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프로이트 - 교묘하게 인간을 지배하는 무의식과 꿈의 세계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심리학 3대 거장
캘빈 S. 홀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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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캘빈 S 홀은 서문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집필한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자는 정신병적인 영역에서의 프로이트의 위상과 별개로, 프로이트가 일반심리학에 기여한 바가 지대함을 명시하며 프로이트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자 프로이트의 저서에 기반해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집필했으며 프로이트를 접하고자 하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능한 한 쉽고 간결하게 서술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프로이트는 1856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자연과학의 눈부신 발전이 이뤄지던 시기로  '종의 기원'으로 인간을 자연과학의 대상으로 이끈 '찰스 다윈'이나 심리학을 자연과학의 한 분야로 정립시킨 '구스파프 페히너'는 프로이트의 지적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프로이트는 과학자로 남고자 했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개업의사가 되었고 환자를 진료하며 얻은 정보를 토대로 프로이트는 '역동적 심리학'을 창안한다. 


프로이트는 인격을 구성하는 3대 요인으로 이드(id), 자아(ego), 그리고 초자아(superego)를 제시했다. 이드란 본능에 속하는 영역으로 어떠한 도덕적, 사회적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체이며 진정한 인간의 심리적 실체라고 표현했다. 이드가 인격의 주춧돌이지만 절제없는 본능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으며 특히 사회적 삶을 영위해 가는 인간은 이드를 적절히 통제하고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단이 필요하고 이것은 바로 '자아'이다. 자아는 생존과 공존을 위한 현실적인 집행 기관이라 칭할 수 있다. 초자아는 인격의 도덕률로써 이상적인 완전성을 지향하고 자아이상과 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격의 집행자인 자아에 의해 이뤄진 행동이나 생각은 도덕률인 초자아에 의해 평가되고 이는 보상이나 처벌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잘못된 행동을 범한 자아는 죄책감이라는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된다. 이드, 자아, 초자아는 명확한 경계를 갖는 독립체가 아니라 상호작용과 융화를 통해 안정상태를 추구한다. 이들은 한정된 에너지의 분배에 따라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서면 다른 부분의 힘은 약해진다. 초자아가 에너지를 지배하면 도덕적 인간에 가까워지고, 자아가 에너지를 지배하면 현실적 인간에 가까워지며 이드가 에너지를 지배하면 본능적 인간이 된다. 

정리하자면 인간이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하는 것은 이드의 추진력과 자아와 초자아의 저지력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결정되며 인격은 결국 이드, 자아, 초자아 사이에 발생하는 에너지의 교류인 것이다. 

인격은 고정된 형태가 아닌 변화하고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인격은 장애물(갈등, 불안, 고통 등)을 극복하거나 잘 적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형성되고, 자연적 성장에 의한 성숙과 학습을 통해 발달한다. 인간이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에는 동일시, 승화, 방어기제, 융합과 절충에 의한 본능의 변형 등이 있다. 

프로이트는 일반적인 개념보다 넓은 범위의 성본능의 개념을 주장했다. 인격의 발달에 있어 성감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특히 입, 항문, 성기의 역활을 높게 평가했다. 인격의 성장을 전성기기와 성기기로 구분하고 전성기기를 다시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로 세분화했다. 전성기기는 생후 5세까지의 기간이며 주로 부모와의 교감을 통해 발달하고 이 시기에 경험한 적절한 긴장의 해소와 보상과 처벌은 인격형성에 크게 기여한다. 성기기는 전성기기 이후의 시기로 인생 전반에 걸처 나타나고, 전성기기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끼친다.

