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 해바라기
오윤희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검은 해바라기/ 오윤희 장편소설/ 북레시피
자신을 빛이라 여기며 반짝이고 싶은 한 아이. 타인을 속이고 조종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교묘하게 취하는, 자신이 빛나기 위해 가족이든 남이든 무참히 짓밟는 아이. 그러나 공허만 있을 뿐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허무만이 존재한다. <검은 해바라기>는 인간의 내면 속 어두운 심연으로 우리를 이끈다.
오윤희 작가는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심리학 용어를 실체를 갖춘 형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정말 이럴 수가 있다고? 싶을 정도로 거리낌 없이 독을 내뿜는 인물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부모 자식, 형제자매, 부부, 친구 등등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맺는 다양한 관계들 안에서 빚어지는 감정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였다.
아이의 눈엔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뜨고 있다기보다 벌어져 있는 것 같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우물을 닮은 아이의 눈에 담긴 건 그저 공허와 허무뿐이었다.
검사에서 변호사로 이직한 전태연은 바람피운 남편과 이혼하고 고등학교 1학년생 딸 재희를 키우고 있다. 사춘기와 부모의 이혼으로 한층 예민해져 있는 딸아이가 신경 쓰이는 데, 대표가 부탁한 의뢰인조차 1학년 고등학교 남학생이다.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으려다 현장에서 체포되었다는데 입을 꾹 다문 채 말이 없다. 같이 온 엄마 여정은 돈으로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하는 데만 급급하고 아들 수완을 괘념치 않는 듯하다. 골치 아플 것 같다는 예감대로 재판까지 가게 되는데…….
검사에서 변호사로 이직한 전태연은 바람피운 남편과 이혼하고 고등학교 1학년생 딸 재희를 키우고 있다. 사춘기와 부모의 이혼으로 한층 예민해져 있는 딸아이가 신경 쓰이는 데, 대표가 부탁한 의뢰인조차 1학년 고등학교 남학생이다.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으려다 현장에서 체포되었다는데 입을 꾹 다문 채 말이 없다. 같이 온 엄마 여정은 돈으로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하는 데만 급급하고 아들 수완을 괘념치 않는 듯하다. 골치 아플 것 같다는 예상대로 재판까지 가게 되는데…….
태연을 중심으로 딸 재희, 의뢰인 수완, 여동생 하연 이야기가 전개된다. 태연은 엄마로서, 변호사로서, 언니로서 제각각 역할을 해내야 한다. 소중한 딸과 자라면서 계속 투닥거렸지만 피붙이 동생의 아픔을 함께 헤쳐나간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어찌 보면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태연은 부모로서, 언니로서 이런 자신의 경험으로 의뢰인 수완과 그 가족들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애쓰지만, 쉽지 않다. 진실이 아닌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하려 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마주한 진실을 참혹하기 그지없다.
"아직 늦지 않았어. 네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에게 공감하고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선택할 수 없는 부모 자식은 유대와 사랑을 어떻게 키워나가는가. 형제자매는 경쟁자이면서도 동맹일까. 여러 관계와 인간에 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옳고 그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삐뚤어진 모성으로 자식을 감싸 안은 어머니들을 보면서 뒷맛이 씁쓸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애매해지면서 이야기는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수완은 내쳐졌다. 그 가엾은 아이를 떠나보내는 게 무척이나 힘겨웠다. 밝게 빛나던, 빛날 수 있는, 밝은 아이를 그늘에 그림자처럼 가둬두려고 한 가족들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한 단어 한 단어에 분노가 실려 있는 것 같았다.
수완이 이런 식으로 제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적은 처음이었다.
…
어쩌면 수완 역시 화가 난 게 아니라 상처를 입은 게 아닐까.
감정을 느낄 수 없어 더 허기진 아이가 내뿜는 독은 결국에는 자기 자신까지 쓰러뜨린다. 태양을 쫓지만 결코 빛이 될 수 없어 암흑인 존재를 예리하게 추적하는 스릴러, <검은 해바라기>. 촘촘하게 짜내려 간 인간 심리극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삼개주막기담회] 시리즈로 우리를 괴담으로 오싹하게 만들었다면, <검은 해바라기> 사회파 미스터리로 인간의 아득한 심연을 끌어올려 간담이 서늘해지게 만든 오윤희 작가의 다음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