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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일단은 표지 그림이 무척이나 불안하다. 그다지 악당스러워 보이지 않는 한 남자가 비둘기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그는 반드시 비둘기를 죽여야겠다는 의지도 없어뵈는데 꼭 비둘기를 죽이고 말 것처럼 보인다. 남자의 뒷모습이 말하는 것은 체념이며, 불안이다. 그리고 그 남자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불안하다. 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혹은 용기만 있다면 이민을 떠나고 싶은 유혹을 수시로 받는다. 어째서 나에겐 일말의 애국심도 남아있질 않는 것인가 자책해 보지만, 애국심보다는 먼저 살아야겠다는 본능적 욕구가 앞선다. 당장 밥을 못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살아야 겠다라니.... 이건 좀 과장스럽지 않은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낯선 땅 낯선 곳에서 살아갈 용기면 내 나라 내 땅에서 못 할 일, 못 살 일은 또 무엇인가.
저자 김태형은 우리의 이 불안이 꼭 개인적인 불안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니 오히려 결코 개인적인 불안일 수 없다라고 얘기한다. 사회가 불안을 조장하고 불안을 미끼로 되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대다수인 대중들은 사회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의존증과 함께 불안을 키운다고 한다. 결코 주류가 아님에도 주류스러운 척 하려는 80과 따라올테면 따라와보라고 손짓하는 20이 있다. 불안한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이웃이 나보다 앞설까봐 조바심치며,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20을 향해 내달리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잊고 사는 우리들이 되었다. 우리가 이다지도 탈락을 두려워하는 것은 제대로된 공동체를 갖어보지 못한데서 오는 공포이고 그나마의 사회에서도 도태되어 죽음을 맞게 되리라는 불안 때문이라고 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하고,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야하고,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 한다. 그래야 남들만큼은 하고 사는 내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야 적어도 사회에서 왕따가 되지 않으니까. 억지스럽게 중류층이라고 우기면서 실체는 서민인, 서민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들어내야 하는 소비나 선거에서는 서민이라는 정체성을 무시하고 억지스러운 중류층의 흉내를 내느라 찢어지는 가랑이를 애써 모르는 척 하는 이유는 낙오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불안을 증폭시키는 심리코드를 9가지로 분석했다. 이 아홉가지의 심리코드들은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처럼 우리의 무의식에 잠식해 언제 낙오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만성화시켜 불안을 조장한다.
이에 저자는 배부른 돼지보다는 자율적 사고가 가능한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자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심리학자들과 각각의 개인들이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를 이기적으로 만들고 서로를 증오하게 해 범죄자를 대량생산하는 주범인 신자유주의적 경쟁원리를 축소하고 사회안전망을 탄탄히 하고 공동체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주장이나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한 주장은 99.999% 동의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나는 그 또한 불안하다. 아래로 부터의 변화가 정말 가능한 것인지, 저자의 주장에 대한 믿음이 없다.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미 너무 좌절했기 때문인가. 지레 포기하지 말라지만, 한걸음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거라고 하지만 그런 교과서적인 희망말고 보이는 희망을 잡고 싶다. 역시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불안요소는 '미래에 대한 희망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