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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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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작가님의 집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고 보니 공선옥 작가님의 인생, 가치관이

담긴 책이었다.

 




 

집을 소재로 자신의 인생을

쭉 뽑아낸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깨닫기도 하고,

의문도 가지면서 읽어나갔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집을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2부에서는 자신의 집을 찾는 과정을,

3부에서는 인생에서 집의 의미를

밥과 연결해 풀어내고 있다.

 

 

은근히 공통점이 많았기에

읽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전라남도 출생이며

시골마을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비슷하고,

이른 아버지의 죽음,

임대주택에서의 생활들이

나의 추억과 겹쳐져

눈앞에 생생한 장면으로 펼쳐졌다.

 

 

광주가 가장 가까운 도시였던 나도,

책을 읽으면서

휴일이나 특별한 날이면

버스 타고 친구들이랑

광주 충장로, 금남로 시내에

놀러나가던 기억이 나서

애틋해지고 그리워지기도 했다.

 

 

70년대 시작에 태어난 남편과

70년대 끝에 태어난 내가

공유하는 추억도 신기했는데,

60년대 태어난 공선옥 작가님과

동향에서 자라서

비슷한 기억들이 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사람살이가 다 비슷한 건가 싶기도 한다.

 



 

 

북향집을 시작으로 시작된

집에 대한 기억은

담양 수북, 석 달 열흘간 뚜덕뚜덕 지은

집까지 이어진다.

 

 

세상의 온갖 집들이 다 나오는 것을 보니,

이곳저곳 많이 떠돌아 사셨던 것 같다.

 

 

변소 위에 걸린 시렁에

닭둥우리를 올려놓아

동네 엄마가 달걀을 훔쳐 가기도 하고

구렁이가 달걀을 깨물어 먹던

첫 번째 북향집을 뒤로하고,

아버지가 지은

'부로꾸집'=블록집으로 이사한다.

 

 

이 집은 공선옥 작가님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지만,

사랑한다. 그리고 미워한다.

그 깊은 애증의 감정은

집에게도 감정을 부여한다.

인격을 부여한다.

말을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는 집.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온

아버지가 지은 첫 집

'부로꾸집'이다.

 

 

집을 이런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요즘 집에 대한 관점, 논점은

집값, 인테리어, 편의시설 인프라인데,

집이 감정을 가지고

말을 건다니

괜스레 우리 집도 이곳저곳 눈여겨 살펴보게 된다.

너는 우리 가족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니?

 

 

작가님에게 아버지는 단편적인 기억이다.

계속 객지로 나가 일을 하시고

한 번씩 돌아오시면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짓거나

일을 벌이고 떠나버리는 존재이다.

자신의 소원대로 집을 짓지만,

항상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온 동네 하수가 쏟아지는 집이거나,

비 오는 날이면 아궁이에 물이 고여

퍼내야 하는 집이다.

 


 

남들처럼 입식 부엌에

기름보일러를 놓는 것이 꿈이었던

아버지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떠난 두 번째 '부로꾸집'을 끝으로

그렇게 고향 집 시절은 끝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 지냈던 식당 방,

서울 용산 여자 속옷 공장 기숙사를 거쳐

다시 광주 자취방(식당 방)으로 돌아오면서

다들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데

자신만 아닌 것 같아 자책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소녀가

척박한 세상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가

평범하고 솔직한 이들의 시샘을 받으며

눈치도 챙기게 되고

남몰래 흘렸을 눈물이 많았으리라.

한껏 꾸미고 놀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이들도 있고,

작가님처럼 책을 통해

위안을 얻는 이들도 있을 텐데

자신과는 다른 이가 부러우면서도

미웠으리라 생각된다.

 


 

내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인가.

어디로 떠나도 언제고 돌아올 수 있는 집.

나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내 물건들이 편히 자리 잡고 있는 공간.

 

 

그럼, 나에게 내 집이란 어떤 집인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해 봤는데

내 집은 우리 가족이랑 함께 웃고 울며,

떠들고 자며,

먹고 마시는 공간이다.

우리들의 역사가 새겨진 집이

내 집이면 좋겠다.

 

 

작가님 말씀처럼

우리네 어린 시절 집처럼,

할머니 할아버지 댁처럼,

보물창고요

역사가 되는 집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

 

 



 

하하하,

우리 집도 좋은 집이 되었다.

손볼 곳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 집을 ?? 사랑해봐야겠다.

