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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살리는 아이디어 무한창출법
밥 크론.살레나 그레고리-크론 지음, 김기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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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창의력이 떨어지면

 

창의성을 잃어버려 혁신하지 않는 조직은 정체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히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소개하는 책자들도 많다. 예를 들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델파이 방법(Delphi Method), 케프너-트레고 방법(Kepner-Tregoe),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 트리즈(TRIZ), 인벤션 하이웨이(Invention Highway) 등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한결같이 ‘개인의 창의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개인의 창의력을 높여 조직을 혁신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조직을 살리는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원제:Ideas Unlimited: Capturing Global Brainpower)>은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이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이란?

 

저자인 밥 크론은 다방면에서 쌓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해 ‘익명’으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을 제시한다.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은

핵심 집단의 구성원들이 사전 질문에 서면으로 응답하게 함으로써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수집한다. 이 수집된 정보들을 분류하고 다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유도하며 창출된 아이디어를 융합하고 정리해나가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직원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제거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익명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pp. 13~14]

 

언뜻 보기에는 ‘브레인스토밍’ 같은 공개적인 의견 수집 방식과 비슷해 보이는데, 저자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의 참여 의지를 오히려 낮추는 ‘브레인스토밍’과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은 다르다고 한다.

 

무엇이 다른지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적합한 사람[핵심 집단]에게 필요한 질문만 하라. 아이디어를 모으기에 앞서 조사 주제에 관한 전문 지식과 상당한 경험이 있는 핵심 집단을 선정한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촉발하기 위해 설문[질문 또는 설명서]를 설계한다. 이때 진단용 워크숍, 단일 설문 도구, 문제점 간파를 위한 순차적 설문, 인터뷰어가 아닌 인터뷰이가 지신의 직접 글로 적어서 제출하는 인터뷰, 회의와 세미나, 순환식 설문 등의 도구를 사용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이 기법이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하나의 전제는 어떤 조직을 막론하고 현장 업무 담당자들이 바로 그 “조직의 업무 혁신이나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p. 22]

 

둘째, 익명의 의견이 가장 창의적이다. 핵심 집단은 완성된 설문에 대한 의견을 익명으로 종이쪽지에 적어 제출한다. 조직의 의사결정자가 의견을 밝히기 전에 수집된 솔직한 의견들은 최종 아이디어 도출에 필수적인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이 방법의 모체는 크로포드 슬립 기법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있는 업무에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업무에 자기도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의 의견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은 이러한 사람들의 자긍심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익명’으로 의견을 제안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법은 자신의 견해가 타인의 비판이나 반격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제거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 점이 브레인스토밍 등 기존의 기법들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특징이다. [pp. 35~36]

 

셋째, 최종 아이디어 도출은 전문가에게 맡겨라. 의견을 모두 수집했다면 자료 분석 전문가가 후반부 작업을 진행한다. 자료 분류자료 범주의 규모 축소우선순위 부여와 안정된 윤곽(stable outline)에 도달할 때까지 대범주들의 세밀한 조정최종 제품으로 편집이라는 4단계 경로를 통해 가공되지 않은 의견들에서 최종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1.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는 체계적인 조사 도구로 활용한다
  2. 빠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한다
  3. 높은 품질과 양적으로 많은 자료를 제공한다
  4.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을 적용하지 않고는 밝혀지지 않을 혁신적 아이디어의 추출이 가능하다
  5. 실제로 활용할 아이디어는 개별적인 응답 자료에서부터 직접 창출하거나, 수집된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발견한 유사한 아이디어들을 통합하여 생성한다
  6. 최고 전략부터 단순 조립라인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어떤 수준의 세부 사항이든 관계없이 모든 문제 해결에 적용이 가능하다
  7. 아이디어 제안자가 익명으로 의견을 제출하게 함으로써 타인의 간섭이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제안할 수 있게 한다
  8. 의사결정자와 직원 간의 거리를 좁혀준다
  9. 응답 자료의 조직화와 아이디어 선별 작업을 통해 유사한 아이디어를 걸려내거나 통합하여 그 수를 축소하는 절차가 있다
  10. 응답자에게 집단적 업무의 참여 의식을 촉진한다
  11. 문화적인 편견이나 제한을 배제할 수 있다
  12. 전 세계적 의사결정 참가자 집단의 온라인 사용이 가능하다
  13. 아이디어 수집에 참여하는 응답자에게 사전 경험이나 훈련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14. 업무 성과를 확실하게 증진시킨다 [p. 49]

