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종말 - 과학으로 보는 지구 대재앙
밥 버먼 지음, 엄성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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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학적이진 못하지만 과학서적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지구의 운명을 위협하는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이다. 특히 저자 '밥 버먼'은 내가 몇 년 전 인상깊게 읽었던 <바이오센트리즘>의 공저자란 점이 더욱 기대치를 높였다. 




별의 일생을 알면 태양계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 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138억 년으로 추정하고, 태양과 그 부속 행성들은 비교적 최근인 45억 년 전에 형성됐다고 믿는다.
태양은 약 50억 년 가량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남아 있으리라 여겨진다. 태양이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을 마치면 크기가 현재의 수성 궤도에 이르는 적색거성 단계를 거처 남아있는 수소와 헬륨의 핵융합 반응을 치룬 후 외피를 잃고 밀도가 높은 백색왜성을 형성한다. 백색왜성은 핵융합반응으로 생선된 탄소와 산소로 구성돼 있으며 더이상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없기에 천천히 식어간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가는 단계 이전에 모두 소멸할 것이다.


백색왜성의 중력이 가까운 별의 수소와 헬륨을 흡수하면 다시 강렬한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며 밝은 빛과 에너지를 뿜어내는데 이를 신성(nova)라 하고 신성보다 에너지가 훨씬 큰 경우를 초신성(supernova)라 한다. 초신성은 가까운 별에서 뺏은 물질이 충분히 누적됐을 때 엄청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별을 완전히 파괴하게 된다. 이 때 극도로 밝은 빛이 발생하고 방대한 중원소와 방사선을 뿜어낸다. 만약 지구와 가까운 지점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일어난다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달의 기원을 논할 때 등장하는 가설이 있다. 오래 전 태양계 내에 존재하는 지구보다 작은 화성정도 크기의 행성(테이아, Theia)이 지구와 충돌했고 지구와 융합된 부분과 떨어져 나간 부분이 생겼는데 떨어져 나간 큰 덩어리가 달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과정이 다시 발생한다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는 파멸할 가능성이 높다. 


 태양은 지구의 부모같은 존재이며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있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는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특히 강한 흑점 폭발은 거대한 에너지와 X-선을 지구에 전달하고 지자기 폭풍을 유발한다. 1859년 '캐링턴 대혼란'이나 2003년 '핼러윈 폭풍'이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해 발생한 지자기 폭풍의 좋은 예이다. 만약 캐링턴 대혼란 규모의 흑점 폭발이 현대에 발생한다면 지구의 전자제품, 인공위성, 전기 등에 엄청난 피해줄 줄 것이다.  


원자가 텅 빈 축구장이라면 원자핵은 축구장 가운데 놓인 소금 한 알 정도의 크기이다. 원자의 빈 공간을 제외하고 압축시킨다면 전 인류를 모아도 기껏해야 각설탕 한 개의 부피에 불과하다. 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빈 공간에 존재하는 미세입자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에너지로 가득하다. 

원자와 마찬가지로 우주는 아무 것도 없는 진공상태의 공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엄청나게 많은 미세입자들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방대한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다. 종종 거론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그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빅뱅과 우주의 팽창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주의 팽창이 한계에 도달했고 우주 대수축이 일어나 우주가 붕괴될 것이란 의견도 있으며 우주가 오히려 더욱 팽창하면서 시공간이 무너지고 우주는 내부로부터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우주붕괴 이론은 지금으로부터 220억 년 이후에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는 생명체가 번성한 이래 총 5차례의 대위기를 겪었다. 연대순으로 나열해보면,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의 대멸종(4억 5천만 년 전 지구의 모든 생물의 60-70%의 멸종), 데본기 말기 대멸종(2억 6천만 년 전 지구의 모든 종의 70% 이상이 소멸),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대멸종(2억 년 전 지구의 모든 종의 70-75%가 멸종), 그리고 가장 최근인 백악기 대멸종(6천 6백만 년 전 공룡을 포함한 모든 종의 75% 가량의 멸종)이다. 이전의 대멸종은 원인을 밝히기 어렵고 이견이 분분하지만 비교적 최근인 백악기 대멸종은 거대 운석의 충돌에 의해 발생했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지구와 지구에 거주하는 생명체의 운명은 어쩌면 거대 운석의 충돌에 의해 멸절될지도 모른다. 


