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흔한 인사말 책이 좋아 3단계
송미경 지음, 양양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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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아주 흔한 인사말/ 송미경 글·양양 그림/ 주니어RHK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주위가 밝아지고 행복해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 도전과 실수 그리고 성취의 경험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일상을 비틀어 색다른 세상을 보여준 송미경 작가의 <아주 흔한 인사말>이 선사한 선물이다.






<아주 흔한 인사말> 속에는 3가지 세계가 있다. 송미경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축된, 우리네 현실과는 다른 특별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가족' 그중 '아이와 부모'간의 이야기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듯 떠올린 생각일 수도, 바람일 수도 있지만 결코 이토록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할 게 분명한 일들이 일어난다. 놀라움에 벌어진 입을 채 다물기 전에 이어지는 장면에 더 큰 충격을 받게 되니 무의식으로 그어놓은 '동화'의 한계를 산산이 무너뜨린다. 어린이문학 경계를 사뿐히 넘어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아주 흔한 인사말>이다.






[아주 흔한 인사말], [귀여웠던 로라는],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 그리고 [아주 흔한 작가의 말]까지 흔한 단어의 조합들로 이루어진 제목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부모-자식이라는 신비로운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는지를 사회문화적인 측면과 개인적인 측면에서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갈등과 문제를 창의적인 발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설이를 받은 의사가 말했다. "놀라지 마세요. 아기가 인사말을 못 합니다." 이 무슨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 건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모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문법에 맞고 예의 바른 인사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설이가 얼마나 낯설고 어려운 존재였을까. 갓 태어난 아이들이 능숙하게 요구사항을 말할 때 설이만 울음으로 모든 것을 알렸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큰 충격이자 난제인 상황에서 부모는 걱정근심이 깊어지고 의사는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고백으로 밝혀지는 비밀들은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아기가 태어나 서서히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행위와 이를 공유하는 부모, 그 시간이 채워주는 순수한 기쁨과 찬탄이 바로 삶의 행복이리라.








엄마가 운영하는 쇼핑몰 피팅모델로 활동하기 위해 더 이상 자라지 않기를 강요받는 로라를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로라는 엄마가 아닌 이모, 다른 손님들, 토끼 인형 토순이를 통해 온기를 나눈다. '너는 더 이상 자라지 않겠지. 계속 이렇게 귀엽기만 할 거야.' 엄마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온 신경을 쓰는 로라에게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예쁜 옷을 입고 다리를 오므리던 로라가 바람을 느낄 정도로 힘껏 뛰는 모습에 흐뭇해졌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접한 예제인데, 송미경 작가는 위트 있게 꼬았다.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라니~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허물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쌓아 올린 세상의 이야기들은 또다시 우리에게 그 세계를 뒤흔들기를 원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감각하지 못한, 소중하고 평범한 일상의 가치가 묵직하게 그려진다.

아기가 서서히 살아가는 법을 자신의 속도에 맞춰 배우는 게 새삼 큰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속도에 맞추면서 가정, 학교, 사회에 적응해나가며 즐겁게 성장해나가는 찬란한 하루들이 소복소복 쌓여갔다. 설이와 부모, 의사처럼, 로라와 토순이처럼, 마을 아이들과 이상이와 아저씨처럼 서로 어울려 즐기는 하루가 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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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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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유자는 없어/ 김지현 장편소설/ 돌베개




[우리의 정원], [브로콜리를 좋아해?]의 작가 김지현의 신작 <유자는 없어>가 출간되었다.






거제 바다의 거센 파도가 노오란 유자를 덮치는 찰나를 담은 앞표지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찌 보면 파도가 집어삼킬 듯 보이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유자를 멀리 밀어주는 듯 보이기도 했다. 왠지 모르지만 노오란 유자는 꿋꿋이 살아남을 것 같은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책 제목과 연관 지어 보면서 유자의 운명을 가늠하다 뒤표지를 보았다. 앞표지의 진실을 알려주는, 위트 넘치는 그림에 빵 터졌다. 어쩌면 우리가 감각하고 인지하는 정보는 이런 착각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진짜 이야기를 만나러 가볼 시간이다.







