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간 전설의 고양이 탐정 5 - 고양이 공동묘지 미스터리 환상동화 시리즈 5
김재성 지음, 이새벽 그림 / 파랑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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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고양이 공동묘지 - 제주도에 간 전설의 고양이 탐정/ 김재성 지음/ 이새벽 그림/ 파랑새




김재성 작가의 [제주도에 간 전설의 고양이 탐정]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 <고양이 공동묘지>는 마지막 이야기답게 악과 고탐이 벌이는 최후의 결투가 펼쳐진다. 

시리즈마다 실종된 고양이를 찾으러 나서는 고양이 탐정과 파트너 산이. 이번에는 어떤 고양이일지가 제일 먼저 궁금해진다. 








자정 무렵 고양이 공동묘지에 무언가를 묻는 으스스한 내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굴착기 기사가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는 요구에도 상자 뚜껑을 열어보는 실수를 저질러서 사건이 발생한다. 사라진 고양이를 찾아달라며 고양이 탐정을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꼬마 동굴 탐험대의 유일한 생존자' 김두전 할아버지다. 70여 년 전 만장굴을 발견했던 그는 청동상 속에 있었던 아비시니아고양이 아니 고양이 미라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했다. 




이틀 안에 찾아야 한다!




고탐과 산이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 각자 조사를 시작한다. 청동 고양이 상과 부종휴 선생님의 편지에서 태양신 '라의 눈'에 대한 정보를 얻은 이들은 '라의 눈'을 따라가는 모험을 시작한다. 각자 갈 길을 떠나는 순간, 고탐은 산이에게 마지막 같은 인사를 건네는데……









셜록 홈스를 애정 하는 고양이 탐정 전설의와 그의 파트너가 되어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사이에 서서히 동화된 산이가 셜록 홈스식 관찰과 귀납적 추리로 단서를 찾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미스터리 환상동화
 [제주도에 간 전설의 고양이 탐정] 




그것은 셜록 홈스식 관찰과 

귀납적 추리 때문에 가능했어. 

남들이 무심히 보아 넘기는 작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결론을 이끌어냈을 뿐이야. 

그 과정을 알면 너무 쉽다는 생각을 할 거야. 

누구든지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 산이가 창식이에게










이번 이야기에서는 70년 전으로 돌아가 만장굴(만쟁이거머리굴)을 발견했던 '꼬마 동굴 탐험대' 부종휴 선생님과 은혜, 강석 등 열두 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은혜는 바로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무덤 속의 소녀>에서 만났던 비밀의 소녀이다. 가슴 아픈 사연을 알고 있는 산이가 열두 살 은혜와 우정을 쌓아가는 신비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희망을 품게 하였다. 70년 전 1946년으로 타임 슬립한 산이와 창식은 그곳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현재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은혜의 앞날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궁금증을 한 아름 안고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제주도에 간 전설의 고양이 탐정]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려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완전한 이야기로 재탄생하였다. 

위기를 감지하여 알려주는 고양이 프라랑, 산이와 계속 연결되었던 과거의 소녀 은혜 그리고 창식의 할아버지 강석, 동굴 박사인 창식, 꼬마 동굴 탐험대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의뢰인 김두전 할아버지. 제자리에서 역할을 톡톡히 해준 등장인물들 덕분에 고탐과 산이가 마지막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고양이들의 실종 사건 뒤에는 고양이의 목숨을 노리는 어둠의 존재들이 있었다. 500년을 기다려온 전설의 고양이 탐정은 드디어 최후의 결전을 치른다. 그 혼자만이 아니라 산이 그리고 창식, 은혜, 두전 할아버지까지 용감하게 어둠의 세력에 대항하여 인류를 구하려 최선을 다하는 분투가 벌어진다. 




으스스한 고양이 공동묘지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은 긴장을 고조시킨다. 

