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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평점 :
요즘 인문서적에 푹 빠져있다. 시와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의 맛을 깊이있게 느끼려면 고전을 읽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고전 읽기는 맘처럼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아무리 우리말로 읽기 쉽게 번역되었다고 해도 고전인 만큼 책이 쓰인 시대와 맥락을 이해하고, 그 시대의 정서를 알아야 하건만 알고있는 배경지식이 짧으니 고전읽기가 고될 수 밖에 없고 그런만큼 책을 폈다가도 도로 덮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겉핥기 식으로 여기저기서 맛본 인문서를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매번 고전읽기에 도움이 될 서평서들과 인문 참고서들을 두루 읽는 편이다. 이 책 <철학이 필요한 시간>도 고전을 읽고 싶다는 목적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책은 3장으로 나누어 있다.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 너, 그리고 나와 너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는 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그렇기에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을 나눌 이 책은 나를 먼저 이해하고, 나와 너 사이의 차이 인정하고, 마지막으로 나와 너의 차이만큼의 간격을 존중하여 우리가 되는 법으로 나뉜다. 각각의 장에는 그 장에 맞는 고전들과 작가의 단상들이 어우러져 있다.
나 자신을 이해한다는 말은 무척이나 당연하고, 쉬운 일이면서도 어렵다.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도 알지못하는 페르소나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면을 벗으면 또 그에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가면이 내 얼굴을 덮고 있음을 자각해야만 진정한 내 얼굴을 찾을 수 있다. 나를 이해하는 것은 먼저 페르소나를 찢어내는 일이라고, 그것이 인문정신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 나의 페르소나를 찢은 자는, 타인의 맨얼굴 또한 그대로 인정할 줄 안다. 똑같은 가면을 쓰고 똑같아 질 때만 ’우리’라고 믿었던 오류를 벗고 서로의 맨 얼굴을 인정하고, 다름을 경험할 때 ’차이’에 대한 존중이 우러나온다. 그런후에,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잘 살 수 있는 고민을 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책은 나로 부터 시작하여 내가 확대된 우리로 마무리된다.
인문고전에 대한 욕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라고 앞서 고백했으나,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이 책을 읽은 이에게는 조금은 실망이 앞설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확실히 고전들의 서평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전을 읽기 위한 참고서도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문에세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철학박사 강신주의 고전에 대한 단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저자는 책을 유리병 편지에 비유하고 있는만큼 내가 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이에게 띄우는 편지글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러니 고전을 읽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없었더라도, 그저 내 삶에 대한 고민을 할 줄 아는 이라면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