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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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밝은세상




간조가 되기까지 바다에 고립된 저택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릴레이. 시시각각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보다 마침내 밝혀지는 경악스러운 진실이 더 소름이 돋는다. '트위스트의 여왕' 앨리스 피니 작가가 철저히 계산하여 짠 플롯 앞에 이렇게 매번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는 저력은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고립된 저택 안에서 가족들이 한 명씩 죽어가고, 서서히 사악하고 이기적인 가족사가 밝혀지면서 작가가 심어놓은 복선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스쳐 지나가는 말과 행동에 불과했던 것들이 큐브 조각처럼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입체적인 스토리가 완성된 것이다. 헉! 숨을 멈추게 하는 기발한 전개는 압도적이다.



"하나…… 둘…… 셋……"



이야기는 사건이 다 끝난 이후 일인칭시점으로 전개된다. '진짜 데이지 다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만든 이 소설은 놀랍게도 '사랑'을 얘기한다. 이기적이고 파렴치한 가족들 때문에 잃어버린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깊은 슬픔과 단호한 체념에 가슴 저렸다.


<데이지 다커>는 감각적이고 문학적 운치가 뛰어난 작품으로, '시'를 이용하여 감춰진 진실의 조각을 표현한 점이 매력적이다. 죽음의 릴레이를 알리는 '시'부터 사망자에 관한 시니컬한 '시'까지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들의 죽음을 되새기게 한다. 왜 그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섬세한 글로 묘사된 죽음의 현장이 시각적인 공포에 이어 공감각적 충격을 선사했다.


2004년 10월 31일 핼러윈에 80세 생일을 맞이하는 비어트리스 다커는 가족 모두를 자신의 집 시글라스 저택으로 초대한다. 땅끝마을 점술가가 여든 살을 넘기지 못할 거라 예언했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기에 생일 전날인 10월 30일 만조 전에 가족들은 하나둘 모인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데이지 다커의 작은 비밀]로 부자가 된 할머니 비어트리스의 유언장 내용은 무얼까?






인간에 관한 통찰이 녹아있는 문장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따뜻하고 유쾌하기도, 측은하고 씁쓸하기도, 화가 나고 참담하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최대치부터 최소치까지 담고 있는 이 소설은 도대체 말이 안 된다. 비어트리스가 데이지에게 보여준 사랑은 무한하고 절대적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렇지 않았다. 선천적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데이지는 심장이 자주 멈춰 마치 숙명처럼 죽음의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데이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보다는 무시하고 외면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데이지의 삶은 풍성해지지 못했다.





데이지가 하고픈 말. 평범한 이 말들이 데이지뿐 아니라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바라는, 궁극적인 바가 아닐까. 누군가 자기를 바라봐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해 주기를,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다.



"어찌 보면 다들 자기가 좋아하던 것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야. "



진짜 데이지 다커의 이야기는 고립된 공간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극도의 긴장과 공포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에 관한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 아닐 수 없다.


오직 시간이 흘러야만 진실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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