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팔조로3길 더 나은 세상 3
강성은 지음, 손수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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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팔조로3길/ 강성은_글/ 손수정_그림/ 청어람주니어



이번 7월에 출간되는 청어람주니어 신작 [안녕! 팔조로3길]을 소개합니다. 

<더 나은 세상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로 강성은 작가의 글과 손수정 작가의 그림으로, 재개발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창작 동화입니다.



일찍 아빠를 여의고 엄마랑 둘이 사는 유나가 주인공입니다. 엄마는 여러 직군에 도전하여 안정적인 삶을 도모하지만, 생각만큼 여의치 않습니다. 다른 일에 도전할 때마다 이사를 다녔던 터라 유나는 마음을 터놓고 지낼 만큼 친한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었답니다. 

유나는 엄마의 고향 집 팔조로3길 6, 파란 대문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외할머니와 파란 대문 집을 좋아하게 된 유나는 동네에 대한 관심도 생겼습니다. 친한 친구 민지를 사귀게 되면서 더 이 동네를 좋아하게 되었죠. 


옛날에 만들어진 동네라서 골목도 좁고 집들도 따닥따닥 붙어있는 팔로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과연 이 바람은 유나와 유나네 가족 그리고 이웃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게 할까요?






자주 이사를 해야 했던 유나는 정을 주지 않은 채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달라졌어요. 친구 민지랑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졌어요. 그림을 좋아하는 자신보다 화가를 더 많이 아는 민지, 자신처럼 '구르미 TV'를 구독하는 민지, 전학 온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민지. 그런 친구인 민지가 너무 좋으니까요.

하지만 '재개발'의 바람은 민지를 멀리 이사 보내고, 엄마와 할머니까지 다투게 합니다. 









[안녕! 팔조로3길]은 오래된 동네에서 재개발을 두고 벌어지는 주민들의 입장 차이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떠돌아다니던 유나는 할머니의 파란 대문 집에서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할머니와 친구분들도 추억이 가득한 집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시죠. 

하지만 민지는 학원 친구들에게 따돌림받기 싫어서, 죽어 가는 동네가 싫어서 빨리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유나 엄마도 동네와 파란 대문 집을 좋아하지만 유나를 위해 재개발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다른 입장과 상황들로 시끄러운 동네에 이사 온 화가 아저씨도 있네요. 옛 동네가 좋아서 동네 풍경을 그리고, 허물 예정인 벽화도 다시 그립니다.









살아 숨 쉬는 생명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대부분은 시간이 흐르면 부서지거나 고장이 납니다. 이번 이야기는 동네의 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쇠퇴해가는 옛 동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으로 우리는 흔히 '재개발'을 이야기합니다. 이 재개발을 어린이 시점으로 가져와 현실적인 이야기로 생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무엇이며,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재개발 외 다른 방안들은 무엇인지 등을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습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어 놀러 가던 친구 집,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건물들이 자리 잡았던 등굣길,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우리 동네.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났네요. 지금은 반듯반듯 널찍한 도로가 나고 카페가 줄줄이 있는 곳으로 변해버린 우리 동네의 옛날이 말이죠. 

수도권에서 살면서 부모님을 방문할 때 찾는 고향은 모습도, 사는 사람도 다 변했죠. 단독주택들과 재래시장 대신 아파트와 편의점, 마트가 우뚝 서 있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우리들 대신 새로운 이들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 변화의 시간을 되짚어보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안녕! 팔조로3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독서 후 독후활동지를 활용하여 생각 주머니를 키울 수 있어 알찹니다. 사회 과목과 연계하여 주거 환경과 재개발, 재건축, 도시 재생을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생각 그물, 배경지식 쌓기, 내용 되짚어 보기, 생각 나누기, 생각 펼치기 등 활동으로, 재개발뿐 아니라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구성입니다. 유나처럼 동네를 살펴보고 관심을 가지면 정이 들어 동네 곳곳이 더 눈에 들어오겠죠. 재개발, 재건축, 도시 재생 등은 그 이후 이야기라고 생각되네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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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개업
담자연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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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변주를 만나다니,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시간과 생명'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 설화를 변주해 풀어나가는 '삶과 인연'에 얽힌 가슴 절절한 이야기가 바로 담자연 작가의 <심장개업>이다. 




심장개업/ 담자연/ 한끼출판사



'글자를 이어서 이야기를 만든다'

담자연 작가는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시간과 생명, 우주와 지구, 신과 인간,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엮어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완성하였다. 왜 '심장개업'일까? 하는 의문을 품은 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무뚝뚝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제 사장과 유쾌 발랄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영채이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구성되지 않아 독자의 생각과 흥미를 자연스레 유도한다. 판타지 같으면서도 전통 설화 같으면서도 우리네 현실이 한데 어우러져 담자연만의 독창적인 이야기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 바로 이곳, '심장개업'이다.









