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 정석 - 당신의 후반부 인생을 지탱해 줄 4개의 기둥
문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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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정석/ 문진수 지음/ 한겨레출판



[은퇴의 정석] 책을 서평단 도서로 선택했을 때는 경제 관련 도서일 거라 생각했다. 은퇴 후 노후에 대한 재정적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그런 책이 아니었다. 은퇴와 노후에 대한 패러다임을 뒤엎는 내용이었다. 은퇴 ·노후 계획하면 떠오르는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돈'이 아닌 인생 후반전에 대한 숲을, 청사진을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인생 선배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어 내려갔다. 



대안 금융을 고민하는 독립 연구소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 문진수 저자는 예순 고개를 막 넘긴 장년의 남성으로, 후배들에게 '잘 지내고 계시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답변을 고심하였다. '잘 지낸다'는 의미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삶의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앞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을 만나 확인하고 배운 것에 대한 기록이 바로 [은퇴의 정석]이다. 


문진수 저자는 '좋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생 곡선을 제시하며 삶의 후반기를 잘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주제와 내용을 담았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인구수는 줄어드는 오늘날, 노후에 대한 고민은 점차 커지고 있다. 퇴직, 정년, 은퇴, 수명. 저자는 종 모양의 인생 곡선이 아닌 쌍봉낙타처럼 2개의 주기, 2개의 봉우리가 존재하는 새로운 인생 곡선을 제시한다. 





'성공'이라는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달려온 전반부와 퇴직과 정년 사이의 준비를 걸쳐 은퇴하기까지 두 번째 봉우리에 오르는 후반부로 나뉜다. 비슷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기간이다.




문진수 저자는 후반부 인생을 지탱해 줄 4개의 기둥으로, '돈', '건강', '놀이', '관계'를 들고 있다. 

단순히 '돈'에 얽매이지 않고, '건강'을 챙기고, 나를 나답게 하는 '나만의 놀이'를 찾으며, 소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질문과 자세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매달 필요한 적정 생활비는 얼마인가? 어떻게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인가? 등의 적정한 질문을 통해 후반부 살림살이의 운영을 설명하고 있다. 소비, 욕구 그리고 행복이 아닌 충족과 필요 그리고 만족의 공식을 든다. 적절한 사례까지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몸이 보내는 신호와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 관리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부, 자식 등 여러 관계들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들은 연륜이 녹아있었다.  








후반부에는 좋아하고, 즐거움을 동반하며,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 후반부 20년의 '놀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이제 곧 50을 바라보는 40대 중반 입장에서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미래가 아닌 제대로 준비하여 인생 후반부를 새롭게 채워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준 [은퇴의 정석]이었다. 


인생 선배들의 다양한 사례와 문진수 저자의 은퇴 ·노후 수업을 바탕으로 고령화 시대에서 노후를 잘 보내기 위한 준비사항과 마음가짐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두 번째 봉우리의 모양은 다 제각각일 테다. 자신의 봉우리를 그리기 위한 준비는 결국 자기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 삶의 주인으로서 즐겁게, 행복하게, 잘 지내는 인생 후반부를 위해 우리 모두 준비합시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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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사라진 정오 NEON SIGN 8
김동하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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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그림자 따위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 김동하 지음/ 네오픽션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림자를 사 가고 슬픔을 없애준다는 그림자 상인,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판 것이다. 아니, 슬픔을 지운 것이다. 


김동하 작가는 신작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조명한다. 그의 소설 속 사람들 대부분은 '슬픔'을 지우는 선택을 한다. 마치 슬픔만 없다면 다 괜찮아지는 것이라 믿는 듯했다. 왜 슬픈 지…… 그 감정을 일으킨 시간과 추억 등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지우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꽤나 솔깃한 제안이기는 하다. 




"제게 그림자를 파시겠습니까? 

동의하신다면 지금 느끼는 슬픔을 비롯해 

앞으로 그 어떤 슬픔도 느끼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만약 그림자 상인 하백이 내 앞에 나타나 거래를 요구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소설 속 많은 사람들처럼 그냥 팔 것인가? 정오와 진희, 태진처럼 팔지 않을 것인가? 경계심이 많은 터라 헛소리라며 무시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아프기 싫어서 그림자를 팔았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영원히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하백의 말은 제각각 깊이는 다를지언정 슬픔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동아줄처럼 느껴졌을 테다. 




슬픔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파수꾼

 슬퍼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천사 

VS 

슬픔을 노리는 사냥꾼

검은 속내를 숨기고 있는 악마





그림자 사냥꾼 하백, 영귀, 환생인 로혼, 영사, 사장 사자 등 기묘한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과거 - 현재 - 미래로 흐르는 절대적 시간 '크로노스'가 아닌 특정 순간을 일컫는 주관적 시간 '카이로스'를 이용하여 주제를 극대화하였다. 슬픔을 마주하기보다는 지워버린 이들에게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다. 