<유자는 없어>는 김지현 작가의 고향인 거제도를 배경으로 지방 청소년이라면 할 만한 고민을 담아냈다. 나 또한 지방 출신으로 경기도에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 또한 서울을 동경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 대부분은 서울살이를 동경한다. 소설 <유자는 없어> 속 인물들도 '성인이 되어 고향에 남을지, 새로운 도시로 떠날지'를 고민한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지안과 친구들이 느끼는 성장통은 아무나가 아닌 '나'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 지안과 수영 그리고 해민이의 일상을 함께 보내며 감정의 결에 공명하면서 먹먹하게 읽어나갔다.





김지현 작가는 거제를 '유자의 도시' - '비의 도시' - '고래의 도시'로 그려냈다. 지안이 고향 거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그리고 그 안에서 고민하고 분투하는 시간들이 핍진성 있게 펼쳐진다.


지안은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위축되었다. 공황 증세에 시달릴 정도이다.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떠나는 것은 지금을 부정하는 거라 생각하는 지안은 고등학교 입학 후 고민이 더 깊어져만 간다.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된 절친 수영과의 사이에도 균열이 생긴다. 그 틈이 커져만 가는 듯해서 서운하다.



"그거 알지?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갈수록 말하기 더 힘들어지는 거."



하지만 제 3의 인물들인 해민과 혜현 덕분에 정체되고 닫혀있던 지안의 시각이 트이게 된다. 자신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반응하는 이들을 보면서 지안 또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꼭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이어질 수 있음을, 머물지 않더라도 사랑할 수 있음을, 자신이 자유를 소망하고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수영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더 친밀해진다.






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무른 사람도, 여러 곳을 돌아다닌 사람도, 떠났다 다시 돌아온 사람도 마음이 머무는 곳이 있을 것이다. 지금 거기 서 있는 자신을 이루는 시간들을 지울 수 없는 그들은 각기 다른 눈으로 주위를 바라본다. 무엇이 반짝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익숙하다 생각해서, 오랜 시간 당연하다 생각해서, 제대로 바라보지 않아서, 마주하지 않아서 반짝였던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반짝일 무언가를 놓쳤을 지도 모르겠다.







지안은 '유자', '전교 1등', '거제 시골 동네 출신'라는 자신을 지칭하는 수식어에서 벗어나 '유지안' 그 자체로 당당하게 서는 법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억눌렀던 공포를 해방으로 전환하였다. 어디에 있든 '유지안'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나라서, 내가 유지안이라서 다행이었다.' 그 문장이 반짝이며 내 가슴에 새겨졌다.






소설 <유자는 없어>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두려워 주저앉은 지안과 새로운 곳으로 떠나 이름을 바꾸고 살아가다 다시 고향 거제로 돌아온 혜현, 그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노력하는 오늘이 마음을 다독여준다. 잘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네가 너여서, 내가 나여서 기쁘다고 위로해 주었다. 자신의 의미, 자신의 가치, 자신의 본질은 자신이 정하는 거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우주 어디든 갈 수 있는 고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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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가해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손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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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친밀한 가해자/ 손현주 장편소설/ 우리학교


[친밀한 가해자] 가제본을 받았다.

<가짜 모범생> 시리즈,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등등 요즘 청소년을 통찰력 있게 그려낸 손현주 작가의 신작이다.

새하얀 표지에 적힌 제목, '친밀한' 가해자가 눈에 박혔다. 결코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두 단어가 만나 이 이야기의 제목이 되었다. 어떤 연유로 '친밀한' 이가 가해자가 되었을까? 책을 펼쳤다.

중학생 준형은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 아이다. 친한 친구 눈에도 뭐든 잘하는, 부족함이 없어 당당하다 못해 때로는 오만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준형이 아랫집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다.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던 준형을 발견한 할머니는 강하게 훈계하고, 담배를 뺏으려다 계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소설은 이 사건보다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다. 준형이네와 준형이 친구 현서를 중심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상황을 밀도 있게 전개하고 있어 몰입도가 높았다.


"그날 일이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 치부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

준형은 처음 알았다. 그 어떤 핑계와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도."



