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누아르 1 : 3월의 제비꽃 (북스피어X) 개봉열독 X시리즈
필립 커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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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가 필립 커의 누아르 소설. 베른하르트 귄터가 등장하는 최초의 소설
1930년대 나치치하. 베를린 올림픽이 일어날 즈음,전직 형사였던 베른하르트 귄터에게 어마무시한 부자가 자신의 딸의 살해 현장에 있던 금고에서 사라진 커다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경찰이 알기 전에 찾아 달라는 의뢰를 한다. 방화 살해 사건 정도로 생각하고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주변을 캐던 탐정은, 게슈타포도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아르의 장르적 특징 - 시니컬한 농담을 하는 중년의 , 여자들이 꼬이는 탐정, 팜프파탈, 단순 의뢰인줄 알았는데 어마무시한 배후 - 가 다 갖추어져있고, 기본 설정에 나치와 게슈타포가 들어가 있는 구성이라 나름 신선하다. 하지만 딱 그정도.

솔직히 내가 누아르 장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까지 읽고 나니 나는 그냥 레이몬드 챈들러랑 필립 말러의 팬이었던 것일 뿐이란걸 깨달았다.


덧. 누아르 소설에 대고 이야기랑 무관한 탐정의 러브신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투덜 거리는 내 자신이 좀 한심해 보기이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씌여진 작품에서 이렇게나 여성이 그저 러브신에서만 작용하고 사라지는것이 우울한건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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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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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의 작가이자 알쓸신잡으로 더 유명해진 김영하 작가의 산문 모음집으로 여행기라기 보다는 자신의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철학을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서 풀어본 글들의 모음이다.

하루키같은 감칠맛이나 김중혁 작가같은 웃음이려나 예상해봤지만 등 역시 김영하 작가는 진지한 이야기꾼이라 그렇게 만만하게 이야기 해주지는 않았다. 다 읽고 나니 (집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 여행에 대한 철학이 전혀 없는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의 진지한 효용성 측면을 본 기분이 들었다.

가볍지만 아주 가볍게는 읽히지 않은 책이다. 김영하 작가의 작가라면 그의 작품의 비하인드를 다소나마 알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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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캐서린 케첨 지음, 정준형 옮김 / 도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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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어바인 대학의 심리학 범죄학 인지 과학교수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80년대 말부터 90 년대 초에 이상적으로 미국내 급증했던 근친상간, 성폭력, 사탄숭배로인한 피해로 가족들을 소송, 고발했던 피해자들 사례 관련하여 그 ‘억압된 기억들‘이 사실인가 아니면 치료사들의 암시에 의해서 조작된 기억인가에 사례와 그것에 관련한 의견을 논한 과학서.

기억이 암시나 외부 자극에 의해 조작될수 있다는 것은 현재 과학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한데, 이 기억 조작이라는 내용이 가혹행위나 성폭력이라는 심각한 범죄행위와 연결이 되면 그 기억의 진위를 의심한다는 자체가 가해자를 옹호하는 입장이 될수도 있기 때문에 당시 저자는 쉴새 없이 공격 받아왔던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책 서두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있다. 이 책의 논점은 폭력이나 참상에 대하여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논의라고.
나중에 위의 소송사태는 과학자들이 주장한 ‘심리치료사들의 과도한 암시와 치료‘로 인해 상당수가 거짓기억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 거직기억에서 다시 회복된 사람들이 나오면 일단락 되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조작 가능한 기억에 대한 로스터스 교수의 이론은 종종 가해자의 변명용으로 쓰이는 듯한데, 홀로코스트에 대한 가해자의 변명에도 사용되고 우리나라에서는 극단적으로 오른쪽에 계시는분들 역시 광주에서의 폭력행위에 대해 이분의 이론을 가져다쓰신다는 소문도 들리고.