하백의 음모를 막기 위해 로혼, 정오, 태진은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처음에는 로혼이 자신의 임무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망설였으나 급박한 순간에 로혼과 정오 그리고 태진이 힘을 모으게 되었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해야 할 이들이 그들인 것은 필연이었다. 사라진 기억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가슴이 미어져 무너져내렸다. 그럼에도 진실을 알고자 정오는, 로혼은 앞으로 나아갔다. 두려움이 가득한 데도 진실을 향한 의지를 꺾지 않는 그들을 바라보며 덩달아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백은 그림자와 슬픔만 가져간 게 아니라 슬픔과 관련된 기억까지 가져갔다. 3여 년의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는 정오나 생전 기억을 잃은 로혼과 하백처럼 기억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슬픔 또한 소중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지워진 슬픔을 되찾고 싶어 했다. 



우리는 기억의 복합체이다. 잊은 듯 같으면서도 특정 장소에 가거나 향기를 맡거나 음식을 먹으면 차오르는 기억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 소중해서 계속 되새기는 기억들…… 이 기억들 모두가 행복을 담고 있지는 않다. 슬픔, 그리움 등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기억들 덕분에 '나'가 '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동하 작가는 정오와 로혼, 태진과 유진을 통해 '너무나 큰 슬픔이라 지워버리고 싶다'가 아니라 '그 큰 슬픔을 느끼게 한 큰 기쁨과 충만함, 사랑을 떠올려 보라'고 이야기한다. 슬픔 전에 존재한 행복, 슬픔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대체적으로 부정적 감정에 대한 표현을 꺼려 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우리 정서상, 건강하게 발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슬퍼하고 애도하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고, 그 슬픔을 공감하고 이해해 주는 환경이 자리 잡은 성숙한 공동체라면 어떨까. 아마 소설 속 사람들처럼 쉽게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그 이면을 떠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한정오의 엄마 최진희처럼 거짓말을 할 수도, 한정오의 엄마 최진희처럼 그림자일지라도 딸을 위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잠식되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는 그 마음이 삶으로 이어지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고 아프지만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외면하지 않은 정오와 로혼 그리고 태진 덕분에 슬픔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슬픔이 자리하는 시간에 슬픔만이 남지 않도록 그 슬픔을 온전히 마주하는 우리를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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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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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 자꾸 엄마 얼굴로 사고를 치고 있네.

하, 망했다. 나중에 윤슬이가 알면 난리 나겠지."




『82년생 김지영』, 『사하맨션』, 『귤의 맛』 등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말을 거는 조남주 작가의 신작 [네가 되어 줄게]가 출간되었다.




네가 되어 줄게/ 조남주/ 문학동네




딸 강윤슬은 1993년 중학생인 엄마의 삶으로,

엄마 최수일은 2023년 중학생인 딸의 삶으로,

딱 7일간의 '너'를 체험하게 된다.



한집에 사는 친밀한 사이인 가족.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의지가 되고 힘을 주는 존재지만, 그만큼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쉬운 관계기도 하다. 

그중 엄마와 딸은 특히 얽히고설킨 애증 관계다. [네가 되어 줄게] 소설 속 엄마와 딸 이야기가 남일처럼 안 느껴지는 건 내가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딸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 최수일이 딸에게 느끼는 양가적 감정을 조남주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엄마 최수일은 딸을 진정 사랑하면서도 그 애가 받는 사랑을 질투하는 모순된 감정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사랑받는 일이 당연한 윤슬이를 부러워하고 궁금해한다. 저자는 딸 강윤슬이 엄마의 과거로 돌아가 보내는 '7일'이라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녀를 납득하고 이해하도록 이끌고 있다. 그리고 그 '7일'동안 사랑스럽고 귀여운 딸 강윤슬은 엄마 최수일의 삶을 바꿔놓았다. 구원하였다.





엄마 수일과 비슷한 연령대인 터라 1993년의 중학교 교실 모습은 친숙했고, 2023년의 중학교 교실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살필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최절정이던 순간, 영혼이 뒤바꿔 '네가' 되었다. 딸 윤슬이 엄마 수일의 학창 시절을 뒤흔들 동안 엄마 수일도 놀라운 경험을 한다. 딸 윤슬의 모습으로 자신이라면 상상조차 못한 일을 해내면서 딸을 비롯한 요즘 애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미처 서로가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기적 같은 경험으로 마주함으로써 오해의 불씨를 꺼뜨리게 된 것이다. 






