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 - 생활과 생존 사이, 낭만이라고는 없는 현실밀착 독립 일지
빵떡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0월
평점 :
"생활력 0%에서 시작합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11/pimg_7258792673627653.jpg)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빵떡씨 지음/자음과모음
빵떡씨의 독립 일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부모님 덕분에 대학생부터 장장 6년 동안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의 통근을 감당해야 했다. 서울에 취직하게 된 쌍둥이 남동생 덕분에 드디어! 본가에서 나와 독립을 준비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생활을 날것 그대로 기록한 책이 바로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이다.
빵떡씨 나이 26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하면서 적어내려간 이 기록은 '첫' 독립이라는 데 그 의의가 크다. 성인이 되어 부모의 우산 아래서 나와 현실에 부딪쳐 스스로 깨달아 나가는 과정은 필요이자 필수이다.
「빙 돌아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왜 이렇게 하는 게 좋은지' 자연스럽게 설득되는 경험을 하고 싶다.
이런 과정에서 내 삶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그 모양에 맞게 사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그게 내가 독립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거 장 - 우리 집 규칙 편 - 152쪽)」
집 → 생활 → 동거 → 정서적 독립 → 가족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d/k/dkdtlksu/IMG_e2344.jpg)
이제껏 생활하던 본가는 부모의 선택에 의한 곳이었다면, 자취 집은 본인의 선택과 결정으로 정해진다. 물론 경제적 요건이 가장 크게 작용하여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게 함정이다. 하지만 빵떡씨와 석구 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선택한 공간을 좋아하게 되기까지 잘 적응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빵떡씨의 집 구하기 프로젝트와 집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지금의 보금자리에 안주하기까지 겪었던 고생과 수난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소음과 곰팡이는 격하게 공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집을 지을 때 지켜야 할 소음의 기준을 몇 가지 딱 정해보겠다.
옆집에서 못질하는 소리는 들릴 수 있지만, 솔로 화장실 타일 닦는 소리는 들리면 안 된다. …
월드컵 환호성은 들려도 되지만 애정 행각 소리는 들리면 안 된다…
이 정도는 지켜져야 분리된 공간과 공간, 생활과 생활, 삶과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집 장 - 너의 집 소리가 들려 편 - 71쪽)」
주어진 여건 안에서 선택한 자취 집.
처음에는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라며 푸념했지만 지금은 '뭐 이런 데가 다 있냐!'라며 재미를 느끼는 빵떡씨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불편, 불만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조금만 다르게 받아들여도 삶의 질과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애정 하게 된다. 그러면 빵떡씨 말대로 단점이 특색으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자취 집 소재지인 남가좌동과 자취 집 맨션을 자신에게 잘 맞는 공동체로 받아들인 빵떡씨처럼 말이다.
본격적으로 자취생활과 남동생 석구 씨와 함께 하는 동거 생활이 펼쳐진다. 본가를 나와 각자 독립된 공간이 생기고 출퇴근 시간은 훨씬 더 짧아졌으나 그전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던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각종 공과금과 집세, 관리비 등 생활비를 신경 써야 하고, 요리,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도 직접 해야 한다. 생활인지 생존인지 알 수 없는 경계선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생활력을 키워나가는 일상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누나 - 남동생, 본가 지역, 반려 달팽이 등 우리 집과 겹치는 영역이 많아 더 감정이입하면서 보았다. 사이좋은 남매, 집안일 서툰 누나한테 잔소리하면서도 챙겨주는 남동생, 통금 시간과 외박 금지를 외치는 부모님이 우리 집 판박이다. 특히 요즘 우리 큰 딸이 하는 말이 빵떡씨는 차마 하지 못하고 글로 토해내는 장렬한 외침과 같아 신기하고 재밌었다. 부모로서 하는 염려와 걱정의 크기는 빵떡씨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그리고 빵떡씨와 석구 씨처럼 우리 아이들도 건실하고 사려 깊게 자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차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 …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동거 장 - 개인주의자의 방 편 - 145쪽)」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d/k/dkdtlksu/temp/IMG_e23346234.jpg)
『엄마는 모르는 스무 살 자취생활』을 읽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십 대의 일상과 관념에 공감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사십 대의 내가 이십 대의 빵떡씨와 석구 씨를 이 책만으로 온전히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직선 대로가 아니라 빙 돌아서라도 직접 부딪쳐 경험으로 삶의 의미와 모양을 찾으려는 청년의 패기와 처음 시작하는 서투름을 기꺼이 가족과 공유하고 즐거워하는 인정 그리고 자신에게 기회를 주려는 관용과 아량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계속되는 빵떡씨와 석구 씨의 자취생활 이야기는 피식 웃음이 삐져나오게도 했다가 닮은 꼴 아빠 이야기에 울컥했다가도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깊고 넓은 아량과 눈물에 같이 울게 만든다.
"스스로의 기회를 빼앗지 않으면 좋겠다."
"선택은 그냥 선택이야. 선택 자체에 좋고 나쁜 건 없어.
하지만 선택을 했으면 그땐 최선을 다해야 해.
너의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이제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의 보호자들에게도 마중물이 되어주는 책이다. 독립의 거창함이 아닌 소소한 기쁨과 일상의 행복이 스며있는 기록이다. 빵떡씨가 직접 치러내면서 적은 일지라 눈여겨봐야 할 정보와 주의사항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점이 강점이자 매력이다. 너무 무겁지 않은 처음을 위하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