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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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가 쓴 "책벌레와 메모광"

20127월부터 하버드 옌칭연구소의 방문학자로 머물렀던 그가 1년 동안 매일 연구소 선본실에서 만났던 18세기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책과 메모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담은 책이다

 

특히, 옛 사람들에겐 독서와 메모는 일상이자 삶이었는데 이 책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책에 미친 책벌레들과 기록에 홀린 메모광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 두었다.

 

 

먼저, 1부에는 옛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묶었으며 (책벌레), 2에선 일기, 편지, 비망록, 책의 여백에 써놓은 단상 등 옛 사람들의 기록과 관련된 이야기 (메모광)를 모았다.

 

그래서, 독서와 메모는 생각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강력한 도구이며, 옛 사람들의 독서와 메모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재미 뿐만이 아니라 옛 사람들의 책 사랑과 기록 열정을 느낄 수 있고, 독서와 기록문화를 살펴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의 특징을 몇가지로 요약해 소개하면

"장서인"(藏書印) "용서"(傭書) 그리고 "메모광 다산" 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먼저 "장서인"(藏書印)

책이 귀하던 시절 어렵게 책 한 권을 구하고 나면 자신의 소유임을 밝히기 위해 찍은 것으로 내가 "장서인" 하고 다른 이에게 팔면 그가 또 "장서인" 했다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책을 받은 이는 이 책의 "장서인" 으로 거쳐간 주인들의 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책에 각각의 책주인들이 남긴 각주나 메모(장서인)가 있다면 마지막 주인은 앞선 여럿사람들의 생각을 한꺼번에 알 수 있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장서인"  을 찍는 태도가 달랐다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 "장서인" 이 지워진 경우가 많았으며, 문에 누가 될까봐 살림이 궁해 책을 내다 팔 때면 책을 훼손하면서까지 "장서인" 의 흔적을 지웠다고 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전 소유주의 "장서인" 위에 '' 자 말소 인장을 찍고 그 옆에 새 주인인 자신의 "장서인" 을 찍었다고 한다그리고, 중국인들은 호방하게도 전 소유주들의 "장서인"대수롭지 않게 여겨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는데 같은 한자 문화권 안에서도 책을 간수하는 태도는 나라마다 달랐음을 알 수 있다.

 

"고서에 또렷이 찍힌 장서인에는 그 책의 역사가 담겼다. 책은 돌고 돈다. 주인이 늘 바뀐다. 그래도 장서인은 남는다.

어차피 영영 자기 것이 될 수 없을 바에야 장서인은 왜 찍었을까? 장서인을 찍은 것은 책의 소유권을 분명히 하고,

이 책이 천년만년 자기 집안과 인연을 같이 하기를 바라서다. 물론 허망한 꿈이다"

 

 

이어서, "용서"(傭書)

돈을 받고 남 대신 책을 베껴 써주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출판문화가 발달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까지도 용서로 생계를 꾸린 선비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용서" 를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던 용서인들의 이야기는 애처롭기 그지 없는데 조선 제일의 책벌레 '이덕무' 역시 그의 편지에는 책을 베껴 쓰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

 

넘쳐나는 책들이 많은 요즘 시대에 책을 베껴 써주는 노고까지 마다하지 않고 책을 읽으려 했던 옛 사람들의 책 사랑을 보며 왠지 부끄러운 마음마저 든다

 

"책은 눈으로 볼 때와 손으로 쓸 때가 확연히 다르다. 손으로 또박또박 베껴 쓰면 또박또박 내 것이 된다. 눈으로 대충대충 스쳐 보는 것은 말달리며 하는 꽃구경일 뿐이다. 베껴 쓰면 쓰는 동안에 생각이 일어난다"

 

 

끝으로 "메모광 다산"

오늘날 남아 있는 다산 '정약용' 의 메모는 하나하나가 소논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학문적 깊이를 갖추고 있으며 그 필치는 예술작품에 가깝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 의 드넓은 학문 세계는 모두 치열한 독서와 끊임없는 메모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 하는데 오동잎을 둘러싼 옛 사람들의 시와 그림과 인장 이야기, 책의 출전을 메모하는 법,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법, 떠오른 생각을 붙잡아 재빨리 적어두는 질서법(疾書法) 등 기록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아무나 적지는 않는다. 적을 때 생각은 기록이 된다. 덮어놓고 적기만 할 게 아니라 계통과 체계를 가지고 적으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

 

 

끝으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자면

"다자필무 (多者必無)" 라고 말할 수 있다.

많아 좋을 것이 없다. 지나친 부귀는 인간을 교만하게 만들고, 견디기 힘든 빈천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환난도 지나치면 사람을 망가뜨린다. 종일 이 일 저 일로 번다하고, 날마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만나 일 만들고 떠들어대면 사람이 붕 떠서 껍데기만 남는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꼭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무턱대고 읽는 책은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

 

 

https://never0921.blog.me/22145206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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