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 강주룡 여성 인물 도서관 7
김미승 지음, 클로이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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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 강주룡/

김미승 글/ 클로이 그림/ 청어람주니어




유구한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암흑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기는 '일제 강점기'다. 나라 잃은 민족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퍽퍽하고 고달팠을지 오늘의 우리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그 시기에 많은 여성들이 노동자가 되었다. 신발 ·양말 ·방적 ㆍ 방직공장 등에 취직해서 여공이 되었지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어려웠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다는, 여성이라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과 차별을 당했다. 점차 여성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여성 노동 운동이 활발해졌다. 









체공녀 강주룡. 여성 노동 운동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로, 그녀의 강단 있는 여정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번에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는 역사의 책갈피에 숨어있는 옛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 일곱 번째 도서로, 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 <강주룡>을 출간하였다. 



1901년 조선에서 태어났지만,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1932년 젊디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강주룡'을 통해 여성 노동과 여성 노동의 역사를 살피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고무공장 여공,

을밀대 지붕 위에 올라

높고 푸른 권리를 외치다.




표지 그림은 을밀대 지붕에 올라가 꼿꼿이 서있는 강주룡으로, 다부진 입매에 비장함이 서려 있다. 그녀의 눈빛은 죽음도 불사르는 각오로 당당하게 빛나게 있다. 



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 <강주룡>

인물 소개 - 인물 관계도와 연표 - 인물 이야기 - 그때 그 사건 - 인물 키워드 - 한눈에 살펴보기

로 구성되었다. 








간략한 인물 소개는 '강주룡'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강주룡이 굶주림과 가족이 가장 큰 관심사였던 아이에서 나라의 독립을 열망하는 독립투사로,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는 노동운동가로 변모하게 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지난 윤희순 의병장 이야기에서 체감했던 일제 강점기 시대에 우리 민족의 설움과 한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해진 차별과 괴롭힘, 무시는 활자를 뛰어넘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주룡의 가족이 고향을 등지고 만주 서간도에 정착하기까지의 고단한 생활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 가족을 위해 최부자 댁에 허드렛일을 나가는 주룡,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이와 혼인하게 된 친구 덕이.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먹는 입을 덜기 위해 시집보내고 시집가는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참담하기 그지없다. 모던 걸이 되고 싶어 했던 덕이는 그렇게 떠났다.








주룡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최전빈과 혼인하였다. 서로를 지극히 아끼는 부부였던지라 그녀는 독립운동에 뜻을 품은 남편을 따라나섰다. 나라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해본 적 없던 그녀는 독립운동까지 하게 되었지만 여자인 주룡이 나서서 하는 것을 전빈이 탐탁지 하지 않아 홀로 돌아왔다. 그러나 남편 전빈은 독립운동 중 죽고 말았다. 



시댁에서 쫓겨나 부모님과 함께 조선으로 돌아온 주룡은 가장으로서 평양의 고무공장에 취직한다. 헤어졌던 친구 덕이를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공장에서 마음 맞는 동료들을 사귀게 되면서 고된 공장생활에 서서히 익숙해져간다. 하지만 감독의 횡포는 점점 심해지고, 주룡은 덕이와 함께 '노동자의 권리'를 공부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여성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와 횡포를 감내해야 했다. 감독이라는 지위로 여공들을 희롱하려 하거나 벌금 제도를 이용해 노예처럼 부리는 작태에 울분이 터졌다. 당장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여공들은 아이를 업고 일을 했고, 그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갈 여유도 없이 일을 했다. 이토록 비참한 작업환경이라니 말할 수 없이 비통했다.








대공황의 여파로 어려워진 경기를 이유로 고무공장 사장은 임금 삭감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강주룡과 그의 동료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아사 동맹을 맺고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이들이 보여준 용기가 얼마나 무겁고 뜨거웠을까. 그들이 배고픔을 잊고자 더 크게 외치는 "임금 삭감 철회"가 지금 내 귓가에도 들리는 듯하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살아오면서 제일 행복했던 때를 서로 이야기 나누며 마음을 가득 채운 그들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바라는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감독 마음대로인 벌금 제도로 깎이는 월급 대신 일한 만큼 받기를 바라는 노동자들이었다. 





