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자본 - 전 세계 0.1% 부의 동선을 관리하는 자들의 이야기
브룩 해링턴 지음, 김영선 옮김 / 동녘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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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가 지구를 지배하는 현재, 고액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가능하다면 부풀리기를 희망한다. 이들의 욕구에 발마춰 '자산관리사'라는 직종이 탄생했다.
 자산관리사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기본적으로 "부유한 고객(주로 개인과 그 가족)에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한다. 자산관리사는 경제적 지식 뿐 아니라 정치적, 법률적 지식까지 겸비해야 고객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증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가가 이 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자산관리사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중세시대에도 존재했었지만 전문적 직업으로써 등장한 것은 겨우 두 세기 남짓으로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경제가 성장하고 자산의 규모나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활동 범위(20세기 중반 이후로는 전지구적)가 넖어지면서 과거 가족이나 지인들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탁이나 상속을 간결히 수행하기 불가능해졌고 조세 당국, 세법, 경제 상황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됐다. 그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자산관리사가 등장한다.

 우리가 자산관리사와 그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삶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소득불균형과 빈부격차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재산의 불평등(소득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시기에 따라 유동적인 면이 있고 재산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특성을 갖는다)이 사회적 이슈로 자주 등장한다. 세계작으러 봤을 때 불과 0.7%의 상위계층이 전체 부의 40%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 심각성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부자들은 자산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고 대를 이어 전달하길 원하고 이를 자산관리사가 돕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자산관리사에 의해 약 21조 달러에 달하는 개인 재산이 유용되고 있으며 매년 2천 억 달러의 세수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산관리사가 다루는 영역은 '윤리적으로 애매한 영역'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지탄받을만한 것들을 다룬다. 조세 회피, 채무 상환을 피하기 위한 꼼수, 특정인에게 재산에 대한 권리를 몰아주거나 배제하기 위한 신탁. 역외 기업 등이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각종 세법과 규제가 강화됐고 엄청난 부를 손에 쥔 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이 축날까 두려웠기 때문에 자산관리사를 고용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적, 법적 구조를 이용해 다수의 관활권에 다양한 형태로 자산을 배분해 놓는다.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역외 금융을 이용하는 것이다. 역외 금융권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안정된 국가로 낮은 세율 혹은 면세를 제공하며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와 더불어 사법부의 공정성이 높은 나라'로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부자들은 자신이 납세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나라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수익에 따라오는 의무(세금)를 피하기 어렵거나 이혼, 상속, 가족사업 등의 재산에 변동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자산관리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게 된다. '합법적 불법'을 통해 의무를 져버리고 이익만 챙기려는 얌채같은 행위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거나 판단이 모호한 것들이기 때문에 실질적 처벌은 쉽지 않다. 

 자산관리 전문가는 부유층을 도와 자원 분배의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 신탁, 재단, 역외 기업을 이용해 부유층의 자산의 축적 과정에 개입한다. 재산 낭비(조세, 채무, 벌금)를 최소화하고 재산증식의 기회를 최대화한다. 낮은 위험 부담으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배타적 기회를 고객에게 공급하며 자산의 승계를 도와 부의 대물림을 온전히하고자 노력한다.

최상위 부유층의 권력(부와 그에 따른 특혜)을 축소시키기 위한 직접적인 시도는 번번히 실패를 맛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법적, 세무적으로 전문가 집단을 고용하여 교묘한 수단을 활용해 법망을 피하기 때문에 이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을지언정 법적 처벌을 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자본>은 부유층의 재산을 보호하고 증식시키는 전문가 집단인 자산관리사를 조명하고 있다. 빈번히 언론에 등장하는 사회지도층의 탈세와 그 규모는 일반인들이 체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경우가 많다. 초갑부들이 개인의, 그리고 자신의 가족의 영달을 위해 도덕적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

 저자는 자산관리사를 합법적 테두리로 옮겨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이야기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산재되어 증식되고 있는 부자들의 부를 도덕적으로 적법한 테두리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전세계적 협력과 제도마련이 필요한 만큼 그런 결실을 맺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이 자신들의 재산에 강한 애착을 보이듯 자산관리사 또한 자신들의 수입에 집착할 것이므로 부자 혹은 자산관리사 집단에게 도덕성이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국경 없는 자본>은 부자들의 행태와 부자를 도와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자산관리사의 직무를 보여준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허탈함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사회고위층의 적법을 가장한 위법은 자행될 것이고 갈수록 빈부격차는 커지고 신분상승의 기회는 줄 것이란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흙수저도 금수저가 되고 금수저도 흙수저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 개인의 노력과 성취가 그를 평가하는 잣대로 인정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얻게되는 '부'가 자랑스러위지는 사회가 오길 고대해본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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