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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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체를 밝히지 않는, ‘생각노트’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기록활동가’ 혹은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책 <도쿄의 디테일>은 ‘도쿄’라는 말이 들어가있지만, 도쿄[東京]라는 도시의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도, 도쿄에서 유행하는 최신의 트랜드를 전해주는 책도 아니다. 굳이 이 책의 성격을 정의하자면, 누구나 알 만하거나 들어 봄직한 ‘도쿄’라는 도시의 곳곳을 경험하고, 도시의 면면을 살피면서 기록하고 생각한 것을 공유하는 수단이다.

 

이 책에서 기록한 디테일은 2017년 12월의 도쿄의 디테일이다. 먼저 집중하기 힘든 기내 안전 수칙을 네이버 웹툰의 주요 캐릭터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극복한 ‘에어 서울’, 항공여행객의 캐리어 보관에 대한 고민이 담긴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캐리어 셀프 잠금 시스템’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본격적인 소개는 100년이 넘게 일본 문구류 시장을 선도하는 ‘이토야(Itoya) 문구점’부터 시작한다. 저자가 방문한 이토야 본점은 1층부터 12층까지 각 층마다 다른 카테고리와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다. 고급스러운 만물상의 지향하는 독특함이 이토야를 ‘문구 덕후의 성지’로 꼽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 소개하는 곳은 도쿄중앙우체국을 쇼핑몰과 백화점을 결합한 복합 문화 쇼핑몰로 재탄생시킨 ‘키테(KITTE)’ 쇼핑몰이다 어떻게 보면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인데, 일본 전국의 시니세[老鋪]에게 쇼핑몰의 자리를 먼저 내주는 정책에 의해 전통과 현대의 성공적인 결합도 이루어냈다.

도쿄의 번화가인 오모테산도[表參道]에 있는 독특한 점포들도 소개되어 있다. 자신이 느낀 바를 현장에서 기록하고, 다른 관람객이 어떤 점을 느꼈는지 방명록을 통해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인 ‘디자인 페스타 갤러리’, 푸드트럭도 고정적인 위치에서 운영하는 식당, 나아가 복합 문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커뮨 세컨드(COMMUNE 2)’ 등이 그것이다.

롯폰기 미드타운을 대표하는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전시회마다 색상이 바뀌는 둥근 스티커 입장권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디렉터의 메시지, 관람을 마친 후 건물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할 수 있게 한 굿즈 등이 돋보인다.

 

이런 디테일들이 저자를 매혹시킨 것이 아닐까?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소한 디테일 때문입니다. 그 디테일이 누군가에겐 보잘것없는 부분일 수 있지만 저에겐 도쿄행 티켓을 끊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p. 24] 

 

사실 이런 특성은 우리가 ‘일본인’하면 떠올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가 도쿄 구석구석의 디테일한 물건들과 장소들에 얘기하고, 삶을 편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획과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도 오히려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는 도쿄’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도쿄’의 시시한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지행합일(知行合一)하지 않고, 공리공론(空理空論)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는 많아도, 그것을 제대로 알아채고, 적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히려 우리들은 ‘대충’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디테일한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 생활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 깜빡할 뻔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디테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사용하는 ‘디테일’과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디테일은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한 점의 오류도 없이 완벽한 상태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칫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다고 느껴질 때 그렇게 말하죠. 또한 세부 사항을 의미할 때도 디테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 내용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알려줘”라고 말할 때처럼요.

중략 ~

<도쿄의 디테일>에서는 완벽한 상태 또는 세부 사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체감하는 감동의 순간을 ‘디테일’로 정의했습니다.  [p. 325]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도쿄의 디테일>은 도쿄의 디테일한 물건을 보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영감을 얻거나 습관을 기르기를 권유하는 책이다. 손질된 생선을 먹기 좋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얘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발견한 것을 기록하는 ‘성실함’과 생각한 것을 공유하는 ‘전달의 힘’을 가지고 ‘나의’ 아이디어를 만들면 된다. 처음에는 시원찮은 결과만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에 실명하지 않고 반복하다 보면 이런 방식이 체화(體化)되어, 어느 순간 디테일에 강한, 그러니까 고객의 마음을 울리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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