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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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




큐브/ 보린 장편소설/ 창비교육





[큐브]는 오늘날 청소년들의 미래에 관한 생각과 현실을 경이로운 상상력으로 엮어낸 소설이다.


보린 작가는 '안개 초등학교' 시리즈로 친숙한 작가로, 청소년 소설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안개 초등학교' 시리즈는 인물의 감각적이고 세밀한 심리 묘사와 요괴 전설을 바탕으로 한 기묘한 상상력으로 초등학생들의 용기와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큐브] 역시 '외계인'과 '실험 프로젝트'를 청소년들의 현실과 접목시켰다. 미래를 향한 불안과 두려움을 '큐브'에 갇혀 반복되는 하루에 체념과 무기력으로 점철된 '연우'로 보여주고 있다. 






연우는 자신이 채집되어 큐브에 갇혔던 '라이카 찾습니다' 조사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다. 그는 큐브에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어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며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집과 학교는 자신이 사라졌던 시간에서 많이 지나 있었다. 자신은 큐브 안에서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며 멈춰있던 사이에 아버지와 해곤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크게 변해있었다. 


고3 여름, 연우는 특별한 목표 없이 남이 많이 하는 것을 선택한 아이다. 원하는 게 없어서, 원하는 게 뭔지 몰라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원하는 대로는 아니지만 정해진 대로 자라기에는 딱 좋은 장소', 그곳이 연우에게는 교실이었다. 온실이 되어준 교실에서 정해진 대로 대학교를 가기 위해 준비하던 중 채집되고 다시 돌아왔다. 친구인 해곤이도, 나루도 그리고 새로 사귄 도서관 친구 윤찬이도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온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데 그들도 불안하단다. 



'큐브'에 갇히다. 채집되었다. 항상성을 유지하다.

'살아있다'는 의미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원하는 게 없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희석시킨다. 간절한 무언가가 있어야 큐브에서, 온실에서 뛰쳐나올 수 있을 것이다.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몸이 떨리고 두렵고 불안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오늘일지라도, 큐브 밖으로 발을 내디뎌야 내일이, 변화가 생긴다. 


비로소 깨달은 연우가 스스로 큐브 밖으로 나가려 한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소중한 이들과 이어지고 닿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뜻밖의 사건을 계기로 자신과 주변을 들여다보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성장한 연우가 시리도록 아름답다. 현실과 환상이 뒤범벅되어 우리를 가슴 찡하게 하는 [큐브]는 다정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어쩌면 대부분의 우리는 각자의 큐브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안해서, 무서워서, 두려워서 제각각 이유로 갇힌 공간에서 움츠려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와야, 몸을 펴야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고.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한 세상에서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두려워 갇혀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 부딪쳐야만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과 아름다움을 결코 알 수 없다. 홀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같이 나아가는 그 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스한 숨결과 온기를 전하는 [큐브]를 두려워 멈춰있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안아줄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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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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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이재문 글 ㆍ무디 그림/ 이지북




공감 가는 문장이, 위로받는 문장이 많아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게 되는 십 대의 공감 도서 [마이 가디언]을 소개합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이재문 작가님의 신작으로, [몬스터 차일드], [어린이 시장 돌프] 등 다수의 전작들로 이야기꾼의 저력을 뽐낸 작가답게 현실성 넘치는, 우리 아이들의 순간을 그려내고 있네요.


또래집단 내 유대가 깊어지면서 아이들은 점차 가정, 부모, 가족보다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삶의 중심이 '친구'로 이동합니다. 친구와 같이 나누는 것들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관계'라는 게 참 묘한지라 딱! 절반씩 나누어 채워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죠. 어느 때는 나의 마음이 더 클 때도 있을 것이고, 친구의 우정이 더 진할 때도 있을 거예요. 서로를 거울삼아 마음을 나누며 성장해나가는 사이라면, 이런 부분들을 수용하며 건강하고 즐거운 관계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가슴 아프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답니다. 바로 [마이 가디언]이 그런 경우를 우리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하나뿐인 친구이자 나의 눈부신 구원자였던

베스트 프렌드의 무시무시한 반전






주인공 '정은하'는 친한 친구였던 연서의 절교로 쓰라린 상처를 입은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5학년 때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다미와 같은 반이 되고, 우연한 계기로 친하게 됩니다. 이유도 모른 채 연서를 떠나보내고는 외톨이로 생활해 온 은하에게 다미는 구원자였습니다. 다들 친해지고 싶어 하는 다미가 베스트 프렌드라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한 은하입니다. 


은하, 다미, 민지는 5학년부터 단짝 친구가 되었지만, 6학년인 지금은 다 다른 반입니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만나 수다를 떨고, 화장실에 같이 가면서 아쉬움을 달래죠. 그런데 은하네 반에는 다미가 싫어하는 '이지은'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다미는 말도 하지 말고, 눈도 마주치지 말라고 하는데, 자꾸만 지은이랑 엮이게 되는 은하는 호기심이 새록새록 생겨납니다.