가슴이 쿵쾅쿵쾅 떨리는 두려운 적 앞에서 용기를 내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친구를 생각하는 신의 등 모험을 함께 헤쳐나가면서 산이와 친구들은 한 뼘 더 성장했다. 책으로 그들의 모험을 응원한 친구들의 몸과 마음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고양이 탐정과 사건을 해결하면서 '관찰'과 '추리'에 익숙해진 산이처럼, 

산이와 함께 다니면서 '추리'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생각하게 된 창식이처럼,

관찰하고 생각하고 추리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고력'과 '통찰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배경으로 유명한 명소와 전설을 큰 줄기로 신비하고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 [제주도에 간 전설의 고양이 탐정]



다채로운 고양이와 생각보다 쉬운 추리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경관과 전설 그리고 역사 특히 이번 이야기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4.3 사건을 품고 있는 신비의 섬 '제주'에 대한 관심도 키워주었다. 

한동안 우리 곁에서 재미와 용기를 심어준 전설의 고양이 탐정과 산이의 모험 이야기가 이제 끝이라니~ 섭섭한 마음이 크지만, 혹시 모를 기대를 안고 지금은 아쉬운 이별을 고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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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지음, 이은경 그림, 김정하 옮김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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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지음/ 북스그라운드




스페인에서 찾아온 밝고 따뜻한 어린이 소설 [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2023년 에데베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인 이 책은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첫 만남부터 깊은 인상을 심어준 터라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왕년의 스타 성악가 카실도. 한순간에 추락한 그에게 꿈같은 일자리 제의가 들어온다. 노래 수업을 제안받은 그는 부푼 마음을 안고 갔건만……. 월세가 밀려 거리에 나앉게 생긴 카실도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레슨을 하게 된다. 음치 거북이들은 노래 경연 대회에서 1등을 바라며, 열심히 연습한다. 카실도는 한없이 낙천적이고 친절한 원더풀 거북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저희는 이길 수 있을 거예요.

선생님께서 저희를 가르쳐 주신다면 

1등을 놓칠 수가 없지요."

- 레논 부인이 카실도에게





카실도는 정상의 자리에서 갑자기 추락한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지인들과의 왕래도 끊고 깜깜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살아가던 그의 눈에 비친 원더풀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으리라. 작은 일 하나에도 행복해하며 친절하고 자신만만한 거북이들과 지금의 자신이 대비되어 더 괴로운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카실도는 순전히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기에 진실되고 존경 어린 마음과 친절로 대하는 원더풀이 부담스러웠다. 








아구스틴 산체스 아길라르 작가는 마음을 울리는 '음악'과 진심이 담긴 '배려와 친절'의 마법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낸다. 

과거의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해 위축되었던 카실도를 밝고 활기찬 원더풀 합창단원들이 문을 열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었다. 

레논 부인, 백쉰두 살인 다윈 부인, 쌍둥이 빔바와 밤비, 티나 그리고 산드리타. 제각각 다른 매력 포인트로 우리의 시선을 휘어잡는 거북이 캐릭터들의 종횡무진은 친숙하고 소소하지만 삶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다정한 관심과 친절을 잘 녹여내고 있다.










다른 이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애쓰는, 성숙한 레논 부인과 원더풀 단원들 덕분에 카실도는 자신 스스로 키워온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다시 정상에 우뚝 서게 된다. 카실도와 거북이들의 우정은 서로를 한층 더 빛내고 성장하게 만들어주었다. 




"용기를 내, 산드리타. 네가 두려운 것도 당연해. 

누구나 때때로 두려움을 느끼지. 

하지만 두려움에 굴복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돼."

- 카실도가 산드리타에게








친구를 사귀지 않고, 우정을 믿지 않았던 편협했던 카실도가 거북이들과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고 과정을 즐기는 행복을 깨우쳐가는 시간은 독자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제게 가르쳐 주신 것 중 최고는

'거북이 되기'였습니다.

이제야 알았어요. 중요한 건 과정을 즐기는

일이라는걸요."

- 카실도가 거북이들에게





1등, 최고, 정상이라는 결과나 타이틀보다 수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자장가 노랫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울림에 공명하여 온몸이 충만해진다.

우리가 자주 깜박깜박하지만, 삶을 채우고 일으켜 세우는 것은 위대하고 거창한 게 아니라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는 그 순간들임을 일깨워 주는 [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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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김창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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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김창석 지음/ 한겨레출판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들을 집대성하다.