라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이 한국에서 어떻게 적용될 지 잘 모르겠다. 만약, 한때 유행처럼 시작되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던 과거의 수많은 혁신활동처럼, 조직 적용에의 충분한 숙고 없이 도입된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하다가 사장(死藏)될 것이다. 누군가 이 리뷰를 보고,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에 관심을 가져서 조직에 도입할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기를 기대한다.

 

 

이 리뷰는 김영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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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쓰임 - 사소한 일상도 콘텐츠로 만드는 마케터의 감각
생각노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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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의 시대

 

국민 MC’라는 방송인 유재석이 있다. 그는 <놀면 뭐 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가수인 ‘유산슬’, 뉴트로 댄스그룹 싹쓰리 맴버 ‘유두래곤’ 등 다양한 부캐로도 활동하며 소위 ‘부캐의 시대’를 열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회집단의 구성원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꼼수라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하나의 아이돌 그룹에 속하는 이라면, 해당 그룹이 추구하는 바에 어긋나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펼쳐 보이기는 어렵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래퍼나 탁월한 춤꾼이라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직에 속하게 되면 내 관점 혹은 내 생각을 온전히 드러내기가 어렵다.

 

아마 IT 마케터라는, 이 책의 저자 ‘생각노트’도 그런 딜레마를 경험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다른 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체념하기 쉬울 텐데, 저자는 본업에서의 아쉬움을 ‘생각노트’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에 올렸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혹시 ‘관심종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노트’는 철저하게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치 쾌걸 조로나 배트맨 같은 히어로들이 가면을 쓰는 것처럼.

 

 

[생각의 쓰임]의 구성

 

이 책, <생각의 쓰임>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생각을 담는 그릇, 생각노트’은 저자가 ‘생각노트’라는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사소한 생각을 콘텐츠로 만든 사례 등을 얘기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뱉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볼 수 있는

새로운 자아가 필요했다.

사람들에게 나의 관점과 생각을

자유롭게 전달하고 나누는 ‘나’다운 것들이 쌓이며

생각노트가 되었다. [p. 17]

 

‘2장 사소한 생각을 찾아보는 콘텐츠로 만들기’에서 생각노트라는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3장 생각의 재료를 모으는 인풋 루틴’에서 기록의 재료가 되는 인풋 소스를 어떻게 소화하는지를, 저자가 좋아하는 유형인 활자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다 보고,

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모든 순간을 남기려던 때가 있었다.

콘텐츠 강박은 심한 피로감을 남겼고,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핏(fit)이었다. [p. 189]

 

 

마케터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뽑아내는가

 

세상에는 수많은 블로거들이 있다. 따라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만으로 주목 받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자의 경우에는 본업인 마케터의 관점을 접목해 분석적, 전문적인 글을 썼기 때문에 남들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되었다. 학부시절 타과의 전공 수업을 들어본 이라면 알겠지만,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해당 수업을 강의하는 이나 듣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그만큼 ‘차별화’는 대체하기 어려울수록 더 큰, 나만의 무기로 작용한다.

 

저자에 따르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생각노트를 시작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늦은 시간,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공간, 내 영역, 내 방을 갖고 싶다.”

심적으로 느껴지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pp. 17~18]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수많은 블로거들과 차이가 없을 듯한 시작이었지만,  ‘생각노트’는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공간, 서비스를 기록하는 ‘혼자만의’ 마케팅 기록을 다른 사람들이 찾아보는 콘텐츠로 만들어나갔다.

