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왕 고양이와 왕
닉 샤랫 지음, 심연희 옮김 / 키다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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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로부터 잘 독립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면 아직 그것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확신하긴 힘들다.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가 스스로 겪어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는 것이 육아의 기초 덕목이라지만 둘 중 굳이 따지자면 나는 기다림이 조금 더 부족한 편에 속한다. 터득하고 납득하는 수순을 거쳐야만 흡수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잔소리가 앞서 튀어나간다. 내 잔소리가 능력치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보며 모든 면에서 나보다 모자랄리가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려한다.

#고양이와왕 은 용이 나타나 커다란 성을 불태워 버려 성 밖에 살게 된 똘똘한 고양이와 왕이 아닌 삶을 살아보지 못한 왕의 이야기이다. 모든 면에서 흐트러짐 없이 완벽한 고양이에게 생존능력을 상실해버린 왕은 더이상 쓸모가 없어진 부도수표와 같지만 끝까지 그의 곁을 지키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우정을 통해 점점 개인주의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쓸모의 의미를 짚어본다. 앞으로가 빤히 그려지는 상황에도 개입보다 선택을 존중하고 마음을 읽어주는 고양이의 통찰력은 독자로 하여금 절로 감화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왕이 왕으로 존재할 수 있게 도왔던 하인들은 떠났지만 왕은 성을 떠나 살게되면서 비로소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서툴지만 어울림과 생활력을 배워간다. 보육과 돌봄을 떠나 사회속에서 독자 생존해야 하는 어린이들과 닮아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 글밥이 조금씩 길어지는 단계에 도착한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큰것보다 깨알같이 작은 디테일을 잘 찾아내는 아이들이 뒷장 내용을 궁금해하며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숨겨둔 장치가 마중물이 되어 책읽기가 훨씬 즐거워 질 것이다. 잘 건너가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시작에 첫발을 내딛고 나아가기 위해 꼬닥꼬닥 걷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징검다리동화 를 선물하고 싶다 #키다리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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