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슈타인 백작 동화는 내 친구 58
필립 풀먼 지음, 황부용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를슈타인 백작/ 필립 풀먼 글/ 논장



[카를슈타인 백작]은 <황금 나침반>으로 유명한 필립 풀먼 작가의 첫 어린이책이다. 판타지 문학의 거장답게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서도 초자연적인 존재와 인간의 욕망 그리고 자연의 위대한 풍경을 잘 엮어서 매혹적인 이야기를 선보였다. 이야기는 뼛속까지 몰아치는 강한 바람과 을씨년스러운 숲 그리고 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오싹한 공포의 소용돌이로 몰아간다. 



보호자인 삼촌 카를슈타인 백작의 끔찍한 계략에 무시무시한 악령 '자미엘'의 제물이 되어야 할 운명에 처한 루시와 샬럿 자매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그 계략을 알고 기꺼이 그 아이들을 돕고자 나서는 하녀 힐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인물들의 나이는 십 대 초중반이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두려운 음모와 모험을 꿋꿋이 헤쳐나가 행복과 자유를 성취해나가는 작은 몸집의 용기와 투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화자가 여러 명이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의 분위기가 화자의 시선을 따라 달라지니 이 또한 묘미가 넘친다. 화자마다 문체, 서체를 다르게 한 편집도 재미지다. 그리고 그림자극장처럼 구성된 삽화가 극의 긴장감을 톡톡히 살리고 있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은 나이, 신분, 국적이 다양하다. 아이, 어른, 귀족, 하인, 선생님, 사기꾼, 마부, 변호사, 경찰 등등 카를슈타인 마을 주민들과 그곳을 찾은 외부인들이 얽혀 벌어지는 소동과 사건은 마음을 바짝 졸이게도 하고, 마음을 널뛰게도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도 한다. 

힐디는 카를슈타인 성에서 일하는 하인이다. 가족은 마을에서 여관이자 선술집 '즐거운 사냥꾼'을 운영하는 엄마와 산림 감시원이 되고픈 오빠 페터가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축으로, 두렵지만 루시 자매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의리 있고 용감한 여성이다.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유일한 친척인 카를슈타인 삼촌 손에 남겨진 루시와 샬럿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영리한 숙녀들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냥꾼 악령 '자미엘'과 거래를 한 카를슈타인 백작과 그에게 온갖 비위를 맞추는 비서 스니블브루스트와 가정부 밀러 부인들은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 선수이다. 이들의 잔인하고 비열함은 외모와 행동의 묘사를 통해 잘 드러난다. 

데븐포트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들을 찾아올 정도로 따뜻한 심성을 지녔으며, 시대를 앞선 사고를 하는 진취적인 여성이다.

갑자기 마을에 나타나 공연을 하는 카다베레치 박사와 그의 하인 막스 그리고 데븐포트 선생님의 하녀 엘리자까지 각양각색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놀라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끔찍한 공포에서 시작하나 두 자매를 잊지 않은 이들이 등장하고, 보통 사람들이 사랑과 용기로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극적인 서사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한없이 으스스하고 무서우면서도 한없이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러운 기이한 이야기가 바로  [카를슈타인 백작]이다. 


저자 필립 풀먼은 악랄하고 잔인한 악의 세상을 그리면서도 유머를 잊지 않는다. 작품 기저에 깔린 유쾌한 정신이 페터와 카다베레치 박사 그리고 막스라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로 그려지면서 극에 생동감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위기의 순간에도 기지를 잃지 않고 당당한 이들이 사랑스럽다. 







빗장을 걸어 잠그고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배경 삼아 무시무시한 악령의 이야기를 즐기는 순수한 동심은 [카를슈타인 백작]이 지켜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 어려운 시기에 유쾌하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악셀 하케 지음, 양혜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악셀 하케/ 다산초당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어려운 시기에 ( 유쾌하게 ) 산다는 것에 대하여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악셀 하케가 말하는 책이다. 


자신이 걸어온 삶에, 책·영화·음악·자연 속에 존재하는 유쾌함을 되돌아보며 이야기 나누듯 편안하게 서술하고 있다. 진지한 독일의 작가가 전하는 부드러운 담소 같은 글에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유쾌함'과 '유머'에 얽힌 다각적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세상 밖 수없이 널린 날실과 씨실 중 어느 실을 골라 자기의 삶을 짤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우리에게 '유쾌함'의 미덕을 일깨워 주고 있다. 


