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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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김민서/ 창비출판사





"난생처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율의 시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청소년문학으로 손꼽는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 '아몬드' '페인트' 등 수려한 작품들을 다수 배출한 창비청소년문학상 17회 수상작이다. 그 위상에 어울리는 청소년의 고통과 상처 그리고 소통과 치유, 연대를 보여주고 있는 먹먹한 작품이다.








율의 시선으로 촘촘하게 써 내려간 이 소설은 '시선그리고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안율은 어린 시절 자신을 지키려다 사고가 난 아빠를 무심히 구경만 하는 타인의 시선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아빠의 부재와 함께 세상을 향한 시선을 거두었다. 율이는 진심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적절한 거짓말로 친구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세상에, 타인에, 자신에게 무감각해져 갔다. 그러던 중 자신을 '북극성'이라 불러달라는 하늘 보는 걸 좋아하는 아이 '이도해'를 만난다. 



"내가 죽였어."




율은 타인의 불행을 대하는 이들의 무정하고 무감각한 태도를 접하면서 원래 '인간은 그렇다'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도 무감각해지려 하나 눈을 마주치는 일이 버거워 발에 시선을 두게 된다. 

'인간답다' 율이 믿는 '인간다움'이 '도해'를 만나 조금씩 부서지고 희석되어가는 과정은 담담하게 그려졌다. 별, 고양이, 장례식, 소설 등 자신의 고통을 감춘 채 율과 주변을 살피는 도해의 손길은 자애로웠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아팠다. '세상일에 관심 없는 괴짜' 율이만 모르는 도해의 상처는 곪고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난생처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진 율이다. 도해의 눈에는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익숙한 게 더 아픈 거야. "




아프지 않으려고 무감각해지고자 했던 율은 도해의 이 한마디에 무너졌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 마.

너는 의미 있는 사람이야."





인간은 원래 무정하고 무감각하다. 이득이 되지 않은 일에는 굳이 나서지 않는다. 거짓이 무성한 세상에서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기 싫어 시선을 발에 묶어버린 율을 더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도해가 구원하는 이 장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솟구쳤다. 



율이가 진심으로 사귄 친구 '도해' 덕분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세상은, 사람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율이가 진심으로 타인을 마주하면서 발이 아닌 눈을 맞추게 된 것이다. 예전처럼 움츠린 방관자가 아니라 마음 통하는 반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율의 모습은 '도해'가 말한 대로 율 스스로가 써내려가는 소설이었다. 



율이 두려워했던 녹색, 저녁이 밤으로 바뀌는 순간의 하늘색, 변화를 상징하는 색이 전하는 따스한 생명의 온기가 책에서 서서히 전해져왔다. 기분 좋을 만큼 적당함이 율이와 율이 엄마가 도해의 집을 청소하고 실종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내내 그림자처럼 뒤따랐다. 




"그건 너라는 의미를 만나기 위해서였던 거야.

그럼에도 새는 또다시 날아 보기로 했다."





외면하고 방관했던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피고 타인과 진심으로 마주하려는 변화, 율이와 도해는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나아갔고,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졌다. 이렇게 변화하고 성장한 그들은 이제 열다섯 시린 겨울을 뒤로하고 열여섯 찬란한 봄을 마주하려 한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해결한다니까."

바닥없는 곳으로 떨어지는 듯한 이 아득함 대신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도록 안아 줄 거아."

진심을 담은 온기를 전하고자 하는 <율의 시선>이 세상 속으로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청소년문학은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나를 바로 세우는 기둥이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을 읽으면서 반성하고 깨우치고 성숙해지고자 노력한다. 율의 엄마처럼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한 발짝 나아가 보련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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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프팅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1
범유진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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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프팅/ 범유진/ 다산책방/ 다산북스





'오늘날의 학교'에 대한 의미를 묻기 위해 범유진 작가는 '학교가 사라진 세계'를 탄생시켰다. '교육'이 붕괴된 그 지점에서 '학교의 가치와 의미'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로아와 태이 그리고 플레이 그라운드의 아이들이 진정한 행복을 위해 서로 연대하며 변화하고 변화시켜나가는 여정을 함께 하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범유진 작가의 신작 <쉬프팅>은 평행세계를 소재로 한다. 많은 콘텐츠들의 소재로 쓰여 이제는 친숙해진 이 가설을 그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로아와 박도율은 '끔찍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학교'의 의미는 매우 달랐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로아는 학교가 유일하게 숨 쉴 수 있었던 공간이었으나 반대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도율에게는 벗어나고픈 끔찍한 공간이었을 뿐이다. 그런 그들은 '엘리베이터 쉬프팅'하여 평행세계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세계에는 '학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마주한 세계는 '학교가 사라진 세계'로,

부모의 재력에 의해 아이들은 디마와 논디마로 나뉘어 디마이에 다니거나 직업훈련 시스템 대상자가 된다.







