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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빗 : 훔쳐야 이긴다
케이비언 루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비룡소 / 2024년 4월
평점 :
갬빗:훔쳐야 이긴다/ 케이비언 루이스/ 비룡소
"아무도 믿지 마라"
페이지터너, 500 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읽게 만드는 책 [갬빗 : 훔쳐야 이긴다]
아마존 선정 '2023 최고의 영어덜트 소설'이라는 명성을 뒷받침하듯 우리 집 십 대 청소년들에게도 호평 일색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독서가 이 책을 통해 상위권으로 올라올 수 있으려나 희망을 불러 넣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는 모습이었다.
영화화가 확정된 [갬빗 : 훔쳐야 이긴다]는 화제성, 대중성이 강한 작품이다.
우선, 청소년의 흥미와 관심을 끄는 소재가 시선을 잡아끈다. 10대 천재 도둑들이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기상천외한 도둑질 대회 '갬빗'이 이 소설의 주 무대다.
학업에 지친 청소년에게 또래 도둑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선사할 것이다.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대신 자물쇠 따기, 뼈를 제자리에서 빼는 기술, 헤드록, 매듭 풀기, 심리 읽기 기술 등 속이고 훔치거나 빼앗기 위한 훈련을 하는 또래들의 모험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일탈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둑질 대회에 초대받은 '대도 유망주'인 등장인물들이 보통의 십 대처럼 가족과 친구에 대해 고민하고 상처 입으면서도 사랑하고 기대하는 모습에서 책을 읽는 십 대 독자들은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낄 것이다.
정체불명의 주최자들에게 초대받은 십 대 도둑들은 각자 바라는 소원을 이루고자 도전한 '갬빗'에서 단계마다 주어진 퀘스트를 개별로 혹은 팀으로 해결해나간다. 그 결과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가까워지면서 다져지는 동지애와 이해는 '우정'으로 이어진다.
주인공 로절린 퀘스트는 유명한 도둑 가문 출신이다. 도둑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퀘스트가의 일원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외부와 차단된 채 오로지 '도둑'으로 길러진다.
"기억해 둬. 이 집을 나서면 아무것도, 아무도 없어.
네가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야."
가족 외에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자라온 17살 소녀 로스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엄마를 떠나서 자신의 의지로, 힘으로 추억을 쌓고 관계를 맺고자 한다. 엄마와 함께 도둑질을 하러 가는 날을 디데이로 정한다. 그 운명의 날, 엄마가 납치되고 로스의 일생일대 계획은 어긋나고 만다. 지금은 자신 때문에 위험에 처한 엄마를 구해내야만 하는데 주위 어느 누구도 선뜻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제 로스는 익명의 인물이 보낸 '도둑들의 갬빗' 초대에 응할 수밖에 없다. 기상천외한 도둑질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로스는 아무런 정보 없이 그곳으로 향한다.
도둑질이 가업인 세계, 이름 쓰는 법보다 도둑에 관련된 기술을 먼저 배우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도를 꿈꾸는 십 대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 [갬빗 : 훔쳐야 이긴다] -는 어른들의 세계 못지않은 권모술수와 폭력이 펼쳐진다. 하지만 가문의 명예와 가족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한 십 대들의 분투로, 범죄 서바이벌이 진행되면서 그들이 겪는 감정적 변화와 스트레스 등이 화려한 범죄 기술보다 더 크게 와닿는다.
가업을 잇기 위해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의 무게가 너무 무겁지 않나 싶었다. 물론 본인이 선택해서 그 길을 가는 도둑들도 있었지만 태어나 보니 정해진 운명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가족은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만은 아니었다. 이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랄 만큼 캐릭터들이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다양한 인종, 국적이 모인 '갬빗' 대회 출전자 중 한국 출신이 있고 더욱이 비중 있게 그려져 호감도가 상승하였다.
영화로 제작될 만큼 갬빗 퀘스트 수준은 대단하다. 개인 소유의 의상 박물관 전시품, 이집트 파라오의 매장 석관 절도에 이어 납치까지. 세계 곳곳을 집안처럼 자유롭게 넘나들고, 아름다운 미술품과 보석 등 볼거리가 풍성한 점은 차지하더라도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로스, 노엘리아, 데브로, 경순, 마일로, 타이요, 루커스, 아드라가 보여주는 심리전과 기술은 훌륭하다.
퀘스트 수행 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들은 독자의 안타까움을 유발하기도, 등장인물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긴장과 재미를 배가시킨다.
자신 때문에 엄마가 납치되었다고 생각하여 죄책감에 빠진 로스는 어린 시절 친구였지만 자신을 배신한 노엘리아와 자신에게 끊임없이 호감을 표현하는 데브로, 한 팀으로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친구가 된 경순과 마일로와 관계를 맺어가며 위기를 극복해나간다. 어려운 순간에서도 매번 기지를 발휘하고, 우승이 간절하지만 타인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은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로스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속고 속이는 치열한 게임이 펼쳐지는 [갬빗 : 훔쳐야 이긴다]
대회가 마무리되고 우승자가 호명되면서 벌어지는 반전은 케이비언 루이스 작가가 긴 여정을 함께 달려온 독자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다. 지독한 배신감에 몸부림치는 로스의 모습에 가슴이 지독히도 저리다. 이대로는 절대로 끝날 수 없는, 끝나서도 안되는 로스 퀘스트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신의 탓이라 자책하며 갬빗에서 한층 성장한 로스가 마지막 순간 진실을 깨닫고 각성한 이후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심장이 요동친다. 로스가 훔친 마음, 로젤린 퀘스트가 진정한 승자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