예리한 통찰력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제도, 오늘도 힘겹고 혼란스러워 머지않아 종말이 다가올 것 같다. 물론 내일 또한. 하지만 이 종말에 대한 지나친 인간의 두려움이 있기에 오히려 위안을 받고 희망을 찾는 인간의 유쾌함이 더 빛나는 듯하다. 









작가가 들려주는 자신과 지인의 일화와 예술작품의 이야기는 막혔던 시야를 뚫어준다. 깜깜한 어둠 속을 더듬더듬 떨며 내디뎌가던 이에게 점 같은 빛이 보이더니 점점 커져 마침내 온 시야가 밝아지는 찰나의 기적을 선사한다. '유쾌함'이라는 세상이 이토록 광활한 대지가 펼쳐지는 곳이었다니……. 

악셀 하케가 열어젖힌 문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이 책이 내 손에 들려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삶과 자기 자신과 거리 두기에 져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비타민이 되어주는, 다정한 문장과 일화들이 온몸에 스며들어 미소 짓게 만들었다. 주저앉을 것인가, 남 탓하고 불만을 털어놓을 것인가, 인정하고 털어버릴 것인가, 자기조차 웃음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인가… 많은 선택지가 있으나 고개 돌리지 못했던 나에게 유쾌한 이들의 결정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스스로 짊어진, 붙들여 맨 짐이었구나! 한순간 발을 돌려 다른 길을 걸어갈 수는 없겠지만,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혹은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 책을 통해 악셀 하케는 '유쾌함'과 '웃음', '유머' 그리고 '미소'를 다양한 결로 형상화하고 의미화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을 친숙하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유쾌한 직업 알아맞히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퀴즈쇼를 통해 '유쾌함'을 산뜻하게 우리 곁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의 책 <장미의 이름>과 이를 영상화한 동명의 영화를 통해 '웃음'의 역사를 상기시켰다. 스스로 웃음거리가 된 학교 행사 무대와 운전 일화 등을 통해 자기 행동에 유연성이 없음을 '인식'하는 해방의 웃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프로이트와 팔러, 세넷의 이론으로 분석한 글은 의미심장하고 흥미롭다. 









죽음의 배에서 뛰어내리는 브란트너 카스파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기에 심각한 죽음마저 좋은 농담의 소재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한다. 악셀은 이런 기회 자체를 위로라 말한다. 

우리가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는 것은 관념에서 비롯된다는 스토아학파의 교리는 깨달음을 준다. 유쾌한 사람이 되는 길은 결국 자신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이었다. 


괴테, 미하엘 엔데, 헤르만 헤세 등 독일의 대문호들의 문장이 마음에 부딪치고, 영화와 연극이 눈을 반짝이게 하고,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 몽테뉴의 사상은 길을 열어준다. 나치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은 어떤 것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근원적인 유쾌함이라는 악셀 하케의 말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


나의 삶은 유쾌함과 어떻게 연결되었는가? 진지하게 고심해 볼 시간이다. 이토록 넓디넓은 유쾌함을 보았으니 미소를 머금고 나 자신에게서 거리 두기를 해보련다.  









지금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억울하다면,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책을 펼치길 권한다. 어느새 마음의 불길이 가라앉고 입술 꼬리가 올라간, 평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수사관 최수호
전건우.최길성 지음 / 서랍의날씨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찰수사관 최수호/ 전건우 ㆍ최길성 장편소설/ 서랍의날씨

[검찰수사관 최수호]는 가슴이 답답한 이 시국에 가슴 뻥 뚫리는 희열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검찰수사관'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실형을 받고도 도망쳐 다니는 범죄자들을 잡아서 법의 심판을 지키도록 하는 이야기다. 꼭꼭 숨은 미집자의 흔적을 쫓아 탐문하고 잠복하던 그가 마침내 마주한 범죄자를 쫓으면서 벌어지는 아찔한 상황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반드시 잡는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 이 자명한 진리를 눈앞에서 실현시켜주는 영웅, 검찰수사관 최수호의 활약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타인을 폭행하고, 사기 치고, 음주운전 뺑소니를 치고, 살인하는 등 나쁜 짓을 한 이들이 법의 통제를 벗어나 보내는 시간을 뒤따르다 보면 자연스레 파괴돼 버린 피해자들의 일상이 떠올라 착잡해졌다. 하지만 이 소설 안에서만큼은 나쁜 죄를 지은 사람은 꼭 잡혀서 벌을 받는다. 현실보다 시원한 전개가 얹힌 듯 답답한 속을 풀어준다.