인격의 변화는 20세까지 크게 일어난다. 보통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일정하고 예측가능한 패턴의 인격이 형성되는데 이를 '안정된 인격'이라 칭한다. 안정된 인격은 성숙된 인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에 대한 대응에 일관성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안정된 인격은 이드나 자아의 집중에 대해 초자아의 반집중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어떤 상황에 대한 대처(에너지의 분배)가 일관된 성형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정신분석학 이론을 비롯한 심리학 이론을 발표했을 당시 신랄한 비평을 받았다. 인간의 혐오적인 특성을 영아의 속성에 대입하고 근친상간이나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문제를 인간 특성의 한 부분으로 제시한 점, 그리고 인간의 행위에 대한 동기를 성적인 부분에서 찾았다는 점 등이 비난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한 세기 가까이 흐른 지금,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으며 프로이트를 추종하는 그룹은 물론이거니와 반프로이트를 주창하는 그룹에게조차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캘빈 S 폴의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통해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세우고 발전시켰던 '역동적 심리학'의 기초를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독자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프로이트의 사상을 표현했을 것이다. 다만 심리학에 쓰이는 낯선 용어와 해당 용어가 갖는 추상적 개념은 여러번 다시 들여다봐도 명확히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프로이트의 사상을 정리했다기 보다 독자에게 프로이트를 소개하고 독자로 하여금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접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고 독자와 프로이트를 잇는 가교 역활을 하기 위해 쓰여졌으리라 여긴다. 비록 프로이트에 대한 극히 일부를 본 상태, 그나마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처지에 불과하지만 이를 계기로 프로이트의 유명 저작 몇 권이라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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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메이트북스 클래식 10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현우.이현준 편역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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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이 가장 밝게 빛났던 시대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1세기 후반에서 2세기 후반까지 약 1세기동안 이어진 '5현제' 시대를 떠올릴 것이다. 네르바 황제에서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우스 피우스를 거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이어진 5현제의 시대는 유럽과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아우르는 광대한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였으며, 로마인들은 제국의 번영을 만끽하던 시기였다. 최고의 위치에서 대제국을 통치하며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고 더없이 높은 명성을 쌓았으며 2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칭송받는 아우렐리우스가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담담하게 표현한 '명상록'은 손꼽히는 고전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깨달음을 얻은 철학자를 바로보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명상록을 읽어보았다. 



삶이라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으로 인과율로 연속적으로 이어져 변하고 순환하는 것이다. 생과 사의 갈림 또한 자연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이를 극복하려 하기보다 견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어야 한다. 죽음 역시 악으로 판단하기 보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방법의 하나로 여겨 두려워하지 말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죽음은 항상 우리의 곁에 있는 것이며 바로 내일이 내 생명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다. 긴 수명, 드높은 명예, 분에 넘치는 재물, 그 어떤 것도 영원치 않으며 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정해진 운명에 맞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란 그저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단 사실을 깨닫고 항상 선한 마음과 정의롭고 이성적인 정신을 가다듬고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파보라. 거기서 선의 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계속 파보라. 그러면 그 샘물이 흘러넘치게 될 것이다." 감각과 충동에 휩쓸리지 말고 내면에 굳건한 정신을 간직하고 이성적인 사고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라. 쾌락과 욕망을 좇아 부질없이 삶을 낭비하지 말고, 항상 이성적인 견지를 취하고 내면을 다듬어라. 하루하루가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살고, 화내지 말고 몰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마음을 갖춘다면 이는 성숙한 내면을 갖는 것이다. 

허세와 허영에 추구하지 말고 내일의 명성을 위해 살기보다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라. 겉으로 보이는 고귀함, 타인으로부터 받는 칭찬과 박수, 이 모든 것들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찰나에 불과하다. 외부의 시선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정진하라. 고통스러운 장애물을 만난다 할지라도 그것을 뛰어넘을만큼 자신을 단련하고 그것이 힘든 처지라면 장애물조차 겸허히 받아들여라. 

누군가 나를 비난하고 비방한다면 그를 미워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봐라. 신이 내게 내려준 선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용서하고 이해해라. 모든 잘못된 것은 나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생각을 간직해라. 설사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악인을 만난다할지라도 그를 용서하는 것은 나의 의무라 생각해야 한다. 