인간에 초점을 맞추면 질병도 절망적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0세기 초반 제1차 세계대전의 말미에 발생한 신종플루(influenza A, subtype H1N1)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해 수천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20세기 약 3억 명이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치명적 질병이 창궐해 인간을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력 안전 문제를 논할 때 매번 등장하는 예이다. 에너지를 얻기 위한 원자력 발전이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이 자연재해가 인간의 관리능력을 제한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핵폭발도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은 일본의 무조건적인 투항을 이끌어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비축하며 인류는 자신의 생존터전을 순식간에 없애버릴 만큼 막대한 무기를 보유하게 됐다. 어리석은 지도자나 비이성적인 해커 등이 무모한 결정을 내린다면 인류는 중대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는 안드로메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는 96km/sec의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으며 결국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된다. 두 은하가 충돌하면 두 은하는 하나로 합쳐질 것이며 그 중심에는 거대 블랙홀이 생성될 것이다. 두 은하에 포함된 수많은 별들과 행성은 파멸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설사 그 파멸은 피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격변을 겪을 것이다. 이 사건은 앞으로 40억 년 후에 시작되어20억 년 가량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가장 핵심은 태양이다. 태양은 10억 년마다 10%씩 밝아지고 있다. 이 10%의 증가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지구는 고온으로 달아올라 지상의 수분은 모두 증발하고 대기는 두꺼워져 온실효과가 강해되면 지상의 온도는 수백도가 되고 거의 모든 생명체는 절멸할 것이다. 

태양은 핵융합반응을 마치고 적색거성 단계를 거쳐 백색왜성이 된다.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게 될 50억 년 후의 지구에는 이미 생명체가 소멸된 상태일 것이다. 다시 몇십억 년이 흐르면 태양은 지구 크기로 작아져 밀도가 아주 높은 검은색 항성이 되고 지구는 여전히 태양을 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태양과 지구는 2억 5천만 년의 주기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바이오센트리즘>에서 만물은 관찰자의 의식 하에 있으며 "관찰이 이뤄지기 전까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밥 버먼'이 지구의 종말에 관한 위험은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 궁금했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바이오센트리즘>에서 보이던 철학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고 연구와 실험에 의해 밝혀진 결과를 토대로 글을 전개한다.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위협하는 많은 요인을 제시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대부분의 위험 요소는 아득히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전쟁이나 감염질환 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인간의 행위가 공공선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또한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거듭되는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우주, 은하, 태양계, 지구를 다루는 다양한 지식을 전해준다. 중간 중간 내 수준을 웃도는 부분이 있어 인터넷 검색과 다른 책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상식을 넓혀주고 무관심하게 지나갈 수 있는 천문학과 우주과학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계기가 된 것에 감사한다. 


제목은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이지만 실제 본문 내용을 곱씹어보면 우주의 신비에 대한 전달에 힘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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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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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춘추시대 노나라에서 태어났다. 공자의 아비 숙량흘은 노나라 하급관리였고 공자가 3살 때 세상을 떠났기에, 공자는 편모 슬하에서 곤궁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학문에 뜻을 두고 학업과 수양에 성심을 다했다. 생계를 위해 노나라 관리로 근무하며 주경야독으로 학문을 쌓자 공자 곁으로 가르침을 청하는 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이내 무리를 형성할 정도로 많은 제자가 생겼다. 공자가 30대 중반에 이르렀을 때, 노나라가 하극상으로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보며 공자는 난세에 바른 질서를 부여하고자 적극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관직을 얻아 위정에 힘을 쏟았으나 노나라 군주가 정치에 소홀하게 되자 직을 반납하고 천하를 주유한다. 이후 14년 동안 각국을 돌며 제후와 명문대가를 만나 가르침을 전하고 제자들의 등용을 돕기도 한다. 허나 공자가 원하는 이상적 군주는 찾을 수 없었으며 세상의 혼란과 무질서는 점점 심해졌다. 공자는 60대 후반에 고국 노나라로 돌아와 연구에 몰두하다 기원전 479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논어는 중국 최고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공자의 가르침을 엮은 책이다. 총 20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반부 10편을 상론, 후반부 10편을 하론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춘추시대는 예(禮)를 중시한 주나라와 무(武)를 중시한 전국시대 사이의 혼란기로 인(仁)과 예(禮)를 섬기는 문화가 서서히 그 색이 옅어지는 시기였다. 공자의 눈에 이 시대는 무질서로 비춰졌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인, 덕, 예에 기반한 정치와 민생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논어에 등장하는 군주에 대한 지고지순한 충성이나 예의범절에 대한 빈틈없는 강고함은 현대인들에게 다소 거리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도덕성을 논하는 부분이나 수양(修養)에 대한 가르침은 현대인에게도 깊이 다가오는 부분이 많다. 그중에서도 나를 반성하게 하는 문구를 몇 개 추려 적어보았다. 


