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기 활동 종료 페이퍼

꿀꿀한 날씨,란 바로 오늘같은 날을 말하는 거겠죠. 몹씨 꿀꿀합니다. 날씨도, 덩달아 내 기분도. 핑계김에 '숨 쉴 곳이 필요해!' 라고 외치며 지름신의 도움을 받아 마구 카드를 긁어 재끼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그랬어도, 지름신이 강림하셨드래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내 기분은, 왜 인가요..?  

6개월이라고 했는데, 신간평가단 활동 기간말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시간은 후다닥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흘러가는 걸까요. 이제 6개월의 유효기간을 하루 남겨두고 있습니다. 6개월동안 인문 사회 신간평가단을 하며, 역시나 즐거웠죠. 보고싶은 책을 읽고, 감히 서평이라 이름할 수 없는 내맘대로의 리뷰를 남기는 활동이 내게는 큰 만족을 줍니다. 더군다나 책을 직접 고르고 내가 고른 책이 뽑히길 고대하고, 책이 오길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은 무엇에도 비하기 힘들정도 입니다.  

고마웠어요. 알라딘 신간평가단 담당자님. 그리고 계속 고마워요. ^^;  

 

자, 마지막 미션 수행합니다.  

 

1) 좋았던 책 Best3  

<진보집권플랜> 개인적으로 특히나 사회과학 서적을 좋아하다보니, 이 책이 특히 기억에 남고요.  

<리영희 평전> 역시 위와 같은 이유라 할 수 있겠죠. 

<반자본발전사전> 역시도 같은 이유입니다. 

사회과학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목신간을 고를때도 조금 편중되게 고르는 편인데요. 제가 고르는 책이 모두 선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치우침으로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고른 책이 선정되어서 손에 쥐어지면 그 떨림은 기다리던 연인을 만난 것 만큼이라고 하면 믿겨지실까요..?  

 

2)건의하고 싶은 이야기 

건의하고 싶은 이야기 중 '건의'는 살짝 빼버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렵니다. 인문 사회 서적에 대한 욕심으로 평가단을 계속 하고 있지만, 제 힘에 부치는 난해한 책을 만나면 고민됩니다. 이거 계속 해도 괜찮은거야..? 내가 신간평가단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거 아냐..? 하는 불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라딘 인문 사회 분야의 신간평가단에 대한 욕심을 포기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 활동을 하면서 내 자신이 자라나고 있음을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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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악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단순히 이책을 철학서적이라고 생각했었던가. 아니 나는, 529쪽이나 되며 '사유'라는 다분히 난해한 제목의 이 책을 읽고 싶기는 했던걸까. 철학서도 문학평론도 음악비평도 미학도 정치학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것을 함유하고 있는 기형과 잡종의 글쓰기라는 서문을 읽으며 생각했다. '아 재미있게 읽어볼 수도 있겠다. 한 번 빠져보자.' 한번 빠져보자, 다짐했지만 쉽지않다.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신변의 잡다한 일상들이 떠오른다. 또는 잠이 쏟아지기도 한다. 세상에나! 

 

작곡가이며 비평가이며 기타리스트인 최정우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무엇이며, 무엇이고, 무엇일 수 있다는 놀라운 변신능력과 그 모든것을 종합할 수 있는 그의 종합능력이 부러움과 동시에 매력적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복잡한 사유 마저도 가능한 사람이라니.. 그러나 솔직히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사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매력도 느끼질 못하겠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그 한마디는  

압축할 줄 모르는 자, 뻔뻔하다! 왜? 읽는 이로 하여금 분심이 들게 하므로. 

 

나는 매사에 어떠한 일의 발생원인을 찾을때 외부귀인보다는 내부귀인을 하는 편이다. 그것은 내가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만, 외부환경은 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는 것이니 되도록이면 나를 조작해보자 하는 조금은 약아빠진 생각에서이다. 이 책을 읽으며 수없이 '내 탓이오'를 외쳐보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내 탓, 책 속으로 빠지는 대신 망상에 빠지는 것도 내 탓, 결국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는 것도 내 탓.... 

 