아이 낳기 전후 삼 주간 휴식과 생활을 보장하라!

아이 젖 먹이는 시간을 자유롭게 보장하라!

비인간적인 벌금 제도를 없애라!





여성 노동자들의 굳은 연대와 단합을 무참히 짓밟은 조선인 사장의 만행은 일제 강점기의 쓰라린 고통이다.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게 조선인을 괴롭혀 자신의 부와 안위를 지키려는 그들은 인면수심의 파렴치였다. 강주룡이 을밀대 지붕에 오를 수밖에 없을 만큼 상황은 절박하게 돌아갔다. 과연 그녀의 이야기에 세상은 귀 기울여주었을까? 여공에 대한 대우는 달라졌을까?









오늘날 우리가 강주룡이 고공 시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절실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 여공들이 왜 많아졌는지 그리고 강주룡을 비롯한 수많은 여공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 <강주룡>에서 찾을 수 있다. 






 

'그때 그 사건', '인물 키워드', '한눈에 살펴보기'는 강주룡이 주도한 '평양 고무공장 총파업'을 비롯한 여성 노동 운동의 역사와 노동운동가에 대한 정보를 잘 정리해 주고 있어서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 학기 한 권 읽기] 독후 활동지를 활용하여 책을 더 깊게 만날 수 있다. 인물 관계도, 가로세로 낱말 퍼즐, 독서 퀴즈, 독서 토의 ·토론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다. 눈으로 읽는 독서에 그치지 않고, 다채로운 활동으로 생각의 깊이를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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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빗 : 훔쳐야 이긴다
케이비언 루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비룡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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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빗:훔쳐야 이긴다/ 케이비언 루이스/ 비룡소




"아무도 믿지 마라"



페이지터너, 500 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읽게 만드는 책  [갬빗 : 훔쳐야 이긴다]

아마존 선정 '2023 최고의 영어덜트 소설'이라는 명성을 뒷받침하듯 우리 집 십 대 청소년들에게도 호평 일색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독서가 이 책을 통해 상위권으로 올라올 수 있으려나 희망을 불러 넣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는 모습이었다. 



영화화가 확정된 [갬빗 : 훔쳐야 이긴다]는 화제성, 대중성이 강한 작품이다. 

우선, 청소년의 흥미와 관심을 끄는 소재가 시선을 잡아끈다. 10대 천재 도둑들이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기상천외한 도둑질 대회 '갬빗'이 이 소설의 주 무대다. 

학업에 지친 청소년에게 또래 도둑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선사할 것이다.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대신 자물쇠 따기, 뼈를 제자리에서 빼는 기술, 헤드록, 매듭 풀기, 심리 읽기 기술 등 속이고 훔치거나 빼앗기 위한 훈련을 하는 또래들의 모험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일탈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둑질 대회에 초대받은 '대도 유망주'인 등장인물들이 보통의 십 대처럼 가족과 친구에 대해 고민하고 상처 입으면서도 사랑하고 기대하는 모습에서 책을 읽는 십 대 독자들은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낄 것이다. 

정체불명의 주최자들에게 초대받은 십 대 도둑들은 각자 바라는 소원을 이루고자 도전한 '갬빗'에서 단계마다 주어진 퀘스트를 개별로 혹은 팀으로 해결해나간다. 그 결과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가까워지면서 다져지는 동지애와 이해는 '우정'으로 이어진다. 






주인공 로절린 퀘스트는 유명한 도둑 가문 출신이다. 도둑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퀘스트가의 일원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외부와 차단된 채 오로지 '도둑'으로 길러진다. 




"기억해 둬. 이 집을 나서면 아무것도, 아무도 없어. 
네가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야."