시간을 두고 사람을 사귀듯,

집도 하나하나 고쳐가고

바꿔가면서 정을 나누고

우리 가족을 익히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3부. 밥이나 집이나 한 가지로>는

수북에 자리 잡은 후,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생생한 표현들과 현실적인 대사가

인상적인 챕터이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푸근함과 아늑함이

가득한 이야기들이라

책을 읽는 중

가장 따스함을 느끼며 읽었다.

 


 

 

정말이지 내 마음이다.

나는 나 스스로 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절로 크는 것은 없다.

내가 내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이제서야 부모님의 은공을 깨달았다.

 

 


 

 

3부 중 <말의 온기>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의 아버님은 신발을

아궁이 불에 대고

따뜻하게 데워주셨는데,

이를 신발을 구워준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아버지에게

육성회비 고지서를 들이밀자,

 

 

"돈 없따아, 이놈아"

 

 

하셨다 한다.

그 단단하고 차가운 한마디 이후

아버지가 백날 신발을 구워주신다 한들,

그 신발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 역시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이해가 된다.

고달프면서도 그득하고 뿌듯한,

그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였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집'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의식주' 라 칭하며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이라 배우며 자랐건만

그 격차들이 커지고 있다.

 

 

옷도 추위를 막아주는 기능에서

자신을 표현해는 매개체로,

식사도 영양분을 공급해 성장하게 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에서

미각을 자극하고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역으로,

집도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고 눈 마주치며 얘기 나누고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보금자리에서

삶의 성공 척도, 평균을 알 수 있는 기준이거나,

돈을 투자하는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의 가치관으로

의식주를 대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집은 그 격차가 엄청나서 파장이 크다.

부동산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 대응도 격렬한 것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집을 보금자리가 아니라,

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

집값에 따라 요동치는 감정 기복.

나 또한 집값에 무심할 수는 없지만,

내 집값이 오르면, 또 다른 집들도 오르니

매양 똑같지 않나 싶다.

살 곳이 필요한 우리는 살고 있는 집을 팔더라도

또다시 집을 사거나 빌려서 살아야 하니 말이다.

 

 

너무 바쁘게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이

집도 자꾸 바꾸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이웃들과 함께 채워갔지만,

지금은 필요한 부분들이 채워진 곳에

내가 가면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쉬움이 없고, 간절함이 없는 것 같다.

 

 

공선옥 작가님은 <춥고 더운 우리 집>을 통해

너무 빠르게, 간편하게 살아가려는 현대인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마음가짐을

일깨워주시고자 한 것 같다.

수북에서 호미를 든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버스 타고 장에 들러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필요한 것들을 손에 들고 돌아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참 따뜻하다.

 

 

<한겨레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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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
김혜원 지음 / 유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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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로 접한 김혜원 에디터님이

신작을 내셨다.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요즘 책 제목들은 특색 있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 책 역시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색감,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혜원 작가님은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대학내일>로 접하긴 했지만,

책으로 만나긴 처음인데

오랜 시간 알아온 지인처럼 편안하다.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진실되게 표현하기 때문인가 보다.

글 또한 그녀를 닮아 담백하고 읽기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김혜원 작가님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확실한 기쁨 -

§남의 눈치 볼 시간에 내 마음을 돌본다

§나의 디테일을 기록할 시간을 갖는다

§심심하다고 아무한테나 연락하지 않는다

§생활의 틈에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 넣는다.

사람도 물건도.

§일요일 오후 세 시에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도 진심을 다한다

§'아무거나' 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에 크게 한방 맞았다.

 


 

'아무거나'를 입에 달고 사는

나는 충격이었다.

나 자신을 게으른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어느 순간 남에게는 부지런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게으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죄책감에 휩싸였다.

나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러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부터 해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글귀들을 먼저 정리해본다.


 

 

 

지하철 기관사님의 하차 안내 방송을 듣고

감동받아 문자메시지를 보낸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김혜원 작가님은

 

무용한 것,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에게

나는 예전부터 약했다.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p.73

 

라고 표현하셨다.

나는 이런 소소한 행동들이 이어져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스르르 풀어진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라는 납작한 관점으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혜원 작가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알았으니

이제는 좀 더 느긋해졌으면 좋겠다.

 

나도 은근 완벽주의자라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타입이라 반성 좀 했다.

도망쳐도 괜찮다.

조이기만 해서는 삶이 힘들어지니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조금은 풀어주자.

도망쳐도 된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니까.

