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플 라이프
기타가와 에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7.7






 내가 한창 일드에 빠졌을 때가 있다.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히어로>로 입문했는데 그렇다 보니 같은 주연의 드라마를 찾아보고 그랬다. 그는 상당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제법 재밌기도 해 돌이켜 보면 정말 하나같이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줬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뷰티풀 라이프>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뷰티플 라이프>가 그 드라마를 그대로 활자로 옮긴 것이다.

 방금 '활자로 옮긴 것'이라고 썼는데 '소설로 옮긴 것'을 지웠다고 고친 것이다. 사소하지만 중대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뷰티풀'과 '뷰티플'이 다른 것 - 도대체 '뷰티플'은 뭐지? - 처럼. 이 소설은 지나치게 드라마 같아서 감상하기가 곤혹스러웠다.


 지나치게 드라마 같다는 것은 말 그대로다. 내용이 똑같기도 하지만 전달하는 방식도 똑같다. 너무 새삼스러워서 말하기가 껄끄러울 정도다. 아무래도 드라마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활자로 전달되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에 전체적으로 깊이가 없어서 정말이지 TV 화면을 읽는 것만 같았다.

 드라마와 내용이 같은 것은 상관없었다. 너무 똑같아서 맥빠지긴 했지만 제법 쫄깃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러브 스토리기에 크게 상관없었다. 비록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랑 지금이랑 감성이 달라져서 옛날만큼 - 그게 중학생 때였나. - 감동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옛추억이 떠올라 반갑기도 했다.


 미용사와 휠체어에 탄 여자의 사랑 이야기. 이 작품의 포인트는 바로 이 여자 주인공의 '장애'에 있다. 지금은 장애인 시설 선진국인 일본이지만 10몇 년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 않았는가 보다. 일본 여행 갈 때마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주 자연스레 녹아들어서 보기 좋았는데 참 많이 발전했구나 싶었다. 어쨌든 장애를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는 인생은 장애인이 아닌 이상 알 수가 없는 것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작가가 조사를 많이 해서 그런지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좀처럼 드라마를 보질 않아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일 수 있는데 아무튼 지천에 널린 러브 스토리와 동렬에 넣기엔 소재의 통찰과 감성을 잘 융합시켰기에 한번쯤은 보기를 추천한다. 드라마를. 소설은... 절판되기도 했지만 활자의 묘미가 없다시피 해 드라마를 보는 게 백 번 낫다.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기무라 타쿠야와 토키와 타카코의 연기가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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