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2014년 새해, 민음사에서 우리나라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손꼽히는


오쿠다 히데오 신작 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첫 장의 예측이 무엇이건마지막 장에 배신당한다


중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실족사했다.

사고인가사건인가그렇지 않으면……? 


아사히 신문 연재 당시부터 큰 반향을 부른

충격적인 문제작과연 거리에 가득한 침묵은

누구의 입을 통해 깨질 것인가.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인더풀」등의 작품으로 재미와 유쾌한 반전을 선사했던


오쿠다 히데오의 변신, 짜릿하지만 가슴 저미는 스릴러!



민음사가 YES24 블로그 회원분들께 드리는 2014년 새해 선물!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침묵의 거리에서」를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침묵의 거리에서」 서평단 모집 신청


서둘러주세요!



▶줄거리_ 


시험을 앞두고 야근을 하던 교사에게 학생의 집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한 번도 8시를 넘겨 귀가한 적 없는 아들이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학부형의 겁먹은 목소리에 교사는 당직이 아님에도 교내를 순찰해 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어두운 학교에 사람 그림자는 없었으나,


마지막으로 없어진 학생이 속해 있테니스부의 부실을 찾은 교사는


끔찍한 장면의 첫번째 목격자가 된다.



나구라 유이치. 중학교 2학년생. 



소년은 부실 옥상에서 뛰어내려 콘크리트에 부딪친 충격으로 이미 죽어 있었다.



작은 마을에 경찰 특별수사 본부가 세워지고, 매스미디어의 총력 취재가 이어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된다.



한편, 옥상에는 죽은 소년을 포함한 다섯 명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취조와 취재가 거듭된다. 


그 과정에서 그간 아무도 몰랐던 소년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간 이지메를 당해온 것. 


사건은 점점 ‘이지메에 의한 살인’이라는 방향으로 굳어지게 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고자 하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학생들에게 죽은 친구에 대한 작문을 제출하게 한다.



이처럼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학생들의 낌새가 심상치가 않다.


뭔가 공동의 비밀이 있는 것처럼 연대적으로 함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기자, 경찰, 교사, 유족, 그리고 옥상에 족적이 남은 용의자의 부모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계속되는 동안, 
이지메를 주도했다고 진술한 두 명의 소년에게 혐의가 전부 몰리게 되는데….


▶서평단 모집 상세내용_

★ 응모 방법 :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 완료.
★ 응모 기간: 2014.02.14 ~2014.02.24 (10일간)
★ 추첨 인원: 30명
★ 서평단 발표: 2014.02.25 (월) 오후
★ 서평 기간: 2014.02.27~2014.03.02 (10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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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강원도엔 몇일동안이나 폭설이 내렸다 하고, 오늘 내일도 그곳에는 눈소식이 있다지만,

여기 이곳엔 금방이라도 봄이 오려나 봅니다. 지레 마음이 설레 옷을 너무 얇게 입고나왔는지

공기가 싸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지난 겨울은 13기 신간평가단과 함께 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힘은 사람을 살만하게도,

너무 비참한 이야기는 살기 싫게도 하더라구요.

그래도 책과 함께 즐거웠습니다.

 

읽고싶은 소설 목록을 작성하며, 내가 추천한 책을 꼭 받아보고싶었지만,

단 한권도, 정말 단 한권도 나의 추천도서는 발탁되지 못했어요.

말해주세요.

내가 추천했던 책이 정말 그렇게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역시 신간평가단이 아니었다면 내 선택으로는 읽지 못했을 좋은 책들을 여러권 만났습니다.

그중 다섯권만 고르라면,

 

 

파과

구병모 지음/자음과모음

 

 

 

 

 

 

결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문학동네

 

 

 

 

 

천국보다 낯선

이장욱 지음/민음사

 

 

 

 

 

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문학과지성사

 

 

 

 

 

블랙스완그린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문학동네

 

 

 

가 되겠습니다.

이들 책들이 좋았던 것은 다음 읽을 책들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죠.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를 읽고, 그의 대표작인 <일식>을 읽고,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읽는 식으로요.