공공의 선을 위해 정진해야 한다. 나와 내가 행하는 모든 행위들은 선함을 실천하도록 자연이 내게 부여한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주변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에 행복을 느껴야 한다. 나는 자연의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며 내게 주어진 사명은 사회와 자연을 위해 정의로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다가온 말은 '화내지 말고, 선한 마음으로 살고, 외적인 것들(허영, 허세, 부, 명예 등)을 과시하지 않고, 남의 허물은 남의 것으로 남겨두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구절이 없음에 부끄럽고 현재의 삶의 자세를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역자들은 기존의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는 다른, 현대인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명상록을 시도했다. 문체는 쉽고 간결하며 내용은 함축적이다. 반복적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절제와 금욕을 체득했을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가 남긴 저작 '명상록'을 쉽게 풀어 독자들에 전달함으로써 같이 생각하고 반성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글을 담은 책이라도 내용전달이 어렵다면 글쓴이의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역자들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보여준 가공은 나를 포함한 독자들이 철학자로서의 아우렐리우스를 이해하고 그의 사상을 접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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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 풀 수 있겠어? - 단 125개의 퍼즐로 전세계 2%의 두뇌에 도전한다! 이 문제 풀 수 있겠어? 시리즈
알렉스 벨로스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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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제) 017


"기차 안에서 세 명의 승객이 각자 자기 일을 하며 앉아 있는데, 갑자기 옆을 스쳐가는 기차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와 창문으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모두 얼굴에 검댕이 묻었다. 승객 중 한 명인 앳킨슨 양이 책을 읽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가 숨죽여 웃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나머지 두 승객도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 엣킨슨 양은 자기 얼굴은 깨끗하고 두 승객은 얼룩이 묻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는다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그녀는 무언가를 깨닫고 손수건을 꺼내 자기 얼굴을 닦았다.

 우리는 세 사람 모두 논리적으로 판단해 행동했지만 앳킨슨 양이 상황을 더 빨리 파악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앳킨슨 양은 자기 얼굴에도 검댕이 묻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 문제를 읽으며 여러 번의 물음표를 떠올렸다. 뭐지? 뭘까?

 이 후 '세 사람 모두 논리적으로 판단해 행동했지만' 이라는 대목과 '자신의 얼굴에는 검댕이 묻지 않았다고 생각한' 대목에서 힌트를 얻어 풀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른 두 사람이 웃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파악하는게 문제의 핵심이라 생각된다.



  어릴 적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수수께기 사전을 가진 친구로부터 알쏭달쏭한 문제를 받아 풀곤하던 시절부터 아이큐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떠돌아 다니던 갖가지 문제들에 관심을 갖던 대학 시절까지 그리고 현재 40대에 접어든 후에도 가끔은 퀴즈를 풀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충동이 드는 것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문제를 접하고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도출해 낸 답이 정답이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작은 만족감이 나로 하여금 수학이나 퀴즈를 비로한 논리문제를 접하게 하는 동력이라 짐작한다.


 퍼즐이든 퀴즈든 풀이과정은 비슷한 맥락을 띤다. 문제를 찬찬히 읽고 문제에 담겨있는 주요한 힌트에 착안하여 정답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 문제 풀 수 있겠어>에 등장하는 125가지의 문제는 직관적으로 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일부 담고 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풀이 과정에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늑대, 양, 배추를 강 건너편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 고전적인 문제에서부터 숫자의 신비를 생각케하는 문제까지 다양한 장르의 퍼즐과 퀴즈를 담고 있다.


 각각의 문제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내가 어느 장르의 퍼즐에 익숙한 지 가늠할 수도 있다. 모든 문제해결에 논리력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친숙한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기하학 문제가 가장 재밌었지만 성적이 가장 좋았던 부분은 '기본 논리' 문제였다.  


 현대 사회는 손에 쥔 스마트폰만 있다면 어떤 정보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지식, 정보, 편의 등 수십만 권 이상의 책에 담길 법한 정보가 손바닥만한 크기의 스마트폰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손 안에 헤어릴 수 없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그런 점 때문에 우리는 점차 두뇌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식의 값어치는 떨어지고 수많은 정보 가운데 '진짜 정보'가 무엇인지 몰라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해야 할 것도 많아지고 알아야 할 것도 많아진 세상이지만 정작 우리의 지적 수준이 과거보다 나아졌느냐고 질문을 듣는다면 망설여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인문학 책을 읽고 가끔 수학 문제를 풀고 <이 문제 풀 수 있겠어>와 같은 책을 접하는 큰 이유가 내가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단순 노동에 지쳐버린 뇌에 가끔은 신선한 공기를 공급할 수단이 필요하고 퀴즈나 퍼즐같은 독립적이고 단편적인 것들이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재미와 뇌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 생각한다.