'쉬프팅' 해온 로아와 도율은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한다. 이번에도 로아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유일한 피난처인 '학교'마저 잃어버렸다. 고된 노동에 좌절하지만, 평행세계의 나로아가 꿈꿨던 내일과 그를 향한 노력을 알게 되면서 달라지게 된다.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로아를 보면서 코끝이 시큰해졌다. 선택할 자유조차 앗아가버렸던 공포를 벗어난 그 아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집'이 로아를 보듬아주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니 못했다는 사실에 미안하고 화가 났다. 한없이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에 래빗의 가면 수십 장이 얼굴에 강제로 씌워졌다.



나왔어. 이게 되는 거였어.




박도율은 원래 세계와는 다르게 디마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평행세계에서도 원래 세계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또다시 '쉬프팅'을 시도한다. 분명 도율이가 처한 환경이 밝지 않다. 하지만 상처가 있다고 누구나 도율이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고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도율이 쉬프팅을 했어도 변하지 않고 꼬이고 마는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한 선택을 내릴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로아가 더 이상 옷장 문을 열지 못하고 모래로 변해버리는 꿈을 꾸지 않고 다른 물고기들이랑 유유히 헤엄치는 것처럼, 거짓말하지 않고 편안히 숨 쉬는 것처럼, 1미터의 저주를 벗어난 것처럼 말이다. 



누구든 나 좀 도와줘.





범유진 작가는 단순히 학교를 '공교육'의 위치에 두고 이야기를 구상하지 않았다. '입시'에 매몰된 진정한 학교의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가는 그의 힘찬 도전에 절로 박수가 우러나왔다. 


원래 세계에서 학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곳이 평행세계에서는 교육 시스템 전반을 좌지우지한다는 설정은 현실 속 '사교육'의 위치와 영향력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로 다가왔지만 충분히 이해되었다.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협박과 폭력으로 타인을 억누르고 조종하면서 자신들의 이권만을 탐하는 어두운 사회에서도 부당함을 느끼는 이들이 나타나 의문을 나누는 작은 저항의 불씨는 소설이든 현실이든 언제나 평범한 소시민의 마음을 고양한다.



아이들은 말하고 또 말했어.

의문을 나누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되었지. 

그렇게 시작된 변화는 멈추지 않았어.

느리지만 계속되었어.

- 쉬프팅 4Day 하이에나 굴에 들어가도 p.110






<쉬프팅>은 자본과 권력이 대물림되어 계급사회가 도래한 세상에서 스스로의 행복과 인권을 찾아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의 용기 있는 투쟁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 작품이다. 




"모두가 디마이에 갈 수 있는 세계라니. 

그런 게 어디 있어? 나라에서 그 비싼 교육비를 왜 내줘? …

태이 너는 상상이 돼?"


"나도 상상은 잘 안 돼.

하지만 상상하고 싶어."





배움이 허용되지 않은, 기회가 사라진 암흑의 세상에서 아름다운 폭죽을 쏟아올리고 작은 촛불 하나를 나눠 손에 들고 마음에 품은 꿈을 당당히 세상에 밝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진정한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다. 

그들과 머무르는 공간 그리고 시간 안에서 우리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 행복을 찾은 로아의 용기 있는 선택과 아직 찾지 못한 도율의 어긋난 행동이 마지막까지 선명하게 대비되며 마음을 격렬히 뒤흔들었다. 부디 모두가 마음껏 행복할 그날을 그리며 이 책 <쉬프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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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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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소설집/ 한겨레출판




손가락으로 훑으면 결이 느껴질 듯한 표지가 안온한 일상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머무는 이가 떠났는지, 아직 오지 안 왔는지 모르지만 살며시 빛이 머무는 곳의 반짝임과 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은 두 사람의 편안한 흔적이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고즈넉하게 만든다. 너와 나, 우리의 사랑이 담긴 적요한 소설 『가벼운 점심』이다. 