언어나 악보는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가 된다. 최정우는 언어라는 기호를 통해 사유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적어도 나는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하고 말았다. 최정우와 이미 공유하고 있는 어떠한 약속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의 의미를 전달받지 못했던 것일까. 자책은 끝없이 이어지고, 자다가 남의 다리 긁듯이 책을 훑고 지나가다. 슬프도다!  여기에서 나는 그만 이 책을 포기하고 만다. 블랙홀처럼 끝도 시작도 모르겠는 말들의 잔치 속에 안녕을 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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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11-05-0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입장에서는 많은 압축을 한 책인데, 그것이 "분심"을 일으켰다니 매우 송구스런 마음인데요. "포기"에는 어떤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유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소중한 만남이 될 수도 있었을 순간들이 제 길을 찾지 못한 듯하여 제 스스로 큰 아쉬움이 듭니다. 아무튼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설하고,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하나의 사유가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그 복잡함이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의 어떤 '복잡함'과 상동적이고 상응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하나의 생각. 우리는 어쩌면 오히려 너무나 단순하고 명쾌하게 맞아떨어지는 사유에 대해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필연적으로 우리는 복잡한 상황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추상화하고 단순화하지만, 또한 그러한 추상화와 단순화를 통해서 어떤 식의 '편의'를 얻기도 하지만, 우리가 진정 의심해야 하는 것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진리'로서 제시하는(혹은 강요하는) 안온하고 진부한 단순함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하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슬픈 포기'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고, 또한 거기에 큰 아쉬움을 덧붙이게 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관심 가져주시고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비의딸 2011-05-04 08:38   좋아요 0 | URL
헉!헉! 람혼님의 댓글을 보고 나온 소리 입니다. 처음의 '헉'은 제대로 책을 읽지도 못했으면서 한, 이따위 불평에 배푸신 친절을 보고 나온 소리구요, 두번째 '헉'소리는 단순하고 명쾌한 것들을만을 선호해온 내 취향에 또한번 의심을 갖는 의미에서 나온 소리구요. 그렇지만 부끄러워 하거나 죄송해 하지는 않으렵니다. '하나의 책이 항상 모두를 위한 책은 될 수 없다'는 람혼님의 말씀에 위안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단수가 되지 못함에는 여전한 슬픔을 느끼며,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람혼 2011-05-04 11:08   좋아요 0 | URL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해주시고 활용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과 바람에서 남긴 글이었는데, 소중한 답변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부끄러워 하시거나 죄송해 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제 책의 어법을 빌려 말하자면, 비의딸님이 진솔하게 남겨주신 글이야말로 제게 '독'이 되고 또한 '약'이 되는 말씀인데요. 단지 Mea culpa를 외치는 마음이 아니라 좀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제게도 제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를 제공해주셨습니다. 저야말로 책에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2
박해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서문에 저자 박해천은 "아파트는 한국의 시각 문화를 어떻게 변모시켰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구해가는 여정을 담고있다"고 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화자가 시선, 아파트, 강남1세대, 그리고 꽃무늬로 각각 나뉜다. 픽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나, 시선의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와 아파트가 혹은 꽃무늬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익숙하지 않은 텍스트로 약간의 혼동을 주었으나, '픽션'이라고만 볼 수 없는 사실성을 담고 있다. 책은 겉표지나 제목으로 볼 때, 읽기 쉽지 않겠다는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외견을 하고 있지만 일단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자, 그 재미는 소설 못지않았다. 무엇보다도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를 용산의 맨션에서 보내고, 80년대 중반에 강남에 입성하여 아파트 생활만이 지상낙원이며 게딱지 같은 판자촌은 감히 내 생활에 끼어들 수 없는 낯선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성장한 나로서는 더더욱 이 책에 애착이 간다. 책에는 대한민국의 주거문화의 변화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주거문화의 변화는 조국의 근대화와 현대화 과정을 담고 있으며, 그 과정은 고스란히 나의 성장 과정과도 같기 때문이다. 나는 이른바 중산층으로 성장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마땅히 욕망해야 할 것만 욕망해 왔다고 여겼지만, 최근의 나는 내 욕망과 내 성분에 대해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

저자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어떤 의도로 썼는지 나는 아직 감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책을 읽는 방식은 저자가 딱히 유도하지 않아도 읽는 자의 사상, 배경지식, 사유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대한민국의 자칭 타칭 중산층은 어떻게 의식화 되어 왔는가, 조국의 근대화와 현대화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떻게 이바지 해왔는가. 에 포커스를 맞추고 읽었다. 마땅히 욕망해야 할 것을 욕망했다고 생각해 왔지만,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방점을 두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인정받고자 하는 맹목적인 욕망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상대적 결핍에만 촛점을 맞추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한때는 '민중'이었으나, 이제는 '시민'이라는 좀 더 세련된 호칭을 얻게 된 이들은, 현실의 이종 격투기장과는 거리를 유지한 채 인터넷에서 안전하게 쾌락을 향유하는 법을 터득해갔다. 그들은 더 이상 주권자도, 집단 지성의 구성원도 아니었다. 그저 다중의 소비자이거나 익명의 구경꾼에 불과했다(132쪽).  
   