[검찰수사관 최수호]는 소설가 전건우와 검찰수사관 최길성이 쓴 장편소설이다. 현직 수사관의 경험담이 녹아든 생생한 목소리라 더 가슴에 와닿는다. 20여 년의 경력을 소유한 최길성 수사관은 굵직한 사건을 맡아 잘 수행하여 표창을 받았다. 끈질기고 노련한 '최수호' 캐릭터는 그를 비추고 있다. 인기 웹 소설 <어제, 도망자 잡고 왔음>의 출판 소설로, 출간 전 드라마 제작이 확정될 만큼 인정받은 작품이다. 



인간은 누구나 흔적을 남긴다.

발로 뛰어서 확인하지 않은 정보는

죽은 정보일 뿐이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뜻으로 '핏불테리어'로 불리는 최수호 수사관은 인간적인 매력을 뽐내며 나름의 원칙을 지키며 미집행자들을 체포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미집자들을 쫓으면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그를 보면서 따스함을 느꼈다. 전체적인 줄기는 속초 명동 기획파 두목인 '두강식'을 체포하는 일로, 절정을 향해 달려가기 전 예열하는 과정에 만나는 미집자들의 사연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범죄자이지만 그들의 속 사정은 때로는 연민을 혹은 더 큰 분노를 일으켰다. 









주로 강원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범죄자를 쫓기 위해 전국을 돌며 자기 몸을 사리지 않는 수사관의 활약은 가슴을 뛰게 하였다. 정의는 사라지지 않았구나. 여러 난관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는 

활약은 피를 뜨겁게 달구었다. 가족을 인질로 잡고 목숨을 위협하는 칼잡이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기백과 용기까지 진정 열혈수사관이자 그 수사관의 가족다웠다.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검찰수사관 최수호의 달음박질은 오늘도 계속된다. 



정의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짜릿한 쾌감으로 선사하는 이야기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으랴. 최수호와 그의 동료들이 펼치는 통쾌한 체포 활극 [검찰수사관 최수호] 다음 장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르난데의 전사들 YA! 29
조나단 지음 / 이지북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르난데의 전사들/ 조나단 장편소설/ 이지북




미르난데 -  '세상 모든 이야기의 세계' - 의 완성판 <미르난데의 전사들>이 출간되었다. 

'미르난데'라는 놀라운 세계를 창조하여 우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조나단 작가는 <미르난데의 아이들> 이후 '화성'으로 떠난 새매와 친구들 - 한나와 도래솔, 맨디 - 의 다음 이야기를 작심하고 들려준다. 

'미르난데가 마지막 희망'이라 믿었던 한나와 친구들은 각자 다른 희망을 품고 '새빨간 해마호'에 오른다. 미르난데 우승 팀으로서 당당히 화성 이주권을 거머쥔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미르난데위원회 해밀턴 박 위원장은 화성에서 미르난데 특별전을 치러야 한다고 전한다. 세 번의 세상 그리고 세 번의 미션이 한나와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우승자들도 참가했지만 아직 완주한 사람이 없는, 지구의 미르난데와는 다른 화성의 미르난데는 과연 어떤 세계인지 상상불가다. 

조나단 작가는 '화성'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한나와 친구들을 또다시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새매와 친구들은 지구에서의 미션과는 전혀 다른 수준에 당황하면서도 올바른 답을 찾아간다. 전작 <미르난데의 아이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몰입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래도 작품의 완성도는 두 권의 이야기가 결합되어야 한층 더 상승된다. 




지금의 화성은 지구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류의 낙원이 아니야. 





우주, 외계 생명체, 문명, 항성 간 여행 등 SF와 과학 그리고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관한 사유와 성찰 등 인문 ·철학, 다양한 분야를 두루 들여다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난해한 미르난데의 미션을 용기와 지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한나와 도래솔, 맨디의 모험과 성장이 확 와닿는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친구 죽음에 대한 의문, 미르난데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미르난데 '세상 모든 이야기의 세계'에 뛰어드는, 영웅들의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내면에 감복하고 만다. 