장은진 작가의 소설집 『가벼운 점심』은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랑과 고독 그리고 계절을 담은 문장들이 폐부를 찌르며 들어온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무겁게' 삶을 훑는다. 하지만 그 시선이 결코 부담스럽거나 껄끄럽지 않고, '아~ 그렇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물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다행이다' 숨을 내쉬고 힘껏 기지개를 켜며 자연스럽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게 하는 결말까지 감정을 흐트러지지 않게 잘 인도하는, 친절한 이야기들이다. 




"계절이 정해지면 인물들의 말과 생각과 행동에 계절이 입혀지고, 가끔은 계절이 이야기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말하는 장은진 작가의 말처럼 계절의 냄새와 기운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맞춤'처럼 대체불가의 영향력으로 이야기를 내 안 깊숙한 곳에 닿게 하였다. 




계절감이 진하게 배어있는 소설은 <가벼운 점심>, <하품>,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파수꾼>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품은 이 소설들은 이제 봄기운이 만연해진 5월의 푸르른 하늘을 망각한채 계절의 한복판으로 끌어당겼다. 타인의 감성으로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나는 다가올 계절들에게 설렘을 느꼈다. 어떤 이야기들을 가져다줄 건가.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시간'과 '공간'에 묶여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벼운 점심>의 나는 '아버지가 가출한 10년의 시간'에, <피아노, 피아노>의 남자는 익숙해지지 않는 남성의 모습인 '서울'에, <하품>의 그는 지난날 추억 속 '아내'에, <고전적인 시간>의 그녀는 '권태와 고독'에,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의 나는 '가을을 닮은 눈동자'를 사랑해 '가을'에, <파수꾼>의 강 씨는 '철도 건널목'에 묶여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들이 어떻게 그 매듭을 풀고 시간이 다시 흐르게 하고, 고독과 고요 대신 사랑과 내일을 그리게 되는지 우리들에게 들려주느라 소란스럽다.








가슴을 툭 치고 간 이야기는 <가벼운 점심>이었다. 소설집 제목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자칫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봄의 기운이 듬뿍 담긴, 벚꽃처럼 미소를 띠고 인정하게 되는 문장력을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사라져서 10년 후 조부의 장례에 나타난 아버지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불쾌감 없이 적당하게 그려내서 하나의 사건을 부부, 부모 자식, 개인 등 다채로운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구도를 잡은, 인상 깊은 소설이다.  




"이젠 좋아해서 좋아졌어요?

더 좋아졌지. 

봄이 왔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진짜 불행한 사람인 거야."





아버지의 불행을 감지했던 나는 죽지 않고 가출한 아버지를 이해하고 다시 돌아온 아버지를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할 정도로 친근함을 느낀다. 30대가 되고 결혼식을 앞둔 아들이 10년의 시간이 가져온 아버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사랑'의 감정과 '봄'의 기운으로 충만하게 세심하게 담아내서 좋았다. '포기한 아버지'는 떠나보내고 '봄을 맞이한 아버지'와의 첫 헤어짐이 담담히 펼쳐진다. 




'한점' 사람의 외로움.

사람은 시작부터가 외롭구나. 그래야 만날 수 있어.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고양이는 인물들의 감정선과 행동에 영향을 주거나 드러낸다. 

<하품>의 그는 이름 '루미' 대신 '먼지'로 부르면서 아내가 선택한 공간인 헌책방에 대한 불쾌감을 투영한다. 아내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를 미워하며 서로 대치한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웃음 짓는 아내를 보며 고양이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변화가 흥미롭다. 

그가 사랑한 것은 진정 무엇일까? 

자신이 아내를 살리기 위해 자작곡에 가사를 쓰려 한 것처럼 아내를 위해 자작곡에 가사를 쓰려는 후배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여전히 아내를 위해 피아노를 치는 그 그리고 그의 연주를 듣는 고양이 먼지를 뒤로 한 채 끈적끈적한 여름은 지나가고 있다. 








<고전적인 시간>에서는 버려진 7년을 책임지고 집을 지킨 주인으로서 고양이 가족이 등장한다. 그녀는 기꺼이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과 가까워지고자 노력한다. 

여름은 고양이의 졸음을 닮았다_213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에서는 대학 시절 사랑했던 덩어리가 되지 못하고 남은 사람처럼 등에 하트 문양이 있는 고양이를 챙긴다. 가을을 닮은 눈동자, 쓸쓸함을 감당하다 못해 동공이 녹아버린 눈동자를 지닌 그녀를 닮았다 생각한 고양이가 봄의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는 마지막 문장에 가슴이 아릿했다. 그리고 기뻤다. 살아있어서.



