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오츠이치 지음, 이연승 옮김, 이와이 슌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8.2






 제작년에 정말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인 <하나와 앨리스:살인사건>이 소설로도 나왔다. 그것도 오츠이치가 소설화했는데 이거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하나와 앨리스가 처음 만났을 때 둘 사이를 휘감고 있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상당히 독특한 구성의 작품으로 추리/미스터리 장르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제법 흥미진진했던 영화였는데 그게 오츠이치가 소설화한다니 기대가 됐다.

 글쎄, 무슨 연유에선지 소설은 영화보다 흡입력이 떨어지는 구석이 있었는데 - 영화는 극장에서 두 번 봤다. - 내용이 몇몇 사소한 부분을 제외하곤 거의 똑같아서 이미 뒷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반작용인 듯하다. 아무래도 똑같은 얘길 보자니 굳이 읽을 필요는 없었구나 싶은데 반대로 소설로 먼저 접했더라면 영화를 반드시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 같다. 오츠이치가 못 썼다기 보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구현될지 진짜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싶다.


 http://blog.naver.com/jimesking/220380497414


 원작인 영화 포스팅도 썼었다. 책에 대한 감상도 영화와 거의 비슷한데 그게 개인적으로 아쉬었다. 오츠이치가 그래도 자기만의 해석을 할 줄 알았고 실제로 어느 정도 손댄 부분도 있지만 크게 눈의 띄는 부분도 아니라서 약간 시큰둥했다. 분량도 너무 짧거니와 전체적으로 가볍게 작성됐는데 원작의 이면 등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는 것을 원했더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영상과 활자는 표현법에 있어서 서로 차이를 보였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의 캐릭터 묘사가 더 와닿았다. 시점 전환이니 감정 묘사니 하는 기교가 등장해도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그를 월등히 능가하는 경우도 있구나 하며 감탄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랐나. 어쩌면 영화가 너무 레전드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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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라의 돼지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9.8






 한창 일드에 빠졌을 때 찾아본 작품 중 하나인 '트릭' 시리즈가 생각난다. 아베 히로시, 나카마 유키에 주연의 그 드라마 시리즈는 캐릭터 매력도 다분하고 개그나 분위기도 괜찮아서 적잖이 빠져드는 구석이 있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제목처럼 트릭을, 아니면 그밖에 다른 부분에서 깊이를 더하면 정말 최고의 작품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남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이런 게 바로 TV 드라마의 한계라고 제멋대로 주억거린 기억이 난다.

 <오늘 밤 모든 바에서>와 <인체 모형의 밤>의 저자 나카지마 라모의 대표작인 <가다라의 돼지>는 내가 '트릭' 시리즈에서 느낀 아쉬움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작품이었다. 그 아쉬움을 정말 기대 이상으로, 아니 필요 이상으로 보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정말이지 저자의 기이함이 모두 집약된 최고의 작품이었다. 항상 그렇듯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치곤 하나도 추리소설 같지 않았지만 - 이 상은 정말 추리소설가가 썼다면 어떤 작품이든 주는 것 같다. 매 수상작들이 재밌으니까 그냥 넘어가지만... - 끝나는 게 아쉬운 몰입감을 자랑했다. 700쪽이 넘는 소설이 그러기란 쉽지 않은데... 좀 더 길게 써주지.


 보아하니 일본에선 1부, 2부, 3부를 각각 나눠서 출간했던데 그렇게 나누는 게 좋을 만큼 각 파트별 작풍이 제각각이었다. 한 작품을 읽으면서 이렇게 방대함과 다양성을 느껴본 적도 없는데 다시 말하지만 정말 나카지마 라모다웠다. 적는 게 못다 귀찮을 정도로 살아 생전 기이한 행적을 펼친 작가답게 작품도 만만찮았다. 번역자 후기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정말 번역하는데 고생했을 것 같다. 성서나 불교 등의 종교 용어에다가 스와힐리어, 아프리카 주술, 케냐 여행기 등 일반적으로 쉬이 다룰 법한 내용이 거의 전무해서 읽는 입장에서는 흥미로웠지만 역자 입장에선 곤혹스러웠을 듯하다. 비슷한 작풍의 작가로 꼽히는 교고쿠 나츠히코도 같은 이유로 작품 번역이 더딘 걸로 알고 있는데 정말 번역가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주인공인 오우베와 그의 가족들, 지인들이 일본과 아프리카에서 겪는 기이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여정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트릭을 쓰는 사이비 교주와 한 판 붙고 아프리카의 대주술사와 거나하게 몇 판 붙는 내용이다. 근본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지만 작품을 지탱하는 뼈대와 살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차서 그야말로 읽는 맛이 넘쳐났다. 신비한 마술의 세계와 마술의 위험성을, 그리고 앞서 제시한 세계관을 작가 자신이 뒤엎는 주술의 향연, 아프리카 견문록, 무술 대결, 호러와 액션으로 마구 점철된 만큼 읽는 보람이 있을 정도였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등장도 작품 몰입의 한 축을 담당했다. 딸을 잃은 아픔을 알코올로 푸는 민속학자 오우베의 서글프리만큼 웃긴 내면에서부터 그의 아내 이쓰미의 방황, 대련에 눈을 뜬 조수 도만, 통과 의례를 통해 의젓해진 초능력자 기요카와와 오우베의 아들 오사무, 트릭으로 사기를 치는 이를 고발하는 미스터 미러클이나 자유분방한 성姓 편력을 자랑하는 루이 선생, 아프리카 여정의 가이드인 무앙기나 악덕 프로듀서 마가이, 그리고 바키리... 각각의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맛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를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다루는 면이 있어 - 두 작품을 읽은 분은 이해하시리라... - 시원섭섭한 부분도 있었지만 세계관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살아있는' 느낌으로 잘 빚어내지 않았나 싶다.