 

 간단한 듯 보이지만 문제가 담고 있는 진의를 숙고하며 논리적으로 풀어가다 보면 재미난 수학문제를 만난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문제 풀 수 있겠어>를 관심있게 읽어본다면 해당 퍼즐의 개발자와 역사를 접할 수 있어 퍼즐 자체 뿐 아니라 그와 연관된 역사도 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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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가 쉬워지는 미적분 - 처음 만나는 물리수학책 통계·물리 수학
나가노 히로유키 지음, 위정훈 옮김, 김범준 감수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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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혹의 나이를 넘긴 지금도 가끔 정석을 펼쳐보거나 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를 풀어보곤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머리가 좋다는 방증이라 여겨졌다. 대입을 위해서 뿐 아니라 친구들이 건내는 그런 칭찬을 듣고싶어 수학을 가까이 했고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수학에 할애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을 살다보니 숫자 풀이를 잘하는 것이 그닥 중요하진 않음을 깨닫게 됐지만 수학이 가진 논리와 오묘한 끌림은 아직까지도 수학을 관심있게 지켜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석의 초반을 차지하고 있는 집합에는 익숙하지만 방정식 미분적분을 거치며 수학적 흥미를 잃어간다. 이것은 수학이 사용하는 언어의 정의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수학이 논리를 전개하는 데 사용하는 용어의 개념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어떤 수학문제를 앞에두고 난해하다는 느낌은 받을지언정 외계어같다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이다. 

 <물리가 쉬워지는 미적분>은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풀이에 치중하지 않고 용어의 개념과 그 개념의 이해 및 적용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제로 선택된 일본대입시험 문제 또한 복잡한 풀이를 요하는 것이 아닌 개념을 이해했다면 직관적으로 답을 도출할 수 있거나 간단한 암산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들이 주를 이뤘다.
 수학에 관심은 있으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특히 미적분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게 수학은 논리에 따라 결론을 도출해가는 학문임을 상기시키고 쉬운 수학을 보여줌으로써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있다.

 편의상 학문을 구분하고 있지만 여러 학문들은 서로 영역을 걸치고 있다. 학문의 종류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를 보일 뿐, 혼자 동떨어져 존재하는 학문은 있을 수 없다.
 수학은 다양한 학문에 가장 기초적인 틀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수학을 토대로 물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경제학 등이 발전해 왔고 해당 학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학적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물리는 수학과 가장 밀접한 학문으로, 방정식과 미적분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교과과정에 등장하는 물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여기면 된다.
 수학을 응용한 것이 물리라 말할 수 있으며 수학이 '밀'이라면 물리는 '빵'이라 비유할 수 있다.  


 저자 나가노 히로유키가 제시한 미적분의 단계적 이해는 미분 방정식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씌여졌기 때문에 미적분에 두려움을 갖는 수험생이든 수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든 누구나 편하게 읽어볼 가치있는 책이라 생각하며 수학적 원리 설명 후 부연된 물리학적 적용을 보며 물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사칙연산을 제외한 어려운 학문으로서의 수학을 만날 일은 흔치 않지만 수학이 주는 논리적 사고는 루틴(routine)에 치우친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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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자본 - 전 세계 0.1% 부의 동선을 관리하는 자들의 이야기
브룩 해링턴 지음, 김영선 옮김 / 동녘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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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가 지구를 지배하는 현재, 고액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가능하다면 부풀리기를 희망한다. 이들의 욕구에 발마춰 '자산관리사'라는 직종이 탄생했다.
 자산관리사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기본적으로 "부유한 고객(주로 개인과 그 가족)에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한다. 자산관리사는 경제적 지식 뿐 아니라 정치적, 법률적 지식까지 겸비해야 고객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증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가가 이 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자산관리사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중세시대에도 존재했었지만 전문적 직업으로써 등장한 것은 겨우 두 세기 남짓으로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경제가 성장하고 자산의 규모나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활동 범위(20세기 중반 이후로는 전지구적)가 넖어지면서 과거 가족이나 지인들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탁이나 상속을 간결히 수행하기 불가능해졌고 조세 당국, 세법, 경제 상황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됐다. 그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자산관리사가 등장한다.