<파수꾼> 강 씨에게도 고양이가 달라붙는다. 소리가 사라졌다 들렸다 하는 그에게 고양이는 큰 도움이 된다. 철도 건널목 관리원인 그는 초소가 문을 닫게 되자 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친구가 없는 듯한 여자아이에게 고양이를 보낸다.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뻐하는 강 씨를 보며 고양이가 다시 찾아오겠구나 생각했다. 




끝나는 곳에는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우리는 그 문으로 한 발짝만 내밀면 되는 거야.




고양이가 말하는 끝과 강 씨가 그리는 끝이 갈라진 후,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 기대된다. 강 씨의 귀에 또렷이 들리는 '야옹' 소리가 희망의 불씨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외로운 '한 점'에서 시작되었을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반복되는 것 같은 계절이라도 사랑을 만나기도, 고독과 권태를 느끼기도 하면서 특별한 시간이 된다.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의 계절들이 쌓여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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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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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번은 살려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인플루엔셜 출판




지난해 이맘때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혹적인 킬러 '핀레이 도너번'이 돌아왔다.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의 후속작 《이번 한번은 살려드립니다》는 핀레이의 귀환을 고대하는 팬의 갈망을 깨끗이 해소해 주었다. '어쩌다 킬러'가 되었던, 작가이자 싱글맘 핀레이 도너번의 화려한 컴백을 증명하였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핀레이와 베로의 케미는 돋보였다. 친구를 넘어 '파트너'로서 다져지는 그녀들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성장기는 워맨스의 정수였다. 

주인공 핀레이에 관한 역사는 대부분 밝혀졌지만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베로의 인생 상자는 조금씩 열리고 있다. 호기심 98%와 의심 2%로 설마? 긴장하며 읽는 재미를 나름 즐기고 있다. 진짜 설마겠지? 절대 아닐 거야. 어느새 핀레이의 삶 깊숙이 스며든 베로가 배신의 아이콘은 아닐 거라 믿는다. 대신 그녀가 지닌, 이 말 못 할 비밀의 자물쇠가 언제쯤 풀릴 것인지, 그 파장은 어느 정도일지가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마음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신 참 대단한 여자예요, 도너번 씨. 

당신이 이 게임을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하네요."

- 펠릭스 지로프




전작에서 어쩌다 킬러가 된 핀레이는 발군의 실력으로 의뢰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그 모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써 작가로 데뷔하였다. 전남편 스티븐과 양육 문제로 대치하면서도 원하는 대로 글을 써서 안정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들이 줄줄이 일어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전남편 스티브를 없애주는 사람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게시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관심을 보이는 전문가 '싹쓸이'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져갔다.


베로가 어떤 사고를 쳤든,

우리는 함께 해결해야 했다.

- 핀레이 도너번




《이번 한번은 살려드립니다》는 전남편 스티븐에 대한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진저리'와 그를 노리는 프로 킬러 '싹쓸이'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우리의 핀레이와 베로는 주어진 미약한 정보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추리를 해나간다. 핀레이 시리즈 특유의 유쾌한 유머 코드가 현실의 끔찍한 상황들을 감싸 감정의 폭격을 완화 시켜준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다시 어둠의 세계에 몸을 내던진 핀레이는 상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다. 전작에서 보여준 실력에 모성애가 추가되니 거침없다. 살짝 어긋나는 추리와 상황들이 핀레이와 베로를 위험 한복판으로 내몬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 독자들의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재기 넘치는 기지로, 썸을 타는 닉과 사촌 라몬의 도움으로 위기들을 넘어가는 그녀들의 모험은 보는 내내 온몸을 찌릿찌릿하게 만든다. 한 끗 차이로 스쳐 지나가는 죽음의 문턱들이 얼마나 많은지 '핀레이 도너번'의 능력치는 측정불가다. 거듭되는 실전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재능과 감각을 키워나가는 핀레이의 내일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두근거린다. 




끝내주는 사랑을 꿈꾸는 핀레이.

전 남편과 양육권을 놓고 전쟁 중인 30대 싱글맘이지만, 여전히 그녀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닉과 줄리언이 등장하여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연출한다. 핀레이의 신작에서도, 핀레이의 현실에서도 경찰 닉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듯하지만…



주인공 핀레이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배경이 좀 더 드러나면서 이번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핀레이와 베로의 워맨스, 테리사와 애이미의 우정, 브리 가족과 핀레이 가족 이야기 그리고 아직은 미스터리인 베로의 과거까지 따뜻하면서도 애잔한 평범한 일상 속 감정을 재미와 오락에 더하니 소설이 다채로워졌다. 