가족 외에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자라온 17살 소녀 로스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엄마를 떠나서 자신의 의지로, 힘으로 추억을 쌓고 관계를 맺고자 한다. 엄마와 함께 도둑질을 하러 가는 날을 디데이로 정한다. 그 운명의 날, 엄마가 납치되고 로스의 일생일대 계획은 어긋나고 만다. 지금은 자신 때문에 위험에 처한 엄마를 구해내야만 하는데 주위 어느 누구도 선뜻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제 로스는 익명의 인물이 보낸 '도둑들의 갬빗' 초대에 응할 수밖에 없다. 기상천외한 도둑질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로스는 아무런 정보 없이 그곳으로 향한다. 







도둑질이 가업인 세계, 이름 쓰는 법보다 도둑에 관련된 기술을 먼저 배우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도를 꿈꾸는 십 대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 [갬빗 : 훔쳐야 이긴다] -는 어른들의 세계 못지않은 권모술수와 폭력이 펼쳐진다. 하지만 가문의 명예와 가족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한 십 대들의 분투로, 범죄 서바이벌이 진행되면서 그들이 겪는 감정적 변화와 스트레스 등이 화려한 범죄 기술보다 더 크게 와닿는다. 


가업을 잇기 위해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의 무게가 너무 무겁지 않나 싶었다. 물론 본인이 선택해서 그 길을 가는 도둑들도 있었지만 태어나 보니 정해진 운명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가족은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만은 아니었다. 이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랄 만큼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다양한 인종, 국적이 모인 '갬빗' 대회 출전자 중 한국 출신이 있고 더욱이 비중 있게 그려져 호감도가 상승하였다. 



영화로 제작될 만큼 갬빗 퀘스트 수준은 대단하다. 개인 소유의 의상 박물관 전시품, 이집트 파라오의 매장 석관 절도에 이어 납치까지. 세계 곳곳을 집안처럼 자유롭게 넘나들고, 아름다운 미술품과 보석 등 볼거리가 풍성한 점은 차지하더라도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로스, 노엘리아, 데브로, 경순, 마일로, 타이요, 루커스, 아드라가 보여주는 심리전과 기술은 훌륭하다. 



퀘스트 수행 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은 독자의 안타까움을 유발하기도, 등장인물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긴장과 재미를 배가시킨다. 







자신 때문에 엄마가 납치되었다고 생각하여 죄책감에 빠진 로스는 어린 시절 친구였지만 자신을 배신한 노엘리아와 자신에게 끊임없이 호감을 표현하는 데브로, 한 팀으로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친구가 된 경순과 마일로와 관계를 맺어가며 위기를 극복해나간다. 어려운 순간에서도 매번 기지를 발휘하고, 우승이 간절하지만 타인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은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로스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속고 속이는 치열한 게임이 펼쳐지는 [갬빗 : 훔쳐야 이긴다]

대회가 마무리되고 우승자가 호명되면서 벌어지는 반전은 케이비언 루이스 작가가 긴 여정을 함께 달려온 독자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다. 지독한 배신감에 몸부림치는 로스의 모습에 가슴이 지독히도 저리다. 이대로는 절대로 끝날 수 없는, 끝나서도 안되는 로스 퀘스트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신의 탓이라 자책하며 갬빗에서 한층 성장한 로스가 마지막 순간 진실을 깨닫고 각성한 이후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심장이 요동친다. 로스가 훔친 마음, 로젤린 퀘스트가 진정한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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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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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놀/ 다산북스




"후회라는 마음의 통증은 타인에 대한 상냥함을 낳는다. 

