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박찬일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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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박찬일 에세이/ 창비




박찬일 셰프가 전하는 입맛 도는 인생 이야기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이다. ‘에세이가 묵은지’라는 나민애 교수의 표현처럼 에세이는 깊은 맛을 지닌 장르이다. 현실에 기반을 둔, 경험하고 체화되어 재생산되는 문장들이라 더 친숙한 호흡으로 흡수할 수 있다. 작가의 기억과 감정에 독자의 시간이 더해져 특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운 박찬일 셰프는 갖가지 식재료들로 물리적•시간적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풍성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요리하여 우리에게 선사한다. 유래와 요리법, 그에 얽힌 추억 한 스푼이 더해진 요리는 감히 값을 매길 수 없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 한 끼 나누는 게 쉽지 않을 만큼 바쁘게 흘러가는 오늘날, 엄마의 손맛. 집밥 등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아련한 기억부터 왁자지껄 어울려 나누던 흥겨운 기억까지 재생시켜주었다. 그의 추억 한 그릇이 나의 그리움 한 그릇이 되고, 익숙한 식재료가 색다르게 변신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의 재료들이 생생하게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 책을 비롯하여 권여선 작가의 <술꾼들의 모국어>, 스탠리 투치의 <음식으로 본 나의 삶>, 공저집 <요즘 사는 맛> 등등 읽으면서 새삼 음식과 삶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느꼈다.




You are what you eat.

먹는 건 사람의 기억을 구성한다.

나아가 그 사람의 인생도 만들어 간다.

부디 홍어 한 점으로

우리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를.




비슷한 속담이나 격언이 나라마다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당연한 것 같다. 음식을 먹는다. 음식과 먹는 행위가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 본다. 그렇기에 박찬일 셰프도 이런 글을 남겼으리라.







그가 소개하는 식재료와 우리네 역사, 지역 이야기는 지나간 시간들을 톱아보는 추억여행 같다. 그리고 세계 여행이기도 하다. 음식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어느새 살아가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가 꿈꾸고 열망하던 분홍 소세지는 ‘결핍’으로 이미지 되어 뭔가 모자란 음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조금 모자라도 괜찮다는 그의 말에 지나간 시절에 대한 감정이 진하게 묻어있다.

맛있는 집은 역시 기운으로 나그네에게 말해 준다.

별게 아닌데도 손님만 많은 집에서는

결코 감지하기 어려운, 진짜 맛있는 집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엌 신의 기운이 느껴진다.

손님들의 행복한 표정,

무뚝뚝하지만 정확한 손놀림으로 일하는 이들의 얼굴,

그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찬 절제된 식욕의 뼈대들.

그런 집에 들어설 때는 모자를 벗어야 할 것 같은

경외감이 들곤 한다.



가족의 유의어인 식구는 한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 먹는 사람을 뜻한다. 그만큼 같이 먹는다는 것은 관계의 친밀도를 높여주는 행위다. 예전에는 놀다가도 우리 집 친구 집 가리지 않고 찾아가 시원한 보리차, 시원한 미숫가루 한 사발을 벌컥벌컥 마시곤 했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함께 준비하여 옆집, 아랫집, 윗집 한 집에 모여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곤 했다. 이제는 미리 약속하고 정해진 시간에 찾아가는 것이 도리가 되었다. 예의 바르지만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각자의 공간을 지키면서도 정을 나눌 수 있는 오늘날의 방법은 무얼까? 고민이 든다. 박찬일 셰프가 알려준 맛의 세계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걸리고, 출출해진다. 한껏 허전해진 몸과 마음을 채워줄 맛난 음식을 생각해 보련다. 사진첩을 넘기듯 추억 속 음식을 하나하나 떠오른다. 역시 음식은 추억이다, 다양한 색채와 식감과 맛으로 이루어진 공감각이라 아로새겨진, 잊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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