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난 여기 있단다
안 에르보 지음, 이경혜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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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이나 사후 세계를 믿진 않지만 영면한 영혼이 내 곁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한 적은 있었다. 꿈에 한번만 나타나달라고 매일 밤을 기도했지만, 바램대로 되진 않았다. 대신 방문을 열고 나가면 서있을것만 같았다. 돌아가시고 한동안 그 알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 실제로 문을 열고 나가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꼭 그 자리에서 당신이 나를 살펴주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후로 9년의 시간이 흘렀다. 엄마에게 할머니가 가장 보고 싶은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다. 여전히 거의 매일 엄마를 생각하고 기도한다고 했다. 그리고 70이 넘은 노인이 된 엄마도 아직 삶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에 물어볼 엄마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느낀다고 말이다. 


2019년에 멈춰있는 달력도, 생기를 잃고 늘어진 화초에도, 가지런히 놓인 구두에도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은 스며있다. 그리고 그분의 영혼은 현재와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전처럼 눈을 맞추고, 부빌수는 없지만 존재하며 머물고 있다고 말한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림책이 속속 보인다. 저마다 다른 시점과 형식으로 실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안에 결의 공통된 마음이 숨어있다.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남은 이들이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그것이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덮고선 한시도 묵주를 손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는 나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조용히 화살기도를 드렸다. #안에르보 작가의 초연하고 안온한 표현법은 언제나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언제나난여기있단다 #한울림어린이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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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팬클럽 신나는 새싹 175
안난초 지음 / 씨드북(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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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짜리 밭에 1.5평은 콩에게 내어주었다. 반은 완두콩, 반은 땅콩. 나는 비릿한 맛과 떫은 맛이 돌아 못먹는 생땅콩도 와작와작 잘도 먹는 우리집 꼬마를 위해 올해는 텃밭에서 콩의 지분을 늘렸다. 어머니는 밭의 한 가운데 콩에게 내어준 초보 농사꾼들이 우습기만 하신가보다. 그도 그럴것이 시부모님의 밭에선 한 귀퉁이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작물이 콩이다. 콩은 울타리 근처에 씨만 뿌려두어도 알아서 자란다. 씨앗이 커서 한 자리에 두세개씩 심을 염려도 없어서 솎아줄 필요도 없는, 다시 말해 거저 먹는 작물이다. 완두콩, 동부콩 모두 넝굴로 자라기 때문에 밭 정중앙에 자리를 하면 다른 작물을 수확할 때 몹시 불편한데 우리의 관심은 온통 중앙자리를 내어준 콩에게 쏠려있다.

그뿐인가 병아리콩, 콩으로 만든 두부, 유부, 두유까지 잘 먹는 꼬마 덕분에 우리는 식물성 단백질을 꽉꽉 채워서 섭취 할 수 있다. 전생에 다람쥐가 아니었을까 싶게 콩에 껍질까지 싹싹 잘 먹는 콩순이에게 안성맞춤 책이 도착했다. 제목도 찬란하게 #콩팬클럽!!!! 꼬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콩보다 좋아하지 않는 편이 빠르겠다며 웃었다. 할머니 집에서 콤콤한 냄새를 풍기던 메주가 콩이고, 콩이 된장과 간장이 된다는 사실을 이제 조금 아는 어린이 덕분에 이 귀여운 콩도감을 재미지게 참 재미지게 읽었다. #씨드북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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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손 금손 체인지 달마중 26
백혜진 지음, 김민준 그림 / 별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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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진행방향은 오른쪽이라 왼손잡이는 자신이 쓴 글을 가리면서 써내려가야 한다. 내가 쓴 글이 지워지기도 하고 글자의 크기도 일정하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노트를 직각으로 돌려서 쓰기도 하고 손목이 90도로 꺾이기도 한다. 왼손을 쓰는 아이가 갖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지만 오른손 사용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학창시절 동안 아이가 안고 가야할 불편함을 모르는 바도 아니라서 이제라도 오른손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도 가졌었다. 그만큼 우리는 손끝에서 시작되는 행위를 두고 수많은 판단을 한다. 그래서 아마 똥손, 금손이라는 말도 탄생하게 되었을거다.