 우리가 자산관리사와 그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삶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소득불균형과 빈부격차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재산의 불평등(소득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시기에 따라 유동적인 면이 있고 재산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특성을 갖는다)이 사회적 이슈로 자주 등장한다. 세계작으러 봤을 때 불과 0.7%의 상위계층이 전체 부의 40%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 심각성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부자들은 자산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고 대를 이어 전달하길 원하고 이를 자산관리사가 돕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자산관리사에 의해 약 21조 달러에 달하는 개인 재산이 유용되고 있으며 매년 2천 억 달러의 세수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산관리사가 다루는 영역은 '윤리적으로 애매한 영역'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지탄받을만한 것들을 다룬다. 조세 회피, 채무 상환을 피하기 위한 꼼수, 특정인에게 재산에 대한 권리를 몰아주거나 배제하기 위한 신탁. 역외 기업 등이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각종 세법과 규제가 강화됐고 엄청난 부를 손에 쥔 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이 축날까 두려웠기 때문에 자산관리사를 고용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적, 법적 구조를 이용해 다수의 관활권에 다양한 형태로 자산을 배분해 놓는다.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역외 금융을 이용하는 것이다. 역외 금융권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안정된 국가로 낮은 세율 혹은 면세를 제공하며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와 더불어 사법부의 공정성이 높은 나라'로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부자들은 자신이 납세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나라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수익에 따라오는 의무(세금)를 피하기 어렵거나 이혼, 상속, 가족사업 등의 재산에 변동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자산관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게 된다. '합법적 불법'을 통해 의무를 져버리고 이익만 챙기려는 얌채같은 행위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거나 판단이 모호한 것들이기 때문에 실질적 처벌은 쉽지 않다. 

 자산관리 전문가는 부유층을 도와 자원 분배의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 신탁, 재단, 역외 기업을 이용해 부유층의 자산의 축적 과정에 개입한다. 재산 낭비(조세, 채무, 벌금)를 최소화하고 재산증식의 기회를 최대화한다. 낮은 위험 부담으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배타적 기회를 고객에게 공급하며 자산의 승계를 도와 부의 대물림을 온전히하고자 노력한다.

최상위 부유층의 권력(부와 그에 따른 특혜)을 축소시키기 위한 직접적인 시도는 번번히 실패를 맛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법적, 세무적으로 전문가 집단을 고용하여 교묘한 수단을 활용해 법망을 피하기 때문에 이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을지언정 법적 처벌을 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자본>은 부유층의 재산을 보호하고 증식시키는 전문가 집단인 자산관리사를 조명하고 있다. 빈번히 언론에 등장하는 사회지도층의 탈세와 그 규모는 일반인들이 체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경우가 많다. 초갑부들이 개인의, 그리고 자신의 가족의 영달을 위해 도덕적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

 저자는 자산관리사를 합법적 테두리로 옮겨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이야기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산재되어 증식되고 있는 부자들의 부를 도덕적으로 적법한 테두리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전세계적 협력과 제도마련이 필요한 만큼 그런 결실을 맺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이 자신들의 재산에 강한 애착을 보이듯 자산관리사 또한 자신들의 수입에 집착할 것이므로 부자 혹은 자산관리사 집단에게 도덕성이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국경 없는 자본>은 부자들의 행태와 부자를 도와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자산관리사의 직무를 보여준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허탈함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사회고위층의 적법을 가장한 위법은 자행될 것이고 갈수록 빈부격차는 커지고 신분상승의 기회는 줄 것이란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흙수저도 금수저가 되고 금수저도 흙수저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 개인의 노력과 성취가 그를 평가하는 잣대로 인정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얻게되는 '부'가 자랑스러위지는 사회가 오길 고대해본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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