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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웨이 - 전 세계를 사로잡은 콘텐츠 기업의 모든 것
빌 캐포더글리.린 잭슨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완벽한 사업 모델
저자들은 “디즈니는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적어도 우리의 눈에는 경영방침의 일관성과 전반적인 전략,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객 서비스, 제품의 창의성, 직원 교육, 상대적으로 낮은 이직률, 눈부신 수익률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 완벽한 사업 모델로 손색이 없었다.” [p. 18]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디즈니를 완벽하게 만든 것일까?
우선, 디즈니의 창립자이자 완벽주의자였던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01~1966, 이하 ‘월트’)의 원칙을 들 수 있다. “꿈꾸고 믿고 도전하고 실행하라. 수십 년 동안 디즈니가 성공을 거둔 곳에는 어김없이 이 네 가지 원칙에서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월트의 삶과 일을 지탱했던 버팀목이었던 이 원칙들은 당연히 회사 경영을 좌우하는 기본적인 가치관이 되었다. 그래서 이 네 가지 핵심 원칙은 월트 디즈니사가 직원들을 훈련시켜 제 몫을 하게 만들고, 창의력과 혁신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p. 16]
그렇다면 디즈니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월트의 4가지 원칙을 실천하고 있을까?
1.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꿈을 구현할 수 있는 창의성을 자극하라.
2.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고수하라.
3. 고객을 귀한 손님으로 대하라.
4. 직원을 격려하며 권한을 부여하고 포상하라.
5. 핵심 공급업체 및 협력사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라.
6.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예측된 위험을 과감히 감수하라.
7.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조직 문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라.
8. 장기 비전에 맞춰 단기 실행 전략을 구상하라.
9.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의사소통을 개선하기 위해 스토리보드 기법을 활용하라.
10. 세부 사항에 깊이 주목하라.
11. 직원과 고객과 제품과 자신을 사랑하라! [pp. 28~29]
디즈니는 정말 완벽한 기업일까?
<디즈니 웨이>에 소개된 것만 보면, 디즈니는 완벽한 기업이다.
먼저 그들은 ‘사람’을 존중한다.
“월트 디즈니는 새로운 쇼를 개발하는데 캐스트 멤버를 참여시키면 그들이 맡게 될 프로젝트와 회사조직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디즈니사의 극도로 낮은 이직률도 보건대 늘 그렇듯 이번에도 월트의 본능이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테마파크의 평균 이직률을 150퍼센트인데 반해 디즈니 테마파크 일반 직원들의 이직률은 30퍼센트도 안 된다. 본사 관리직의 경우에는 6퍼센트 미만으로 훨씬 낮다. ” [p. 42]
그리고, 월터는 “저는 어느 분야에서고 권위자가 되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나는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따르고, 우리 회사의 끈끈한 팀워크에 긍지를 느낍니다.” [p. 117] 혹은 “나는 훌륭한 미술가는커녕 결코 훌륭한 애니메이터도 아니다. 나보다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늘 나를 위해 일해주곤 했다” [p. 314]처럼 캐스트 맴버[직원]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무슨 일을 하든지 잘 하라. 너무도 잘 해내어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라.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여전히 잘 하는 당신을 본다면 다른 사람들을 데려와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할 것” [p. 317]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고객들에 대한 ‘사랑’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로스 펄린(Ross Perlin)의 <청춘 착취자들>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 우선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인턴’이라고 한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그 인턴에 대한 착취를 통해 디즈니라는 회사가 운영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청춘 착취자>에 따르면, “디즈니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방학 기간을 이용한 전통적 인턴십이라기보다 실제 회사 운영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인턴들은 학교를 휴학하든지, 아니면 일하면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필수 학점을 따야 한다. 디즈니의 인턴은 엄격한 규율에 따라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휴가나 병가는 달콤한 꿈이고 애로사항에 관한 소원 수리는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성희롱이나 부당 대우에 관한 적절한 보상 대책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근무는 대개 12시간 교대제이지만, 실제로는 오전 6시에 시작하고 자정을 넘겨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p. 23~24]
이는 고객에 대한 사랑이 값싼 인턴을 갈아 넣어 만든 결과라는 얘기도 된다.