그렇다면 똥손과 금손은 타고나는 것일까? 내 산부인과 주치의 선생님에 따르면 아이의 대학은 착상되는 순간부터 결정되었으니 태교로 수학의 정석을 푸는 엄마들이 없길 바란다고 하셨지만 고래가 춤추듯 칭찬과 인정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자양분이기도 하고 내가 가진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아이의 행동을 문제시 하기 이전에 기다리고 궁금해하라는 이론을 머리는 알고 있지만 책에 등장하는 엄마처럼 크고 작은 협박이나 편파적인 태도가 앞선다. 그럴 때면 나는 아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씁~ 어른이 말씀 하시는데 톡톡 끼어들면 안돼”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이 문장을 어렵지 않게 들었다. 위계의 치명적 오류가 작동한 문장이지만, 그것을 예의범절이라 배웠다. 미디어와 여러 강연에서 대중의 공감을 크게 이끌어내는 명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따박따박 말대답을 할때면 부모님은 그런 부분까지도 높이 평가하고 “너는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는 식의 말로 독려하셨다고 말이다. 나는 우리 아이의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게 잘 붇돋고 있는지, 은연중에 폄하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며, 아이들의 손이 타인에 의해 똥손과 금손으로 가르기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별숲 #똥손금손체인지 #호수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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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셋 날개달린 그림책방 54
바루 지음, 이슬아 옮김 / 여유당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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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부터 9월, 단연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호수라는 태명은 녀석이 까만점이 되어 날 찾아오기 전부터 정해둔 이름이다. 내가 마치 바람이 불면 거세지고, 배를 뒤집는 파도 같아서 내 아기는 고요하고 잔잔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명을 했다. 호수는 그렇게 태몽도 없이 내게 왔다. 아이를 품기위해 수없이 오갔던 산부인과 진료실 앞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대기하는 동안에 떨림을 잊지 못한다.

잉태는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생명과 깊이 교감하고 대화하는 경이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아이는 본인이 이곳에 자라고 있다고 엄마의 몸을 통해 끊임없이 알린다. 매 순간 흔들리는 배에 올라탄듯한 입덧이 지나가고 나니 또 다른 산이 기다린다. 방광이 눌리고 골반이 벌어지니 움직임 조차 둔하다. 너가 보내주는 모스부호 같은 태동에 기대어 생경한 고통도 버틴다.

#우리셋 은 태아가 들려주는 아홉달의 여정을 담았다. 아름다운 표현을 몽땅 끌어다 놓아도 부족한 벅참의 시간들을 통해 이미 성충이 된 부모는 과거의 시간을 회상하게 되고, 유충 즈음에서 육아로 낑낑 대고 있을 부모에겐 박카스 한잔이 되어줄 책을 만났다 #여유당 #호수네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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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꼬맹이 토토의 그림책
데릭 와일더 지음, 카티아 친 그림, 공경희 옮김 / 토토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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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아저씨가 나타나면 새로운 간식도 먹을 수 있고 산책도 할 수 있다. 아저씨는 따뜻한 물로 내 얼굴도 몸도 씻겨 주고 호수는 내 곁에 서서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봐준다. 나는 목줄에 묶여 지내는 시골개지만 호수와 아저씨가 우리집에 오는 날엔 조금 다른 개가 된거 같다. 나는 둘의 얼굴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짖지 않는다. 대신 펄쩍펄쩍 뛴다. 나는 이제 아저씨의 차가 무슨 색인지도 알고 있다. 4월에는 아저씨가 혼자 나타나서 서운 했지만 어린이날에 호수랑 같이 올거라고 했다. 이번엔 어떤 간식이랑 장난감을 사다줄까? 내 몸집보다 작은 호수가 무서워하지 않게 반가워도 일어서서 인사하는 건 참아야겠다

한달도 전부터 매일 달력을 지우며 5월5일만을 기다렸다. 5월5일은 어린이날이기 이전에 할머니 집에 있는 봄이를 만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마지막 주, 우리 가족은 비통하다는 말로는 모자란 소식을 들었고 호수는 이틀 밤낮으로 엉엉 울었다. 목줄이 풀려버린 봄이가 대문 아래로 탈출을 했고 다른 집 개와 개의 주인을 물어 상해를 입혔다. 보호자인 어머니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으셨지만 그 일로 봄이는 파양이 됐다. 내내 봄이를 마음에서 보내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이 책을 빌려 봄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나의꼬맹이 는 나이 든 개가 인간과의 작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당연하고 정직한 이치를 담담히 그려낸다. 개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별의 준비과정은 언젠가 맞이 해야할 순간을 인간이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이 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기다려! 라면 그 부피와 길이가 얼마이건 개는 기다린다. 이제까지 우리를 기다리는 쪽이던 그들이 마지막을 맞이하며 사랑하는 반려인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이 책에 담겨있다. “영어 안 배울 거에요. 강아지말 배울거에요.” 라는 광고의 대사처럼 강아지 말로 진심을 전달하는 책을 만났다 #토토북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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