13기 평가단의 마지막 작품으로 읽은 <블랙스완그린>을 읽고는 에바 크롬린크라는 인물에 매혹되어

데이비드 미첼의 전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탐내는 식으로요.

 

아, 그리고 딱 한권만 고르라면....

가장 최근에 읽었다는 핑계로<블랙스완그린>을 택하겠어요. 성장소설이지만,

패거리를 짓는 인간의 나약함이 너무 애처로웠거든요, 그리고 에바 크롬린크가 정말 좋았거든요.

 

매번 신간평가단 담당자님이 책을 보내면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저야 말로 정말 고마웠습니다.

좋은 책들을 읽고 감상을 적을 수 있어서요.

따뜻한 봄날에 다시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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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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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은 로드 무비의 형식을 빌린 공포 소설이며...'

뒷표지에 실린 문학평론가의 글에 책을 바로 읽지 못하고 몇 일간 미뤄 두었다. 요사이 기분이 매우 저조한 상태에 있는 나로서는 공포소설을 읽을 기분이 영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읽는 공포소설은 실제의 내용보다 몇 배로 더 부풀려져,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떠나지 않곤 한다. 공포물을 즐길 줄 모르는 나는, 이를테면 이 책의 등장인물 중 되도록이면 삶을 비교적 낙관하며 물처럼 흘러가기를 희망하는 '정'과 같은 부류의 사람인 것이다. 

 

토요일 하루는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모처럼 뒹굴거리면서 책만 읽고 싶었고, 이처럼 편안한 주말이라면 공포소설도 좋을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고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소개를 읽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친구를 조문가는 세친구에게 죽은 친구가 나타난다거나 하는 따위의 아주 말초적인 공포를 상상했던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너무 익숙해서 전혀 공포스럽지 않았던 것에 대한 느닺없는 공포였다. 누군가 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 보고 있다는...

 

죽은 친구 A의 조문을 가는 김, 정, 최는 각각의 장에서 차례로 화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고백은 한공간에서 일어났던 일임에도 표나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다소 의아스러운 동시에 공포스럽기까지 했는데, 어떤 대화에 대한 입장이나 정밀한 장면에 대해서라면 보거나 듣는 시각에 따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지만, 확연히 드러나는 모순들이 의외의 공포를 느끼게 한 것이다.

이를테면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세 사람의 귀에 모두 다르게 들렸다는 것인데, 정은 한국계 싱어송라이터의 나른한 음색으로, 김은 일본계 미국가수가 부르는 이별의 노래로, 최는 싱가포르계 가수의 사랑찬미가로 들었다거나, 혹은 차 사고로 죽은 친구A의 차를 누군가는 빨간 마티즈로, 또 다른 누군가는 푸른 아토즈로 기억하는 식이였다. 또, A에 대한 기억조차도 각각 표나게 차이를 보였다. 김은 A가 빛나는 육체를 가진 인간이라고 기억하지만, 다른 친구는 그녀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였다고 기억한다든가, 최는 그녀가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다고 기억하는가 하면, 다른 친구는 그녀가 무척이나 활동적이여서 몇년 간 응원단까지 했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여서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지만 이건 좀 정도가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자기만의 생각에 사로잡힌 인간이 자기만 옳다라고 주장하기는 얼마나 쉽고도 무서운 일인지.

간혹 지나간 어떤 상황에 대해 내 말이 먹혀들지 않을 때, 비디오로 찍어둘 걸이라고 억지아닌 억지를 할 때가 있다. 내 기억이 무조건 옳다는 확신을 하는 것인데, <천국보다 낯선>을 읽으며 '내가 정말 옳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시점에서 각자의 말을 하던 소설은 마지막에는 한 곳의 시점으로 옮아가는데, 저 높은 곳의 전지적 시점인 그것은 바로 책을 읽는 나의 시점이다. 영화 속의 영화, 소설 속의 소설이 모두 그 작품을 보는 독자에게로 모이듯이.

어쩌면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바로 그것인 것 같다. 내 삶도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건 아닐까. 그러니 내가 옳다라고 우겨대서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

 

책을 통틀어 가장 공포스러웠던 한 문장은 바로 이것이였다.