뿐만 아니다. “미국 시민단체들의 감시망에 걸려든 대표적인 사례는 게스, 월트디즈니, 나이키, 빅토리아 시크릿 등 대기업 의류제품 생산 공장들이다. 월트디즈니의 경우 아이티 공장에서 ‘101마리의 강아지’ 옷을 생산하고 있는데, 19달러99센트짜리 옷 한 벌을 불과 6센트의 생산 원가로 만들어낸다.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시간당 57센트. 주 48시간 일해야 고작 손에 쥐는 것은 27달러27센트이다. 3인 가족의 최소 생활비 3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혹한 노동력 착취다.”1)
<디즈니 웨이>에 의하면 디즈니사의 “종업원들은 경영진의 오만함을 싫어하며 자신들도 기획과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실질적인 쌍방향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
(디즈니의) ‘꿈 휴양소’는 기업들이 필요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수단임이 입증되었다. 직원들을 전략에 참여시키고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경영 방침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를 촉진시킬 뿐 아니라,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꿈 휴양소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현안 문제의 혁신적 해결책을 찾아낼 새로운 아이디어의 세계로 빠져든다” [pp. 42~43]라고 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디즈니의 착취를 고려할 때, 도대체 그 어디에 <디즈니 웨이>에 적힌 것처럼 ‘꿈 휴양소’를 통해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종업원들이 나올 여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픽사의 에드 캣멀(Edwin Catmull, 1945~ )과 존 레서터(John Lasseter, 1957~ )가 디즈니 출신의 애니메이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디즈니가 창의적인 사고를 억압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다. 2017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개봉을 앞두고 시장지배적 위치를 이용, 극장주에게 영화 흥행수입의 65%를 배분해줄 것과 최대 규모의 상영관에서 최소 4주간 스크린에 올릴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극장주에게 돌아가는 몫에서 5%를 추가로 삭감2)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일반적인 영화사의 수입배분율이 55%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70%까지 가져가겠다는 디즈니의 요구는 ‘갑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콘텐츠 공룡으로
이 책 <디즈니 웨이>에서는 디즈니가 비슷한 경영 이념에 따라 계속 운영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월트와 그의 형 로이 디즈니(Roy Disney, 1893~1971) 시대와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 1942~ , 이하 ‘아이스너’) 시대는 다르고, 또 아이스너 시대와 그 후임자인 밥 아이거(Robert Iger, 1951~ , 이하 ‘아이거’) 시대도 다르다.
디즈니 형제의 사후(死後), “디즈니는 창의성이 고갈된 상태였고 작품도 3∼5년에 한 편 정도만 만들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특별한 히트 작품도 내지 못해 과거의 성공에 기대어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였다. (그 결과 디즈니는 전문 기업사냥꾼의 매수 대상으로 전락했다. 1984년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 디즈니의 새로운 수장이 된 아이스너는 극장용 만화영화에만 치중했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 그는 가정용 시장, 즉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회사 중역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때까지 극장에서 상영했던 만화영화들을 비디오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아이스너의 전략은 적중했다. 불과 몇 년 만에 디즈니의 수익 대부분이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비디오와 DVD에서 나왔다. 아이스너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1995년 또 한 번의 중대한 결정을 했다.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ABC를 19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이 인수 과정에서 미국의 대표 스포츠 채널인 ESPN을 계열사로 확보했고 디즈니는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한때 성공한 CEO였던) 아이스너는 점점 회사의 모든 일을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CEO로 변해갔다. 심지어 사람들은 그를 “아이스너 제왕(Emperor Eisner)”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스너는 2000년대 들어 수많은 중역들을 몰아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사람들을 철저하게 제거해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3)” 드림웍스를 차린 제프리 카젠버그(Jeffery Katzenberg, 1950~ )도 그 중 하나였다. [反]
‘제왕(帝王)’ 아이스너에 이어 CEO가 된 것은 지금의 디즈니 제국을 만든 아이거 였다. 그의 CEO 취임 이후 연간 개봉작의 수는 줄이되 소수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으며, 픽사(2006), 마블(2009), 루카스필름(2012), 21세기 폭스의 엔터테인먼트 부문(2019)을 인수 합병하는 등 아이스너의 전략을 계승하면서도 인수회사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월트의 이념도 이어받았다. [合]
물론 엄격하게 따지자면, 직접 꿈꾸고 믿고 도전하고 실행했던 월트와는 차이가 있지만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직원들이 디즈니의 가장 큰 자산’임을 잊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이 책은 학창시절의 참고서처럼, 각 단원 마지막 부분에 요약 정리 성격의 ‘생각 나누기’, 핵심 가치를 확인하는 ‘요점 질문’,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제시되는 ‘행동 방침’이 실려있다. 시간이 없거나 14개의 단원에서 하는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는 이는 이를 먼저 읽어봐도 괜찮을 것이다.
1) “강제노역-착취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주간동아> 226호(2006.03.08)
2) “디즈니, 영화관에 ‘갑질’… 스타워즈 신작 흥행수입 65% 요구”, <연합뉴스> 2017.11.02
3) 정동일, “위대한 리더십의 완성; 박수칠 때 떠나라’”,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2호>, (201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