왠지 '개업'이라고 하면 호기심에 끌려 기웃거리게 된다. 이제 궁금증을 호감과 신뢰로 바꾸어 단골로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담자연 작가는 실로 매혹적이고 탄탄한 변주로 사로잡았다. 이토록 가슴을 헤집는, 태초부터 시작된 뭉클한 이야기에 어느 누가 등을 돌릴 수 있을까 싶다. 



진여사가 들려주는 설화가 단단히 뿌리내려 이승과 저승 그리고 환승까지 어우르는 세계를 받치고 있다. 끝없는 광활한 우주와 시간 그리고 생명 안에 작고도 작은 존재인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실타래 그리고 선택과 인연은 사막 위에 자리 잡은 제사장의 국숫집처럼 따뜻한 감동과 위로였다. 두려움과 회한 속에서도 빛나는 사랑이었다. 



절절한 사연을 하나둘 접하면서 그들이 칭칭 감은 실이 얼마나 간절하고 진실한 삶의 의지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통찰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태어나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해나가는 여정인 인생을 탁월하게 담아내어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스스로 삶을 끝내는 '자살'자를 다룬 큰 틀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그 행위에 따르는 엄중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자살'에 대한 우려와 경계를 의미 있게 강조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신'은 원칙에 따라 인간을 살피는 관리자이자 감시자인 동시에 부주의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그리고 아픈 손가락인 '지도자와 신하'를 지켜본다. 오히려 '시간'과 '생명'이 창조자의 위치로 그려진다. 이런 접근은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자리 잡아 주었고, 삶과 인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드러내 주었다. 



이유도 모른 채 국숫집에서 국수를 말아준 제 사장과 이승으로 돌아가겠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제 사장 곁에 머무른 채이. 그들의 뒤틀린 인연의 실을 깨닫는 순간, 뇌에서 번쩍하며 온갖 이야기들이 순차적으로 정리되며 수많은 질문의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안갯속을 걷는 듯 답답한 마음이 풀려 짜릿하면서도, 반복되는 그들의 지난한 고통에 가슴이 저렸다. 









환생의 굴레를 그리는 소설을 읽어 인생에 대한 나름의 명쾌한 답을 얻었다.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소재와 주제를 가슴을 따뜻하게 달구는 이야기로 탄생시켜준 담자연 작가 덕분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수한 선택으로 감아지는 인연의 실로 다채로운 관계를 맺으며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고 추억을 쌓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내가 감은, 나에게 감겨진 실을 감사히 여기며 곁을 지키는 이들과 같이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야겠다. 심장 뛰는 소리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오늘, <심장개업>을 펼쳐들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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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정석 - 당신의 후반부 인생을 지탱해 줄 4개의 기둥
문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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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정석/ 문진수 지음/ 한겨레출판



[은퇴의 정석] 책을 서평단 도서로 선택했을 때는 경제 관련 도서일 거라 생각했다. 은퇴 후 노후에 대한 재정적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그런 책이 아니었다. 은퇴와 노후에 대한 패러다임을 뒤엎는 내용이었다. 은퇴 ·노후 계획하면 떠오르는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돈'이 아닌 인생 후반전에 대한 숲을, 청사진을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인생 선배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어 내려갔다. 



대안 금융을 고민하는 독립 연구소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 문진수 저자는 예순 고개를 막 넘긴 장년의 남성으로, 후배들에게 '잘 지내고 계시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답변을 고심하였다. '잘 지낸다'는 의미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삶의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앞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을 만나 확인하고 배운 것에 대한 기록이 바로 [은퇴의 정석]이다. 


문진수 저자는 '좋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생 곡선을 제시하며 삶의 후반기를 잘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주제와 내용을 담았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인구수는 줄어드는 오늘날, 노후에 대한 고민은 점차 커지고 있다. 퇴직, 정년, 은퇴, 수명. 저자는 종 모양의 인생 곡선이 아닌 쌍봉낙타처럼 2개의 주기, 2개의 봉우리가 존재하는 새로운 인생 곡선을 제시한다. 





'성공'이라는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달려온 전반부와 퇴직과 정년 사이의 준비를 걸쳐 은퇴하기까지 두 번째 봉우리에 오르는 후반부로 나뉜다. 비슷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기간이다.




문진수 저자는 후반부 인생을 지탱해 줄 4개의 기둥으로, '돈', '건강', '놀이', '관계'를 들고 있다. 