[네가 되어 줄게]는 모녀만이 아니라 자매 그리고 친구까지 여성들 간의 끈끈한 교감과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엄마 수일과 딸 윤슬이 서로 뒤바뀐 영혼으로 생활한 시간을 오롯이 기억하고 2023년이 되기를 기다려온 언니이자 이모인 수영이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다. 미래를 알고 아니 믿는다는 의미의 표상으로, 1993년의 윤슬 옆에서 2023년의 수일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듬직한 언니이자 이모였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건 아닌 것 같아. 

미래의 일 덕분에 과거가 다시 이해되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사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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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수일이 간절히 '내가 전부인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기에 가능했을까? 일직선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교차하는 과거 그리고 현재이자 미래를 공유하면서 한걸음 더 가까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네가 되어 줄게]이다.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라 더 몰입하게 된다. 

'너무 늦게 태어났다' vs '부족한 것도 불편한 것도 없다', 이 인식의 차이만큼 멀었던 서로 간 거리가 '야만의 시대에 느끼는 무력감' & '풍요의 시대에 느끼는 막막함'을 인정하는 순간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소중한 이 순간의 가치를 명랑 유쾌하게 되새기게 해주는 조남주식 타임슬립 교감 서사 [네가 되어 줄게]를 함께 읽은 덕분에 딸과 더 돈독해졌다. 



"우리는 미래에서 만나자.

다시 만날 것이다.

내가 존재하기 전부터 나를 기다려 준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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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을 때 뜨끈한 무언가가 몸 안을 흘러내려가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따스한 숨결을 내뱉었다.

상처와 고민을 어루만져 주는 교감을 전하는 다정한 소설 [네가 되어 줄게]를 얼른 만나보길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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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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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올 때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동물복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에 나와보니 우리의 시기는 너무나도 뒤처져 있었다."



돼지복지/ 윤진현 글/ 한겨레출판



한국인의 밥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돈', 바로 돼지에 대한 이야기를 동물복지 개념으로 접근하는 <돼지복지> 책이 출간되었다.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공장식 축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학원 석사 과정 시 방문한 우리나라 농장 환경과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사 과정 시 방문한 규따야 농장 환경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동물복지형 시설과 함께 좋은 관리자의 자질이 돋보였다. 동물복지를 이야기하는 시작점이 바로 관리자의 자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동물복지,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 곧 우리의 식탁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현대식 축산에서 오로지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품종이 선택·개량되면서 병원체에 취약하게 되었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생산자는 가축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기에 항생물질이 포함된 동물 약품이나 합성첨가제 사용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저자 윤진현 교수는 동물복지를 정의하는 것보다 어떻게 동물의 복지 수준을 평가할 것인지 그 기준과 내용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시설과 환경 중심의 평가 방식보다는 동물 기반 평가 방식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동물의 상태를 일일이 살펴보고 평가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희생이 요구된다고 한다. 평가자를 좀 더 전문적인 인력으로 구성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앞서 읽은 책에서 접했지만 사진과 상세한 설명이 더해진 수컷 새끼 돼지의 거세와 꼬리 자르기는 충격과 경악의 극치였다. 정말 철저히 인간에게 맛있게 소비되기 위해 마취나 진통제도 없이 거세를 당한다. 단지 4 ~ 8%에게만 나타나는 웅취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껏 수컷 새끼 돼지의 외과적 거세를 암묵적으로 동의한 거라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꼬리 자르기 또한 서로 꼬리를 무는 돼지들의 습성으로 인한 위험부담을 없애기 위해 아예 꼬리를 자르고 있다. 생후 2~3일령 돼지들이 이 모든 고통을 인간을 위해 겪고 있다니 말문이 턱 막혔다. 



이어서 윤진현 교수는 동물복지형 농장에 대해 서술한다. 유럽형뿐 아니라 국내 1호 동물복지 인증 양돈장인 경남 거창에 소재한 '더불어행복한농장'에 대한 내용이다. 농장 동물들이 겪는 스트레스 상황들 뒤에 행복한 가축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공부하며 농장과 돼지에게 알맞은 방법과 방향을 찾아가는 이들의 분투 덕분에 미소 짓는 돼지를 보는 기쁨을 누렸다. 참 감사한 일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현재의 농장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형 동물복지 농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흥미로웠다. 동물의 본성을 고려해 관리 기술을 개선하는 접근 방식이 동물의 복지와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가능케하여 농가의 동물복지 전환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양돈 농장 현장에 적당한, 유용한 기술들을 제안하고, 동물복지 인증 제도 활성화를 위한 여러 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니포터8기 활동으로 앞서 읽은 <비건한 미식가>로 공장식 축산의 처참한 실체를 상세히 알고 비거니즘에 관심이 간 만큼 <돼지복지>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읽었다. 