친한 친구였던 연서와의 일 때문에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아픔이 있는 은하가 다미를 잃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분투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제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네요. 











자기를 외톨이, 투명 인간처럼 느꼈던 은하는 인기 많은 다미 곁에 있다는 이유로 받았던 관심을 쉽사리 내려놓지 못합니다. 이재문 작가님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감할 수 있도록 밀도 있게 잡아내고 있습니다. 주변의 그 누구보다 더 절실한 존재인 다미를 향한 은하의 집착은 결국 자신을 더욱더 참담하게 만들 뿐이었죠. 








[마이 가디언]은 십 대 청소년의 용기와 회복력을 믿고 있고,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어른의 적극적인 중재나 도움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나는 아무거나 타도 되는데……

아무거나 말고. 자기 생각이 있어야지."

_78쪽





은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온 춤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주고, 좋아하는 그룹 <가디언즈>의 노래는 '가장 소중한 친구는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지켜줄 수 있는 친구는 바로 '나'라는 것을 알게 된 은하는 외로움이나 따돌림 때문에 자기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다미 곁에 머무르지 않겠다 다짐합니다. 다미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는 은하를 보면서 울컥했네요.








부모로서 자식이 꽃길만 걷기를 바라게 되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바람일 뿐입니다. 은하처럼, 지은이처럼 상처를 딛고 자신을 사랑하며 삶을 마주할 수 있도록 내면의 자아를 단단하게 단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은하가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턴을 연습해 무게중심을 잡게 된 것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용기를, 회복탄력성을 지닌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라봅니다.



'나를 사랑하고 지켜줄 친구는 바로 나'라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할까? 고민이 된다면, 주저 없이 [마이 가디언]을 추천합니다. 진짜 자기를 잃지 않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기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떠올리게 한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친구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은하들에게 보내는 구원의 메시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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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학교 백서 청어람 청소년 1
심너울 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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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학교 백서/ 심너울 이선주 탁경은 하유지/ 청어람주니어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청어람 청소년'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중간, 언제나 '경계'에 서 있는 청소년에게 미지의 세계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아낌없는 위로와 힘찬 응원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어진 청소년 문학 시리즈입니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SF 앤솔로지 《미래 학교 백서》입니다. 뜻깊은 시작을 역량 있는 4명의 작가님들이 힘차게 열어주셨네요. 최근에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감각적인 SF 세계관을 선보인 심너울 작가님과 재밌게 읽은 [맹탐정 고민 상담소] 시리즈의 이선주 작가님, [싸이퍼]와 [러닝 하이]로 친숙한 탁경은 작가님, 그리고 [3모둠의 용의자들]과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로 즐거움을 선사한 하유지 작가님입니다. 







청소년은 아직 사회에 나가기 전이라 '학교'라는 공간과 가장 밀접한 시기죠. 《미래 학교 백서》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청소년을 담기에는 학교라는 장소는 너무 일상적이고 작은 공간이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SF를 통한 시공간 확장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폴리스' 봉사를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교내 순회를 하는 활동을 하는데,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농구와 축구를 하더군요. 저와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공손하게, 해맑게 인사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계속 미소를 짓게 됩니다. 

암울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 문이 굳게 닫혔던, 불과 몇 년 전을 떠올려 보면, 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선생님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체화하는 아이들의 오늘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물리적인 공간의 학교를 벗어나고자 애를 쓰기도 하지만요. 청소년 시기의 '학교'는 무척 중요하고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4분의 작가님이 생각하는 미래의 학교는 어떤 곳일까?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미래 학교 백서》는 인공 지능, 냉동 수면, 바이러스, 테라포밍이라는 소재로 네 가지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아줌마인 저는 '기술'의 발달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데요. 첫 번째 이야기기 탁경은 작가님의 ''해커와 찰리'는 인공 지능 '찰리'로 통제되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로봇 교사로 구성된 교사진과 탁한 공기로부터 안전한 시스템을 갖춘 학교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난 불편한 걸 좋아해.

사람들이 편한 것만 추구하다가 지금처럼 된 거잖아.

최악의 공기, 로봇 교사, 사람보다 인공 지능을 더 믿는 세상."




인공 지능이 사람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틈을 찾아 아찔하고 무서운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네요. '불편한 걸 좋아하고, 쓸모없기에 쓸모 있는 것도 세상엔 있다' 믿는 석범이와 자신의 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세은이 덕분에 초현이는 성장하게 됩니다. 그들처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궁금해하고, 의심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고자 하죠. 



