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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평점 :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놀/ 다산북스
"후회라는 마음의 통증은 타인에 대한 상냥함을 낳는다.
니지코 씨의 흔들림 없는 강인함과 애정이
내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소설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그리움과 꿈, 약속을 이어주는 카페 퐁의 주인 니지코 씨와 마음 배달부 고양이들의 분투기는 바쁜 일상에 바삭거리는 현대인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이승, 저승, 이쪽 세계, 저쪽 세계 대신 '초록 세계'와 '파란 세계'라 칭하는 것부터 온기와 행복이 스며들게 하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은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은 채 카페 퐁의 우편함에 엽서를 넣는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의 소망을 들어주고자' 수많은 엽서를 꼼꼼히 살피는 니지코 씨의 모습에서 진지하고 진실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마음 배달부 고양이 '후타'는 생전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어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자 한다.
후타는 초록 세계에서 19년 동안 행복한 생활을 하고 이제 막 파란 세계로 넘어왔지만, 마음 배달 고양이가 되어 그리운 마음을 전해주러 두 세계를 이어주는 무지개다리를 오간다. 후타를 따라다니며 파란 세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죽은 존재들이 사라지거나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설정은 '죽음'과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킨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소망하는 에피소드들은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동시에 읽는 이에게도 따스한 힘을 불어넣어 준다.
ㆍ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나의 첫 개인전을 보여드리고 싶다
ㆍ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이를 만나고 싶다
ㆍ 헤어진 연인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ㆍ 나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엄마와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의 그리움을 그리는 이 소설은 평범한 우리네 삶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부모는 아이의 행복을 바라고,
아이는 부모를 안심시키고 싶어 한다.
인간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
세상은 훨씬 단순한데.
삶의 방식이 좀 더 자유로워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쩌면 인간은 자기들 멋대로 가능성을 좁힌 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치즈 태비 고양이 후타의 말처럼 행복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 걱정과 후회는 접어두고 현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저자는 판타지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고양이들처럼 긴장을 풀고 즐기면 끝!
ㆍ 학창 시절 내게 상처를 준 선생님께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리움을 다루는 여타 에피소드들과는 달리 학창 시절의 억울함을 다룬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 두드러진다. 아이들의 잠재력이 아닌 역할, 성적, 이력, 학력 등 표면적인 평가로 아이들을 대해온 교사를 같은 입장에 처하게 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분노한 니지코 씨와 후타 덕분에 후련한 결말을 맞은 이 이야기는 의뢰인에게 전하지 않고 그들이 직접 움직인 특별한 에피소드였다. 공감력 좋은 그들이기에 히로세 씨의 억울함에 귀 기울였으리라.
마음 배달부 선배 스카이, 마녀 고양이 나쓰키, 초록 세계로 넘어가는 다리 지킴이 카오스, 책임감 강한 마음 배달부 후타.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고양이들이 전하는 가슴 뭉클하고 저릿한 사연부터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는 훈훈한 추억까지 세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이야기들은 마음을 울린다.
후타는 마음 배달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면서 점차 상상력이 커져갔다. 다른 존재의 마음을 담고 있다 전한다. 만나고자 하는 이의 모습이 아니라 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후타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도 흥미진진하다. 미치루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타는 최선을 다했고, 그를 믿어주고 응원해 준 니지코 씨와 친구 고양이들이 있었기에 꿈꾸던 순간이 현실이 되었다. 다른 모습이어도 마음의 파장이 맞아 서로를 느끼고 알아보는 아름다운 감동의 순간이었다.
초록 세계와 파란 세계를 왕래하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도 담담한 후타를 보면서 각자의 삶의 의미와 행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후 고양이의 꼬리를 유심히 살피게 된다. 혹시 우리 주위에 있을 지도 모를 마음 배달부 고양이를 발견하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