단순히 '돈'에 얽매이지 않고, '건강'을 챙기고, 나를 나답게 하는 '나만의 놀이'를 찾으며, 소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질문과 자세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매달 필요한 적정 생활비는 얼마인가? 어떻게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인가? 등의 적정한 질문을 통해 후반부 살림살이의 운영을 설명하고 있다. 소비, 욕구 그리고 행복이 아닌 충족과 필요 그리고 만족의 공식을 든다. 적절한 사례까지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몸이 보내는 신호와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 관리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부, 자식 등 여러 관계들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들은 연륜이 녹아있었다.  








후반부에는 좋아하고, 즐거움을 동반하며,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 후반부 20년의 '놀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이제 곧 50을 바라보는 40대 중반 입장에서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미래가 아닌 제대로 준비하여 인생 후반부를 새롭게 채워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준 [은퇴의 정석]이었다. 


인생 선배들의 다양한 사례와 문진수 저자의 은퇴 ·노후 수업을 바탕으로 고령화 시대에서 노후를 잘 보내기 위한 준비사항과 마음가짐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두 번째 봉우리의 모양은 다 제각각일 테다. 자신의 봉우리를 그리기 위한 준비는 결국 자기 스스로 할 수밖에 없다. 삶의 주인으로서 즐겁게, 행복하게, 잘 지내는 인생 후반부를 위해 우리 모두 준비합시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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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사라진 정오 NEON SIGN 8
김동하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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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그림자 따위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 김동하 지음/ 네오픽션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림자를 사 가고 슬픔을 없애준다는 그림자 상인,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판 것이다. 아니, 슬픔을 지운 것이다. 


김동하 작가는 신작 <그림자가 사라진 정오>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조명한다. 그의 소설 속 사람들 대부분은 '슬픔'을 지우는 선택을 한다. 마치 슬픔만 없다면 다 괜찮아지는 것이라 믿는 듯했다. 왜 슬픈 지…… 그 감정을 일으킨 시간과 추억 등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지우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꽤나 솔깃한 제안이기는 하다. 




"제게 그림자를 파시겠습니까? 

동의하신다면 지금 느끼는 슬픔을 비롯해 

앞으로 그 어떤 슬픔도 느끼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만약 그림자 상인 하백이 내 앞에 나타나 거래를 요구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소설 속 많은 사람들처럼 그냥 팔 것인가? 정오와 진희, 태진처럼 팔지 않을 것인가? 경계심이 많은 터라 헛소리라며 무시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아프기 싫어서 그림자를 팔았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영원히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하백의 말은 제각각 깊이는 다를지언정 슬픔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동아줄처럼 느껴졌을 테다. 




슬픔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파수꾼

 슬퍼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천사 

VS 

슬픔을 노리는 사냥꾼

검은 속내를 숨기고 있는 악마





그림자 사냥꾼 하백, 영귀, 환생인 로혼, 영사, 사장 사자 등 기묘한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과거 - 현재 - 미래로 흐르는 절대적 시간 '크로노스'가 아닌 특정 순간을 일컫는 주관적 시간 '카이로스'를 이용하여 주제를 극대화하였다. 슬픔을 마주하기보다는 지워버린 이들에게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다. 







하백의 음모를 막기 위해 로혼, 정오, 태진은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처음에는 로혼이 자신의 임무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망설였으나 급박한 순간에 로혼과 정오 그리고 태진이 힘을 모으게 되었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해야 할 이들이 그들인 것은 필연이었다. 사라진 기억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가슴이 미어져 무너져내렸다. 그럼에도 진실을 알고자 정오는, 로혼은 앞으로 나아갔다. 두려움이 가득한 데도 진실을 향한 의지를 꺾지 않는 그들을 바라보며 덩달아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백은 그림자와 슬픔만 가져간 게 아니라 슬픔과 관련된 기억까지 가져갔다. 3여 년의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는 정오나 생전 기억을 잃은 로혼과 하백처럼 기억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슬픔 또한 소중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지워진 슬픔을 되찾고 싶어 했다. 