니지코 씨의 흔들림 없는 강인함과 애정이

내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소설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그리움과 꿈, 약속을 이어주는 카페 퐁의 주인 니지코 씨와 마음 배달부 고양이들의 분투기는 바쁜 일상에 바삭거리는 현대인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이승, 저승, 이쪽 세계, 저쪽 세계 대신 '초록 세계'와 '파란 세계'라 칭하는 것부터 온기와 행복이 스며들게 하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은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은 채 카페 퐁의 우편함에 엽서를 넣는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의 소망을 들어주고자' 수많은 엽서를 꼼꼼히 살피는 니지코 씨의 모습에서 진지하고 진실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마음 배달부 고양이 '후타'는 생전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어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자 한다. 







후타는 초록 세계에서 19년 동안 행복한 생활을 하고 이제 막 파란 세계로 넘어왔지만, 마음 배달 고양이가 되어 그리운 마음을 전해주러 두 세계를 이어주는 무지개다리를 오간다. 후타를 따라다니며 파란 세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죽은 존재들이 사라지거나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설정은 '죽음'과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킨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소망하는 에피소드들은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동시에 읽는 이에게도 따스한 힘을 불어넣어 준다.


ㆍ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나의 첫 개인전을 보여드리고 싶다

 ㆍ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이를 만나고 싶다

ㆍ 헤어진 연인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ㆍ 나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엄마와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의 그리움을 그리는 이 소설은 평범한 우리네 삶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부모는 아이의 행복을 바라고,

아이는 부모를 안심시키고 싶어 한다.


인간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

세상은 훨씬 단순한데.


삶의 방식이 좀 더 자유로워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쩌면 인간은 자기들 멋대로 가능성을 좁힌 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치즈 태비 고양이 후타의 말처럼 행복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 걱정과 후회는 접어두고 현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저자는 판타지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고양이들처럼 긴장을 풀고 즐기면 끝!



ㆍ 학창 시절 내게 상처를 준 선생님께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리움을 다루는 여타 에피소드들과는 달리 학창 시절의 억울함을 다룬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 두드러진다. 아이들의 잠재력이 아닌 역할, 성적, 이력, 학력 등 표면적인 평가로 아이들을 대해온 교사를 같은 입장에 처하게 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분노한 니지코 씨와 후타 덕분에 후련한 결말을 맞은 이 이야기는 의뢰인에게 전하지 않고 그들이 직접 움직인 특별한 에피소드였다. 공감력 좋은 그들이기에 히로세 씨의 억울함에 귀 기울였으리라.





마음 배달부 선배 스카이, 마녀 고양이 나쓰키, 초록 세계로 넘어가는 다리 지킴이 카오스, 책임감 강한 마음 배달부 후타.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고양이들이 전하는 가슴 뭉클하고 저릿한 사연부터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는 훈훈한 추억까지 세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이야기들은 마음을 울린다. 


후타는 마음 배달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면서 점차 상상력이 커져갔다. 다른 존재의 마음을 담고 있다 전한다. 만나고자 하는 이의 모습이 아니라 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후타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도 흥미진진하다. 미치루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타는 최선을 다했고, 그를 믿어주고 응원해 준 니지코 씨와 친구 고양이들이 있었기에 꿈꾸던 순간이 현실이 되었다. 다른 모습이어도 마음의 파장이 맞아 서로를 느끼고 알아보는 아름다운 감동의 순간이었다.







초록 세계와 파란 세계를 왕래하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도 담담한 후타를 보면서 각자의 삶의 의미와 행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후 고양이의 꼬리를 유심히 살피게 된다. 혹시 우리 주위에 있을 지도 모를 마음 배달부 고양이를 발견하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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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자의 하인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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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자의 하인/ 강지영/ 자음과모음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엘자처럼 강지영 작가의 [엘자의 하인]이 다시 돌아왔다. 감각적인 표지는 왕국의 여왕 엘자와 그를 사랑하든 추종하든 미워하든 시기하든 시선을 주는 인물들의 관계가 잘 드러나있다. 


[엘자의 하인]에서 이제 막 몸의 변화를 시작하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있는 소년의 세계에 아주 잠깐 머물렀지만 모든 것을 점령했던 존재에 관한 이야기가 고혹스럽게 펼쳐진다. 


