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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집에 관한 기록
전건우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죽은 집에 관한 기록/ 전건우 소설/ 한끼
역시 전건우! 전건우가 전건우 했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서늘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다.

죽은 집에 관한 기록>은 200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다. 하지만 풀어내는 이야기는 심장을 죄이고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할 만큼 강렬한 공포를 자아낸다. 지독한 악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향한 죽은 집의 저주는 사악하고 잔혹했다. 원한을 가진 대상이 아닌 생명 자체에 대한 분노를 마주하는 순간 어느 누구도 나갈 수 없다. 경악스럽지만, 왜? 그 이유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무지한 호기심은 기어이 두려움을 억누르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결과는 오로지 본인의 몫으로 남겨두고 말이다. 어젯밤 잠을 설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후회와 만족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괜히 읽어서 움찔거리는 건지. 그래도 이런 작품을 끝까지 읽었다!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헤집어놓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원하는 자라면 <죽은 집에 관한 기록>을 주저 없이 추천한다. 겨울철 매서운 바람보다 더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전율에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

사건은 시나리오 작가 김도형이 보낸 '도와달라'는 이메일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남긴 기록들을 토대로 사건의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피디, 작가, 카메라맨의 시간을 쫓는 구성이다. 무속신앙, 흉가 등을 다루는 오컬트 제작팀인 그들조차 근원적 공포에 시달리게 만든 '로즈 힐 빌라'의 저주는 현재진행형이다. 전건우 작가는 공포의 결을 섬세하게 다루는 작가이다. 이번에도 공들여 짜놓은 판에 독자들을 밀어 넣어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집'이라는 친밀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등장인물뿐 아니라 독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공포를 선사한다. 빌라, 엘리베이터, 계단, 칫솔 …… 일상 속 주변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찰나의 공포는 목덜미가 서늘해지고 심장이 심하게 뛰는 후유증을 남긴다. 괜히 뒤를 돌아보게 만들거나 앞만 보게 만드는 <죽은 집에 관한 기록>이다. 공포물은 여름철 한정판이라 생각했건만, 겨울 끝자락에 마주한 어둠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엇이든 꿀꺽 삼켜버린다.

김도형이 남긴 기록을 살피면서 변해가는 제작팀의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죽은 집, 로즈 힐 빌라가 품고 있는 가슴 아픈 사실은 또다시 잔인하고 폭력적인 인간의 본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영가의 저주로 벌어진 참혹한 죽음 뒤에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악행이 먼저였다. 죽은 집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는 직접 로즈 힐 빌라에 가서 알아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공포를 선사하는 <죽은 집에 관한 기록>은 표지부터 남다르다. 커버를 벗기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시작이다.
"키키키키."
저주는 방사형으로 퍼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