 

 


 

맘에 드는 챕터

<사랑 빼고 다 하는 나의 단골 가게들> 中

코로나19로

원치 않는 가지치기를 당해

앙상해진 인간관계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은

의외의 인물들이었다.

(중략)

단골 미용실 실장님, 세탁소 사장님,

그리고 반찬집 사장님이다.

……

그들을 사랑하진 않지만,

그들이 없으면

내 생활엔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나는 그들을 믿는다.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그들이 오래오래

내 곁을 떠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쯤 되면 사랑 빼고 다 하는 셈이 된다.

                    p.203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하고

글을 잘 쓰고 싶어하고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어하고

섀도복싱을 하면서도 자신을 토닥여줄 수 있고

'self made 백과사전'을 만들고

식성 표를 친구들에게 돌려보고 싶어하고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손글씨로 일기장에 써가는

사랑스럽고 부지런한 김혜원 작가님을

만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들여 책을 읽길 참 잘 했다.

 

이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

리스트를 작성해봐야겠다.

내 인생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줄

'취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아무 일이나 ______ 하지 않고,

아무 감정이나 ______ 느끼지 않고,

아무 관계나 ______ 맺지 않기!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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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 사계절 아동문고 101
김민령 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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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사람, 어떤 사건, 어떤 시공간이

자신을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까요?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같이 찾아보아요. <다이너마이트> ♬




우리는 후세에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은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이런 혼란 속에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맞춰나가면서

적응을, 성장을 하고 있다.

우리 어린이 또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를 것이다.

그렇게 다른 '나'를 만드는 일들은 무엇일까?



사계절 아동문고 시리즈 100권 기념으로 기획된 이 책은 앤솔로지 문학으로

삶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계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여러 작가들이 들려주고 있다.

7가지 작품을 통해

지금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들의 생각은 어떤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구체화할 수 있었다.

 

 

7분의 작가님들이 참여한 덕분에

더 풍성해진 단편집 

한 권을 읽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색채, 소재와

상황을 접할 수 있으니 더욱더 좋다.


사계절아동문고 101 <다이너마이트>



7편의 이야기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은

김선정 작가님의 <상병차포마>이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나에게 이모가 해준 이야기로

장기와 관련이 있는 글이다.

이모는 원래 학교 가는 게 싫었지만,

3월이 그렇게 싫었단다.

낯선 친구, 낯선 선생님, 낯선 교실문,

이렇게 낯선 것들로 꽉 찬 공간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러다 등굣길에 만난 장기 두는 할아버지 덕분에

학교가 재밌어졌다.

이모는 아빠한테 배워

어렸을 때부터 장기를 둬왔던 터라

장기판을 읽을 줄 알았다.

할아버지 장기판에 따라

학교에서 일이 벌어지니 신기할 따름이다.


한 칸씩 천천히 가야지. 서두르면 다치는 법이야.

차 너무 좋아하지 마라.

앞에 적당히 막는 것도 있어야 돌아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는 거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마음에 좀 묵혀 뒀다 해야 되는 법이지.

다 네 마음에 달려 있는 거여.

장기 할아버지의 훈수



이모에게 찬찬히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장기 할아버지의 말씀이

눈에 쏙 들어온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

마음을 여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다 네 마음에 달려 있는 거여.

무슨 말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괜히 마음이 놓여

고개를 끄덕였다는 이모.

그 뒤로는 학교 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씩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이모와 아이를 지켜보니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치 않다.

 

 

변화가 유난히 두렵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두려워 움츠려든 마음을 몰아붙이지 않고

자신을 서서히 드러내 보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켜봐 줄 수 있는 이들이 곁에 있으면

두려움 대신 웃음으로 바꿔갈

힘이 생길 것이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김민령 작가님의 <고양이가 한 마리도 오지 않던 날>,

김태호 작가님의 <멍한 하늘>이다.

 

계속 내리는 빗줄기에도 남을 위해

무너진 다리 앞을 지키고 있는 이,

비를 피해 대피하는 도로에서

집에서 싸온 따뜻한 김밥을 건네는 이,

2달 동안 계속된 비에 길고양이들이 걱정되어

눈물 흘리시는 고양이 할머니.

 

힘든 상황에서도 주위를 둘러볼 수 있고,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는 이들이 있기에

힘든 오늘. 괴로운 오늘. 마음이 추운 오늘.