 

사소한 일상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물론 이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에 그치면, 그것은 일기장에 쓴 일기처럼 사적(私的)인 것에 머문다.  하지만 여기에 나의 질문과 해석이 더해져서 나의 관점이 담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콘텐츠의 본질은 해당 콘텐츠를 만든, 당신의 질문과 해석이 담겨있는가 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콘텐츠라면, 당신이 써 내려간 콘텐츠가 쌓여 나갈수록 당신의 포토폴리오는 강력해지고 풍부해질 것이다.

 

나의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록 생활’은 포토폴리오가 된다. 어쩌면 진짜 나를 설명해주는 포토폴리오가 될 수 있다. 회사에서의 프로젝트는 나의 힘만으로 되는 경우가 적다. ~ 그런 점에서 나의 ‘기록 생활’은 순수한 나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나의 역량이 어디까지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점점 더 이직 제안 메일이 잦은 주기로 여러 회사에서 오는 걸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회사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반갑다. 본업과 부캐가 서로를 기르는 생활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p. 81]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여기에 공유나 공유경제에 대한 논의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생각노트’가 말하는 ‘생각, 기록, 공유’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생각노트 브랜드를 시작하며 정했던 세 가지 핵심 운영 원칙이 있다. 바로 생각, 기록, 공유이다. ‘치밀하게 생각하고, 꼼꼼하게 기록해서,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자’는 지금까지 생각노트를 운영하며 지켜온 나름의 철학이다.

그 중에서도 사적[私的]인 생각이 콘텐츠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공유다. 나의 생각과 기록을 나 혼자 가지고 있으면 콘텐츠라고 할 수 없다. 뭐가 됐든 세상에 내놓아야 콘텐츠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 콘텐츠가 될 수 있다. [pp. 63~64]

 

생각노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생각, 기록, 공유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그 길의 끝에 성공이 있을지, 실패가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길을 걷기 시작하면 또 하나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옛 말대로, ‘시작이 반이다.’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받은 책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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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웨이 - 전 세계를 사로잡은 콘텐츠 기업의 모든 것
빌 캐포더글리.린 잭슨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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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완벽한 사업 모델

 

저자들은 디즈니는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적어도 우리의 눈에는 경영방침의 일관성과 전반적인 전략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객 서비스제품의 창의성직원 교육상대적으로 낮은 이직률눈부신 수익률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했을 때 완벽한 사업 모델로 손색이 없었다.” [p. 18]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디즈니를 완벽하게 만든 것일까?

우선디즈니의 창립자이자 완벽주의자였던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01~1966, 이하 월트’)의 원칙을 들 수 있다. “꿈꾸고 믿고 도전하고 실행하라수십 년 동안 디즈니가 성공을 거둔 곳에는 어김없이 이 네 가지 원칙에서 발전한 것이다그리고 월트의 삶과 일을 지탱했던 버팀목이었던 이 원칙들은 당연히 회사 경영을 좌우하는 기본적인 가치관이 되었다그래서 이 네 가지 핵심 원칙은 월트 디즈니사가 직원들을 훈련시켜 제 몫을 하게 만들고창의력과 혁신을 관리하고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p. 16]

 

그렇다면 디즈니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월트의 4가지 원칙을 실천하고 있을까?

1.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꿈을 구현할 수 있는 창의성을 자극하라.

2.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고수하라.

3.     고객을 귀한 손님으로 대하라.

4.     직원을 격려하며 권한을 부여하고 포상하라.

5.     핵심 공급업체 및 협력사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라.

6.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예측된 위험을 과감히 감수하라.

7.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조직 문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라.

8.     장기 비전에 맞춰 단기 실행 전략을 구상하라.

9.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의사소통을 개선하기 위해 스토리보드 기법을 활용하라.

10.  세부 사항에 깊이 주목하라.

11.  직원과 고객과 제품과 자신을 사랑하라! [pp. 28~29]

 

 

디즈니는 정말 완벽한 기업일까?

 

<디즈니 웨이>에 소개된 것만 보면디즈니는 완벽한 기업이다.

먼저 그들은 사람을 존중한다.