 

4편 14장.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불환무의 환소이립 불환막기지 구위가지야)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지위에 오를 때를 걱정하며,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하는 사람조차 자신의 자리와 자신에 대한 처우가 능력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길 때가 많다. 이런 마음은 불평과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기보다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12편 16장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군자성인지미 불성인지악 소인반시)

"군자는 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완성해주고,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조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반대다."

훌륭한 사람은 남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그 장점이 빛을 발하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남의 단점을 부각시키거나 조장하지 않아 나쁜 점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소인은 이와는 반대로 행한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격려하고 돋보이게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은 쉽게 눈에 띠는 단점에 기준을 두고 남을 폄하하는 방향으로 쉽게 흘러간다. 이것은 종국에는 남과 함께 자신을 깍아내리는 행위가 되니 피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라 생각한다. 


15편 20장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군자구저기 소인구저인)

"군자는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군자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나 일의 결과를 받아들임에 있어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다른데서 찾는다는 것이다. 즉 군자는 일할 때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해 더 발전하는 반면, 소인은 일을 할 때는 남의 도움을 구하고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남 탓, 조상 탓 등에 치중하여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어를 읽다보면 한자와 중국 역사 공부에 대한 의욕이 생긴다. 해설서와 함께 읽으며 교훈을 얻기도 하지만 한자를 보며 그 뜻을 편히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욕심도 생긴다. 공자가 살던 시대와 우리네 시대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크게 다르다. 그렇지만 올바른 삶에 대한 견지는 공통되는 바가 많다. 공자의 말씀으로 내 삶을 반성하는 기회를 얻고 바른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어 줄 동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공자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언급한 지학(15세), 이립(30세), 불혹(40세), 지천명(50세), 이순(60세), 종심(70세) 등의 말들은 2500 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자주 쓰이고 있다. 

현재 40대인 나는 불혹에 도달했다 말할 수 있나. 아니다. 어림도 없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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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 자기계발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주노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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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의문에는 항시 심리적인 통찰이 따른다. 아쉽게도 심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 내가 결론 내린 바를 학문적인 용어로 그럴싸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마음 속에는 당시에 했던 생각이나 행위에 대한 심리적인 윤곽 정도는 헤어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모호함을 구체화하기 위해 프로이트나 융 또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기웃거렸지만 그들의 저서를 정독해도 온전한 이해를 얻기는 매우 어려웠다.

철학자들의 깊은 깨우침을 배우기 위해 철학서를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원만한 사회 생활과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 심리학으로의 관심을 지속하는 정도에 만족하는 수준이다.

'나이토 요시히토'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은 나처럼 심리학에 관심은 있지만 심리학자들의 심오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독자를 위해 발행됐다. 기존에 시행된 수많은 심리실험 가운데 현실에서 있을법하고 독자들에게 쉽게 와닿을만한 88가지 주제를 선별하여 전문적 용어를 자제하며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 넓고 깊은 지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 집필한 것으로 생각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이 담는 88가지 주제는 모두 현실과 연관된 것들로써 각각의 실험에 대한 결과치를 제시하고 그 원인을 짤막하게 서술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와 'A라는 것과 B라는 것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를 밝히는 것들이다.

각 에피소드는 제목과 개괄로 한페이지를 소비하고 2-3 페이지에 걸쳐 구체적인 실험과정과 결과를 제시한 후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실험의 결과는 수치로 제공되기 때문에 어떤 주제에 대한 해석에 있어 결론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수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삽화는 글을 보는데 활력소로 작용한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외모의 중요성이라던지 자신과 타인을 평가할 때 드러나는 이중성,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에 따른 결과의 차이, 좋은 대인관계 형성을 위한 요령, 그리고 경제적 풍요와 행복도의 상관관계 등을 담고 있다. 외모는 상상이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수한 외모는 대인관계, 취업, 이성교제 등 다양한 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실험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이 타인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한 성향을 보이는, 소위 내로남불이 드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어떤 사람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따라 그 사람의 성공과 실패가 갈리고 수명도 차이가 생기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는 일상생활과 가까운 주제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논문으로 쓰여진 학문적 실험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써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더불어 드레스 효과(Dress effect), 평균이상 효과(Above-average effect), 책임의 확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과 같은 말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용어는 심리학 영역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사용되므로 상식용어의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PS) 책 내용과는 별개로 간간히 등장하는 삽화와 색상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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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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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었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독서에 취미가 없었던 당시에도 '개미'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고, 20년이 넘은 현재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그의 작품들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미' 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에서도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스토리 전개와 간간히 등장하는 위트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특색이라 할만한데 이런 전개는 '심판'에도 묻어나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아나톨이 천국에서 재판을 받는 내용을 희극적으로 묘사한 '심판'을 흔하디 흔한 짧은 소설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몇몇 부분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머릿속을 맴돈다. 오락적인 측면에 집중해 읽어도 충분히 재밌을법한데 나이를 먹다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인지, 책을 보는 지혜가 쌓인 것인지 오로지 재미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마치 '티벳 사자의 서'의 한 부분을 읽는 듯 했으며 내가 살고 있는 삶과 세상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타톨과 카롤린의 대화 중 행운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아나톨은 자신의 인생에서 겪었던 다양한 행운들에 행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이런 아나톨을 보며 수호천사인 카롤린이 말한 내용은 엄숙하기도 하고 약간은 섬칫하기도 했다. 

