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10주년 기념 특별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이트의 의자]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프로이트의 의자>는 정신분석에 대한 개념을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놓은 에세이와 같은 책이다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숨겨진 나를 들여다보기’, ‘무의식의 상처 이해하기’, ‘타인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는 무의식’, ‘무의식을 대하는 다섯 가지 기본 치유법이라는 4 가지 이야기와 21개의 장으로 나눠 불안공포우울분노좌절망설임과 열등감시기심과 질투애착과 고독오해와 집착사랑 등 다양한 개념을 정신분석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왜 정신분석 치료를 받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즉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내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남에게 보여주는 ’/의식]과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진짜 ’/무의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로이트가 강박적 반복(repetition compulsion)’이라고 부르는과거에 상처받은 일이나 상황을 반복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가끔 나는 어떤 행동을 그냥 되풀이합니다자동적으로 움직입니다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습니다심지어 뻔히 손해를 보는 짓도 합니다무의식의 힘은 그렇게 작용합니다의식적으로 하는 일과 달리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은 왜 그러는 건지 원인을 알기 어렵습니다.” [p. 49]

 

그렇다면 왜 그런 작용이 일어날까?

정신분석은 소위 상담이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작업입니다내가 내 생각을 말하면 분석가는 언어로 표현한 텍스트를 해석해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 나에게 돌려주거나 스스로 의미를 알아차리도록 도와줍니다인간은 결국 감성적인 동물입니다자신이 이성적이라고 믿는 사람일수록 마음속에 문제가 많습니다마음도 몸처럼 치료가 필요합니다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아픈지를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정신분석이란 바로 그 마음을 확대해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렌즈입니다.” [p. 22]

 

하지만사람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AT필드처럼남이 내 마음을 읽지 못하게 하는 방어기제가 작용한다이러한 방어기제는 백혈구가 인간의 육체를 보호하는 면역기능을 하는 것처럼인간의 마음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하지만 백혈구가 과다하면 백혈병에 걸리는 것처럼방어기제도 너무 즐겨 쓰거나 너무 강하게 쓰면 그것이 내 안에서 굳어져 진짜 나를 가리게 된다.

방어기제도 너무 강하게 또는 습관적으로 쓰면 문제가 생깁니다성격이 융통성 없이 꽉 막히면서 고집스러워집니다그렇게 대인 관계를 피하고 혼자 지내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p. 56]

 

그래서 내 마음의 진실을 알려면 내가 무엇을 방어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내 행동태도성격에 묻어 나오는 방어기제를 잘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그래서 정신분석 시간에 하는 일 중에 방어기제의 분석이 중요합니다.” [p. 74].

 

 

정신분석학 입장에서 본 개념들

 

이 책에서 소개된 몇 개의 개념들을 살펴보면,

 

망설임을 정신분석 용어로는 ‘양가감정(ambivalence) 이라고 합니다동일한 대상에 대해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을 느끼거나 태도를 보인다는 뜻입니다예를 들면 어머니에 대해 미움과 사랑의 감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 쓸 수 있습니다양가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무의식적인 것입니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일상생활에서의 망설임은 실제로 그 대상의 정체나 내용이 잘 파악이 안 되어서 의식에서 망설이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pp. 147~148]

이러한 망설임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완벽에의 강박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열등감으로 인해 남의 눈치를 보는 것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망설임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약간의 망설임은 성급한 행동으로 인한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될 수도 있다열등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열정적 행위입니다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열정적인 사랑을 원합니다. 사랑에 의존할 수 있어서입니다열정적 사랑은 일종의 중독 상태입니다중독이라 말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사랑의 모양이 더 열정적으로 변하길 원하지만사랑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는 ‘내성(tolerance)’이 생기고 관계가 소원해지면 ‘금단 증상(withdrawal symptoms)’으로 고통을 받게 되기에 그렇습니다.” [p. 208]

사랑은 한 가지 감정이 아닙니다사랑은 애정욕망호기심자존심소유욕이 엉켜 있는 복잡한 것입니다그리고 사랑이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미움이 이미 새겨져 있습니다사랑은 생각만이 아니고 행동입니다사랑은 늘 이성이 지배하는 머리와 열정이 가득 찬 가슴이 서로 다투는 갈등입니다.

중략 ~

왜 그런 것일까요사랑은 자신이 잘 달래야 하는 감정입니다상대가 처음부터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물론 어렵습니다속으로는 자꾸 나와 같은 사람이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사랑한다는 말에 쉽게 속지 말고 사랑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지 마십시오사랑은 결국 자기를 위해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p. 211]

 

용서는 절대로 상대의 죄를 사해주는 것이 아닙니다상대가 한 짓을 잊는 것도 아닙니다용서란 내 상처의 원천이자 원한과 복수의 대상인 상대 자체를 마음에서 버림으로써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자 결과입니다.” [p. 219]

따라서 다른 사람의 용서를 구하는 행위는 사실  자신이 스스로를 용서하려는 행위 뿐입니다 마음속에 있는 나를 내가 용서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입니다어차피 남이 하는 용서는 변덕스럽습니다.

그러니 남에게 용서를 빌면서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마세요비참하게 되어야 벌을 받은 것이고 벌을  받았으니 용서받은것이다‘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p. 255]

 

 

정신분석 치료의 어려움

 

예전에 정신과는 미친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강했다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많나요?’ ‘정신과는 의자가 약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인가요?’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 어렵나요?’ 같은 질문들이 여전히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외부의 시선 때문에 정신분석 치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상처까지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나아가 자신이 그렇다고 믿고 있는자신에게 거짓말하는 마음도 꺼내놓아야 한다이런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은 짐작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정신분석은 내가 말한 것에 근거해서 치료자가 나를 이해하고 이해한 것의 의미를 해석해서 나에게 되돌려주는 과학입니다귀 기울여 듣지 않는 치료자는 위험합니다그러니 혼자 있을 때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듣는 연습을 꾸준히 하십시오그러면 길이 보입니다.” [p. 172]

 

따라서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짜 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그래서 저자도 여러분 앞에 분석가가 있다고 스스로 상상해보세요그와 대화함으로써 내가 대상을 찾아 방황하는 현재는 내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그리고 그 거울을 어떻게 닦아내느냐에 따라 내 미래가 달라질 것” [p. 179]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정신분석 치료를 한다는 것은 숨겨진 나 혹은 진짜 나를 바라보고 내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인 셈이다그러는 과정에서 니까 당연히 를 안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내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면 나의 삶도 좀 더 여유로울 수 있고타인도 좀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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