두 번째 이야기는 하유지 작가님의 '냉동 이모 고은비'입니다. '냉동 수면'을 소재로 하는 작품으로 족보가 꼬이는, 재밌는 발상을 의미 깊은 주제로 풀어내어 흡인력 넘치는 작품입니다. 

심장병 때문에 냉동 수면 상태였던 이모가 30년 만에 해동되었는데, 갑자기 같은 방을 쓰고 같은 반이 된다면 여러분은 어떨까요? 놀랍고 기쁜 일이지만,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죠. 조카 예나가 눈앞에 닥친 시련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모 은비가 30년 후의 일상을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낸 하유지 작가의 필력이 돋보입니다. 

사회 나이는 마흔다섯이지만, 열다섯 살에 멈춘 은비가 미래 사회에 적응하게 해주는 요소로 '최애'를 활용하여 청소년의 감성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선주 작가님의 '미끼'입니다. '바이러스'를 소재로 하는 SF물이지만, 그들이 꿈꾸는 것은 현실적이고 평범한 일상이라 먹먹함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의 공포가 지속된 미래는 세상을 두 구역으로 구분하여 삶을 박제해버렸네요. 시스템 밖 Z구역의 아이들은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가는 A구역으로 넘어가기를 꿈꿉니다. 그들이 학교에서 벌이는 '보물 찾기'는 그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희망이자 믿음 그 자체였습니다. 

연슬, 채아, 재욱, 현성. 네 명의 아이들이 처음 만나 처음 가본 학교에서 찾은 보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학교'라는 공간의 보편적인 의미를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마지막 작품은 '테라포밍'을 소재로 한 심너울 작가님의 '불법의 존재'입니다. '학교'를 물리적인 공간에서 그리지 않고 확장시켜 미래사회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실존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여 등장인물들을 구체화한 점이 흥미로웠어요. 선각자인 테온과 히파티아 부녀의 자비롭고 균형 잡힌 사고와 프로그램에 입각한 로봇 아리의 판단이 대립하다가 끝끝내 아리가 감화되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 소설마다 작가노트로 집필 의도를 가늠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에 대한 감상과 작가의 의도를 비교해 보고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글을 되새겨보는 여유를 가졌네요.



네 명의 작가가 그려낸 미래의 학교에 잘 다녀왔습니다. 꿈을 키우는 오늘로 찬란한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이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하는 '학교'에 다들 놀러 오세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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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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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장강명 외 13인/ 한겨레출판




14인의 문인들이 뭉쳤다. 오늘의 교육 현실을 소설로 써 내려가기 위해. 이제껏 읽은 앤솔로지 중 가장 많은 작품과 작가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우리네 교육 현실을 다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바로 [킬러 문항 킬러 킬러]이다.


유독 이 책이 스며들었다. 아마 예비 고3 학부모라는 위치 때문인 것 같다. '수능날은 학교 쉬는 날'이라며 마냥 좋아했던 작년과는 다르게 울적해하는 큰아이였다. "이제 너희 고3이야."라는 말을 수업 들어오시는 선생님마다 하셨단다. 장도식 때 선배들을 배웅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다고. "그랬구나."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녔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 수많은 '나'와 '너'가 있었다. 

양육자로서의 '나'와 학부모로서의 '나'와

아들딸로서의 '너'와 학생으로서의 '너' 그리고 너로서의 '너'가 있었다. '그래, 그래…….' 안도하고, '다 그렇지, 뭐.' 변명해 보기도 하고, '미안해, 사랑해.' 사과하면서 '너'의 이야기를 듣고 읽었다. 



올해 '수능'이 뜨거운 감자였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수능을 몇 달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능을 치렀다, 우리 아이들이.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지만 무엇보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인 우리 아이들을 위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책 속에는 그런 사회와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내년의 내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작품들은 대부분 '성공'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교육 현실의 치열한 경쟁과 그로 인해 망가져가는 아이들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살짝 결이 다른 작품들도 있어서 눈에 띈다.




킬러 문항 킬러 킬러

표제작인 장강명 작가님의 [킬러 문항 킬러 킬러]에서 우리 아이들에 향한 믿음과 희망을 읽었다. 소년은 '기만'이라 표현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한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결승점을 한곳으로 정한 사회라 가능한 해프닝이겠지만, 씁쓸하고 웃픈 이야기였다. 

그리고 개성 넘치는 문체로 학생 인권에 관한 에피소드를 풀어낸 김현 작가님의 [김남숙]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지나간 일


정아은 작가님의 [그날 아침 나는 왜 만 원짜리들 앞에 서 있었는가]의 '나'와 서윤빈 작가님의 [소나기]의 '윤아'는 애처롭고 안쓰러운 캐릭터들이다. 아이들은 입시 경쟁에서 자기를 소모해가면서 오로지 '결과'에 집착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끝이 있을는지 답답하고 화가 났다. 



