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책깃클래식
이디스 워튼 지음, 김가원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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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름/ 이디스 워튼 소설/ 책깃



[순수의 시대], [이선 프롬]의 작가 이디스 워튼의 『여름』이 감각적인 표지로 책깃에서 출간되었다. 제목 'Summer'처럼 강렬한 마음이 담긴 두 남녀의 연애와 그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언제나 그대로인 정체된 곳, 노스도머에 새로운 인물, 루셔스 하니가 등장한다. 다섯 살 이후 죽 마을에서 지내온 채리티 로열은 오래된 집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하니에게 흥미를 느낀다. 넓은 세상인 도시를 향한 갈망과 얕은 지식에 관한 부끄러움과 함께. 그만큼 채리티에게 하니는 익숙한 존재가 아닌, 새롭고 특별하면서도 다정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6월에 시작되어 8월에 끝난, 여름과 함께 찾아왔다 가버린 찰나의 사랑이었다. 폭풍처럼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니는 떠났고, 채리티는 떠나고자 했으나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갔으나 두 사람 모두 달라졌다. 앞날을 내다보지 않았다는 채리티.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오로지 '사랑'에, 함께 있는 그 '순간'에 집중한, 이 순수하고도 다부진 아가씨에게 무한한 애정과 연민을 품었다.





'산에서 데려온' 아이, 속박이나 굴레가 아니라 생각했건만 채리티가 스스로를 책임지고자 산으로 올라가 목격한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당당했던 그녀는 자신의 태생,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쩌면 비참한 그곳에서 그녀의 앞날은 정해져 있었을지 모르겠다.

채리티와 하니, 채리티와 로열 씨. '자비심'을 뜻하는 채리티의 이름처럼 채리티는 하니에게, 로열 씨는 채리티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결코 원치 않았던 결합이 운명의 장난처럼 아니 시대의 규범과 신분의 차이로 허락되었다. 채리티와 로열 씨는 붉은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벗어나고자 했으나 현실의 벽 앞에 무너져버린 사랑 혹은 열망을 섬세한 문체로 묘사해나간 『여름』

폐쇄되고 정체된 공간에 찾아온 새로운 인물이 만들어낸 물결을 고스란히 받아낸 채리티는 염원처럼 그 사랑을 영원히 추억할 수 있을까. 여름 열병처럼 확 타오른 열정 혹은 사랑에 관한 하나의 이야기 『여름』은 큰 상흔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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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성 책깃클래식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재용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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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성/ 루시 모드 몽고메리 소설/ 책깃




[빨간머리 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선보인 '진정한 삶'의 이정표.

『푸른 성』은 밸런시 스털링의 성장 서사시다. 억압적이고 엄격한 가문 분위기에 억눌린 채 살아온 밸런시가 '죽음'을 선고받아 각성하면서 현실에 직접 부딪치며 살아나가는 이야기다.

"두려움은 인간의 원죄다."

"세상의 거의 모든 악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세상 모든 것들을 다 두려워했다. 그저 숨을 쉬었을 뿐인 수동적인 삶을 끝낸 순간부터 '스물아홉 살 노처녀'라는 가문과 세상의 낙인은 벗어던져버렸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가슴에 품은 밸런시는 특별했다. 자신이 하고픈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그녀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 무언가는 각기 다른 형태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경탄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 혹은 경멸로 다가온 무언가로 밸런시는 살아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감각하였다.



"난 한 번도 나만의 모래성을 가진 적이 없었어."



현실의 붉은 벽돌집은 그녀를 억누르고 무시하며 순종을 강요하였다. 그 녹록지 않은 일상에서 존 포스터의 책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다만 공상의 '푸른 성'에서 그녀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밸런시는 현실에서 죽기 전에 자신만의 모래성을 꼭 가지길 간절히 원했다.





앤처럼 사랑스럽고 당차고 다정하고 아름다운 밸런시 스털링. 고전 속 인물이 이토록 생기있게 다가오는 경험이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기독교 공동체 마을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위선과 기만을 폭로하며 집을 떠나 스스로 행동하는 주체가 되어가는 밸런시에게 매료되어가는 이는 바니 스네이스만이 아니었다. 그녀만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사랑을 속삭이는 영광을 획득한 바니. 그와 밸런시의 충만한 사랑 이야기는 밸런시의 각성과 자유만큼 설렘을 주었다. 두 연인이 똑같은 감정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은 아니었다허나, 서로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며 진심을 다해 일상을 채워나가는 시간은 마법 같았다.