 

넌 신발 끈을 왜 목에 감고 있어?

간혹, 블로그에 올려둔 리뷰를 읽고 스포가 있다고 미리 써두지 않았느냐며 불평하는 댓글을 보곤 한다. 리뷰를 올리기 시작한 초기에는 그것이 무슨 잘못한 일인양 서둘러 리뷰를 닫곤 했다. 그러나 리뷰를 적는 것이 어떤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것이니 만큼 책의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감상을 적을 방법을 모르겠다.

어쨌든 리뷰를 읽는 것은 책을 미리 살펴보겠다는 의도인 만큼, 스포일러쯤이야 각오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쓰는 것이 내 마음이듯, 읽는 것도 그대마음이니 불평은 조금 부당한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생각이.

더군다나 책을 결말을 알기위해서만 읽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잘쓴 리뷰인들, 본 책을 읽는 것만 할까 말이다.

 

작가가 한 작품을 쓰는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작가마다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하루만에 후딱 작품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한 권 읽는데는 하루, 아무리 긴 작품이라도 길게 잡아 일이주면 충분하다. 이렇게 읽어버리고 나면 문득, 작가에게 미안해지곤 한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작품일텐데 이렇게 쉽게 읽어버려 미안해요. 거기다 미주알고주알 이러고저러고 평까지 하고 말이에요... 하는 심정이 된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욕조에 몸을 담구고서도, 머리를 말리면서도 책을 눈에서 떼지 않은 덕에 모처럼의 휴일을 <천국보다 낯선>에 꼬박 바쳤지만, 어쨌든 작가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빨리 읽어버려서 미안해요.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었어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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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그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블랙스완그린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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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카운티지. 그래서 거기가 어딘지 아는 사람조차 없어.

그래. 그럼 블랙스완그린은 검은 백조로 유명한 거야. 초록 백조로 유명한 거야?

아냐. 흰 백조도 없어.

블랙스완그린에 백조가 없다고?

그래. 그냥 마을의 우스갯소리 비슷한 거야. -327쪽

어느 지방 소도시라도 그러기쉽지만 블랙스완그린 역시 폐쇄적이고 완고하며, 보수적인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들은 외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고, 장미전쟁 때부터 블랙스완그린에서 살아오던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 외부인으로 여기는 그런 곳이다. 외부인이라는 것은 '우리'라고 불리우는 것과는 '다르다'는 의미인데, 외부와의 경계를 지음으로써 블랙스완그린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통을 중요시하는 어른들과 달리 젊은애들은 어서 빨리 독립해 답답한 작은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전통을 중요시하는 어른들조차 젊었을 때는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그러다 블랙스완그린을 떠나는데 실패한 사람들은 블랙스완그린을 둥지로 여기며 어른이되고 짐짓 블랙스완그린만의 전통을 중요시하는 중늙은이들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작은마을 블랙스완그린을 영국 전체로 확대 해석해 볼 수도 있는데, 소설의 배경이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포클랜드 제도를 두고 전쟁을 벌였던 1982년으로, 본시 아르헨티나의 영토였던 포클랜드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국인들인 자신들을 선민으로, 뒤늦게 포클랜드를 되찾고자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압제자의 지배로부터 구원받아야만 하는 후진국민들 쯤으로 여긴다. 아르헨티나민들의 입장에서는 영국군인들이야 말로 압제자이며 날강도 심보를 가진 외부인들인데 말이다. 여기서 애국심이 조장되고, 전쟁은 3차대전으로 확대될 여지를 품은채 아르헨티나와 영국의 죄없는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 역시 외부와의 경계짓기를 통해 내부를 돈독히 하자는 수작으로 볼 수 있겠는데, 무릇 이 시기는 영국의 대처수상이 사회복지를 축소하고, 국영기업을 줄여가던 바로 그 시기였으니 말이다.

또한 소년들은 패거리를 짓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왕따인 것이다.

