면 초능력 1 - 논어를 잡다
이병안 지음, 로따뚜이 그림 / 애니온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으면 초능력 1.논어를 잡다/ 애니온

비룡소의 만화 브랜드 '애니온'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읽으면 초능력> 시리즈로, 고전을 읽으면 생기는 놀라운 초능력과 그 힘을 사용하는 캐처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초능력, 그 강한 힘을 '책'에서 얻을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초능력자 '캐처'처럼 멋진 캐릭터의 활약 덕분에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고전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대망의 첫 번째 고전은 바로 '논어'이다. 공자가 질문에 대답하고 토론한 내용인 '논'과 제자들에게 전해준 가르침인 '어'를 기록한 책이다. 공자는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읽으면 초능력>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다. 








주인공 정수호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를 직접 만나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 논어 속 문장이 나타나고 묘한 기운이 자로와 수호에 흡수된다. 과연 수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호기심이 샘솟고, 글의 뜻도 궁금해진다. '힘과 배움', '능력과 배움' 그리고 '삶의 자세'에 대한 공자의 가르침은 틈을 파고들어 힘만을 앞세우며 살았던 자로를 무릎 꿇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들을 단순히 해야 하니까 하기보다는 '왜' 해야 하는지 이유와 이치를 알고 하는 게 중요하다. <읽으면 초능력 1>에서는 논어를 읽고 왜 배워야 해야 하는지를 깨우치고 힘을 얻을 수 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





<읽으면 초능력>은 고전을 초능력의 원동력으로 삼아 어린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고전을 통해 얻은 초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소심하고 책만 파고드는 '정수호'가 책을 통해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들, 신화에 적힌 자들의 능력을 '캐치업'해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게 큰 자극이 되어줄 것이다. 게임에 익숙한 세대에게 탁월한 접근법이다.  빌런 일루미나티와의 대립 구도 또한 긴장감을 높이면서 흥미를 끌어올린다. 








본문 외에도 <사서 샘과 독서 톡! Talk!>, <똑똑해지는 인문 고전 캐치업!>, <캐치업 노트>, <핵심 문장 익히면 나도 캐치업!>, <캐릭터 정보>, <초능력 미리 보기!> 등 다양한 꼭지로 호기심을 키운다. 








1편에서는 논어 속 인물인 '공자'와 '자로'에 관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알지 못했던 내용을 통해 역사적인 인물들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을 만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망라한 고전 코믹스 <읽으면 초능력> 시리즈는 점점 뜨거워질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위즈덤하우스


끔찍하고 슬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서사시, 그 비극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작은 무법자에게 뜨거운 눈물 가득한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수십 시간이 흘렀건만 뜨거운 감정 덩어리가 울컥울컥 치솟아 버겁다. 여운이 이토록 긴 이야기를 만난 이 시간이, 이 감각이 놓아주지 않는다. 오열하면서 읽어 토끼 눈이 되어버렸지만, 그 진한 감정이 흐르고 흘러 사라지는 게, 흩어지는 게 마냥 아쉬운 이야기다.








케이프 헤이븐, 해안가에 위치한 한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이 한마을을, 사람들을 어떻게 지배하고 짓누른지 예리하게 써 내려간다. 의도치 않은 사고였지만 열다섯 소년의 삶은 어둠 속으로 깊이깊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유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삶 또한 사건의 중력에 갇혀 다른 시간을 튕겨버렸다. 

더욱 슬프고 시린 점은 상흔이 대물림되어 고통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어린 딸을 잃은 아버지 핼, 동생을 남자친구 빈센트 때문에 떠나보낸 언니 스타, 스타의 자녀 더치스와 로빈까지 래들리가 삼대를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몰아붙인다. 불행과 어둠은 생명을 지닌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강해졌다.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이기에 사실과 진실은 왜곡되고 감정은 불타올라 오히려 그들 사이의 공기를 고갈시켰다. 곁에서 지켜줄 수 없는 사랑은 그 크기만큼의 끔찍한 고통이었다. 

더치스, 핼, 빈센트, 스타… 그래도 마지막까지 그들과 함께 고통의 길을 걷다 보면 기구한 삶에 웃음이 스며든 기억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고 우리 인간은 찰나를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전부인 그 순간을 격렬하게 그려낸 [나의 작은 무법자]는 경외스러운 작품이다.










[나의 작은 무법자]를 읽으면서 어린 더치스 앞에 놓인 삶의 냉혹함에 치를 떨었다. 가녀린 소녀에게 한 줌도 허락되지 않는 따뜻한 빛줄기가 야속했다.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저릿한 통증이 가슴을 사정없이 휘젓는데 이 가녀린 소녀는 어떻게 매번 상처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지……. 결코 고개 숙이지 않는 투지를 한 꺼풀 걷어내면 여리고 여린 사랑스러운 심성이 웅크리고 있다. 그래서 더 거칠고 매정하고 차갑게 자신의 겉모습을 꾸미는 더치스였다. 동생 로빈을 위해 자신을 무법자로 칭한 소녀의 여정은 깊은 흔적을 새겼다. 그 흔적은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는 상처이자 영광이었다. 


[나의 작은 무법자]는 동생 로빈을 지키고자 분투하는 더치스와 지나간 과거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워커 경감이 탄탄한 두 기둥이다. 가여운 워커는 친구 빈센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죄책감과 우정으로 굳어버렸다. 워커는 과거와 현재의 사건 모두를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진실을 쫓는 경찰이자 친구이다. 참과 거짓이 뒤범벅된 사건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찾아 길 위를 헤매는 그는 지독히도 외롭고 처절했다. 하지만 그 길을 끝까지 걸었기에 더치스도 그 자신도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 내일의 해를 바라보게 되었다. 








드디어 밝혀진 진실 앞에 참담하면서도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번뇌와 고통을 감내하며 묵묵히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삶에 감읍했다. 눈물을 참고 참았던 더치스가 드디어 눈물을 흘리는 결말에 나를 가득 채웠던 수많은 감정들이 빠져나갔다. 온 마음으로 읽은 [나의 작은 무법자]는 그렇게 나를 비웠고 또 서서히 나를 채워갔다. 

세상에 버려진 존재였다 믿었던 더치스, 불공평한 세계를 비웃었던 무법자 더치스, 상처를 거친 몸짓과 말로 감췄던 우리의 여공작 더치스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몰고 온 참담한 비극 앞에 무너져 버렸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사람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나의 작은 무법자]가 오래오래 가슴에 머무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