루스 해리슨은 채식주의자로 육식을 섭취하지 않았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동물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조사하여 엮은 책이 <동물 기계: 새로운 공장식 축산>이었다. 공장식 축산의 잔인한 관행들에 대해 대중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이에 관한 강렬한 대중의 반응은 새로운 학문 분야인 동물복지학의 토대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육식을 섭취하지 않은 사람조차 책임감을 느끼는데 이제껏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육식을 섭취해온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돼지의 행복에 대해 우리 모두 다 책임이 있다. 키맨으로서 동물복지형 농장 확장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우리네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의 본질을 살피는 일의 필요성을 깊이 깨닫게 해주는 <돼지복지> 추천합니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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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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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초식마녀 글 ·그림/ 한겨레출판



유튜브를 보지 않는 1인이라 저자 '초식마녀'를 알지 못한 채 [비건한 미식가]를 읽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비건'이라는 길을 걷게 된 진솔한 마음과 요조 작가, 가족, 지인들과의 현실에서 겪게 되는 생생한 비건 라이프를 엮어낸 글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 책 속 레시피를 영상으로 만나보고 소소한 일상을 보는 등  '초식마녀'에게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녀는 모르고 나 혼자만의 착각이지만.



어쩌다 비건 요리 유튜버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글을 읽다 보면 '비건'에 대한 의지는 생애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처음 비건을 결심했을 때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빨간약을 먹은 네오가 된'(227쪽) 것 같았다는 문장에서 그 결심의 무게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배려와 존중보다는 가족, 마을, 사회 등 공동체적인 화합과 관계를 더 중시 여기고,  다양한 개인을 고려한 선택보다는 평균 ·보통이라 칭하는 다수의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비건을 지키며 살아가는 길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주변에서 듣는 말들 대부분이 아이들이 고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 부모님께서 직접 재배하셔서 보내주시는 무농약 채소들로 요리한 음식들을 어렸을 때부터 접해서인지 고기반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채소, 생선, 고기 등 해주는 대로 "잘 먹겠습니다."로 시작해 "잘 먹었습니다."로 끝나는 식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서 초식마녀 비건 레시피를 식탁에 접목시키는 데 큰 부담이 없었다.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아이라 예상대로 김치 칼제비는 반응이 좋았다. 마라 크림 떡볶이도 마라탕에 익숙해진 아이들 입맛에 잘 맞았다. 대체로 친숙하고 적은 재료라 준비가 쉽고, 간편한 레시피라 뚝딱뚝딱 요리하기도 쉬워서 누구나 한 끼 채식 밥상을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쉽다! 맛있다! 그리고 지구를 위하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는 게 괜스레 배시시 웃음 짓게 만든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의 '이 정도'를 맡는 것, '만만한' 실천용 비건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을 담당하는 초식마녀는 비건 유튜버로서 마음가짐과 자세, 목표뿐 아니라 '비건'을 소재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식사 자리나 술자리 옆자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게 된다. 


유튜브 영상에 달리는 댓글에 대한 의연한 태도(새로운 공동체를 예견하고 포용하고 사랑하려 하는 대인배), 

비혼-비출산-비건, 자신을 '비정상 인간'으로 바라보지만 이해하고픈 마음의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엄마에 대한 마음, 

'동네 친구'가 된 20년 친구가 비주류 입맛으로 살아오는 길에 대해 비건이 되어서야 그 마음을 살피고 무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다른 입맛을 반기고, 같은 식탁에 편히 마주 앉게 되기까지 필요했던 긴 시간,

부모님댁에서 키우던 반려견 하리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많은 시간과 마음과 비용을 들인 동생과 함께 장례식을 치러주고 나서야 먹는 채식 한 끼,

'채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시선들에 대한 날카롭고 깊이 있는 메시지와 '돈'을 위해서는 학대 ·살상을 허용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공장식 축산 등 자연을 착취하는 산업과 이에 대해 눈 감는 개인에 대한 뼈 있는 한마디 등 가벼운 일상부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묵직한 주제까지 다채롭지만 뿌리는 하나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돈 없이, 착취 없이 평등하게 사랑하고 사랑하는 삶. 극단적인 육식에, 동물을 학대·착취 ·살상하는 산업에 반대하는 활동인 비거니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선입견, 거부감이 이 책을 통해 희석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그렇게 우리는 연결되어간다. 




글과 그림을 활용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낸 초식마녀의 [비건한 미식가]를 통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조금은 비껴 우리의 식습관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초식마녀의 귀여운 캐릭터로 전해주는 돼지들의 끔찍한 현실이 진짜 거짓말이 되는 그날은 갑자기 찾아오는 마법이 아니다. 가축 행성에서 다시 태어나지 말고 천국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초식마녀의 기도가 마음 언저리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나를 채우고 남과 나누는, 사랑을 품은 식탁에서 모두가 환대 받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내일을 그리는 우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한겨레 하니포터 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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