'스물아홉 살 노처녀'로 붉은 벽돌집에 박제될 뻔한 밸런시가 스스로 쟁취한 충만한 삶의 시간은 세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전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푸른 성, 하지만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밸런시가 내미는 손을 붙잡을 용기 있는 자에게 『푸른 성』을 추천한다. 출간 100주년 기념으로 새로이 찾아온 창비교육 책깃클래식 『푸른 성』으로 우리 모두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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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보내기 길벗어린이 문학
김다노 지음, 심보영 그림 / 길벗어린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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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보내기/ 김다노 글ㆍ심보영 그림/ 길벗어린이




황현호 보내기]는 사랑하는 강아지를 떠나보내는 황현우의 이야기다.

"현우는 씩씩하니까 할머니 댁에서 지낼 수 있지?"

엄마에게 "그럼."이라고 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할머니와 살게 되면서 잠도 안 오고 입맛도 없었다. 그런데 집 생각, 엄마 생각, 전 학교 생각… 온갖 생각이 사라졌다. 개 '메리'가 할머니 댁에 오고 나서부터다. 그리고 강아지 다섯 마리가 태어났다. 할머니는 강아지 다섯 마리 전부 입양 보내자 하신다.

<최악의 최애> 김다노 작가는 [황현호 보내기]로 우리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이별의 시간을 찬찬히 담고 있다. 하루라도 더 같이 있고 싶고 보내기 싫은 현우의 마음이 할머니와 친구, 마을 어른과 함께 하며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고 약한 존재였던 막내를 돌보면서 정이 들면서 외로움은 줄고 뿌듯함이 늘었다. 자기보다 더 연약한 막내가 있어 현우는 씩씩해졌다. 그러니 얼마나 헤어지기 싫을까. 또 이미 가족과 헤어짐을 겪은 현우이기에 '현호'와의 이별이 더더욱 쓰라릴 게다.

하지만 현우는 알고 있다. 현호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김다노 작가는 현우가 현호를 떠나보내기 전에 현호의 옹골진 모습을 한껏 보여준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 용감한 모습을 뽐내는 현호에게 빠져들었다.





현우는 단둘이 떠난 비렁 모험에서 본 현호의 당찬 모습에 열 번 뒤돌아볼 것을 세 번만 뒤돌아볼 정도로 스스로를 다잡으며 의젓하게 현호와 이별한다. 가슴이 찡했다.

금오도 여행길에서 현호와 함께 본 드넓은 바다를 마음에 품고 살짝 성장한 현우의 개운한 표정이 눈앞에 선하다. 말없이도 서로를 알게 되는 마음의 시간을 쌓아가고 사랑하는 강아지를 잘 보내주면서 현우는 마을 앞 바다처럼 크고 넓어지고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현우와 현호의 이별처럼 비록 몸은 멀리 떨어지지만 마음으로는 응원하는 헤어짐을 [황현호 보내기]로 연습해 보자. 언젠가 다시 만나자, 황현호!

* 이야기 속 여수 사투리가 낯설면서도 구수하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말씨. 그 어투에 정겨움이 가득해서 시골 할머니 댁이 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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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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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저/ 휴머니스트




윤지현. 한국계 미국 작가의 펜 끝에서 시작된 슬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가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는 여러 작품에 영감을 준 <장화홍련전>를 모티브로 한 감각적인 스릴러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표지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물결치듯 움직이는 저 검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이토록 시린 슬픔과 처절한 고독을 그려낼지 첫 장을 넘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저 자매의 이야기가 궁금할 뿐이었다.





한미래와 한수진. 제이드 에이커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부모를 둔 이민 2세 자매다. 가문의 여성 혈통에게 전해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이 능력이 비극의 불씨였을지도. 삶과 죽음. 불가결하고도 통제 불가능한 영역을 침범한 능력은 처음에는 구원이자 축복이었을지도 모르나 어느새 저주가 되어버렸다. 이 능력 탓에 자매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너무 커다란 슬픔을 겪었다.





이야기는 7년 전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후, 언니 미래마저 익사체로 발견된 지 열 달이 지난 어느 날로 시작된다. 아버지와 수진이만 덩그러니 남은 집에서 부녀는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생을 나아가지 못하고, 단절된 채 표면적인 관계로 지내고 있다. 둘 다 연달아 겪은 상실에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로 삶을 뒤흔들기 마련이다. 제대로 애도해야 깊은 슬픔의 늪에 빠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과연 수진과 아버지의 선택은 무엇이고 어떤 시간으로 그들을 이끌 것인지 숨죽이며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행복해지고 싶었어. 두 사람 다 날 용서해 줘."