저널리즘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김창석 저자는 시종일관 명확하고 깔끔한 어조로 글쓰기의 세계를 이끈다. 군더더기 없는 설명으로 좋은 글쓰기의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각자의 방법과 각자의 내공과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 자기만의 글을 쓸'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믿음을 심어준다. 그날을 위해 '고통과 번민으로 점철될 그 여정을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당부와 함께.

머리글에서 언급한 내용을 머리에 담고 읽기 시작하면 좋을 듯싶다. '언론 고시'가 아닌 언론사 '입사 시험'으로 부르면 될 일이라는 저자는 지식 노동자의 기본적인 자세를 잘 제시하고 있다. 권력자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판단 ·선별 ·재가공하여 대중에게 제공해야 한다. 평생 써먹을 지적 능력을 기르는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1장. 저널리즘 글쓰기의 기초

2장. 논술, 설득하는 글쓰기

3장. 작문, 뇌를 깨우는 글쓰기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역대 한터 온라인 백일장 당선작을 첨부하여 글쓰기 방법론에 적절한 사례까지 더한 효과적인 활용서이다.




기자, PD,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방향과 방법을 전하는 책인 만큼 한겨레신문사 취재 기자로 일한 저자의 경험이 잘 녹아있다. 간결하고 단순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제시한 글쓰기 공부가 인상적이다.

선입견, 편견 등 잘못되거나 불필요한 글쓰기 습관을 꼭 집어서 알려준다.

논설은 설득을 위한 글쓰기로, 기본적인 표현력ㆍ구성력과 논증법과 논제 정리 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흔히들 취하는 3단ㆍ4단 구성은 잊고, 글 전체의 통일성과 완결성에 집중하기를 권한다. 고심하는 첫 문장과 마지막 문단에 관한 설명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설득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논증이 중요하다. 열한 가지가 넘는 원칙을 적절한 예시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평가 기준을 파악하면 바람직한 논술을 쓰는 데 더 용이하다. 김창석 저자는 논제의 정확한 이해와 함께 평가 기준을 강조하고 있다. 긴 세월 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이미 검증된 핵심 내용들을 알기 쉬운 문체로 정리해 주니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는 쉽지만, 좋은 글쓰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좋은 글 한편이 탄생하기까지의 인고를 알기에 새삼 감복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언론사가 작문 전형을 보는 이유는 '창의력'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언론은 인간 현상을 다루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이해가 폭넓고 깊어야 좋은 언론인이 될 수 있다. 글은 그 사람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작문을 통해 생각의 깊이와 폭을, 창의력을 알아보고자 함이다.

좋은 작문은 통찰력과 감동력 그리고 주목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형식과 장르를 허용하는 작문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 언론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을 많이 담았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무엇을 {…} 어떻게 (?) [쓸] 것인가

예비 언론인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행위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실용적인 도서이다. 역대 한터 온라인 백일장 당선작을 접하는 일 또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겨레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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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엄마고양이 이지북 어린이
이철환 지음 / 이지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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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와 엄마고양이/ 이철환 글 ·그림/ 이지북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자 화가 이철환의 촘촘한 손끝에서 

가슴 찡한 그림책 《등대와 엄마고양이》가 탄생하였다. 

점묘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바다 위 배를 지켜주는 환한 등대처럼 

험한 세상에서 아기고양이들을 지켜주는 

엄마고양이의 절절한 사랑을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촘촘한 점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콕콕 박히면서 

어느새 이야기와 그림은 우리네 마음 가득 차오른다. 



이철환 저자가 

초등학교 시절 바닷가에서 만난 고양이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읽으니 더더욱 마음이 아렸다. 

핑크색의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하는 모습이 

계속 어른거리는 《등대와 엄마고양이》다. 











길지 않은 글과 보고 싶으면 빠져드는 부드러운 질감의 그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 

주제 또한 따뜻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가슴 뭉클한 모성이라 음미하며 공명할 수 있다. 







바다와 등대 그리고 배, 바닷가 마을과 고양이들 그리고 사람. 

친절하고 베푸는 마음이 등불처럼 길이 되어주는 듯하지만, 

강한 파도와 어둠에 고깃배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처럼 

엄마고양이도 다른 고양이와 인간의 위협에서 

홀로 아기고양이들을 지켜내고자 애쓴다. 

그 마음이 세상의 빛에 따라 변하는 고양이들의 몸빛처럼

다채로운 빛깔로 우리를 물들인다. 



