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무엇을 먹고 마신다는 것은 생의 축복 <칼과 황홀>

[칼과황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칼과 황홀 -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성석제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봤다. 어딘가 모르게 이름이 낯설지 않은 걸 보니 꽤 유명한가 보다 했는데 펴낸 책이 참 많다. 출판한 책의 제목을 쭈욱 한 번 훑어 보니 정말 음식과 관련된 책들이 많았고,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란 제목을 보고는 작가가 "황홀"이란 단어를 좋아하는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음식 이야기라고 해서 맛있는 음식 사진도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주로 밤에 책을 읽는 나를 위해서인지 음식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ㅋㅋㅋ (비록 내 다이어트..망해가긴 해도, 아니다 이미 망했나?) 식욕을 촉진시켜주지 않음에 감사해야 할 지 아쉬워 해야 할 지 모르겠으나 군침이 도는 음식 사진을 기대했던 독자에겐 아쉬움이 큰 부분일 것 같다. 책에서 누누이 밝히고 있지만 작가는 채식주의자다. 일부러 채식주의자가 되었던 건 아닌 것 같고 어렸을 때부터 채식 위주의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육식과 멀어진 것도 있고 작정하고 먹지 않았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돼지기름으로 음식할 때조차 몰래 쓰곤 했다는 걸 보면) 그래서 책에 나온 음식들도 육식 보다는 채식이 많다. (커피 이야기도 있고 그런데,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것들이 채식과 관련된 것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 청어람미디어에서 출판된 <소울푸드>로 성석제 작가의 글을 먼저 봤다. 순서로만 따지자면 작가의 글은 <소울푸드>에서 본 게 먼저겠지만 한 편만 실린거라 책은 <칼과 황홀>이 처음이라고 쳤다. 딱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소울푸드>는 성석제 작가 뿐 아니라 21명의 작가가 말하는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맛을 소개하는 에세이였다. 음식과 관련된 책을 연달아 두 권이나 읽게된 셈인데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비교하며 읽게 됐다. 더군다나 겹치는 작가가 있기도 하니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나의 짧은 글로 볼 때와 한 편의 두꺼운 책으로 만날 때 느껴지는 작가와 글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 맛으로 비유하자면 성석제 작가는 느끼한 것보다는 담백한, 부드럽기 보다는 조금 질긴 맛이 연상됐다.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딱히 바로 이 음식이야! 라고 머리에 떠오르는 건 없네...하하.

솔직히 음식과 얽힌 에피소드들이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오히려 이야기면에서는 <소울푸드>에 실린 글들이 훨씬 따뜻하고 재밌었다. <칼과 황홀>을 통해 음식(또는 재료) 이름의 유래와 정보 같은 건 얻을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의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문득 그의 소설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에세이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 싶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지. 특히 서점에서 많이 봤던 분홍색 바탕에 사람이 그려져 있는 <인간적이다>가 궁금하다.
이번 책에 들어간 삽화는 씨네21의 정훈이 만화로 유명한 "정훈이"가 그렸다. 그래서 좀 친숙!! 근데 작가님~ 왜 강원도 음식은 많이 소개 안 해주셨어요 ㅠ_ㅠ

*덧붙이기 - 이건 정말 어이 없는 얘기긴 한데 성석제 이름과 자꾸 오버랩 되는 시가 있었다. 붉은 산수유 열매 따온 아부지가 나오는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가 바로 그 시...왜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나 했더니 자꾸 성탄제가 떠올라서 그랬나 보다. 아, 이름 비슷하다고 엉뚱하고 말도 안되는 별명 붙여 부르는 유치한 거랑 다를게 없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