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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ㅣ 창비아동문고 329
안미란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그러고보면 나는 도시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도시인이다. 자연인 비슷하게 살아보려고 흉내를 내고 있긴 하지만 아파트에 편리함과 도시의 가속이 깊숙하게 밴 도시인이 맞다. 어떤 면에선 우상향 되고자 끙끙대기도 했다가 어떤 날엔 이만큼 사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적당한 위태로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젠 아슬아슬한 현실에 멀미를 적당히 즐기게 된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가 도시인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평안에도 기웃대기 시작했다. #그냥씨 처럼 말이다.
같이 뜻을 도모하는 활동가들 끼리는 가끔 공동체와 연대라는 단어가 갖는 모순이 얼마나 지긋지긋한가로 넋두리를 하곤 하지만 이웃간에 연결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뜨겁게 느끼고 있기에 이웃을 만나고 귀 기울이는 일을 이어갈 수 있는 거 같다. 이 책을 계기로 외면할 수 없어서 기여하게 되어버린 #그냥씨 와 같은 사람들에 이야기에도 귀기울여보면 좋겠다.
더이상 남쪽으로 날아가지 않아도 텃새가 되어버린 철새들, 터전을 옮기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수많은 개체들과 멸종으로 가는 급행기차에 강제 탑승한 생명들은 인간의 위선과 안일함에 증거이다. 그럼에도 도를 넘은 어리석음은 되려 속도를 내고 있고 지금 우리가 도착해있는 현실이 이 책 속에 실랄하게 담겨있다. 이 책이 던지는 주제에 무게만 따지고 보면 무겁고 무겁지만 그것을 어떻게 어린이들에 시선에 맞춰 들려줄지 작가는 무수한 시간 고민했을 것이고, 아마 책이 나온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듣고보면 낙담부터 하게 될만한 거대한 사회적 이슈를 글 속에 녹여내는 것까지 얼마나 오랜 고찰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을지, 매 꼭지마다의 주제를 효과적이고 재치있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덕지덕지 엿보인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채 도시로 흡수된 동물들이 어디에 터를 잡고 어떻게 생을 영위하는지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냥씨의동물직업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