"행운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에 무지한 자들이 붙이는 이름이에요."

혹시 내 삶도 이런 수호천사들의 조력 덕분에 무사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꼭 그 대상이 영혼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 주위에 있는 가족, 친구, 지인들이 보태주는 힘과 희생으로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대상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 또한 들었다. 


아나톨의 죄를 묻는 검사로 등장한 베르트랑의 말도 울림이 있었다.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일구기보다 불행을 줄일려고 애쓰죠."

우리네 대부분이 사는 세상을 가벼이 표현한 문장이지만 부인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할 듯 하다. 인간은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어떤 것을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하든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은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소년 감성으로 돌아가보면 꿈이라고 칭할만한 것들이 많았다. 수시로 바뀌기도 했지만 꿈이라 부를만한 많은 생각을 담고 살았다. 그러나 소위 '철이 든' 후부터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꿈을 좇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리게 된 듯하다. 천국의 '심판'에서 꿈을 잃은 것조차 죄가 된다는 것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선택의 순간 멀리 있는 꿈보다는 가족을 포함한 내 삶의 안정을 택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철이 너무 든 모양이다. 


'개미', '파피용', '뇌' 등 기존에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는 재미와 흥미를 봤다. 다른 것들이 있었겠지만 내 관심사는 재미로 집중됐었다. 그런데 이번 '심판'은 재미와 함께 철학을 떠올리게 했다. 존재란 무엇인가, 삶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실존이란 것이 '나'와 상관없이 존재 할 수 있는가 등을 묻게 됐다. 인간의 삶이 고행이라는 불교의 말씀처럼 윤회 또한 부족한 선(善)을 쌓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야 옳을 것인지도 자문하게 됐다. 

'심판'에 언급된 바에 따르면 윤회하는 영혼의 삶은 유전과 카르마 그리고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되고 그 가운데 자유의지가 50%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유의지의 방향을 선한 마음으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다가왔다.


본래 소설을 단지 소설로써 읽는 걸 선호하는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 기대하는 재미에 집중하려는 생각으로 펼친 책에서 너무 심오한 주제가 떠올라 한 방 맞은 기분이 들었다. 태풍이 지나가며 남긴 잔잔한 빗방울 때문에 감수성이 높아진 것인지,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재밌는 질문을 남기는 철학책을 읽은 느낌이다.   


'심판'은 흥미만으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발상이 신선하고 천국의 재판 과정도 흥미롭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 또한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여긴다. 적어도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늘 품을 수 있으니 마음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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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킬 - 인공 지능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기술
크리스털 림 랭.그레고르 림 랭 지음, 박선령 옮김 / 니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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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전문영역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3차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 또한 세계와 인류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을 담고 있기에 이렇게들 호들갑일까 궁금해 몇 권의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것을 토대로 내가 현재까지 이해한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이들 기술의 융복합으로 만들어지는 발전사회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것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3D 프린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이 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전문가라 칭해지는 사람들이 책이나 미디어에서 한결같이 주장하는 바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사회적 대격변에 적응하기 위해서 독창성과 창의성 그리고 상상력과 공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많은 것들, 이를테면 좋은 학벌, 좋은 직업, 성공하는 사업 등은 다가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거나 변화를 강요받을 것이라 전망한다. 


뉴스를 통해 전기차가 인공지능에 의해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거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결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슈퍼컴퓨터가 쓰인다거나, 생체공학 로봇 기술로 장애를 극복했다는 식의 기사를 접하게 될 때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지만 '내가 있는 자리'와 '내가 하는 일'은 제자리에 있는 듯 했으며 내 삶을 흔들 어떤 변화를 체감하진 못했다. 때문에 현재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할 뿐 미래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뒀었다.