외부와의 경계짓기. 소년이거나 어른이거나 다름없이 어딘가에 포함된 '내'가 되기는 목숨을 걸고 덤벼들만큼 중요한 일이다.

 

패거리 만들기가 잘되려면 피가 필요한 법이다. -388

블랙스완그린에 11년째 살고있는 제이슨 테일러는 열세살로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다. 사춘기란 자신이 남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아감과 동시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우리나라 소년들 사이에선 삼선 슬리퍼나 노스페이스 등으로 자신이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표현하곤 하지않던가).

제이슨 역시 자신이 다른 누구와도 다른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가게 되면서, 자신의 다름을 비극으로 여기며 극도로 회피하고 애써 감추려 한다. 이런 노력은 결코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다는 소망과 함께 또래들에게 떠받들여지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그런 제이슨에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는데, '행맨'으로 표현되는 그것은 말더듬이증이다.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소망의 결과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눈에 띄고 싶다는 욕망의 결과일 수도 있겠는데, 어쨌든 제이슨은 간혹 말을 더듬곤 한다. 말더듬이증만 제외한다면 제이슨은 아주 평범한 소년으로 공부도 상급반 수준이며 운동신경도 그리 둔하지 않다. 때문에 또래의 말썽꾸러기들로 부터 낙오되지 않기는 매우 손쉬워 보이지만, 말을 더듬는 제이슨에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한편, 제이슨에게는 사물을 보고 흘리지않는 관찰력, 또는 깊은 사고력 따위가 있었는데, 거기에 단어들을 아름답게 조합할 수 있는 능력까지 있어 종종 시를 쓰곤 한다. 그러나 작은 시골마을의 열세살 소년에게 시적 감수성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수치로, 마을의 말썽꾸러기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제이슨은 그것이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축복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즉, 소설 <블랙스완그린>은 열세살 소년 제이슨이 또래들에게 받아들여지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장 소설인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성장소설로만 이해한다면 <블랙스완그린>은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다. 실제로 초입에는 너무나 많은 소년들이 등장해서 누가 누구인지, 이애가 말썽꾸러기인 것인지, 아니면 바보인 것인지 알기 힘들었다. 거기에 화자가 소년 시인인 만큼 묘사와 은유가 넘쳐 다소 산만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자 은유와 생략이 많은 제이슨의 이야기에 깊이 빠질 수 있었고, 종종 시인다운 아름다운 문장을 발견하기도 했다.

 

가을은 곰팡내가 나고, 열매들은 어쩐지 지저분해 보이고, 나뭇잎들은 녹슨 것처럼 적갈색으로 변하고, 멀리 날아가는 철새들은 V자 대형으로 하늘을 가로지르고 저녁은 연기가 자욱하고, 밤은 싸늘하다. 가을이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가을이 아픈 줄도 미처 몰랐다. -416쪽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 제이슨은 또래들과의 갈등과 부모님간의 불화 사이에서 점점 짓눌려가지만 바로 그 슬픔때문에 점점 더 내면이 충만해져만 간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른들은 사람은 여든까지 살고, 청소년기의 광란은 고작해야 사년이면 사그라드는 것이니 견디라고 하거나, 주모자의 힘줄을 끊어놓으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충고 밖에 하질 않는다. 견디거나 한명만 죽도록 패주거나 어찌되었든 스스로 이겨내라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나중에 일이 벌어지고 나면, 왜 말 하질 않았느냐고 아이를 질타하는 것은 무책임한 어른들의 특기인 걸까.

 

'다른' 것에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자신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차별하는 모든 심리가 바로 이러 할 것인데, 결국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인상을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위로받고 싶은 것일테지만, 그 무엇보다 천박한 것은 바로 그것으로 내 존재의 증명을 위해 누군가를 차별하는 마음이다. 그것이 사춘기 시인 제이슨의 눈에는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던 것이다.

제이슨이 성장기에 겪은 고통을 이겨내거나 그렇지못하거나 어떻든 삶은 계속될 것이고, 삶이 계속되는 동안 차별하거나 차별받는 일들 역시 계속될 것이다. 한 번은 즐겁게, 또 한 번은 서럽게...