- 한수진



윤지현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장화 홍련>, 별자리 처녀자리 신화, 물귀신 민담 등 옛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가 정조준한 화살은 날카롭게 잘 다듬어져 있었다. 과녁을 꿰뚫듯 심장을 관통했다. 하나의 진한 슬픔과 집착이 이끌어낸 또 하나의 복수와 분노에 전율이 일었다. 기꺼이 슬픔을, 분노를, 두려움을 그리고 사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의 서사가 펼쳐진다.


미래와 수진은 어머니를 잃은 순간 부모 전부를 잃었다. 고작 열한 살이었던 미래가 자각한 현실은 가혹했다. '완벽한 아이'가 되어야 했던,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미래가 안쓰러워 가슴이 미어졌다.







그 옛날 닭이 결코 갖지 못했던 '장수'라는 이름처럼 강이 삼켜버린 이름, '미래'.

미래가 사라진 '미래'가 다시 살아나 '진실'을 알고 차근차근 복수를 해나가는 사이 자신을 잃어버렸다. 원초적 폭력에 사로잡힌 미래를 지켜보는 일은 힘겨웠다. 미래가 살고 싶은 삶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족에게는 가면을 쓰고 자신을 통제한 채 한없이 희생하고 다정했던 가여운 아이가 꿈꾸는 내일은 그냥 평범했는데…




미래와 수진, 벤틀리. 상실 앞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위로받지 못한 작은 영혼들은 지독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상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갉아먹어갔다. 뒤늦게라도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내미는 손은 따뜻했다. 서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며 슬픔을 품은 채 소소한 행복으로 채워나가는 수진과 아버지가 상실을 겪은 모두에게 묵직한 위로를 전한다.




"사랑해. 사랑하니까 이제 놓아줄게."

- 한수진



미래와 벤틀리, 수진과 마크. 가족에게 치유받지 못한 고통을 기꺼이 나누고 서로를 품어준 친구. 한동안은 이들과 함께 한 제이드 에이커에서 사랑, 우정, 가족, 어른, 부모 그리고 상실과 삶에 관한 질문을 집어삼키는 블랙파인 강을 바라보고 서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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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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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오팬하우스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 '언어는 인간의 전유물이다'라는 상식을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신선한 발상으로 뒤집은 과학자가 있다. 바로 동물언어학을 창시한 일본의 생물학자 스즈키 도시타카다. 세계 최초로 동물(박새)이 말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그는 그 놀라운 여정을 책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로 엮어냈다.







자연을 관찰하기 좋아한 소년이 자라 박새의 친구가 되어 박새와 친구들의 언어를 파악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스즈키 본인이 밝힌 대로 '학자가 되어 평생 좋아하는 동물을 관찰하며 살'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 다행이다. 학자로서 '우물 안 개구리' 인간의 막힌 시야와 사고를 유쾌하고도 확실한 방법으로 무너뜨렸다. 견고한 철옹성 같은 학계의 이론, 의견에 대해 하나하나 본인만의 독창적인 실험을 거쳐 가설을 검증해나가는 자세가 존경스럽고 두루 본보기가 되었다.






읽는 내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다양한 종을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언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깨부쉈다. 그럴 수 있었던 바탕에는 탐조를 즐기고 새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순수한 호기심과 탐구심 그리고 열정이 존재했다.


좋아하는 새를 관찰하고 또 실험하여 그들이 의미를 지닌 단어를 말하고 더 나아가 문장을 구성하여 주변의 다른 새들과 소통하며 생존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유레카! 이 메커니즘을 파악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에는 즐거움과 설렘이 가득해 일반인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새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니!





저자가 대학생 졸업논문 때부터 꾸준히 연구해 온 박새의 세계를 담은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는 인간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본인이 발견한 앎을 널리 알려 모두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감춰진 자연의 신비를 깨닫기 위한 동료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작전까지 수행한다. 저자의 부단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특별 부록으로 추가된 박새의 울음소리는 가루이자와 숲으로 우리를 이끈다. 인간 외 다른 종의 언어를 알아듣는, 이 찬란한 경험을 선사해 준 스즈키 도시타카 작가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새가 말을 한다는 사실은 물론 즐기며 탐구하는 삶의 자세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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