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비즈니스 산책 - 나는 런던에서 29가지 인사이트를 훔쳤다!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박지영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런던은 어떻게 금융 중심지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은 몰락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비즈니스맨은 런던에 주목한다. 그것은 ‘시티 오브 런던’이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더불어 금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런던은 어떻게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을까?

첫 번째는 “런던이 가진 천 년 이상의 역사와 그 속에서 다져진 ‘시스템’이다.” [p. 7]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런던의 모든 일은 시스템 속에서 원활하게 움직인다시스템인 하드웨어가 굳건하면 이를 실행하는 소프트웨어가 그리 잘나지 않아도 된다. 영국인 학생들을 보면 저렇게 굼뜨고 악바리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수재들만 간다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에 가나 싶다. 변변한 교과서도 없이 빈 가방만 매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초등학생 아들을 보면 저렇게 대충 가르쳐서 어떡하나 싶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다. 아이들은 시스템 속에서 자란다. 초등학교 때 헐렁하게 배운 듯했던 수학이나 과학은 기초를 굳건히 다지는 단계였고, 중학교 이상 가면 그 난이도가 한국 학생이 따라가지 못할 수준에 이른다. 결국 시스템이 아이들을 경쟁력 있는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에 따라 하루하루 성실하게 가르치면 된다.” [p. 7]

두 번째는 “런던이 뿜어내는 무한한 창조성” [p. 8]이다.

 

 

29개의 런던의 비즈니스 모델들

 

저자는 ‘나는 런던에서 29가지 인사이트를 훔쳤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29개의 사업과 사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일 먼저 소개된 필립 그린(Sir. Philip Green, 1952~ )은 ‘중고 옷 판매로 시작해 소매점의 황제로 등극’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대우그룹의 창시자인 김우중처럼 은행 대출을 통한 인수합병의 대가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간의 차이가 있다면, 필립 그린은 인수합병을 한 후 그 기업[백화점,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들을 되팔아 거액의 종자돈을 만들어 생활용품 소매점 BHS[2016년 도산]과 패션 브랜드 Topshop를 인수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소개된 리처드 브랜슨(Sir. Richard Branson, 1950~ )도 취미로 시작한 중고 레코드 통신 판매에서 성공을 거두자 아예 음반산업에 뛰어들어 ‘버진레코드’를 설립하고 파격적인 행보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항공산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데, 한국이었다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 받을만한 행적을 보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재벌이잖아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소개된 제임스 다이슨(Sir. James Dyson, 1947~ )의 이야기는 짧지만, 앞에서 언급한 런던이 뿜어내는 무한한 창조성을 떠올리게 한다.

 

중고에 대해 우리와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런던의 다양한 벼룩시장과 중고 품을 파는 자선단체 옥스팜(Oxfam)에 대한 소개는 ‘런던’이라는 타이틀을 걸맞은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여기서 중고에 대한 개념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런던에서는 중고품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부자라서 새 것만 쓰고 가난하다고 중고품을 쓰는 게 아니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중고품에 열광한다. 런더너들은 모두 공짜나 싼 것을 좋아하는 대머리 기질을 가지고 있는 걸까? 물론 아니다. 이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다.

중략 ~

영국인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가 빠진 접시들을 고이고이 모아 찬장에 진열해 놓았다가 손자며느리에게 물려주고, 100년도 더 된 집을 부수는 대신 곳곳을 손봐가며 살아간다. 한번 산 물건은 평생 애용하고 남이 쓴 물건이라도 필요하다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물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과거의 유물이 미래의 기술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동안 영국인들의 피에 흐르는 이 실용성과 검소함이 오늘날 중고품을 사랑하는 영국인들을 낳았을 것이다.” [pp. 163~164]

 

이런 점에서 런던 사람들은 오래된 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새롭게 추구하는 가치를 이루어나가는 방식을 터득한 자일지도 모른다. 흔히 일본의 교토[京都]를 소개하는 글에서 보이는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의 자세 말이다.

 

또한, 참고서의 요약정리처럼, [Business Insight]라는 제목으로 각각의 이야기마다 해당 사업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자신의 방식으로 한번 더 짚어주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요약 정리가 아니기에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이처럼 이 책이 보여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29개의 사업과 사업가에 대해 장점 위주로 짧게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어서 보다 범위를 줄여 심층 취재를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거의 10년 전인 2013년에 출간된 만큼 현재 시점에서는 다소 시의성(時宜性)을 잃은 부분도 있다. 예컨대 스물 네 번째 이야기인 “욕쟁이 요리사를 필두로 한 음식 비즈니스”에서 욕쟁이 셰프 고든 램지와 거리의 청년에게 요리를 가르쳐 요리사로 성공시키는 제이미 올리버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인 [Business Insight]에서 한국에는 이렇다 할 TV요리프로그램도 없고, 스타 요리사가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리즈의 강레오, [골목식당]의 백종원, [냉장고를 부탁해]의 최현석, 이연복 등 요리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지고, CF에도 출연할 만큼 인지도를 높인 스타 셰프들이 나오면서 의미 없는 지적이 되었다.

 

어쨌든 런던 거리를 걸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템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동진 등의 <퇴사준비생의 런던>과 비슷한 관점에서 런던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들을 함께 비교해가며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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