편안한 색감과 질감의 그림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속 물결이 잔잔해지고 평온해진다. 

가슴 저릿한 사연과 충만한 그림으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는

그림책 《등대와 엄마고양이》를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는, 

아름다운 시간을 많은 이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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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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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전수경 지음/ 창비



"많은 경우 우린 스스로 구원할 수 없어요. 

다른 사람의 도움에 빚지며 살아가야 하죠."




「우주로 가는 계단」에서 평행 우주 이론을 바탕으로 상실과 그리움, 치유와 위로를 담담히 그려내었던 전수경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전수경 작가는 SF 장르로 상처와 고통을 공감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 담백한 어조로 다정하게  내미는 그의 손을 덥석 잡고 만다. 이번에도 딸 희진과 엄마 미영이 각자 짊어진 상처를, 희진의 친구 윤아를 침잠시키는 우울증을 다중 우주와 연결시킨 흥미로운 접근으로 마주 보게 한다. SF 장르로 과학적 호기심을 배경으로 하면서 인간 내면의 상처와 골을 살피는 따뜻한 전개는 우리네 감각을 깨우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며 움츠렸던 몸을 펴서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너는 오직 여기에만 있어. 

이 세계에만 존재해. 내가 여기에 돌아오는 이유야. 

이 세계는 나에게 가혹하고 매정했지만, 

그래서 너무 무섭지만 떠날 수가 없어. 

네가 여기 있으니까. 

희진아, 너는 엄마에게 포기할 수 없는 유일한 세계야."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고등학교 1학년 '제갈희진'에 공감하며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를 읽어 내려갔다. 희진의 엄마인 미혼모 '제갈미영'에 관한 서사는 세세하지 않았고, 현재의 모습이 부각되었기에 같은 엄마이기에 그녀를 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린 희진의 속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안전한 공간인 텔레비전 앞에 자신을 가둬버린 미영을 말이다. "그래도…… 네가 똑똑해서 다행이야." 희진이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슬펐다. 희진을 바라보는 엄마 미영이 안타까웠다. 서로에게 분명 소중한 존재이건만 서로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모녀가 답답하고 가슴 아렸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안다고 확신하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우매한 일인가. 희진이는 엄마를 잘 안다고, 윤아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희진이가 본 그들의 모습은 일부였을 뿐이고, 희진이의 관점으로 본 그들이었을 뿐이다. '절대'라는 말을 싫어하는 윤아처럼 절대로 확신할 수 있는 것 없으니까. 

우리 세계에서 희진이가 평소와 다른 윤아의 문자 메시지를 그냥 넘기지 않아서, 다른 세계에서 누군가 이동 중 사이 틈에 갇힌 엄마를 구조해서 윤아를, 엄마를 구할 수 있었다. 스스로 살아남는 거라고 생각했던 희진은 비로소 깨닫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도움에 빚지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엄마가 자신을 떠나버릴까 봐 걱정한 희진이의 불안과 두려움에 공감하는 반면, 현 세계를 떠나고 싶을 만큼 두렵고 무섭지만 자신이 선택한 세계인 희진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옹골찬 미영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 자신이 잘 살피지 못해 친구 윤아를 떠나보냈다는 자책감에 다른 세계의 윤아를 만나기 위해 이동까지 감행한 소민의 용기에 감동받았다. 그렇게 절실하고 진실한 마음들이 쌓여 타인을 구원하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닐까. 



미영의 말처럼 다중 우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족, 친구, 학교, 학원, SNS 등 다양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하고 유일한 세계일지라도 세계가 확장되면 중요한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아무도 타인에게 세계를 침범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함께 하며 소중한 세계를 공유할 뿐이니까. 





『채널명은 비밀입니다』 덕분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신의 세계를 좀 더 넓혀가는 내일을 그릴 수 있었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은 지금 흔들리고 불안한 이들에게 수많은 세계를 품고 있는 '나'라는 우주를 발견할 수 있도록 손 내미는 전수경표 소설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다른 세계가 우리에게 값진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나 제도, 관습 등이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다른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거나 없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다양하고 유연한 변화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를 이 가을에 다들 만나봤으면 좋겠다. 




"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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