피해자의 증언이 너무 자세하고 많아서 읽기 고통스럽지만,자세히 들어가지 않고 그 흐름만 본다면 사안에 대한 분석이나 설명 자체는 많지 않으니 크게 부담은 없는듯. 책 자체가 이미 너무 예전 이야기라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억조작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책이라니 고전을 읽는 기분으로 읽어봐도 괜찮은경험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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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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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단편소설집. 표제작인 종이동물원을 포함해서 14 작품이 묶여 있다.
켄 리우는 필립 K 딕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서 소설을 쓰고 출판사에 보냈으나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2010년 부터 점차 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2011년 종이동물원 네뷸러, 휴고, 세계환상문학상을 받으면서 작가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전반적으로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테드 창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켄 리우만의 장점이라면 현재의 역사를 환타지 혹은 SF에 접목시키는 센스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제작인 종이동물원에서도 중국의 과거 역사를 끌어내 나와 어머니를 연결 시켰으며 파자 점술사에선 한국의 현대사만큼 기막혔던 대만의 현대사를 소환시켰고 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에서는 731부대와 중일 ( 그리고 약간의 한국역사까지 ) 역사도 되짚어서 여러가지 관점을 보여주었다.특히 종이동물원과 파자점술사는 한국인이라면 공명할만한 부분이 있어서 결국 울어버렸다는.

역사가 배경로 들어가지 않은 우주이민을 다룬 ‘상급독자를 위한 비교인지 그림책‘과 ‘파 (波)‘는 . 휴고상을 연속으로 수상하게 했던 ‘모노노와와레‘ 는 인터스텔라와 별의 목소리사이 중간 어딘가에 있는 익숙한 느낌도 있었고.

켄 리우 작가는 세밀하게 타인의 감정을 살피면서 두루 두루 세상을 각박하지 않게 보고 있거나 혹은 인간 자체에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세랑 작가의 글을 읽고 느꼈던 것 처럼, 읽고 나면 뭔가 마음이 미묘하게 안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모든 단편 작품을 모든 분들에게 다 읽어보라 강추하고 싶은 좋은 책.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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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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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의 작가 정세랑의 소설집 일종의 옵니버스 스타일로 작가가 창비블로그에 2016년 1월부터 6월까지 연재한 작품을 모은 것이라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와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부인 송수정을 시작으로 51명 ( 맞다 제목대로 50명이 아니다 ) 의 삶의 단편을 세밀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경기도 어딘가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의사들과 간호사 그리고 그곳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들과 환자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서로 얽히고 친해지고 또는 지나치다가 마지막순간 화재가 난 극장에서 모이게 된다.

정세랑의 글은 읽고 있으면 정말 세밀하게 사람들을 관찰하는 사람이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고 , 작가는 정말 평온하게 지나가는데도 읽는 사람이 울컥 거려서 견딜수 없는 순간도 있다. 게다가 이렇게나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주었을때는 정말 어딘가에서 이 등장인물이 살아 있어서 아까 지나갔던 사람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을정도다. ( 물론 정말 내가 아는 실존하는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사람은 없다. ) 그래서 엄청나게 몰입했고 그들이 당한 사건에 공감했고 때로는 울컥 하기도 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세세히 돌보면서 그들에게 그래도 조금은 나은 순간을 열어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곤 한다 ( 때로는 그 열린 순간이 다른 이야기에 등장하기도 하고 ) 그래서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도 마무리가 조금은 덜 가슴이 아프다고나 할까나 .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다시한번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는. 성세랑 작가님, 점점 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덧. 이런 옵니버스 스타일로 드라마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편에 나왔을때는 주인공이고 다음편 이야기엔 지나가는 사람이고 하고 그런다면 그런 배우들 숨은그림처럼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렇게 하기는 수지는 안 맞겠구나.. 일단 51명은 너무 많아.
한가지 더. 마지막 극장 이야기에서 세월호 생각이 났다. 지금이 세월호 5주기 즈음이라 그런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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