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 어슬렁어슬렁 누비고 다닌 미술 여행기
류동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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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행을 가는가

 

과거 많은 이들이 이용했던 패키지 여행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낯선 곳으로 떠날 수 있게 해주었다. 덕분에 여행을 낯선 곳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이국적인 음식을 먹고, 낯선 상품을 사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도 생겨났다. 그래서 “여행이라는 것이 어느 지역에 대한 ‘눈도장’, ‘발도장’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역사, 영화, 소설, 에세이 등을 통한 간접 체험도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꼭 그곳까지 고생하며 갈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그곳에 가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곳에 찾아가는 시간과 공간의 세세한 과정 속에서 얻는 무엇인가가, 도착해서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발로 그 땅을 디디면서 얻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다.” [p. 428]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여행을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간다고 해도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할 지가 중요하다. 물론 발길 닿는 데로 돌아다니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이도 있겠지만, 시간과 비용의 제한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발길 닿는 데로 떠나는 방랑이 아닌 다음에야 여행의 장소를 정할 때는 자신의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것, 다양한 경험 등이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책, 영화, 음악 등이 여행의 행선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영화를 본 후 여행지에 대한 동경이 생기곤 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보고 사막의 별을 보겠다고 이틀간 벤을 타고 가는 고생을 하고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요르단의 페트라를 찾은 것은 모두 영화가 나에게 준 여행의 ‘동인(動因)’이었다.” [p. 218]

 

 

왜 이탈리아인가?

 

그렇다면 수많은 나라 중에 왜 이탈리아일까?

저자에 따르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 어렸을 때 본 영화 <시네마 천국>과 고등학교 시절에 본 <인디아나 존스>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 중략 ~ 결정타는 고등학교 때 본 <인디아나 존스>였다. 베네치아의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시작으로 성배를 찾아 나선 여정에 홀딱 빠져버린 나는 아예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고자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볼 때마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커졌다. <투스카니의 태양>, <잉글리시 페이션트>, <스타 만들기>, <레터스 투 줄리엣> 등 수많은 이탈리아 배경의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그곳의 깊은 역사 속 찬란한 예술과 문화를 배우면서 그 바람을 조금씩 현실로 끌어내게 되었다.” [p. 12]

즉,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가 계기가 되어 저자는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보면서 이탈리아의 깊은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어쩌다 보니 이탈리아를 기회가 될 때마다 방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로 정한 것이 아닐까?

 

 

예술 작품과 함께 여행하다

 

이 책은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여섯 도시, 6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주변의 작은 도시들로 작은 목차를 이루고 있다. 예들 들면, 1부에서는 베네치아와 그 주변의 파도바, 베로나, 라벤나와 같은 도시를 소개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탈리아의 35개 도시의 삶과 역사, 예술, 문화, 자연을 얘기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저자의 여행기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  구체적으로는  이 영화에 도서관으로 등장한 베네치아의 산바르나바 성당이 첫 방문지로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산바르나바 성당

출처: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p. 31

 

이어지는 장소는 리알토 다리로 다리 자체에 얽힌 사연과 더불어 이를 배경으로 그린 비토레 카르파초(Vittore Carpaccio, 1460~1527)의 <성십자가의 기적>이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비토레 카르파초의 <성십자가의 기적>

출처: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p. 20

 

리알토 다리

출처: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p. 21

 

 

나만의 스토리를 꿈꾸며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라는 이탈리아 여행기는 절반은 해당 지역과 관련된 영화나 그림, 건축물 등의 소개와 함께 직접 그 장소를 둘러본 감상으로, 나머지 절반은 풍경과 예술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왜 이렇게 꾸몄을까?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을 처음 구상할 때는 이탈리아의 예술과 풍경 사진이 어우러진, 이미지 중심의 책으로 꾸미고자 했으나, 결국 다양한 그림과 깊고 넓은 이탈리아의 예술신(scene)은 이미지뿐 아니라 에세이로도 풀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를 둘러본다는 것은 그림과 풍경과 글이 제 나름의 역할을 발휘해야 하는 ‘광활한’ 인문학적 세계였다” [p. 13]고 했다.

아마도 그래서 저자도 이탈리아를 여러 차례 방문했고, 같은 곳을 여러 번 갔는데도 항상 새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릇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서로 다른 풍경 속에서도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고 하나의 풍경 속에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 [p. 13]라고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야만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도 저자처럼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여행을 떠날 수 없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아니 종식되지 않더라도 잠잠해지면, 나도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저자처럼 여행지의 역사, 예술 등을 아울러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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