《이번 한번은 살려드립니다》는 페이지터너로 손에 들자마자 빠져들어 마지막 장까지 읽게 만든다. '재미'라는 큰 틀에서 유머, 액션, 추리, 스릴러, 로맨스 그리고 모성애 가득한 휴먼스토리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실속 있게 담은 종합선물세트이다. 다음 이야기의 예고까지 확실하니 시원하게 확실하게 빠져들어도 후회 없을 핀레이 도너번의 어쩌다 킬러 시리즈다.

"애들 아빠만 아니면 넌 내 손에 죽었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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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세특을 부탁해 - 개정판
임명선 외 지음 / 데오럭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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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세특을 부탁해 개정판/ 도서출판 데오럭스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학교를 방문할 일이 잦다. 총회와 학부모 연수 등 전반적인 학사 일정을 소개받고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입시 설명회를 듣기 위해 학부모들은 학교를 찾게 된다. 올해 역시 입시정보 대표 강사님의 따끈따끈한 대입 정보를 듣는 연수가 지난주에 있었다. 매년 변화하는 입시 정보에 귀를 쫑긋 세우다가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된다.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입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입 전형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입시 계획·전략을 세워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 교과 성적과 비교과 영역을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대학마다 평가 기준이 달라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지원이 요구된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계속 변하는 입시 제도가 어렵고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부담을 덜고자 입시 설명회를 듣고, 대학별 입시 요강을 찾아보고, 진로 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도서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되어 나온 데오럭스 출판사의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는 교육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도서로, 성공적 학생부를 위한 탄탄한 준비서이다.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에서는 학생부 기재가 간소화되었다는 사실을 학교 활동 축소로 오판할 수 있음을 짚으면서 교과 역량의 강화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부 종합전형 평가 요소가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 세 가지로 개정 발표되었다. 학업 역량 평가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생부 항목은 '교과 학습 발달 상황(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이다. 교과별 세특이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질이자 출발점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더욱이 2025년부터는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과목 선택의 폭이 확대된 만큼 전공 관련 이수 노력과 전공 관련 교과 성취도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전공 계열에 맞는 교과목이 잘 정리되어 보기가 편하다. 중요한 만큼 볼드체로 된 과목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는 '세특'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1. 선생님들이 세특을 작성하는 일반적인 방법들을 알아보고, 그에 맞게 세특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팁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팁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선생님과 원활한 소통이 전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합격생의 세특 사례를 분석해 주고 있다. 희망학과에 합격한 선배들의 사례를 통해 수업 형태에 따라 필요한 활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사 발표, 논술, 탐구 보고서, 주제 탐구 발표, 독서 에세이, 토론, 실험 등 다채로운 참여 방법과 주제에 따른 활동 사항이 표로 정리되어 깔끔했다. 실제 적용한 사례들이라 학생들의 교과목 탐구 활동에 적용하는 데 큰 방향 제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참고용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3. 세특 탐구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대학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선발하고자 노력하고 있기에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탐구 주제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소한 것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주제'로 선정하고, 사소한 질문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심화 주제를 선정하고,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고 한다. 







4. 입학 사정관 시점에서 세특을 분석하였다. 전 입학 사정관이 세특 사례를 평가한 포인트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세특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세특 작성시 요구되는 요건들을 파악하는 데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객관적인 관찰로 구체적인 근거 제시로 내용을 뒷받침하여 활동 내용을 효과적으로, 인상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 시점 평가 포인트】가 이끌어준다.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의 장점은 다양한 사례와 다각적 분석 그리고 부록이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별로 필요한 세특 활동에 대한 상당 부분을 합격한 선배의 사례로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전문가의 분석이 더해져 업그레이드까지 제시해 주고 있으니 입시생들에게는 은혜로운 준비서이다. 주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과 전공학과별 주제 탐구 핵심 키워드 그리고 배경지식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논문과 추천 사이트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알짜배기 정보는 차고 넘치니 활용하는 능력이 결과를 결정지을 것이다. 





고등학생과 예비 고등학생 아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학생부 세특을 부탁해>, 부디 잘 활용하여 원하는 진학을 이루면 좋겠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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