<미르난데의 전사들>은 인류가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 대해 던지는 질문과 상상력을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이기를 활용하여 이야기로 구현해냈다. 문명을 지닌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창의적으로 그려냈다. 이토록 예의 바르고 무례한 초고도 문명인이라니! 그리고 이번 이야기의 키워드 '전령'의 마지막이자 처음을 상징하는 존재는 큰 인상으로 남았다. 


진실에 닿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 일인가. 매번 진실을 목도하는 순간 분노와 배신감이 밀물처럼 쏟아진다. 그렇게 큰 파도가 지나가면 허망하기까지 하다. 원대한 뜻을 내세우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나와 도래솔, 맨디 그리고 저항군들이 있기에 한나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더디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 빠지지 않는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특색 있는 이야기가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행
정명섭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꾼 정명섭이 들려주는 '귀신이 된 암행어사' <암행>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암행/ 정명섭 글/ 텍스티(TXTY)



처음 보았을 때 표지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공을 들인 작품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니 그림에 담긴 의미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압도되었다. 소설의 전율에 '암행'과 '낙죽장도'가 강조된 표지까지 더해지니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암행>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삶이 갑자기 안개가 덮치고 걷히면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한 남자가 그 연유를 알고자 어둠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다.






괴력난신이 팔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 병조판서의 외아들 '송현우'는 문과 장원급제를 하고 암행어사로 임명된다. 떠나기 전 서둘러 마음에 둔 벗 '이명천'의 누이와 혼례를 치르고 행복에 젖어 잠이 들었으나, 안개가 온 집안을 뒤덮고 사랑하는 이들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감당하지 못할 슬픔과 분노에 이어 살인자라는 누명까지 쓰고 말았으니…… 






죽음을 뛰어넘는 분노의 힘을 조절하여 비극의 원인과 살인자를 찾아떠나는 '어사' 송현우의 앞에 어떤 어둠이 깔려 있을지, 그 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지… '복수'를 가슴에 품은 송현우는 어느 것 하나 뚜렷하지 않은 여정을 기꺼이 떠난다. 그 곁을 지키는 자 '진운'와 개 '어둠'은 조선 왕실을 보호하는 천격당의 당주 '소진주'가 붙여주었다. 



<암행>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대결이다. 존재 자체도 그렇지만, 속내도 그렇다. 




삶과 죽음은 희미한 경계선으로 나눠질 뿐이다.




'복수'를 하고자 어둠의 길을 걷는 송현우와 똑같은 연유로 그를 쫓는 벗 이명천처럼 목적이 명확하게 보이는 자들이 있지만, 사람을 마치 바둑돌처럼 부리는 임금과 천격당 당주 소진주 그리고 좌의정 심환처럼 속내가 보이지 않는 자들이 서로 얽혀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무원'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안내자가 되어 '어둠의 길을 걷는 어사' 송현우는 길 위에서 날로 성장한다. 미스터리를 파헤쳐 나가며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되면서 긴장이 고조된다. 








복수를 위해 분노를 조절하여 힘으로 사용하는 법을 터득해나가는 주인공 '송현우'가 스토리 안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매력은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비극의 주축인 '무원'과 '주박교'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관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쳐?"

"정해진 운명 앞에 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야.

그걸 깨닫지 못하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지."





숨 가쁘게 펼쳐지는 전개에 호흡을 맞춰 달리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끝에 다다른다. 타고난 이야기꾼 #정명섭 작가는 쉬이 결말을 손에 쥐여주지 않는다. 아쉬우면서도 아직 끝이 아닌 송현우의 길이 반가운 게 사실이다. 어둠을 걸으나 빛을 바라볼 줄 아는 송현우와 그 곁을 밝히는 진운과 어둠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함께 기다릴 이들을 모으기 위해 보는 사람마다 <암행>을 쥐여주고 싶다. 펼치는 순간 마지막 장까지 놓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낙죽장도가 내는 서늘한 소리가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이야기 <암행>을 추천한다. 





"근원이 없는 곳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마주칠 겁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