 워낙에 즐길 요소도 많고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것치곤 시사하는 부분 또한 많아서 바로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긴 작품의 공통점 중 하나인 완독의 뿌듯함도 안겨주는 등 끝맛도 상당히 좋았던 작품이었다. 비록 내제한 세계관과 분량, 기대됐던 재미를 온전히 다 끌어내지는 못해 아쉽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일 뿐, 그럼에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그 이상을 이미 보여줬기에 아주 기분 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이제 국내에 출간된 작가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는데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솔직히 작품이 더 출간될 가망이 없어 보이는데...

사람은 각자 잘하는 게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이지 학자는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거야. - 32p




마술사는 서커스 천막에서 나와서는 안 됩니다. 밖에는 돈이 지천으로 뒹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처럼요. 마술사는 마술사라는 자신의 간판을 떼기만 하면 성인, 영매, 예언자, 초능력자...... 뭐든 될 수 있지요. - 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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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8.1






 거의 정설로 통하는 '독일인의 썰렁한 유머 감각'을 적어도 나만은 부정하게 만들었던 책. 7년 전에 읽고 7년만에 다시 읽었는데 유머 포인트가 많이 달라졌는지 옛날만큼 웃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독일인의 썰렁한 유머 감각'에는 마냥 동의하지 못하게 한다.

 독일의 코미디언, 만담가인 호어스트 에버스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나 만담 대본이나 사설 같은 것들을 모은 책이다. 그렇다 보니 구성적인 부분에서 잡다한 구석이 있으나 개개의 작문을 살펴보면 무릎을 치며 터지게 만드는 유머도 존재한다. 유머 코드가 맞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건 문화권이 달라서 그런 것일지 모르니 무턱대고 '독일인은 역시 유머 감각이 떨어진다'고 단정 짓기도 애매하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이야기다.


 짧고 가볍다.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가벼움은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실상은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다. 각 파트가 너무 짧아서 적으면 스포일러가 되니 좀 애매한데 그래도 제목만 열거하자면


화요일 파트 - '헤딩슛은 아무나 하나'

목요일 파트 - '베를린식 흥정', '쟤는 대체 누굴 닮아...'

금요일 파트 - '실황중계'

토요일 파트 - '알뜰여행의 끝', '독일인으로서 여행한다는 것'

그리고 에필로그


 정도다. 열거하니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이 글들 때문에라도 심심하면 가끔 들춰보고 그럴 것 같다. 아무리 가볍다 할지라도.



 p.s 어느 작품을 읽어도 주석을 이딴 식으로 다는 작가는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대놓고 웃기려고 개인적인 생각을 마구 적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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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라이프
기타가와 에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7.7






 내가 한창 일드에 빠졌을 때가 있다.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히어로>로 입문했는데 그렇다 보니 같은 주연의 드라마를 찾아보고 그랬다. 그는 상당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제법 재밌기도 해 돌이켜 보면 정말 하나같이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줬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뷰티풀 라이프>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뷰티플 라이프>가 그 드라마를 그대로 활자로 옮긴 것이다.

 방금 '활자로 옮긴 것'이라고 썼는데 '소설로 옮긴 것'을 지웠다고 고친 것이다. 사소하지만 중대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뷰티풀'과 '뷰티플'이 다른 것 - 도대체 '뷰티플'은 뭐지? - 처럼. 이 소설은 지나치게 드라마 같아서 감상하기가 곤혹스러웠다.