준형의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그늘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살 차이 나는 여동생 채원은 자폐적 발달 장애가 있다. 엄마는 채원에게 신경을 많이 쓰며 준형에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한창 사춘기인 준형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들이 아니라 불만과 분노가 조금씩 쌓여간다. 그러다 벌어진 아랫집 할머니 추락 사고로 준형이와 부모는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

나 또한 부모이기에 준형이 부모가 처한 현실과 고민을 통감하며 그들의 선택을 바라보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빠르게 119 구조 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 아이가 자수하도록 설득했을까? 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형이 부모도, 나도 부모라면 내려야 하는 답을 안다. 두려울지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친밀한 가해자]는 그 힘겨운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동갑내기 준형과 친구 현서를 내세워 살아가는 데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정성 있게 이야기한다. 완벽해 보이는 준형이네와 성실하게 살아가는 현서네의 대비는 준형이네의 균열이 심해지면서 더욱더 선명해졌다.

준형은 조여오는 경찰 수사와 협박 편지에 점차 무너져내린다. 극도로 불안하고 초조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손현주 작가는 <데미안>, 만화책 <추락> 등등 여러 도구들로 준형이 스스로 현 상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이끈다. 준형이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이 전해져 가슴이 아렸다. 실수일지라도 참담한 사고를 감당해야 하는 준형이가 거짓말로 만든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준형이 부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친밀한 가해자]는 스스로를 가둔 자신을 뜻하는 말처럼 다가왔다.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 자신의 일탈과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준형도, 자식의 인생을 위해서라며 위독한 타인을 모른 척하고 다른 자식을 이용하려는 비인간적인 선택을 한 부모도 아랫집 할머니뿐 아니라 준형과 자기 자신 모두에게 가해자가 아니었을까.

손현주 작가의 신작 [친밀한 가해자], 읽는 내내 마음이 움찔거리는 이야기였다. 십 대는 물론 부모라면 읽어야 할 성장소설이었다. 책과 함께 고민하고 정답을 찾아가기를 바라며 기꺼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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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만난 세상 - 2023 전미도서상 아동 청소년 부문 수상작 미래그래픽노블 16
댄 샌탯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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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내가 처음 만난 세상/ 댄 샌탯/ 이원경 옮김/ 밝은미래

그래픽 노블 <내가 처음 만난 세상>은 작가 댄 샌탯의 중학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미국을 벗어난 적 없는,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캐머릴로가 아는 세상의 전부였던 모범생 '댄'이 유럽 견학 여행을 떠나 처음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삶이란 기쁨과 슬픔으로 가득하고, 

결국 싫든 좋든 간에, 그 모든 순간들이 

너란 사람을 이룬다는 거란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모든 삶의 경험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거지. 

네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거기에 달려 있어. "



속속들이 다 아는 친숙한 세상에서 낯선 공간으로 떠나게 된 댄은 설렘보다는 귀찮고 싫었다. 같이 떠나게 된 친구들과는 알고 지낸 사이지만 불편한 기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기대도, 의욕도 없이 가족 없이 첫 여행을 홀로 떠난 댄을 보면서 과연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경험들을 할지 오히려 내가 더 설레고 궁금할 지경이었다.





작가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시키면서 '댄'이라는 인물을 심층적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꾸만 움츠려드는 댄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캐릭터를 이해하고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성실하고 배려심 넘치고 모범생이었던 그가 여러 사건들로 친구들과 갈등을 겪고 힘들어했던 시간들 위에 새로운 곳에서 새 친구들과 보내는 색다른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댄 본연의 캐릭터가 살아나게 되었다.






첫 환타, 첫 여행, 첫 맥주, 첫 나이트클럽, 첫 커피, 첫 여자친구, 첫 데이트, 첫 키스… '처음'이 붙는 이 수없이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댄은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작은 마을의 의욕 없던 십 대가 유럽 전역을 돌면서 자기 안에 꼭꼭 숨어있던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편안한 기분을 만끽하였다. 이 경이로운 경험을 댄 샌탯 작가는 유머와 감동적인 서사로 다정하게 풀어나간다.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매혹적인 <내가 처음 만나는 세상>이었다.




댄은 기존의 세상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발 내디뎠다. 그 한 걸음이 퍼트린 울림은 짜릿하고 뭉클했다. 비요크 선생님의 말씀처럼 "뜻밖의 일로 가득한 세상에 씩씩하게 맞"섰기에 댄과 친구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시야를 넓히는 멋진 모험을 즐길 수 있었다. 그 기쁨을 공감할 수 있어 행복했다.



