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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정명섭,최하나,김아직,콜린 마샬/한끼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한양으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듯이 '서울'의 위치는 우리나라에서 남다르다. 난다 긴다 하는 인물들이 모이는 곳,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서울 부심'이라는 말까지 서울을 향한 열렬한 마음을 표하는 오늘날, 서울을 소재로 한 앤솔로지가 출간되었다. 정명섭 작가를 필두로 최하나 작가, 김아직 작가, 콜린 마샬 작가가 뭉쳐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미스터리 소설집이 탄생했다.
작가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는 이 앤솔로지를 기획한 정명섭 작가의 의도대로 '서울'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명섭 작가는 <사라진 소년>을 통해 유년 시절의 추억과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실미도 사건을 엮어냈다. 비극에 관한 오류를 바로잡고 과거를 잊지 말기를 권한다. 화려한 도시 서울의 어두운 그림자에 묶인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을 일상으로 끌어올려 다시 한번 인간의 무참함을 지적하는 그의 필력과 통찰에 혀를 내둘렀다. 민준혁과 안상태 콤비가 보여주는 찰떡같은 호흡과 예리한 추리력은 씁쓸하고 애잔한 극에 인간미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최하나 작가는 재개발이 잠식해버린 옛 서울의 정취를 붙잡고 버티는 한 여인의 분투기를 절절하게 담아냈다. <선량은 왜?> 정말 소설 속 대부분은 선량에게 묻는다. 왜? 왜 그런 무서운 일을 저질렀냐고? 왜 집을 팔지 않냐고? 왜? 선량은 분명 자신의 목소리를 냈건만 왜?라는 질문만 계속될 뿐이다. 이름대로 '선량'하게 살아온 그녀이건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주변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악'만 남게 되는 변화가 개탄스럽다. 하늘 높이 올라가고 또 올라가는 건물 숲을 걷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뻥 뚫린 하늘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는 선량이 이해되고 공감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중요하지만, 돈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정과 여유를 더 소중히 여긴 선량의 말로는 우리에게 잃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를 일깨워 준다.
김아직 작가는 <노비스 탐정 길은목>을 읽고 기억하고 있는 소설가다. 이번 앤솔로지에 실린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 또한 이야기 구성이 남다르다. 전작도 주제의식이 독특했는데 이번 작품도 대학로 특성을 제대로 살려냈다. 배우 샹지와 맡은 배역인 라울의 죽음이 겹쳐지면서 진실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정명섭 작가는 소설가와 중학생 남남 조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아직 작가는 형사와 고등학생 여여 조합으로 죽음의 내막을 파헤쳐 나가는 점이 흥미롭다. 인터뷰 내용을 참고하여 다시 읽거나 곱씹어 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를 선사할 것이다. 네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서울을 떠올리게 한 작품이었다. 대학로가 친근해서 읽는 내내 그곳을 머릿속에 소환하였다. 독특한 이름 그리고 더 놀라운 추리력의 소유자 여고생 탐정 오느릅이 활약하는 이야기를 더 만나고 싶어졌다.

'콜린 마샬 작가가 바라보는 서울은 이런 미스터리한 공간이었구나' 싶은 이야기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이다. 에세이스트인 그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다.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이기에 문화적 차이가 있으면서도 어느새 한국에 녹아든 주인공이 데이트 상대였던 지혜를 찾아다니면서 겪게 되는 혼란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가는 곳에서마다 새로 정의되는 그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더더 그녀에게 매달리게 된다. 맥거핀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지혜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나를 움직이게 만든 동기이자 이야기의 도화선이었으니까. 외국인의 경험이 녹아든, 실종자 찾기는 또 다른 서울을 형상화하기에 충분했다.
서울을 완벽하게 안다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콜린 마샬의 생각에 백 퍼센트 공감한다. 그렇기에 이 앤솔로지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제각각 다른 목소리와 빛을 뿜어내는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로 서울을 재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