[엘자의 하인], 독특한 제목이라 생각이 들었다. '엘자'와 '하인'이 인물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절묘했다. '엘자의 하인' 여러 가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이면서 엘자와 하인의 관계에 대해 잘 드러내주는 표현 같았다. 하인은 엘자를 사랑하고 엘자를 경외하고 엘자에게 종속되었다. 

소년과 소녀, 마을의 순진한 소년과 도시의 아픈 소녀의 첫사랑, 이런 구조와 감정 흐름 때문인지 <소나기>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운 기분을 느끼게도 해주었다. 






[엘자의 하인]은 이성에 눈을 떠가는 아이들의 시선뿐 아니라, 다채로운 마을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함께 하여 옅어져가는 시골 정취와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정겨운 소설이다.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와 집안일을 하는 아빠와 바깥일을 하는 엄마를 둔 '양하인'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어린 시절의 짧은 만남은 다양한 사랑을 품은 우리네 삶을 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한 살씩 젊어지는 약은 없냐?

그런 약이 있으면 다음 달엔 내가

니 애비 대신 살림도 하고,

또 다음 달엔 우리 하인이 동무도 해줄 수 있고,

봄이 오면 아장아장 걷다,

여름쯤엔 싹도 없이 사라져버릴 텐데."




파주의 작은 마을,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이웃들이 모여사는 곳에 나타난 백인 혼혈 모녀는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평범하지 않은 엘자의 외모와 차림은 하인과 종선 등 마을 소년들의 관심을 끌었고, 엘자의 어머니 스텔라를 향해 마을 남정네들의 연정이 잇달았다. 


엘자와 스텔라 모녀를 둘러싼 마을 남자들의 관심 외에도 엘자와 마을 천재 수동이 형, 외할머니와 아빠, 컴온의 무덤 등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를 단조롭지 않게 한다. 의뭉스러운 존재인 수동이 형이 들려준 '피의 마녀, 바토리 스토리'는 엘자를 한층 더 복잡하고 독특한 존재로 이미지화한다. 그리고 아빠와 외할머니가 묵은 애증을 풀고 화해하기까지 하인이네 가족이 겪은 그 모든 것들이 평온하게 떠난 할머니의 표정으로 풀어진다. 







어찌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부터 사소한 실수까지 입체적인 인물들이 들려주는 삶의 상처, 고통, 기쁨, 행복들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분단국가로서 겪은 전쟁의 아픔, 아빠와 엄마의 결혼에 얽힌 진실, 마을 천년회의 만행, 엮인 이들의 사고로 마녀로 오해받는 엘자, 사기, 화재, 의식, 컴온의 죽음 등등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은 엘자와 하인과 그 친구들을 한층 더 성장시킨다. 



"행복한 건 엄마지, 내가 아니잖아.

니들은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하인이 엘자와 비록 어린 시절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내고서도 다시금 그의 명령에 따라 만나러 갈 만큼 그 추억은 강렬하고도 선명했다. [엘자의 하인]을 읽은 나에게도 각인되었다. 그러기에 엘자를 만나러 가는 하인을 지켜보고 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살인자의 쇼핑몰> <심여사는 킬러>로 먼저 만난 강지영 작가의 초기작 [엘자의 하인]은 또 다른 감성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구수한 사투리와 정감 어린 마을 이웃들 속에서 외지인으로 받는 과한 관심과 오해가 아직은 어리고 유전병 '포피리아'로 힘겨운 엘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새삼 가슴이 아리다. 하지만 여왕의 귀환으로 술렁이는 하인과 그 친구들을 보니 엘자와 하인의 만남이 기대된다. 강지영 소설의 세계는 형형색색으로, 매번 우리를 놀라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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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
이선희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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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 이선희 장편소설/ 서랍의날씨





<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은 가슴이 아린 소설이다. 그리고 화신과 유하가 서로를 향하는 진정한 마음이 한순간도 떠나지 않는 예쁜 소설이다. 

