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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자존감 - 엄마가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
정은혜 지음 / 서울문화사 / 2011년 10월
품절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무수히 많이 들었던 말, "자존감". 자존심과 헷갈리기도 하는 이 단어의 중요성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가끔씩 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아닐까 심히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자존감(self-esteem)이란, 자신이 세상에서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며 실패와 좌절을 하더라도 과거의 실패와 성공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에 차 있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p.5) '자존감이 낮은 것'과 '겸손한 것'은 엄연히 다른 거라 생각하는데 어쨌든, 자존감이란 단어가 내게 주는 느낌은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동전의 양면 같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자존감" 이란 단어에 혹 해서 였는데 책을 읽고 난 후, 제목을 다시 보니 <딸의 자존감>이란 제목이 잘 어울리는 걸까 고개가 갸웃거리긴 했다.
1년의 지혜 42가지를 모아 10년을 실천하여 바뀐 인생... 이 책을 쓴 주인공 정은혜 작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바로 프롤로그의 제목 그대로가 될 것 같다. 부자들의 재정 멘토로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 (부러운) 여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가 그대로 녹아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시 거저 얻는 것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육아에 힘쓰느라 동료들의 승진 및 높아 가는 연봉 소식에 조금 배가 아픈 것 같아 보이지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지은이가 불행해 보이진 않는다. (나는 그저 부러울 뿐ㅠㅠ)
가난한 형편 때문에 자신의 방조차 가져본 적 없고 사춘기 시절에도 엄마 아빠와 같은 방에서 자야했던 (그녀 입으로 불우했다고 말하는) 그 시절이 지금의 지은이를 있도록 이 악물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해 내고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너무나 뻔한 스토리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중간 중간 약간의 본인 자랑 같아 보이는 이야기도 들어있긴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달랐던 부분은 어떻게 극복해 냈는지 영웅담 같은 이야기가 나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롤로그의 제목처럼, 1년 동안 무작정 해외로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고(그 아이를 지은이는 "사랑이"로 불렀다.) 써내려 간 편지가 손발이 오글거릴 때도 있었지만 독특했다. 마치 육아 일기를 매일매일 기록하는 엄마처럼 일기 형식으로 그 날 그 날 본인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점이 힘들고 좋았는지 씌어져 있다. 그리고 그걸 읽다 보면 어떤 식으로 위로를 받았을 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제일 좋았던 건, 자존감이 낮았던 지은이가 점점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적어 놓은 부분들에 공감할 수 있어서 그게 참 좋았다. 맞아 맞아, 이래야 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는 기분. 그건 공감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힘든 거니까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지은이가 글 마지막 부분에 사진 처럼 정리해 놓은 노트를 실천해 본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은이가 적어 놓은 것들은 자신이 울고 웃으면서 몸으로 직접 부딪혀 작성한 것들이기 때문에 지은이에게 가장 잘 맞는 것들일 거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로 나만의 마법노트를 작성해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지만 여의치 않다면 지은이의 노트를 빌려도 괜찮지 않을까.
"딸의 자존감"이란 큰 제목으로 읽기 보단 "엄마가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 딸의 자존감"으로 읽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듯했다. 자존감이란 조금은 무거운 단어의 느낌 보단 성공한 사람을 닮아가는 방법, 도움 받기 같은 자기 계발서 느낌의 책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고 읽기 어렵지 않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