 

<블랙스완그린>에서 아주 매혹적인 인물을 만났는데,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인물이다. 벨기에인인 에바 크롬린크 부인이 바로 그러한데, 그녀는 기품있는 노부인으로 제이슨이 야만인과 같은 사춘기 소년의 무리 속에서 자신의 독특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고, 아름다움의 추상성에 관해 제이슨에게 가르치며, 제이슨이 시인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인생에 몇 안되는 귀중한 스승을 만나는 행운을 잡은 제이슨은 안타깝게도 막 그녀에게 손을 내밀려는 찰라, 그녀는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사라져 버린다. 그녀가 좀 더 오래 제이슨과 함께 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때문에 내 마음이 다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내 삶 속에 그녀와 같은 존재가 있었던가를 생각해 보니, 나 역시 그런기회를 놓쳤던 기억으로 마음이 아리다.

옮긴이의 글을 보니, 에바 크롬린크는 데이비드 미첼의 전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등장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아, 에바 크롬린크를 따라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건너가야 할까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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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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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작들은 읽기 쉽지 않다는 통념을 깼으며, 소설의 종말을 말하는 서구 작가들의 기우를 무너뜨린 작품이라는 평을받는 <백년의 고독>을 읽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의 종말 씩이나 말하는 서구의 도도함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위대한 작품을 알아보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만큼, 나로서는 이 소설이 그만큼이나 훌륭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재미'라는 코드로 이 책을 이해할 때 과연 '썩' 재미있었다 라고 말 할 수는 있겠다.

일상과 환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마구 얽혀들어가 버무려져 시간순으로 배열되지 않은 사건들을 이해하기 위해 과도한 몰입이 필요했던 것과, 가문의 긴 역사를 통해 똑같은 이름이 되풀이 됨으로써, 호세 아르까디오가 할아버지 아르까디오인지 손자의 손자 아르까디오를 말하는 것인지를 구분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음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또한 번역서가 가진 일반적 문제와 함께, 워낙의 작품이 뭐가 뭔지 헛갈리는 마술적 요소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옴이 더해져 하여튼 읽기 쉽지 않은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앞장에서는 분명 죽었던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거의 일상적인 일이고, 멀쩡한 여인이 대낮에 담요를 타고 승천하고, 흙이나 석회를 긁어먹고 사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끓고있는 우유가 구더기 더미로 변한다던가, 나비를 몰고 다니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있고,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백 살이 넘은 우르술라와 백 사십 살이 넘어 더 이상의 나이 세기가 무의미해진 빨라르 떼르네라가 있다. 수의를 다 완성하는 날 해질 무렵에 고통도 두려움도 비통함도 느끼지 않고 죽게될 것이라고 아마란따에게 알려주는 죽음의 사신이 등장하기도 하며, 환상의 도시 '마꼰도'의 번영을 앗아갈 비는 사년 십 일 개월 이틀동안 내리며, 급기야는 근친상간의 결과로 우르술라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돼지꼬리를 단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축축하고 고요한 낙원인 '마꼰도'의 브엔디아 가문은 막을 내린다.

브엔디아 가문의 백년 간의 일상 속에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은, '일어나야만 하는 일' 들로, 집시 멜키아데스의 양피지에 이미 예견되어 있던 일이었다. 그럼으로 브엔디아 가문의 몰락도 필연이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인간이란 피조물은 아무것도 아닌 먼지와 같은 존재이며, 인생이란 찬라와 같다는 오랜 경구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콜롬비아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라고 하더라만, 나로서는 환상문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사문학도 아니며, 근친상간이 주제인 에로문학도 아닌 이 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문의 몰락 과정을 다루는 여러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단순한 '재미'만을 추종하며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아, 나는 이 책에서 과연 무엇을 얻었을까. 동종교배는 열등한 자손을 낳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고 감상을 적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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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14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즐겁게 읽으셨나 봐요.
즐겁게 읽으셨기에 별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
가만히 마음속으로 되새기셨겠지요.

비의딸 2014-02-17 12:22   좋아요 0 | URL
모든 책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책이란 물건이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