 지나치게 드라마 같다는 것은 말 그대로다. 내용이 똑같기도 하지만 전달하는 방식도 똑같다. 너무 새삼스러워서 말하기가 껄끄러울 정도다. 아무래도 드라마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활자로 전달되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에 전체적으로 깊이가 없어서 정말이지 TV 화면을 읽는 것만 같았다.

 드라마와 내용이 같은 것은 상관없었다. 너무 똑같아서 맥빠지긴 했지만 제법 쫄깃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러브 스토리기에 크게 상관없었다. 비록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랑 지금이랑 감성이 달라져서 옛날만큼 - 그게 중학생 때였나. - 감동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옛추억이 떠올라 반갑기도 했다.


 미용사와 휠체어에 탄 여자의 사랑 이야기. 이 작품의 포인트는 바로 이 여자 주인공의 '장애'에 있다. 지금은 장애인 시설 선진국인 일본이지만 10몇 년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 않았는가 보다. 일본 여행 갈 때마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주 자연스레 녹아들어서 보기 좋았는데 참 많이 발전했구나 싶었다. 어쨌든 장애를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는 인생은 장애인이 아닌 이상 알 수가 없는 것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작가가 조사를 많이 해서 그런지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좀처럼 드라마를 보질 않아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일 수 있는데 아무튼 지천에 널린 러브 스토리와 동렬에 넣기엔 소재의 통찰과 감성을 잘 융합시켰기에 한번쯤은 보기를 추천한다. 드라마를. 소설은... 절판되기도 했지만 활자의 묘미가 없다시피 해 드라마를 보는 게 백 번 낫다.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기무라 타쿠야와 토키와 타카코의 연기가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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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8.0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가 그랬고 김수현이 출연한 웹툰 원작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마찬가지고 곧 개봉될 예정인 영화 <공조>도 간첩 얘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간첩이란 소재는 잊을만 하면 꼭 다뤄지는 것 같은데 대체로 다루는 양상이나 주제가 크게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건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영하의 작품이라서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읽는 내내 지루함과 싸웠다. 설정 자체만으로 봤을 때 평범해도 좀처럼 있을 법하지 않은 얘기라서 그래도 신선하게 읽힐 법 했는데 새삼 신선함과 지루함은 정반대의 개념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간첩은 화려한 액션을 동반한 임무 수행 장면을 보이기 일쑤지만 김영하의 <빛의 제국>에서의 간첩은 다르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 김명민 주연의 <간첩>이란 영화와 크게 비슷할 듯하다. 소시민에 가정을 두고 북쪽에서 존재조차 잊었는지 완전히 현지에 적응해버린, 아예 완연한 현지인이 된 간첩을 만나볼 수 있다. 어처구니 없지만 참 재밌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두 개의 세계를 가졌다가 이윽고 바뀐 세계의 주민이 된 형용 불가한 스토리를 간직한 인물의 심정이 내 짧은 상상력으로는 감도 잡히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기 전에 내 짧은 상상력을 보완해주리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소설은 대게 추상적인 이미지를 활자화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굳이 간첩이라는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네 삶의 군상을 그린 이 작품은 분명 나쁘지 않았다. 학생 운동을 했건 간첩을 했건 뭘 했건 지금은 소시민으로서, 사회의 톱니바퀴로서 사는 주인공의 인생을 그린 것이 퍽 나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그 어떤 간첩 이야기보다도 특별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됐든 간에 참 지루한 이야기임엔 변함이 없다.


 간첩으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건 좋았는데 반대로 굳이 간첩을 들먹이면서까지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주인공만 이야기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아내나 딸까지 집어넣으니까 이야기는 풍성해졌지만 전체적으로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늘어짐은 거의 배신에 가까울 수준이라서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길이 없다.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 표지의 그림이 바로 <빛의 제국>이다. - 에서 본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서로 반대되는 것이 공존한 환상적인 세계를 주인공의 내면과 잘 일치시키긴 했는데 그게 다일 뿐이다. 북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나서 24시간 동안 방황하는 간첩의 일상이 궁금해서 읽었는데 이야기 구조며 사유며 하는 것들이 살면서 이미 떠올렸거나 한번쯤 떠올려 볼 법한 것들이라서 그렇게 인상적이진 못했다. 결국 작가도 분명하게 내제되지 않았으면서 간첩을 그저 소재로써 사용했을 뿐인가 싶어 심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옮겨다 심은 사람‘이었으므로 적응이야말로 최우선의 과제였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방기할 자신감과 배짱이 있을 리 없었다. 그것은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온, 원주민들의 특권이었다. - 84~85p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오늘 어제와도 달랐고 어제 이전의 그 어떤 날과도 달랐다. - 4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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