"세상을 더 크게 보니 훨씬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댄이 여행을 마치고 첫 여자친구 에이미와 헤어지고 힘겨워했던 것만큼 <내가 처음 만난 세상>과의 첫 이별은 힘들었다. 그래서 다시 읽고 또다시 읽었다. 방금 덮은 책의 온기가 가시기 전에 다시 펼 만큼 생명력 넘치는 작품이었다. 모두 행운아가 되어보기를~


"작별 인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건

그만큼 내가 행운아라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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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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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정명섭,최하나,김아직,콜린 마샬/한끼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한양으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듯이 '서울'의 위치는 우리나라에서 남다르다. 난다 긴다 하는 인물들이 모이는 곳,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서울 부심'이라는 말까지 서울을 향한 열렬한 마음을 표하는 오늘날, 서울을 소재로 한 앤솔로지가 출간되었다. 정명섭 작가를 필두로 최하나 작가, 김아직 작가, 콜린 마샬 작가가 뭉쳐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미스터리 소설집이 탄생했다.


작가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는 이 앤솔로지를 기획한 정명섭 작가의 의도대로 '서울'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명섭 작가는 <사라진 소년>을 통해 유년 시절의 추억과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실미도 사건을 엮어냈다. 비극에 관한 오류를 바로잡고 과거를 잊지 말기를 권한다. 화려한 도시 서울의 어두운 그림자에 묶인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을 일상으로 끌어올려 다시 한번 인간의 무참함을 지적하는 그의 필력과 통찰에 혀를 내둘렀다. 민준혁과 안상태 콤비가 보여주는 찰떡같은 호흡과 예리한 추리력은 씁쓸하고 애잔한 극에 인간미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최하나 작가는 재개발이 잠식해버린 옛 서울의 정취를 붙잡고 버티는 한 여인의 분투기를 절절하게 담아냈다. <선량은 왜?> 정말 소설 속 대부분은 선량에게 묻는다. 왜? 왜 그런 무서운 일을 저질렀냐고? 왜 집을 팔지 않냐고? 왜? 선량은 분명 자신의 목소리를 냈건만 왜?라는 질문만 계속될 뿐이다. 이름대로 '선량'하게 살아온 그녀이건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주변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악'만 남게 되는 변화가 개탄스럽다. 하늘 높이 올라가고 또 올라가는 건물 숲을 걷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뻥 뚫린 하늘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는 선량이 이해되고 공감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중요하지만, 돈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정과 여유를 더 소중히 여긴 선량의 말로는 우리에게 잃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를 일깨워 준다.


김아직 작가는 <노비스 탐정 길은목>을 읽고 기억하고 있는 소설가다. 이번 앤솔로지에 실린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 또한 이야기 구성이 남다르다. 전작도 주제의식이 독특했는데 이번 작품도 대학로 특성을 제대로 살려냈다. 배우 샹지와 맡은 배역인 라울의 죽음이 겹쳐지면서 진실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정명섭 작가는 소설가와 중학생 남남 조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아직 작가는 형사와 고등학생 여여 조합으로 죽음의 내막을 파헤쳐 나가는 점이 흥미롭다. 인터뷰 내용을 참고하여 다시 읽거나 곱씹어 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를 선사할 것이다. 네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서울을 떠올리게 한 작품이었다. 대학로가 친근해서 읽는 내내 그곳을 머릿속에 소환하였다. 독특한 이름 그리고 더 놀라운 추리력의 소유자 여고생 탐정 오느릅이 활약하는 이야기를 더 만나고 싶어졌다.






'콜린 마샬 작가가 바라보는 서울은 이런 미스터리한 공간이었구나' 싶은 이야기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이다. 에세이스트인 그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다.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이기에 문화적 차이가 있으면서도 어느새 한국에 녹아든 주인공이 데이트 상대였던 지혜를 찾아다니면서 겪게 되는 혼란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가는 곳에서마다 새로 정의되는 그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더더 그녀에게 매달리게 된다. 맥거핀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지혜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나를 움직이게 만든 동기이자 이야기의 도화선이었으니까. 외국인의 경험이 녹아든, 실종자 찾기는 또 다른 서울을 형상화하기에 충분했다.


서울을 완벽하게 안다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콜린 마샬의 생각에 백 퍼센트 공감한다. 그렇기에 이 앤솔로지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제각각 다른 목소리와 빛을 뿜어내는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로 서울을 재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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