우리는 기억의 복합체이다. 잊은 듯 같으면서도 특정 장소에 가거나 향기를 맡거나 음식을 먹으면 차오르는 기억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 소중해서 계속 되새기는 기억들…… 이 기억들 모두가 행복을 담고 있지는 않다. 슬픔, 그리움 등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기억들 덕분에 '나'가 '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동하 작가는 정오와 로혼, 태진과 유진을 통해 '너무나 큰 슬픔이라 지워버리고 싶다'가 아니라 '그 큰 슬픔을 느끼게 한 큰 기쁨과 충만함, 사랑을 떠올려 보라'고 이야기한다. 슬픔 전에 존재한 행복, 슬픔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대체적으로 부정적 감정에 대한 표현을 꺼려 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우리 정서상, 건강하게 발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슬퍼하고 애도하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고, 그 슬픔을 공감하고 이해해 주는 환경이 자리 잡은 성숙한 공동체라면 어떨까. 아마 소설 속 사람들처럼 쉽게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그 이면을 떠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한정오의 엄마 최진희처럼 거짓말을 할 수도, 한정오의 엄마 최진희처럼 그림자일지라도 딸을 위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잠식되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는 그 마음이 삶으로 이어지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고 아프지만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외면하지 않은 정오와 로혼 그리고 태진 덕분에 슬픔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슬픔이 자리하는 시간에 슬픔만이 남지 않도록 그 슬픔을 온전히 마주하는 우리를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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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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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 자꾸 엄마 얼굴로 사고를 치고 있네.

하, 망했다. 나중에 윤슬이가 알면 난리 나겠지."




『82년생 김지영』, 『사하맨션』, 『귤의 맛』 등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말을 거는 조남주 작가의 신작 [네가 되어 줄게]가 출간되었다.




네가 되어 줄게/ 조남주/ 문학동네




딸 강윤슬은 1993년 중학생인 엄마의 삶으로,

엄마 최수일은 2023년 중학생인 딸의 삶으로,

딱 7일간의 '너'를 체험하게 된다.



한집에 사는 친밀한 사이인 가족.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의지가 되고 힘을 주는 존재지만, 그만큼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쉬운 관계기도 하다. 

그중 엄마와 딸은 특히 얽히고설킨 애증 관계다. [네가 되어 줄게] 소설 속 엄마와 딸 이야기가 남일처럼 안 느껴지는 건 내가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딸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 최수일이 딸에게 느끼는 양가적 감정을 조남주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엄마 최수일은 딸을 진정 사랑하면서도 그 애가 받는 사랑을 질투하는 모순된 감정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사랑받는 일이 당연한 윤슬이를 부러워하고 궁금해한다. 저자는 딸 강윤슬이 엄마의 과거로 돌아가 보내는 '7일'이라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녀를 납득하고 이해하도록 이끌고 있다. 그리고 그 '7일'동안 사랑스럽고 귀여운 딸 강윤슬은 엄마 최수일의 삶을 바꿔놓았다. 구원하였다.





엄마 수일과 비슷한 연령대인 터라 1993년의 중학교 교실 모습은 친숙했고, 2023년의 중학교 교실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살필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최절정이던 순간, 영혼이 뒤바꿔 '네가' 되었다. 딸 윤슬이 엄마 수일의 학창 시절을 뒤흔들 동안 엄마 수일도 놀라운 경험을 한다. 딸 윤슬의 모습으로 자신이라면 상상조차 못한 일을 해내면서 딸을 비롯한 요즘 애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미처 서로가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기적 같은 경험으로 마주함으로써 오해의 불씨를 꺼뜨리게 된 것이다. 






[네가 되어 줄게]는 모녀만이 아니라 자매 그리고 친구까지 여성들 간의 끈끈한 교감과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엄마 수일과 딸 윤슬이 서로 뒤바뀐 영혼으로 생활한 시간을 오롯이 기억하고 2023년이 되기를 기다려온 언니이자 이모인 수영이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다. 미래를 알고 아니 믿는다는 의미의 표상으로, 1993년의 윤슬 옆에서 2023년의 수일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듬직한 언니이자 이모였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건 아닌 것 같아. 

미래의 일 덕분에 과거가 다시 이해되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사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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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수일이 간절히 '내가 전부인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기에 가능했을까? 일직선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교차하는 과거 그리고 현재이자 미래를 공유하면서 한걸음 더 가까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네가 되어 줄게]이다.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라 더 몰입하게 된다. 

'너무 늦게 태어났다' vs '부족한 것도 불편한 것도 없다', 이 인식의 차이만큼 멀었던 서로 간 거리가 '야만의 시대에 느끼는 무력감' & '풍요의 시대에 느끼는 막막함'을 인정하는 순간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소중한 이 순간의 가치를 명랑 유쾌하게 되새기게 해주는 조남주식 타임슬립 교감 서사 [네가 되어 줄게]를 함께 읽은 덕분에 딸과 더 돈독해졌다. 



"우리는 미래에서 만나자.

다시 만날 것이다.

내가 존재하기 전부터 나를 기다려 준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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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을 때 뜨끈한 무언가가 몸 안을 흘러내려가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따스한 숨결을 내뱉었다.

상처와 고민을 어루만져 주는 교감을 전하는 다정한 소설 [네가 되어 줄게]를 얼른 만나보길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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