구슬에 비치는


박서련 작가님의 [다른 아이]와 지영 작가님의 [민수의 손을 잡아요] 담고 있는 메시지에 감탄한 작품이다. 짧은 분량의 글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그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러면 아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이가 되나요?" 

"…… 다시 하면 되죠."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마. 

지금 행복하고 싶으면 지금 행복해지는 일을 해.

- '김남숙' 중





이 말의 무게가 내 안에서 가벼워져 떠오르고 떠올라 입술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 그런 날을 기다려보련다. 


* 오늘날 교육 현실을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킬러 문항 킬러 킬러]를 추천합니다.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 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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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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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이번 생은 초록빛/ 박경화/ 한겨레출판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시리즈의 박경화 작가님의 신작 [이번 생은 초록빛]을 읽었다.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반복해서 받는 질문인 

"작가님은 일상에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나요?"에 대한 답인 생활 에세이다. 


환경활동가에서 환경작가로 서서히 정체성이 이동하는 시간 속 박경화 작가님의 에코한 하루를 통해 환경 실천법을 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행동하고 고민하면서 환경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었다. 박경화 선생님의 바람처럼 '환경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오래 쓰는 즐거움'편에서 쓸모를 다할 때까지 제 몫을 하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녹슨 유리병 뚜껑을 버리고 알맞은 뚜껑을 구입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손잡이가 부러진 고향 집 어머니의 칼을 대장간에서 새 칼 가격 2배의 가격을 주고 수리한 일화에서부터 옷, 볼펜 등 일상의 물품들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쓸 만한 것을 왜 버릴까? 정말 소비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시대이다. 옷, 잡화 등 패션부터 가전제품, 전자제품까지 유행에 민감하다.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들을 주기적으로 생산하고 노련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유명인들을 인플루언서, 앰버서더로 내세워 소비를 유도하기도 한다.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환경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하는 수고를 당연히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약간의 불편이라도 없애기 위해 
전기 ·전자제품을 사는 것을 선택한다. 




공감 가는 생각들이 많았다. 물질의 풍요로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 현대인들은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너무 편하게 살고자 한다. 쓸모를 다할 때까지 제 몫을 다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떠올려 봐야겠다. 



'나누는 재미'편에서는 '헌 옷', '잘 돌려주는 기술', '천 마스크'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옷장을 정리하면서 의류 수거함에 제법 많은 양의 옷을 넣은 터라 '헌 옷의 행방'에 충격을 받았다. 아프리카의 생태계를 망치는데 일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옷 기증 창구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 포장지, 세탁소 옷걸이, 종이봉투 등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을 가게에 잘 돌려준 일화는 역시 박경화 작가님 답구나~ 싶었다. 사실 포장재가 많은 시대라 예쁘고 상태가 좋은 게 너무 많아 버리기 아까운 것도 사실이다. 






'초록초록, 식물과 더불어'편에서 텃밭과 유기 식물에 관한 일화는 부지런한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식물을 키우고 돌보면서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그의 하루가 멋있었다. 특히 '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냉장고를 열어라' 이야기가 재밌었다. 세상에 과일을 먹은 후 씨앗을 심다니~ 그리고 진짜로 싹이 났다니 놀랄 일이다. 우리 집 화분에도 이번 여름에 아들이 장난삼아 수박씨를 심었는데 나려나~ 



'아끼는 기쁨'편에서는 '핸드폰'에 관한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핸드폰 없는 일상을 생각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족쇄이기도 하다. 핸드폰과 레스토랑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걸 선사한다. 세계의 여러 식당에서는 핸드폰을 맡기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할인을 해주거나, 사용하면 경고를 준다고 한다. 소통을 위한 도구가 불통을 부르고 있으니 참 답답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수리권'은 소비자로서 중요한 권리이므로 좋은 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먼 그날 대신 스스로 고쳐버려는 사람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뚜벅뚜벅 나의 삶'편에서는 환경작가와 환경운동가 박경화를 만나볼 수 있었다. '때론 로그아웃이 필요해' 이야기처럼 너무 빠르고 너무 가까운 SNS 시대가 가끔 버거울 때가 있다. '잠시 세상으로부터 로그아웃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백분 공감한다. 



[이번 생은 초록빛],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초록초록 생기가 돌 수 있으리라. 




우리에게 닥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상상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속에서 꿈틀꿈틀 "저도 해볼게요." 무모한 용기가 솟구친다. 박경화 작가님의 글이 재밌어서, 마음이 따뜻하고 다정해서, 환경문제가 심각해서… 무슨 이유든 일상 속에서 환경을 아끼고 지키는 정보와 지식을 배우고 행동하는 '우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 후손도 초록초록 세상에서 마음껏 숨 쉬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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