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
이선희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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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 이선희 장편소설/ 서랍의날씨





<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은 가슴이 아린 소설이다. 그리고 화신과 유하가 서로를 향하는 진정한 마음이 한순간도 떠나지 않는 예쁜 소설이다. 

타인의 고통에 냉담하고 비정한 현실과는 다르게 '가상 '일지라도 함께 분노하고 아파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고픈 델리고 마을의 존재가 고마우면서도 아팠다. '죽음' 이후에도 털어버리지 못하는 그 마음을 위로해 주고자 하는 손길이 가지는 한계에 마음이 수차례 무너지면서도 델리고 마을 안에서 나름의 안정과 위로를 찾고 떠나는 영혼들의 빛나는 뒷모습에 안도하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서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미스터리 영혼 로맨스가 시작된다!





프랑스의 아를이 떠오르는 해바라기가 핀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을 들고 마주한 '진실의 세계'는 참담했다. 이선희 작가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조각으로 나누어 꼭꼭 숨겨두고 화신과 함께 우리가 찾아 나서길 격려한다. 겁 많고 소심한 화신이 유하를 둘러싼 과거를 마주하려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걸음마다 동참하여 '델리고 마을'에 대해, '솔라키움'에 대해, '사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화신은 고통스럽고 무섭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마침내 유하가 끝까지 감추고자 한 진실 앞에 화신 - 유하 - 강준 모두가 서게 된다. 드러난 진실과 그 진실이 이끄는 결말은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학교폭력'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는듯하였다. 하지만 숨겨진 반전이 있었다. 유하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알고 난 이후에 또다시 걷히는 장막은 이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솔라키움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하여 축적되는 정보들로 화신도, 우리 독자도 이야기를 짜 맞춰 갈 수 있었다. 유하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다른 영혼들의 사연을 통해 델리고 마을이 왜 존재하는지? 왜 화신이 솔라키움에 초대받았는지? 깨달아가는 구조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친절하지 않은 작가와 두뇌 싸움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솔라키움에 초대된 파트너처럼 게임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이 시스템에 대해 차츰 이해해나가는 것이다. 화신과 강준처럼. 




<수상한 델리고 마을에서 온 초대장>은 독특한 흐름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델리고 마을이 왜 존재하는가'와 '유하의 죽음과 화신의 현재'를 둘러싼 잔혹한 진실을 마주하는 고통과 안타까움이 있다. 

'상처받고 고통받은 영혼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그래서 이승에서 얻은 나쁜 감정들을 전부 내려놓을 계기가 되기를 바랐을 뿐'인 델리고 마을의 존재 이유가 너무 크게 다가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겨우 그 정도인데… 겨우…… 그것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읽으면서 가상에 끈적한 현실이 덧입혀지는 걸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여러 에피소드 중 피해자가 피고인이 되어 재판을 받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솔라키움 안에서 구현되는 정의는 상처받은 이들의 통쾌한 복수였다. 온갖 거짓과 핑계 그리고 권력과 자본으로 자신의 죄를 지우려는 추악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페널티들은 마땅해 보였다. 비록 상상일지라도, 꿈일지라도. 


그리고 이 소설의 큰 줄기인 화신과 연결되어 있는 2건의 학교 폭력에 대한 전말과 결말 또한 여운이 깊게 남는다.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과거로 인해 현재까지 끔찍하게 꼬여버린 화신과 그 주변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작가의 진심이 마음의 문 앞까지 찾아와 쿵! 부딪쳤다.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하고, 영혼이 되어서도 서로를 구원하고자 애쓰고, 상처받은 영혼의 치유를 위해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방패막과 목소리가 되어 나서는 사자들을 만들어낸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빛이 되어주었다. 그 빛은 상처받고 고통받은 이들을 소중히 감싸 후련히 떠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사기를 친 사람을 탓해야지, 왜 피해를 본 사람한테 책임을 전가하세요? … 오히려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조차 피로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요."


"타인에 대해 궁금해하면 안 되나요? 때론 누군가의 관심이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넌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어. 계속 유하를 기억해 줬고, 두려워하면서도 상자를 버리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용기를 내서 게임에 참가도 했잖아."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상처를 치료해 주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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