월트 디즈니는 새로운 쇼를 개발하는데 캐스트 멤버를 참여시키면 그들이 맡게 될 프로젝트와 회사조직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디즈니사의 극도로 낮은 이직률도 보건대 늘 그렇듯 이번에도 월트의 본능이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대부분 테마파크의 평균 이직률을 150퍼센트인데 반해 디즈니 테마파크 일반 직원들의 이직률은 30퍼센트도 안 된다본사 관리직의 경우에는 6퍼센트 미만으로 훨씬 낮다. ” [p. 42]

그리고월터는 저는 어느 분야에서고 권위자가 되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제가 만나는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따르고우리 회사의 끈끈한 팀워크에 긍지를 느낍니다.” [p. 117] 혹은 나는 훌륭한 미술가는커녕 결코 훌륭한 애니메이터도 아니다나보다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늘 나를 위해 일해주곤 했다” [p. 314]처럼 캐스트 맴버[직원]에 대한 사랑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게다가 무슨 일을 하든지 잘 하라너무도 잘 해내어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라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여전히 잘 하는 당신을 본다면 다른 사람들을 데려와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할 것” [p. 317]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고객들에 대한 사랑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로스 펄린(Ross Perlin) <청춘 착취자들>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우선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인턴이라고 한다거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그 인턴에 대한 착취를 통해 디즈니라는 회사가 운영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청춘 착취자>에 따르면, “디즈니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방학 기간을 이용한 전통적 인턴십이라기보다 실제 회사 운영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이다따라서 인턴들은 학교를 휴학하든지아니면 일하면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필수 학점을 따야 한다디즈니의 인턴은 엄격한 규율에 따라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휴가나 병가는 달콤한 꿈이고 애로사항에 관한 소원 수리는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성희롱이나 부당 대우에 관한 적절한 보상 대책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근무는 대개 12시간 교대제이지만실제로는 오전 6시에 시작하고 자정을 넘겨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p. 23~24]

이는 고객에 대한 사랑이 값싼 인턴을 갈아 넣어 만든 결과라는 얘기도 된다.

 

뿐만 아니다. “미국 시민단체들의 감시망에 걸려든 대표적인 사례는 게스월트디즈니나이키빅토리아 시크릿 등 대기업 의류제품 생산 공장들이다월트디즈니의 경우 아이티 공장에서 ‘101마리의 강아지’ 옷을 생산하고 있는데, 19달러99센트짜리 옷 한 벌을 불과 6센트의 생산 원가로 만들어낸다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시간당 57센트 48시간 일해야 고작 손에 쥐는 것은 27달러27센트이다. 3인 가족의 최소 생활비 3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혹한 노동력 착취다.”1)

 

<디즈니 웨이>에 의하면 디즈니사의 종업원들은 경영진의 오만함을 싫어하며 자신들도 기획과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실질적인 쌍방향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

(디즈니의) ‘꿈 휴양소는 기업들이 필요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수단임이 입증되었다직원들을 전략에 참여시키고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경영 방침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를 촉진시킬 뿐 아니라프로그램 참여자들은 꿈 휴양소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현안 문제의 혁신적 해결책을 찾아낼 새로운 아이디어의 세계로 빠져든다” [pp. 42~43]라고 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디즈니의 착취를 고려할 때도대체 그 어디에 <디즈니 웨이>에 적힌 것처럼 꿈 휴양소를 통해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종업원들이 나올 여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아니 픽사의 에드 캣멀(Edwin Catmull, 1945~ )과 존 레서터(John Lasseter, 1957~ )가 디즈니 출신의 애니메이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디즈니가 창의적인 사고를 억압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다. 2017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의 개봉을 앞두고 시장지배적 위치를 이용극장주에게 영화 흥행수입의 65%를 배분해줄 것과 최대 규모의 상영관에서 최소 4주간 스크린에 올릴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극장주에게 돌아가는 몫에서 5%를 추가로 삭감2)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일반적인 영화사의 수입배분율이 55%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70%까지 가져가겠다는 디즈니의 요구는 갑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콘텐츠 공룡으로

 

이 책 <디즈니 웨이>에서는 디즈니가 비슷한 경영 이념에 따라 계속 운영된 듯한 느낌을 준다하지만 월트와 그의 형 로이 디즈니(Roy Disney, 1893~1971) 시대와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 1942~ , 이하 아이스너’) 시대는 다르고또 아이스너 시대와 그 후임자인 밥 아이거(Robert Iger, 1951~ , 이하 아이거’) 시대도 다르다.