각박한 오늘. 매정한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힘을 얻고

등을 펴고 몸을 일으켜

다른 생명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로 상상력을 발휘하기

힘든 요즘이지만,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하루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묵직한 주제인 가정폭력, 아동학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주고

양육해 줘야 하는 이들에게 당하는 폭력은

다른 폭력보다 더 끔찍하다.

더욱이 반항하지 못하는 어린 생명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은

비겁하고 최악이다.

 

개인적인 문제라 치부하던 옛날에 비해

정부, 학교, 마을에서 소외된 아동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의 손길을 건네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김태호 작가님은

이웃의 무관심과 의도적인 무시를

끄집어내고 있다.




무서워 외면했던 인호가

두손 벌려 하늘이와 하늘이 엄마 사이에

무작정 끼어든 모습이, 

물을 크게 틀고 설거지를 하던 인호 엄마가

고무장갑을 끼고

"이게 뭔 짓이야!"

외치는 모습이 고맙다.





표제작 김중미 선생님의 <다이너마이트>

기존 선생님 책과 결을 같이 하는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환하게 비추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불꽃이 되고 싶다.


도훈이처럼 용기 있는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편의 단편과 이윤희 작가님의 그림으로

만난 <다이너마이트>

어제의 존재와 다른 오늘의 존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전과 다른 '나'를 만드는 계기는

모르는 사람이 베푼 호의일 수도 있고,

상상력일 수도 있고,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라는 마음일 수도 있고,

풋풋한 사랑의 감정일 수도 있다.

갑자기 나에게 벌어질 수 있고,

내가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다른 '나'를 떠올려보자.


코로나19로 힘든 지금,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꼈다.

우리 모두 즐거운 상상을 해요!!!

 

<사계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다이너마이트, #사계절아동문고101, #변곡점, #이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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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설!
권여선 작가님의 평에 호기심이 생기네요. ♡
3편의 단편으로 각기 다른 다양한 매력 발산하는,
긴장감이 흐르는 소설, 기대됩니다.

https://m.blog.naver.com/jamo97/22237202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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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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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이 영상으로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을 책으로 먼저 선보였다.

 불안과 고통의 원인은 무엇이며, 날뛰는 감정을 다스릴 방법은 없는지, 삶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문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많은 이들이 답을 찾아 헤맨다. 이런 문제들은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해오면서 계속 지녀온, 가장 오래된 질문들이다. 다큐팀은 아직까지 어떤 해석도 명쾌한 답을 내려주지 못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다른 방향에서 모색해보고자 했다.

 

- 영국 옥스퍼드 대석학, 데니스 노블과 한국 고승과의 대화 -

 

다산북스 제공 책 소개

 

 

 과학과 종교의 만남이자 서양과 동양의 만남이다. 서로 대치하고 있을 것 같은 분야이나 함께 하는 시간이 흐르고 대화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그 구분은 모호해졌다. 어느 순간 통역이 필요 없이 서로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는 그들을 접하게 되면서 인간이 세운 벽 너머로 새로운 소통의 차원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오래된 질문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렇게 나 자신조차 나를 모르는 순간들이 있다. 그로 인해 불안해지고 고통을 받는다.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바람은 나 자신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를 똑바로 마주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시작을 도와주는 길잡이이다.

 

 

<오래된 질문> Noble Asks_데니스 노블



 달의 형상 안에 휘어지고 꺾여도 새 잎을 피우는 고목이 있다. 온화한 분홍색이 감싸 안은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깨우침을 주고 있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오래된 질문에 대한 책으로 떠올려지는 딱딱한 이미지는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호흡하며, 한자 한자 되새기면서 대화하듯 읽어나갈 수 있는, 잔잔한 힘이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읽고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데니스 노블 교수님과 고승들은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찾아간다. 스님들은 "이것이 정답입니다." 답하지 않고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여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수행을 말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 자신 안의 감정 등을 받아들이기 위해 질문하고 또 질문하면서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관스님, 도법스님, 금강스님, 성파스님 그리고 데니스 노블 교수님



 '고통이 왜 생기고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성파 스님의 모르는 것이 병이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사람들은 쓸데없이 아는 건 많은 데, 정작 중요한 건 모르고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병이라 하셨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사는, 이기적인 현대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다.


 '도법 스님의 두 번째 화살을 피하라.'

 첫 번째 화살(고통스러운 일이 예고 없이 닥친다)은 누구나 다 맞으나 두 번째 화살을 맞는가, 안 맞는가는 깨달은 자와 깨닫지 못한 자의 차이이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죽음'에 대해서도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입장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일러주신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지 않고 생명활동의 한 형태로 보고, 생명이 시작이 아니며, 죽음 또한 끝이 아니다. 지구 탄생부터 시작된 생명활동의 여러 모양 중 하나로 받아들여 죽음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자신이 만들어낸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함을 일깨운다.


