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2
박해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서문에 저자 박해천은 "아파트는 한국의 시각 문화를 어떻게 변모시켰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구해가는 여정을 담고있다"고 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화자가 시선, 아파트, 강남1세대, 그리고 꽃무늬로 각각 나뉜다. 픽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나, 시선의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와 아파트가 혹은 꽃무늬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익숙하지 않은 텍스트로 약간의 혼동을 주었으나, '픽션'이라고만 볼 수 없는 사실성을 담고 있다. 책은 겉표지나 제목으로 볼 때, 읽기 쉽지 않겠다는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외견을 하고 있지만 일단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자, 그 재미는 소설 못지않았다. 무엇보다도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를 용산의 맨션에서 보내고, 80년대 중반에 강남에 입성하여 아파트 생활만이 지상낙원이며 게딱지 같은 판자촌은 감히 내 생활에 끼어들 수 없는 낯선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성장한 나로서는 더더욱 이 책에 애착이 간다. 책에는 대한민국의 주거문화의 변화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주거문화의 변화는 조국의 근대화와 현대화 과정을 담고 있으며, 그 과정은 고스란히 나의 성장 과정과도 같기 때문이다. 나는 이른바 중산층으로 성장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마땅히 욕망해야 할 것만 욕망해 왔다고 여겼지만, 최근의 나는 내 욕망과 내 성분에 대해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

저자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어떤 의도로 썼는지 나는 아직 감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책을 읽는 방식은 저자가 딱히 유도하지 않아도 읽는 자의 사상, 배경지식, 사유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대한민국의 자칭 타칭 중산층은 어떻게 의식화 되어 왔는가, 조국의 근대화와 현대화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떻게 이바지 해왔는가. 에 포커스를 맞추고 읽었다. 마땅히 욕망해야 할 것을 욕망했다고 생각해 왔지만,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방점을 두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인정받고자 하는 맹목적인 욕망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상대적 결핍에만 촛점을 맞추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한때는 '민중'이었으나, 이제는 '시민'이라는 좀 더 세련된 호칭을 얻게 된 이들은, 현실의 이종 격투기장과는 거리를 유지한 채 인터넷에서 안전하게 쾌락을 향유하는 법을 터득해갔다. 그들은 더 이상 주권자도, 집단 지성의 구성원도 아니었다. 그저 다중의 소비자이거나 익명의 구경꾼에 불과했다(132쪽).  
   


나는 2부의 '팩트'라는 부제로 묶인 여러편의 글들 보다는 1부에 '픽션'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아파트가 아니고서는 편리한 삶을 생각할 수 없는 이라면, 아파트를 빼고는 성장과정을 설명할 길이 없는 이라면, 아파트의 세련됨과 비대함만을 꿈꾸고 있는 이라면, 이 책을 강추하고 싶다. 아파트를 욕망하는 주체는 정말 '나'인것인지, 설정된 욕망의 틀 속으로 '나'는 끌려갈 뿐인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이라면, 당연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그대로 조국 근대화의 모든 것을 담고있다. 더불어 미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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