 

디즈니 형제의 사후(死後), “디즈니는 창의성이 고갈된 상태였고 작품도 35년에 한 편 정도만 만들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져 있었다그나마 특별한 히트 작품도 내지 못해 과거의 성공에 기대어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였다(그 결과 디즈니는 전문 기업사냥꾼의 매수 대상으로 전락했다. 1984년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 디즈니의 새로운 수장이 된 아이스너는 극장용 만화영화에만 치중했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그는 가정용 시장즉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회사 중역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때까지 극장에서 상영했던 만화영화들을 비디오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아이스너의 전략은 적중했다불과 몇 년 만에 디즈니의 수익 대부분이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비디오와 DVD에서 나왔다아이스너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1995년 또 한 번의 중대한 결정을 했다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ABC 19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이 인수 과정에서 미국의 대표 스포츠 채널인 ESPN을 계열사로 확보했고 디즈니는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한때 성공한 CEO였던아이스너는 점점 회사의 모든 일을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CEO로 변해갔다심지어 사람들은 그를 “아이스너 제왕(Emperor Eisner)”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특히 아이스너는 2000년대 들어 수많은 중역들을 몰아냈다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사람들을 철저하게 제거해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3)” 드림웍스를 차린 제프리 카젠버그(Jeffery Katzenberg, 1950~ )도 그 중 하나였다. []

 

제왕(帝王)’ 아이스너에 이어 CEO가 된 것은 지금의 디즈니 제국을 만든 아이거 였다그의 CEO 취임 이후 연간 개봉작의 수는 줄이되 소수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으며픽사(2006), 마블(2009), 루카스필름(2012), 21세기 폭스의 엔터테인먼트 부문(2019)을 인수 합병하는 등 아이스너의 전략을 계승하면서도 인수회사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월트의 이념도 이어받았다. []

물론 엄격하게 따지자면직접 꿈꾸고 믿고 도전하고 실행했던 월트와는 차이가 있지만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직원들이 디즈니의 가장 큰 자산임을 잊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이 책은 학창시절의 참고서처럼각 단원 마지막 부분에 요약 정리 성격의 생각 나누기’, 핵심 가치를 확인하는 요점 질문’,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제시되는 행동 방침이 실려있다시간이 없거나 14개의 단원에서 하는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는 이는 이를 먼저 읽어봐도 괜찮을 것이다.



1) 강제노역-착취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주간동아> 226(2006.03.08)

2) 디즈니, 영화관에 갑질’… 스타워즈 신작 흥행수입 65% 요구”, <연합뉴스> 2017.11.02

3) 정동일, “위대한 리더십의 완성; 박수칠 때 떠나라’”,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2>,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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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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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행사에서 주도하는 단체여행 외에 개별적인 배낭여행이나 유학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의 일상 블로그 등을 통해 도쿄나 교토 같은 일본의 유서 깊은 도시나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 숨어있는 듯 드러난 노포(老鋪)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이런 노포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드는데이는 이들 노포들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오히려 시간의 풍파 속에서 숙성된해당 가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가게들이 위치한 골목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다시 말해사람이 살지 않아 껍데기만 남은 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재로서 해당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래된 수도인 서울에도 그런 가게가 존재하지 않을까이 책에서 소개하는 가게들이 바로 그런 가게라고 할 수 있다.