인드라망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질문이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DNA에 초점을 두고 피력한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이론이 큰 힘을 얻었다. 하지만 데니스 노블 교수님은 그 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생명 이론을 펼쳤다. <생명의 음악>이라는 책으로 시스템 생물학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 몸 안의 개체들이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로 보는 기존 관점과는 반대로 상호 우호적이고 협동적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생물체는 DNA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모든 영역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상호작용을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는 불가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시점과 일맥상통한다. 현대 과학이 말하는 바와 까마득한 과거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불가의 가르침과 유사하는 점이 신기하다. 진리는 영원하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며 스스로 만든 틀을 깨고 차별 없이 세상을 볼 수 있으면 나와 세상이 분리되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다. 깨달은 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붓다는 어떻게 생겼을까?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고, 두 발은 땅을 딛고 서 있다.

눈은 가로로 놓여 있고, 코는 세로로 붙어 있다."

붓다는 어떻게 살았을까?

"밥이 오면 입을 열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는다."

 

선사의 단순 명료한 설명 - 깨달은 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렇듯 깨달은 자는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이 와닿고 수긍되는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차별하지 않고 구별하지 않고 어느 누구나 깨달은 자, 부처가 될 수 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고통이 왜 생기는지 알았다면,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불교 수행법 중 참선 명상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데니스 노블 교수님은 명상으로 십여 년이 넘는 긴 아내의 간병 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20여 년에 걸친 훈련을 통해 마취를 하지 않고 명상으로 통증을 다스리며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고, 길을 걷다가 요리를 하다가도 언제 어디서든 쉽게 명상 상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시 한복판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치료법이 있다면 바로 '#명상'이다.

천천히 따라 해보니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졌다. 느긋한 마음으로 책이 읽히고 주위도 부드럽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명상과 함께 하면 어떤 하루든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명상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리라.

 

하나, 다섯 번째 척추를 세우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둘, 고개를 들어 턱을 당기고 시선을 앞에 둡니다.

셋, 코로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아주 천천히 내쉽니다.

넷, 장호흡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다섯, 호흡에 의식을 붙입니다.

여섯, 잡생각이 생기면 내쉬는 호흡에 내버리고

일곱, 들이마시는 새 호흡에 다시 의식을 따르게 합니다.

 

참선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의 기초 단계 p.177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면 그 사람이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렇게 퍼져나가다 보면, 마침내 온 세상이 행복하게 될 것이다. 이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스님이 계셔서 감사하다.

 참선, 명상, 수행 등으로 자신을 바로잡고 대화를 통해 경전을 읽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깨우쳐 가다 보면 마음을 비우고 두려움을 내려놓고 욕심을 버릴 수 있는 순간이 올 것 같다. 언제든 실천이 중요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가장 답을 알고 싶은 질문이고 가장 노력이 필요한 질문이다.


너의 삶은 네가 마음먹고 행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네 마음대로 해라

주인으로 살 것인가, 노예로 살 것인가 - 붓다의 가르침 p.197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선하게 마음대로 살아가는 것, 부처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삶의 자세이다. 어디를 가든 어느 곳에서나 내가 주인이므로 그곳이 어디든 참된 곳이요, 행복이 가득하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과 구별하지 않고 자연과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다 나로 인식하는 공동체적인 삶의 자세를 말하고 있다.

 그 예로 실상사의 공동체 삶이 눈길을 끈다. 각자 절에 필요해 보이는 일을 찾아서 본인 체력만큼 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주인으로서 담담히 생활하고 있는 모습에서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 속의 사진들



 책을 읽다 보니 불가의 가르침에 푹 빠지게 되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듯이 지금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다.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고 스스로 만든 틀을 깨고 순순하게 바라본다.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에 맞게 만족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지혜를 배우고 삶의 자세를 깨우치는 시간이었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대에 나만 뒤떨어지는 건 아닌가. 불안한 듯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지금 이 순간 '그대는 충분하다고, 이미 완벽하다.'라고 토닥여주는 책이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달빛같이 이끌어준다. 나, 너로 구분 짓지 않고 우리로 묶어주기에 다들 한 번씩 읽어보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 <Noble Asks> 방영일이 기다려진다.

 

<다산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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