타인의 고통에 냉담하고 비정한 현실과는 다르게 '가상 '일지라도 함께 분노하고 아파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고픈 델리고 마을의 존재가 고마우면서도 아팠다. '죽음' 이후에도 털어버리지 못하는 그 마음을 위로해 주고자 하는 손길이 가지는 한계에 마음이 수차례 무너지면서도 델리고 마을 안에서 나름의 안정과 위로를 찾고 떠나는 영혼들의 빛나는 뒷모습에 안도하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서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미스터리 영혼 로맨스가 시작된다!





프랑스의 아를이 떠오르는 해바라기가 핀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을 들고 마주한 '진실의 세계'는 참담했다. 이선희 작가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조각으로 나누어 꼭꼭 숨겨두고 화신과 함께 우리가 찾아 나서길 격려한다. 겁 많고 소심한 화신이 유하를 둘러싼 과거를 마주하려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걸음마다 동참하여 '델리고 마을'에 대해, '솔라키움'에 대해, '사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화신은 고통스럽고 무섭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마침내 유하가 끝까지 감추고자 한 진실 앞에 화신 - 유하 - 강준 모두가 서게 된다. 드러난 진실과 그 진실이 이끄는 결말은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학교폭력'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는듯하였다. 하지만 숨겨진 반전이 있었다. 유하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알고 난 이후에 또다시 걷히는 장막은 이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솔라키움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하여 축적되는 정보들로 화신도, 우리 독자도 이야기를 짜 맞춰 갈 수 있었다. 유하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다른 영혼들의 사연을 통해 델리고 마을이 왜 존재하는지? 왜 화신이 솔라키움에 초대받았는지? 깨달아가는 구조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친절하지 않은 작가와 두뇌 싸움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솔라키움에 초대된 파트너처럼 게임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이 시스템에 대해 차츰 이해해나가는 것이다. 화신과 강준처럼. 




<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은 독특한 흐름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델리고 마을이 왜 존재하는가'와 '유하의 죽음과 화신의 현재'를 둘러싼 잔혹한 진실을 마주하는 고통과 안타까움이 있다. 

'상처받고 고통받은 영혼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그래서 이승에서 얻은 나쁜 감정들을 전부 내려놓을 계기가 되기를 바랐을 뿐'인 델리고 마을의 존재 이유가 너무 크게 다가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겨우 그 정도인데… 겨우…… 그것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읽으면서 가상에 끈적한 현실이 덧입혀지는 걸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여러 에피소드 중 피해자가 피고인이 되어 재판을 받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솔라키움 안에서 구현되는 정의는 상처받은 이들의 통쾌한 복수였다. 온갖 거짓과 핑계 그리고 권력과 자본으로 자신의 죄를 지우려는 추악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페널티들은 마땅해 보였다. 비록 상상일지라도, 꿈일지라도. 


그리고 이 소설의 큰 줄기인 화신과 연결되어 있는 2건의 학교 폭력에 대한 전말과 결말 또한 여운이 깊게 남는다.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과거로 인해 현재까지 끔찍하게 꼬여버린 화신과 그 주변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작가의 진심이 마음의 문 앞까지 찾아와 쿵! 부딪쳤다.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하고, 영혼이 되어서도 서로를 구원하고자 애쓰고, 상처받은 영혼의 치유를 위해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방패막과 목소리가 되어 나서는 사자들을 만들어낸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빛이 되어주었다. 그 빛은 상처받고 고통받은 이들을 소중히 감싸 후련히 떠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사기를 친 사람을 탓해야지, 왜 피해를 본 사람한테 책임을 전가하세요? … 오히려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조차 피로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요."


"타인에 대해 궁금해하면 안 되나요? 때론 누군가의 관심이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넌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어. 계속 유하를 기억해 줬고, 두려워하면서도 상자를 버리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용기를 내서 게임에 참가도 했잖아."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상처를 치료해 주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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