읽을 책을 찾던 중 '인공 지능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기술'이라고 쓰인 표지와 '미래 대응 센터'나 '마음 챙김 전문가'와 같은 낯설디 낯선 용어에 관심이 가며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격변이라 일컬어지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변화를 예측하거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를 논할 때, 전문가들은 '누구도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지만 세상은 갈수록 뷰카(VUCA)화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뷰카란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 복잡성(Complex), 모호성(Ambiguous)을 의미한다. 뷰카화가 진행되면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요소로 4D(주의산만-Distraction, 관계단절-Disconnection, 다양성 부족-Lack of Diversity, 끊임없는 행위-Doing)를 꼽는다. 사람들은 진화된 기기에 빠져 집중하지 못하고 직접적인 사회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며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것들에 몰입해 다양성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인간이 수행하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은 향후 기계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고유의 존업성과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 즉 사회 정서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슬기롭게 안착할 수 있다. 


휴먼 스킬(소프트 스킬)은 인간의 내면(정서)을 의미한다. 정서는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지만 미래 대응을 위한 휴먼스킬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5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이는 집중과 마음챙김(focus and mindfulness), 자기 인식(self-awareness), 공감(empathy), 복잡한 의사소통(complex communication), 적응 회복력(adaptive resilience)이다. 

마음챙김이란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어떤 행동을 할 때 딴생각을 하는 경우가 50-99% 가량이라고 한다. 자신과 주변환경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알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생산성이 낮아지고 대인관계 또한 소원해지기 쉽다. 마음챙김 훈련은 일상생활에서 또는 의도적으로 만든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료를 마실 때 컵의 무게와 질감을 느껴보고, 음료의 내음은 어떤지 컵이 입술이 닿았을 때의 느낌은 어떤지, 등등을 집중해서 파악하는 식이다.   

자기 인식은 말 그대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내적 자기 인식과 외적 자기 인식으로 나뉠 수 있다. 내적 자기 인식은 스스로의 가치관, 사고, 동기 등을 이해하는 일이고 외적 자기 인식은 남들이 나를 보며 나의 동기, 감정, 한계 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자기 인식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장단점과 역량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으므로 상황에 따른 현명한 대처가 가능하다. 

공감이란 내가 다른 사람들의 세계와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보여주는 능력이다. 공감은 우리가 타인과 깊숙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상대방에게 개방적인 제스처를 취해 상대가 편히 다가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며 그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상대방의 입장으로 충분히 배려하여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며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소통 수단 또한 복잡해지고 있다. 상대방의 성향과 기분을 파악하고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핵심을 알게되면 소통은 쉬워진다. 상대하는 대상의 성향과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한편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적응 회복력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전진하는 것으로 좌절을 딛고 일어나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적응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성장형 사고방식(노력에 따라 재능이 발전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믿음), 호기심, 선심초심, 비판단, 자기 연민의 도움이 필요하다. 

집중과 마음챙감, 자기 인식, 공감, 복잡한 의사소통, 적응 회복력, 각각이 휴먼스킬을 구성하고 있지만 휴먼스킬을 더 강력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들 스킬의 협력과 조화가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휴먼 스킬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저자들은 싱가포르 대학교에서 '미래 대응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책임자들이며 '미래 대응'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급격히 변하는 미래에 대한 현명한 대응 수단을 강구하고 이를 교육하기 위한 기구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봤을 때 혁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명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현재와는 크게 다른 세계가 생각보다 일찍 도래할 것이란 짐작은 가능하다. 

'휴먼 스킬'은 변화의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유지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5가지 스킬의 연마를 제안한다. 집중과 마음챙김으로부터 적응 회복력까지 순서대로 훈련을 반복해 내면을 강화하라고 당부한다. 기술과 기계가 발달할수록 인간의 위상은 물리적 수행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정서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대부분 경솔하고 섣부른 행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경우의 수가 1000개쯤 되는 주사위를 던져 단박에 숫자를 맞추는 것처럼 희박한 확률에 이름을 거는 것과 같다. 하지만 '휴먼 스킬'이 제시한 내용에 공감이 되는 바는 미래 가치를 예상함에 있어 인간의 정신적 측면을 강조한다는 점과 대책으로 제안한 방법이 비단 미래를 대비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뿐 아니라 현재의 자아 성찰과 대인관계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이다. 

휴먼 스킬을 마음에 새겨두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한 채,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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