나는 2부의 '팩트'라는 부제로 묶인 여러편의 글들 보다는 1부에 '픽션'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아파트가 아니고서는 편리한 삶을 생각할 수 없는 이라면, 아파트를 빼고는 성장과정을 설명할 길이 없는 이라면, 아파트의 세련됨과 비대함만을 꿈꾸고 있는 이라면, 이 책을 강추하고 싶다. 아파트를 욕망하는 주체는 정말 '나'인것인지, 설정된 욕망의 틀 속으로 '나'는 끌려갈 뿐인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이라면, 당연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그대로 조국 근대화의 모든 것을 담고있다. 더불어 미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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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 1881 함께 읽는 교양 9
조슈아 아바바넬.제프 스위머 지음, 유자화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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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혼자이고 싶어요. "

이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절대적으로 그렇다. 혼자이고 싶다. 
 

무엇보다 책이 참 예쁘고, 간단하다. 동화책처럼 잘 꾸며져 있다.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니 얼른 읽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책을 펴보지 않고 겉모습만 쭈욱 돌려보았을 때의 느낌이고, 한번 슬쩍 휘리릭 넘겨보기만 해도 '으악' 소리가 절로 난다. 그리고 읽기 시작하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책의 내용이 호감이 가서라기 보다는 한마디로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에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키보드를 치고 있는 지금 내 무릎 위에는 애견 '씽기'가 앉아있다. 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나의 애견과 나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존재들이 살아있다. 아니, 내 무릎에 애견이 없더라도 지금 앉아 있는 이 의자, 그리고 책상 앞에 둘러쳐진 커텐, 책상 틈새...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어딘가에서 숨어 나를 노리고 있을 존재들.... 인정하기 싫지만 내 눈썹에 숨어있을 모낭충!
 

그러나, 침입자는 그들이 아니라 '나'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원래 자연적으로 내가 살기 전부터 이곳에 존재했던 이들이고, 나는 그저 잠시 스쳐가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지만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는 그들. 알고나면 먹을 것이 없고, 알고나면 마음 편히 앉을 곳도 없다. 더더욱 끔찍한 것은 이 책은 절대 '믿거나 말거나'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 이 책을 읽기 전 그들의 존재를 차라리 몰랐던 때가 편했겠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간밤에 나는 꿈 속에서 여러번 이불과 베개잇을 빨 것을 다짐하며 뒤숭숭한 밤을 보냈으니까.
 

곤충도감? 해충도감?도 아니고, 굳이 이 책을 찾아서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전철에 앉아 읽고 있을 때, 옆자리의 남학생이 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겠다. 절대 믿거나 말거나 식의 허풍 수준의 책은 아니지만, 읽거나 말거나는 당신의 선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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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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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문서적에 푹 빠져있다. 시와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의 맛을 깊이있게 느끼려면 고전을 읽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고전 읽기는 맘처럼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아무리 우리말로 읽기 쉽게 번역되었다고 해도 고전인 만큼 책이 쓰인 시대와 맥락을 이해하고, 그 시대의 정서를 알아야 하건만 알고있는 배경지식이 짧으니 고전읽기가 고될 수 밖에 없고 그런만큼 책을 폈다가도 도로 덮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겉핥기 식으로 여기저기서 맛본 인문서를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매번 고전읽기에 도움이 될 서평서들과 인문 참고서들을 두루 읽는 편이다. 이 책 <철학이 필요한 시간>도 고전을 읽고 싶다는 목적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책은 3장으로 나누어 있다.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 너, 그리고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는 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그렇기에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을 나눌 이 책은 나를 먼저 이해하고,  나와 너 사이의 차이 인정하고, 마지막으로 나와 너의 차이만큼의 간격을 존중하여 우리가 되는 법으로 나뉜다. 각각의 장에는 그 장에 맞는 고전들과 작가의 단상들이 어우러져 있다. 

나 자신을 이해한다는 말은 무척이나 당연하고, 쉬운 일이면서도 어렵다.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도 알지못하는 페르소나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면을 벗으면 또 그에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가면이 내 얼굴을 덮고 있음을 자각해야만 진정한 내 얼굴을 찾을 수 있다. 나를 이해하는 것은 먼저 페르소나를 찢어내는 일이라고, 그것이 인문정신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 나의 페르소나를 찢은 자는, 타인의 맨얼굴 또한 그대로 인정할 줄 안다. 똑같은 가면을 쓰고 똑같아 질 때만 ’우리’라고 믿었던 오류를 벗고 서로의 맨 얼굴을 인정하고, 다름을 경험할 때 ’차이’에 대한 존중이 우러나온다. 그런후에,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는 고민을 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책은 나로 부터 시작하여 내가 확대된 우리로 마무리된다.

인문고전에 대한 욕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라고 앞서 고백했으나,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이 책을 읽은 이에게는 조금은 실망이 앞설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확실히 고전들의 서평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전을 읽기 위한 참고서도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문에세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철학박사 강신주의 고전에 대한 단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저자는 책을 유리병 편지에 비유하고 있는만큼 내가 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이에게 띄우는 편지글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러니 고전을 읽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없었더라도, 그저 내 삶에 대한 고민을 할 줄 아는 이라면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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