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아저씨가 나타나면 새로운 간식도 먹을 수 있고 산책도 할 수 있다. 아저씨는 따뜻한 물로 내 얼굴도 몸도 씻겨 주고 호수는 내 곁에 서서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봐준다. 나는 목줄에 묶여 지내는 시골개지만 호수와 아저씨가 우리집에 오는 날엔 조금 다른 개가 된거 같다. 나는 둘의 얼굴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짖지 않는다. 대신 펄쩍펄쩍 뛴다. 나는 이제 아저씨의 차가 무슨 색인지도 알고 있다. 4월에는 아저씨가 혼자 나타나서 서운 했지만 어린이날에 호수랑 같이 올거라고 했다. 이번엔 어떤 간식이랑 장난감을 사다줄까? 내 몸집보다 작은 호수가 무서워하지 않게 반가워도 일어서서 인사하는 건 참아야겠다한달도 전부터 매일 달력을 지우며 5월5일만을 기다렸다. 5월5일은 어린이날이기 이전에 할머니 집에 있는 봄이를 만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마지막 주, 우리 가족은 비통하다는 말로는 모자란 소식을 들었고 호수는 이틀 밤낮으로 엉엉 울었다. 목줄이 풀려버린 봄이가 대문 아래로 탈출을 했고 다른 집 개와 개의 주인을 물어 상해를 입혔다. 보호자인 어머니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으셨지만 그 일로 봄이는 파양이 됐다. 내내 봄이를 마음에서 보내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이 책을 빌려 봄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나의꼬맹이 는 나이 든 개가 인간과의 작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당연하고 정직한 이치를 담담히 그려낸다. 개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별의 준비과정은 언젠가 맞이 해야할 순간을 인간이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이 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기다려! 라면 그 부피와 길이가 얼마이건 개는 기다린다. 이제까지 우리를 기다리는 쪽이던 그들이 마지막을 맞이하며 사랑하는 반려인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이 책에 담겨있다. “영어 안 배울 거에요. 강아지말 배울거에요.” 라는 광고의 대사처럼 강아지 말로 진심을 전달하는 책을 만났다 #토토북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