 

가보지는 못했더라도 이름은 귀에 익어 친숙한 학림(學林다방은 그 이름을 사용한 지 100년도 안 되었지만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제법 오래된 가게에 속한다. 1956년 학림(鶴林)’이라는 이름으로 이 다방을 시작했던 신선희가 이민을 떠난 후경영난 속에 자주 주인이 바뀌는 혼란기를 거쳐 1987년 현재의 주인인 이충렬의 손에 들어가면서 노포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는 가게다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다. “동숭동 대학로 ‘학림다방’은 서울에서(어쩌면 한국에서가장 오래된 다방이다그 이름을 얻은 지 63년째다. 1975년까지는 주로 서울대생들의 ‘살롱’이었고, 1980년대에는 이른바 ‘학림사건’을 통해 “학생과 노동자들이 혁명을 모의한 장소”로 이름이 났다한때는 경영난 때문에 레스토랑으로 ‘전락’했다는 소리를 들었고송강호전인권 등 현재 유명해진 배우와 가수들이 평범한 손님마냥 드나들던 때도 있었다. 21세기에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덕분에 중국인들까지 찾는 관광 코스가 되었고커피 맛이 좋아 바야흐로 ‘학림커피’라는 브랜드의 꿈까지 익어가는 중이다.” [p. 13]

 

노포하면 떠올리는 대를 이어 음식 장사를 하는 곳도 여기에 소개되어 있다. 1932 20대 초반의 새댁 홍기녀가 창업한 추탕집 ‘용금옥(湧金屋)’은 그녀의 사후 막내 며느리 한정자에게 이어졌다그리고 지금은 큰아들의 손자 신동민이 맡은 다동 용금옥과 한정자가 맡은 통인동 용금옥으로 갈라졌다각자의 사정은 있겠지만 이미 각자 다음 대로의 가업 승계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아래에 소개된 것처럼 한 시대의 대명사가 될 정도의 노포라면 그 자체로 소중히 유지해야 할 문화재가 아닐까?

지금은 절판된 <용금옥 시대>(이용상서울신문사, 1993)라는 책이 있다해방 후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가 김일선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귀국해 서울에서 추어탕 한 그릇을 먹고 서울역에서 기차로 평양에 간 이야기가 담겨 있다수주 변영로와 공초 오상순 등 당대 기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행 기담도 수두룩하다책을 쓴 중국 항일유격대 출신의 시인 이용상은 이렇게 적고 있다. “8.15 해방이 되고 양풍이 불어 닥치고 우리 고유의 송편보다는 초콜릿으로 입맛이 변해가던 시대에도 끝까지 추탕으로 버티고 있는 노포 용금옥은 그 자체가 우리의 저항처럼 보인다때문에 나는 해방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용금옥 시대라고 구분 지은 것이다.” 한 개인의 회고담이라지만 일개 음식점이 한 시대의 대명사로 당당히 명명된 것은 영광이 아닐 수 없다.” [p. 47]

 

의외의 노포도 존재한다바로 대장간이다풍속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손으로 쇠를 다루는 대장간이 지금 이 시대에그것도 서울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그런 대장간 가운데 역사성과 희소성을 평가 받아 서울 미래유산에 선정된 대장간만 해도 동광 대장간불광대장간형제 대장간동명 대장간 네 곳이나 된다이 책에서 소개한 곳은 그 중 하나로 천호사거리에 자리잡은 동명(東明대장간이다. 1956년 서울 동쪽에서 제일가는 대장간을 꿈꾸며 시작한 대장간은 벌써 3대째 이어가고 있다. 3대인 강단호가 건축회사를 다니다가 위암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보다 못해 가업을 잇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짠한 느낌도 든다.

 

여기에 소개된 가게 가운데 개인적인 추억이 얽혀있는 곳도 있다대학 생활을 하면서 종종 약속 장소로 잡았던 신촌의 홍익문고’, 아버지와 몇 번 들렸던 안동국시 전문점 소호정’, 복학 전에 후배가 소개해 준 신촌의 사이폰 커피숍 ‘미네르바’ 등 별 생각 없이 들렸던 곳들이 백 년 이상 회자(膾炙)될 노포라니 왠지 기분이 묘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24곳의 가게를 각각 소개할 때마다 사진이 아니라 일러스트를 먼저 내세우고, 가게의 역사를 보여주는 가게의 과거 사진, 그리고 스토리를 잘 엮어 맛깔 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도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고 여행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이 책에 실린 곳들을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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